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렬 인터뷰
▲김충렬 교수. ⓒ크리스천투데이 DB
제61장 꿈의 해석 방법(3)

꿈의 해석은 사실상 치료 단계이기에, 분석가에게는 꿈의 해석을 위해 참고해야 할 요소들이 많다고 했다. 그 중에서도 분석심리학에서 꿈에 대해 논의되는 체계화된 이론과 환자의 꿈에 나타난 상징의 해석에서 분석가의 직관력이 활용된다. 동일한 상징을 두고서도 분석가의 해석과 선택, 그리고 직관력이 어떻게 작용하는가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기 때문이다.

1. 꿈-해석의 실제 요령

꿈-해석은 분석심리학에서 전제로 하는 것을 기초로 한다. 그러나 이런 전제 하에서도 개인의 임상경험에 따라 변형의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게 마련이다. 꿈이 판에 박은 듯 고정적일 수 없는 것처럼, 해석의 원리도 그렇지 않다. 이런 원리를 바탕으로 하되 임상의 경험을 통하여 또 하나의 꿈-해석의 요령을 제시한다면 다음과 같다.

1) 심리학적 유형과의 관계를 고려

꿈의 해석에서 환자의 심리학적 유형을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개인의 심리학적 유형은 꿈을 해석하는 일차적 단계이다. 물론 꿈은 개별적으로 다루는 것이 중요한 원칙이지만, 여러 경험을 통하여 개별적인 사례들이 가지는 공통점이나 차이점은 해석에 도움을 준다. 이런 심리학적 유형에는 일단 환자의 성격이 '외향적'인가 '내향적'인가를 단순히 구분한다. 이 구별은 분석자에게도 해당한다. 분석자와 환자가 서로 동일한 성격이면 진행은 그만큼 순조로울 수 있기 때문이다.

분석자가 외향적이고 환자도 외향적이면 같은 특성에 따라 이해가 쉽고 잘 화합 및 보조를 함께할 가능성이 높다. 그 반면에 서로 다른 경우, 즉 분석자가 내향적인데 환자가 외향적이라면 그 성격유형을 알지 못하여 이해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 따라서 꿈의 해석에 성격의 차이를 고려하는 것은 중요한 일차적 작업이다. 이러한 성격유형은 외향성이 다수의 견해나 사람들에 관심을 가지는 반면, 내향적인 사람은 외부적인 변화나 사회적 흐름에 별 관심이 없을 수도 있다.

그리고 이 성격 유형은 편견을 유발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외향적인 사람은 내향적인 것에는 잘못하면 건강치 못한 병적인 기분이나 느낌을 가질 수 있으며, 다른 한쪽에는 가치 있는 것이 또한 무가치한 것으로 여겨질 수 있다. 이로 인해 분석자와 환자 간에 서로 의견마찰이 일어날 수 있다. 어떤 사람은 내향적 성격유형을 자신에 관해 병적인 관심을 가진 사람으로 해석하는가 하면, 다른 이는 이 내향적 성격유형을 자신에 관한 성찰과 자기 자신에 관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자부심으로서 가치와 중요성을 가질 수도 있다.

2) 합리와 비합리의 성격유형을 구분

합리와 비합리의 문제는 생활습관이나 심리의 태도가 어느 정도 합리적인 측면이 있는가, 그렇지 않은가를 구분하는 것이다. 이를 테면 사고보다는 감각이나 직관에 더 치우치는 형태를 구분하는 것이다. 이런 성격을 구분하는 것도 분석하는 기술의 하나에 속하는 것이다. 합리적인 것에는 사고와 감정이, 비합리적인 것에는 감각과 직관이 해당한다. 이런 유형에 따라 같은 말이라도 다를 수 있다. 어느 누가 만일 "나는 그렇게 느낀다..."라고 말한다면, 그것은 단순한 사고인지 감정인지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대체로 그 유형은 이 구분에 도움을 주는 것이다.

