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세 조기 은퇴가 위법?’ 쇠사슬로 막힌 교회 예배당

이대웅 기자 입력 : 2018.02.28 19:14

예배방해로 가처분 제기한 이들이 교회 입구 막고 ‘예배 방해’

덕천교회
▲쇠사슬로 입구를 봉쇄당해 예배당에 들어가지 못한 성도들이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은 한 장의 질의서 때문이었다.

부산 덕천교회(담임 김경년 목사)는 분쟁 중이다. 이전에도 한 차례 홍역을 치른 적 있는 교회 성도들은 소위 지도자들의 잇따른 전횡에 교회를 떠나고 있고, 청년예배를 없애자 청년들은 갈 곳을 잃고 방황한다. 27세 이상 미혼 청년들은 자괴감에 빠져 있다.

절박한 마음으로 교회에서 시위를 벌여야 했던 청년들에게는 예배방해죄라는 명목으로 담임목사와 장로 8인이 연합하여 가처분을 제기했다. 교육위원장과 음악위원장 장로 2인은 해임당했고, 대표기도도 할 수 없도록 했다. 공예배 장로·권사·안수집사의 대표기도자가 사전 통보도 없이 바뀌고 있다.

더구나 예배방해죄로 가처분을 제기했던 이들이, 이제는 교회 입구를 쇠사슬로 봉쇄하고 성도들의 출입을 막고 있다. 소위 '덕천교회 지킴이'들은 최종 판결도 나지 않은 이들을 출교 등의 이유로 교회당 출입을 막고 있으며, 선별적으로 성도들을 들여보내고 있다. 누가 예배방해죄를 짓고 있는지 헷갈리는 형국이다.

덕천교회 박재호 장로를 비롯한 당회 측은 현재 제직회와 공동의회도 없이 각종 예산을 집행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지적이 계속되자 다음 주일인 3월 4일 공동의회와 제직회를 공고하고, 그 사전작업으로 25일 대부분 그들 입장에 동조하는 서리집사 200여명만 임명했다. 나머지는 출입을 막겠다는 것. 뿐만 아니라 돌연 총회 임원을 강사로 하는 부흥회를 예고했다. 이는 총회 재판에 영향력을 미치려는 의도가 아닌가 하는 추측이 나온다.

◈자필서명에 의한 장로 조기은퇴 결의가 총회법 위반?

이 모든 '난리와 난리 소문'은 박모 집사가 작성한 한 장의 질의서로 비롯됐다. 2017년 4월 30일 박 집사는 돌연 당회에 질의서를 제기한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모법(총회헌법, 상위법)과 지 교회 당회결의가 충돌할 때 모법(총회헌법)이 우선입니까? 당회결의가 우선입니까?

2. 모법(총회헌법)에 없는 조항을 당회결의만으로 제정하여 시행함은 위법입니까? 아닙니까?

3. 당회 결의만으로 은퇴연령을 당시 담임목사는 총회법대로 70세로 나머지 항존직(장로, 안수집사, 권사)의 은퇴연령을 65세로 정하여 8년 전부터 당사자 본인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계속 은퇴를 실행한다면 당회결의를 우선해야 합니까? 아니면 모법(총회헌법)을 우선해야 합니까?

4. 만약 위법이라고 하면 그 동안 조기은퇴했던, 70세가 되지 않는 항존직(장로, 안수집사, 권사)은 복귀해야 합니까?


덕천교회는 현재 재직중인 장로들을 포함해 지난 2009년 11월 정책당회에서 13명의 당회원 전원이 자의로 '항존직은 65세에 조기은퇴하기로' 결의, 2017년 질의서 사건 당시까지 이견 없이 스스로 약속을 준수해 조기은퇴가 시행되고 있었다.

당회에서는 2017년 5월 14일, 임시당회를 열어 '항존직 65세 조기 은퇴를 계속 준수하기로 한다'는 내용을 재차 결의하고 박 집사에게 통보했다. 그러나 박 집사는 다시 당회의 이러한 입장문을 첨부한 질의서를 노회로 발송했다.

