에스더서, ‘하나님’이라는 단어 한 번도 등장하지 않지만…

입력 : 2018.03.04 19:11

[뚜벅이 목사 거리에서 길을 잃다] 시그니처

무대 뒤에 계신 하나님 에스더
무대 뒤에 계신 하나님

웨인 바크후이젠 | 송동민 역 | 이레서원 | 144쪽 | 8,000원

무대 뒤에 있어도 나타나는 시그니처

좋은 책을 만나면 나는 마냥 좋다. 그러다 보면 의도치 않게 자연스레 책장수가 되고 만다. 이미 여러 글이나 SNS에서도 언급했지만, 이레서원의 '일상을 변화시키는 말씀'시리즈는 좋은 기획과 양질의 책으로써 칭찬받고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다.

이 시리즈는 성경 66권 중 한 권을 택하고, 분량이 그리 많지 않음에도 그 주제와 보아야 할 포인트를 잘 지적함으로써, 읽는 독자들에게 해당 성경에 대한 요지를 잘 나타내 준다.

특히 각 책에 붙이는 제목은 그 성경의 주제와 의미를 잘 나타내주는 탁월성을 보여준다. 종종 이런 제목들이 성경에서 보여주는 주제보다는 그 책을 주해한 저자의 의도성이 강하게 부각되어 성경이 가지고 있는 특징을 균형 있게 보여주지 못하는 면이 있는데, 이 시리즈는 그 유혹을 잘 뿌리치고 있다.

현재 네 권까지 출간된 이 시리즈 중 네 번째 책을 최근 접하게 됐다. 이번 책은 에스더를 다루고 있는데, 에스더는 상당히 드라마틱하고 반전의 재미를 보여주는 성경이다.

이 성경을 다룬 본서는 앞서도 이야기했듯 제목인 '무대 뒤에 계신 하나님'으로, 이 성경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어릴 적부터 성경을 읽어왔기에 에스더서만 해도 대학 시절까지 최소 십수 차례를 통독하고, 부분적이긴 하지만 여러 본문을 성경공부를 해왔음에도, 부끄럽지만 그때까지 에스더서에서 하나님이란 단어나 관련어가 한 번도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었다.

그러던 중 대학 시절 그 사실을 깨닫고 엄청난 임팩트와 깊은 감동을 받았다. 하나님이란 단어가 언급되지 않는다는 것에 놀랐다기보다, 에스더서 어디에도 하나님에 대해 이야기 하지 않음에도 모든 사건의 흐름을 보아도 하나님이 행하고 계심을 느낄 수 있었고, 에스더와 모르드개가 한 번도 하나님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고 기도에 대해 말하지 않지만 하나님을 철저히 의뢰하고 기도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아니 수도 없이 하나님이 이야기되고 하나님께 기도하고 있다고 읽는 이들이 착각하게 만든다.

불경스러운 비유일지 모르지만, 팀 버튼 감독이 굳이 등장하지 않더라도 그의 영화를 보면 팀 버튼이 연출했다고 영화를 좋아하는 이들은 그냥 알 수 있는 것과 같다. 사실 굳이 '팀 버튼'을 언급하고 '영화를 좋아하는 이들'이라는 표현을 쓴 것은, 지금 글을 쓰는 나의 다분히 의도적 선택이다. 이것은 영화를 좋아하는 이가 아니라면 팀 버튼에 대해 모르는 이들도 꽤 될 것이기 때문이다.

즉 영화를 좋아하는 정도가 되어야 팀 버튼의 연출과 스타일을 알 수 있듯, 에스더서는 결국 하나님의 주권과 행하심을 믿는 이들에게는 굳이 하나님이 직접적으로 개입하심이 언급되지 않더라도, 하나님이 에스더서 전반에서 강력하게 행하고 계심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에스더서의 강력한 매력이 있다.

또 이 시리즈의 네 번째 책인 '무대 뒤에 계신 하나님'이란 제목이 적절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마블 영화에 도장 찍듯 스탠리가 한 신씩 등장하고 알프레드 히치콕 영화에 히치콕이 카메오로 굳이 등장하지 않아도- 히치콕은 심지어 신문의 사진으로 카메오 출연한 적도 있다-, 감독이 누구이고 마블의 주인이 누구인지를 알 수 있다.

사실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이나 이삭과 야곱의 생애를 성경을 통해 살펴보면, 그들의 삶에 하나님이 직접적으로 등장하시고 말씀하시는 것이나 환상을 통해 나타나신 것은 몇 번 안 된다. 이것은 그들의 생애 수십 년 또는 십수 년에 한두 번 등장하신 것이 전부이고 적지 않은 신앙인물들은 그 혜택(?)을 누리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것은 우리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는 무대 전면에 등장하시는 하나님보다, 무대 뒤에 계셔서 역사하시고 우리를 도우시는 하나님을 만나는 것이 태반이다-오히려 그것을 느끼지 못하고 사는 영성이 문제다. 당장 내게 닥친 위기와 시련 속에서 또는 일상생활에서 하나님께서 가라 말라는 신호등을 직접적으로 보여주시는 경우는 드물다.

에스더처럼 원하지 않는 예비 왕후의 자리에 불려가고, 모르드개처럼 공을 세웠음에도 당장의 포상은커녕 칭찬 한 마디 못 듣고 모든 것이 끝나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많다.

그럴 때 우리는 낙심하고 지칠 수도 있다. 하나님은 침묵하시는 것 같고, 쓰나미가 당장이라도 나를 덮칠 것 같은 답답함과 두려움이 있을 수 있다. 그렇지만 에스더서는 무대 뒤에 역사하시는 하나님을 보여준다.

사실 성경은 그런 하나님을 자주 보여준다. 욥은 고난이 임했을 때 그 일에 대해 하나님께 들은 바가 없다. 다니엘은 많은 환상과 이적을 이야기하는 책이지만, 정작 다니엘 1장에서 포로로 끌려가는 이스라엘 민족의 사건은 "주께서 유다 왕 여호야김과 하나님의 전 그릇 얼마를 그의 손에 넘기시매(2절)..."라고 설명한다. 이스라엘 민족은 하나님의 허락하심을 알지 못하고 그저 나라가 패망하고 이방왕이 그들을 붙잡아갈 뿐이었다.

우리의 삶도 그러하다. 문제는 그런 속에서도 하나님을 만나느냐 하는 것이다. 우리가 굳이 내가 교회를 다닌다고 말하고 나는 그리스도인이라 말하는 것이 세상과 싸워나가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우리가 우리의 정체성을 입으로 증명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정체성의 부각은 하나님이 무대 뒤에 계셔서 역사하심을 우리를 통해 세상이 알아가느냐 하는 것이다.

무대 뒤에 계심은 침묵하시거나 부재하신다는 의미가 아니다. 모든 것을 주관하시고 다스리시는 연출가이고 각본가임을 말하는 것이다.

웨인 바크후이젠은 에스더의 이러한 특징을 그의 두껍지 않은 책을 통해 잘 드러낸다. 그리고 에스더의 각 핵심적인 내용뿐 아니라, 에스더를 읽다가 느낄 수 있는 가려움증과 의문에 대해서도 간략하지만 포인트를 잘 보여주고 긁어주어 시원케 한다.

이 시리즈는 다시 말하지만 이후에 나올 책들도 기대되게 한다. 그 맛을 이 책을 통해 느껴보시길....

문양호 목사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위원, 함께만들어가는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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