합리와 비합리의 구분은 사고적인 유형인가 아닌가 하는 것이다. 합리적인 성격은 모든 것을 논리적으로 그리고 현실적으로 생각하는 심리적인 태도를 가졌다. 이런 유형은 분석에서 분석가의 말을 합리적으로 받아들이는 태도를 가졌다. 이런 경우는 상식에 어긋나는 점이 없기 때문에 분석가는 적절하게 대응하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필요 이상의 말을 하는 것은 이런 유형에게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기에, 신뢰만 감소하게 될 것이다. 반면 비합리적 유형은 논리적으로 또는 현실적으로 대응하기보다는 오히려 정서적 측면을 중요시하여 대응해야 함을 의미한다. 이런 유형은 분석가의 정감을 중요시하여 모든 것을 수용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분석자가 심리학적인 이론과 기술을 습득하는 것은 이런 때에 중요하다. 여러 경험의 바탕위에서 분석되는 심리적인 현실에 직면하여 자신이 갖춘 이론적인 지식과 경험이 활용된다. 그러나 일정한 체계를 가진 것처럼 과신할 수는 없다. 분석자의 이론과 기술을 가지고 환자의 전체적인 인간성을 대하기에는 불충분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4가지 기능유형은 대개 의지력, 환상, 기억, 도덕, 종교 등에 관한 것들에 주로 사용된다는 점에서다.

3) 분석가의 편견을 버리는 문제

분석가는 밝혀진 성격유형을 고려하되, 너무 그 유형에만 기대어도 안 된다고 전술했다. 이런 태도는 분석가의 편견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편견은 어느 경우에도 작용되기 쉬운데, 이는 분석자가 유념해야 할 사항이다. 때로 꿈을 해석하는 과정에서 분석자의 해석이 정확하지 않음으로 인해서 환자의 저항에 직면할 수도 있다. 이때에 분석가는 환자에 대해 경험의 우위성이나 위치의 우월성을 내세우는 태도를 삼가야 한다.

분석가는 환자에게 자신의 견해에 귀를 기울이고, 진지하게 받아들이기를 기대하는 수가 있는데, 이는 적어도 자신의 해석은 전문가의 권위에 의한 것이라는 생각이다. 그와 마찬가지로 환자 역시 그런 마음을 가질 수 있다. 환자는 전문가는 아니지만 나름대로 경험이 있고, 자기의 삶의 방식에 따른 일정한 형식을 갖고 있다는 생각이다.

그러기에 분석가는 환자의 치료에 우선하는 태도를 가지는 것이 중요하며 이론이 맞는지 틀리는지 보다 환자의 정보를 파악하는 일에 우선을 두어야 한다. 환자의 심리에 정확한 정보를 얻으려면 분석자는 환자의 정신 및 심리적인 통찰을 기울여야 한다. 환자의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중심하는 것이 중요하다. 분석에 있어서 분석가의 이론적 기대가 충족되는 것보다도 환자를 이해하는 것이 더 중요한 것이다.

4) 주관적 및 객관적 측면의 구분

꿈이란 대개 꿈꾸는 자가 그 전날에 본 것, 생각한 것, 느낀 것, 기분이나 인상 등의 정서적인 것과 관련된다. 이것이 과거에 대한 것일 수도 있고 현재와 미래에 관계되는 수도 있다. 더 나아가서 주로 자기 개인적인 측면인지, 아니면 객관적인 측면에 관계된 것이기에 주관적인 것과 객관적인 것의 구분은 때로 해석의 태도를 결정하게 만든다.

주관적인 것이라면 개인적인 심리 및 정신에 관련된 현실이어서 개인의 상황과 상징을 고려하며 해석하게 된다. 이는 곧 환자를 위한 내면적 자료이다. 그 반면에 객관적인 것이라면 개인의 꿈속에 등장하는 상들을 상징적으로 보다는 외부적인 현실과 주변의 인물들을 연관시킨다. 대체로 현실과 동일한 경우도 나타날 수 있다. 만약 어떤 하인이 험악한 주인의 꿈을 꾸었다면, 현실 그대로의 반영일 수 있다. 강압적인 성격에 눌러 편안하지 못한 주인이 나타난 것이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에는 꿈꾸는 본인의 심리적인 연관성이 있어서 발현된 것이다. 그 반면에 개인적인 경우와의 관련은 이성의 경우라면, 아니마 또는 아니무스의 원형과 관련되는지를 본다. 여성 환자의 꿈에 나타난 남자친구의 예는 다른 남자이기보다는 자신의 남성성의 인격화를 보여주는 예가 되는 것이다.

꿈은 여자로 하여금 자신 속에 있는 남성상을 드러내어 인식시키고 받아들이도록 하는데 목적이 있다. 대체로 여성의 유약함을 보이는 그 때에 나타날 수 있는 상(像)이다. 히스테리가 강한 여성에게 흔히 나타날 수 있는 예가 이를 입증한다. 물론 개인적인 측면에는 보상적인 측면이 고려되는 형태도 흔하다. 어떤 사람의 꿈에 위대한 정치가를 만나 악수하였다거나 함께하였다면 일종의 열등의식이 강한 사람에게 보상적 차원으로 나타난 것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5) 개인 및 집단무의식을 구분

환자의 꿈이 무의식과 관련된 것으로 드러나면 개인적 무의식, 즉 콤플렉스와 관련을 살핀다. 이 방법은 꿈 해석의 상당한 기술을 요하는 부분이다. 개인적인 측면은 개인이 지니고 있는 갈등과 심리적 현실이 생활과 작용되는 것들이다. 그 반면에 집단적 무의식이라면 어떤 원형과 관계된 것이다. 더 본질적이고 보편적인 인격문제로서 무의식의 통합성이 고려되는 단계이다. 환자의 인격에 어디에 문제가 나타나는지의 문제는 바로 치료를 위한 원인이며 방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융은 집단무의식에 앞서서 개인무의식을 먼저 밝히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그것은 해석에 용이한 방법적인 문제 때문이며 반드시 그래야만 하는 것이 아니다. 집단무의식에 대해서는 그 원리에 따라 구분하는 신중성이 요구됨은 물론이다.

2. 꿈-구조의 이해와 직관의 활용

꿈을 해석하는 요령과 원리를 기술하고 있다. 앞의 기술과 이어서 여기서도 연속해서 꿈을 해석하는 요령을 기술하고자 한다.

1) 꿈-구조의 이해

꿈이란 어떤 구조를 가지고 있는지를 살핀다. 여기에는 일반적인 구조와 비교적 특수한 구조가 있다. 일반적인 꿈의 구조로는 드라마구조이다. 단순히 스쳐 지나가는 정도가 아니라 일련의 구조적 틀을 가지고 나타난다. 융은 대개 꿈이 일종의 드라마처럼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드라마 같은 구조란 기, 승, 전, 결의 구조이다. 먼저 장소나 시간, 등장인물의 설정이 있고, 그 다음은 문제를 제시하며, 갈등, 분규가 절정에 이르는 단계에서 마지막으로 문제의 해결로서의 결론이다.

꿈의 구조는 일정한 형식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그리고 단순구조나 복합구조도 있다. 한 번에 그치는 꿈이 있는가 하면 연속적으로 일련의 주제를 중심으로 연속 및 연결되는 꿈이 있다. 이 때문에 꿈의 확충(擴充, amplification)이 필요하다. 이 확충법은 하나의 주제나 모티브를 중심으로 개인적, 집단적 특성들의 연상을 집합하는 형태를 취한다.

그러나 확충법은 연상작용과는 구분되어야 한다. 확충법은 한 주제를 중심하여 확대되어 나가는 것으로 자유연상과는 다른 것이다. 융은 자유연상이 자주 핵심을 흐려가는 현상 때문에 하나를 중심으로 확충해가는 방법에 착안하여 이 확충법을 고안하였다. 이는 환자의 한 주제를 중심으로 연결되어 연속되는 꿈이다.

이 확충은 그 분량을 어느 정도 할 수 있는지 한계를 정하기도 쉽지 않다. 대개는 분석자의 생각에 꿈의 내용이 거의 밝혀졌다고 판단되면 중단해도 무방하다. 원형에 대한 꿈 하나만 해도 수없이 많은 것이 관련될 수 있다. 신화나 민담 그리고 분석자가 아는 한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 이해하는 자세가 요구된다.

확충의 반대로는 귀류법으로 꿈이 하나의 목적을 위해서 계속되는 경우이다. 귀류법은 일련의 연속성을 가진다는 점에서는 확충법과 같으나 귀류적인 꿈은 통합적인 것보다는 나선형으로 하나를 향해서 나아가는 형태에서 다르다. 매우 움직이는 동적인 성향을 가는 이 꿈은 단일한 꿈에서는 보기 어려운 형식을 갖는다. 목적과 의미를 밝히려는 의도성이 드러나는 형태로 없어지지 않는 에너지와 같다. 상호 연결되어 있으면서도 일정한 화합형태를 취하지 않는다. 마치 에너지 보존의 원리와도 같은 것이다. 이 귀류(歸流)적인 꿈은 목적을 위한 직접적인 경고를 위한 것으로 잘못 되어도 다시 수정되는 방법을 통하여 제시되곤 한다.

2) 분석자의 지성과 경험의 활용

꿈의 해석은 분석자의 지성을 필요로 한다. 환자에 대한 연구, 그의 개성, 인생관, 가족 및 가정생활, 사회생활 및 종교생활 등을 연구한다. 환자를 이해하는 정보가 많을수록 이해하는 폭과 해석의 준비는 갖추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것들은 지성을 동원하여 신중하게 사용할 필요가 있다. 어떤 기계적인 꿈이 아니기에 합당한 열쇠를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분석자가 환자를 심정적으로 동의하고 이해하는 부분이 많으면 많을수록 쉬운 것은 사실이다.

환자가 꾼 꿈의 상징들도 그를 전반적으로 이해하는 폭이 넓으면, 그 전체성에 연관시켜 해석이 용이해진다. 때로 환자의 문화적 배경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이를 연구해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기독교인이 불교인을 환자로 접한다거나 그 반대의 경우를 생각해 보라. 환자를 이해하기 위한 공부를 하는 것은 분석자의 올바른 자세이다.

융이 그렇게 박식한 지식을 소유하게 된 배경에는 각기 다른 환자를 대하면서 모르는 바를 공부하였다고 술회하는 바는 분석자에게 시사해주는 바가 크다. 분석자의 지성과 경험은 일반적인 분석 형태만을 다루는 것으로는 발전이 있을 수 없다. 분석자의 노련한 경험은 이러한 인식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에 놓여 있다.

3) 상상력과 직관의 사용

꿈을 해석하는 데는 분석가의 직관(直觀)이 필요하다. 직관이 갖는 양면성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좋게 얻은 직관은 확신에 넘치는 것이기는 하나 다른 한편으로는 매우 위험한 측면이 없는 것은 아니다. 자칫 자기편하게 해석하는 아전인수(我田引水)격으로 해석할 오류가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심화되면 분석자와 환자가 같은 꿈을 꾼 것으로 착각하는 상황도 발생되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직관은 조심해야 할 특성 중 하나이지만, 직관을 통해서 문제의 핵심을 도저히 알 수 없는 것을 예감하는 결과도 있다. 그 때문에 세계의 위대한 원리의 발견은 직관에서 이루어지는 수가 있다고까지 한다. 문학가나 예술가만 직관을 활용하는 것만은 아니다. 고도의 논리성을 필요로 하는 과학에서도 그 합리적인 지성을 역할을 보완하는 방법이나 법칙의 발견에 이를 활용하였다. 응용과학 중에서 가장 엄밀성을 자랑한다는 물리학조차도 무의식의 작용에 의한 직관에 놀라울 정도로 의존한다는 점이다.

분석가는 꿈-해석을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할 것이다. 현대적인 관점의 홍수는 정신의 합리성을 더욱 강조하는 현상이다. 이에 따라 정신에 관한 박식한 연구를 필요로 한다. 특별히 무의식에 관한 지식은 긴요하다. 인간본성이나 성격에 관한 특성들- 빛과 어둠, 아름다움과 추함, 선과 악, 심원함과 우둔함 등에 잘 이해하는 태도가 요구된다.

인간의 영혼을 연구하는 분석자는 심리 및 정신의 특성, 세상의 환경과 사회구조에서 발휘되는 그 특성들을 부단히 연구해야 할 과제이다. 이러한 연구는 집단적인 측면만 아니라 개인적인 측면에서 방대한 작업임에 틀림없지만, 쉬지 않고 계속해 나아가야 한다. 분석자가 갖는 사명감이 이것이기 때문이다.

3. 정리

지금까지 우리는 꿈의 해석에 대하여 기술했다. 꿈의 해석은 흥미로운 일이지만 그 해석에는 어려움이 따른다고 했다. 다양한 꿈을 정확하게 해석하기라 쉽지 않기 때문이다. 동일한 꿈이라도 개인에 따라 다르고, 상징이 반드시 고정된 특성을 갖고 있지도 않지만, 어떤 형태로든 꿈은 해석되어야 했다.

이러한 꿈의 해석은 사실상 치료의 단계에 해당한다. 꿈의 해석을 위해서는 고려되어야 할 요소들이 많은데, 이제껏 꿈에 대한 이론들이 이 해석에 적용됨은 물론이었다. 꿈 해석에 대한 사례도 여러 이론들을 논의 및 기술하는 과정에서 상당히 제시되었다. 그런 이유로 우리는 다만 그 이론을 바탕으로 꿈의 해석에 유의해야 할 점들을 고찰하여 제시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