당회 측의 결의에도 불구하고, 서리집사가 당회의 결의를 첨부해 노회로 질의서를 접수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사실 당회의 거부에도 노회에 질의할 수 있다는 절차를 아는 이조차 거의 없다.

그러나 노회에서는 총회에 헌법해석을 문의했고, 총회 측은 6월 8일 헌법위원장 명의의 '헌법해석 통보'를 발송한다. 그 답변은 다음과 같다.

질의 1에 대하여: 헌법시행규정 제1장(총칙) 제3조(적용범위) 제2항에 의거 총회 헌법이 우선이다.

 

질의 2에 대하여: 2009년 11월 당회 결의사항(항존직 65세 시무 종료)은 헌법시행규정 제1장(총칙) 제3조(적용범위) 제2항[상위법규(총회헌법)에 위배되면 무효)]에 의거 위법이며 무효이다.

질의 3에 대하여: 헌법 정치 제4장(교회의 직원) 제22조(항존직), 헌법시행규정 제1장(총칙) 제3조(적용범위) 제2항에 의거 총회헌법이 우선이다.

질의 4에 대하여 현재 심의 중이며 추후 통보 예정

※ 질의 4는 7월 13일 '재판판결에 의한 사직이 아니고, 헌법시행규칙 제15조 제1항에 의해 자의 사직한 것도 아니고, 다만 위법한 결정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절차 필요 없이 바로(즉시) 복귀할 수 있다'고 답변했다.


덕천교회 당회는 총회에서 질의서에 대한 답변이 도착하자마자, '법대로' 조기 은퇴 결의를 취소하고 '70세'로 은퇴 연령을 환원시켰다.

덕천교회
▲쇠사슬로 묶인 예배당 입구.
◈헌법에도 '조기 은퇴' 해석 가능한 단서 조항 존재

총회의 답변에 따르면, 해당 질의는 한 마디로 총회 헌법위원회에서 '법대로'라는 판정을 받은 것이다. 그러나 이 질의의 문제점은 3번 질의 '당사자 본인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계속 은퇴를 실행한다면'이라는 문구에 있다. 덕천교회 당회가 지난 2009년 '항존직은 65세에 조기은퇴할 것'을 결의할 때는, 모두 찬성하고 자필 서명까지 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총회헌법도 22조 2항에서 '단, 항존직에 있는 자가 사정에 의하여 70세가 되기 전에 은퇴를 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소속 치리회의 허락을 받아 은퇴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70세'는 마지노선일 뿐, 그 이전에 조기 은퇴에 대해서는 가능한 것.

총회 헌법위원회도 65세 조기은퇴 관련 질의에 대해 이미 제91회기(2006-2007년)에 '항존직은 장로, 집사, 권사이며 그 시무는 70세가 되는 해 연말까지로 한다'고 기존 헌법을 확인하면서도, '문제가 없을 때에 해 교회 당회의 규약 등이 유효하다'고 해석했다. 조기 은퇴가 헌법 위반은 아니라는 것이다.

더구나 예장 통합뿐 아니라 한국교회 목회자와 장로들의 '조기 은퇴'는 더 이상 '뉴스'가 아닐 정도로 그 사례가 적지 않다. 특히 '조기 은퇴'는 대부분 목회자와 교회 당회의 모범적 사례로 거론되지, 총회법 위반 사례로 문제가 불거진 적은 한 번도 없다.

실제로 최근 65세에 물러난 영락교회 이철신 담임목사를 비롯해, 정주채 목사(향상교회), 주서택 목사(청주주님의교회), 이철 목사(남서울교회), 이동원 목사(지구촌교회), 故 옥한흠 목사(사랑의교회) 등이 조기 은퇴로 교계에 귀감을 줬다. 덕천교회는 10여년 전인 지난 2009년 앞선 제도를 자발적으로 결의해 놓고도, 이를 스스로 걷어찬 셈이다.

◈자필서명 동참 장로 3인 65세 은퇴 앞두고 사건 터져

2009년 당시 시무했던 덕천교회 장로 13명은 이후 아무도 당회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차례로 은퇴했다. 심지어 65세 이전에 은퇴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자필서명한 3인이 남은 지난해, 해당 사건이 일어나면서 남은 3인은 여전히 장로로 시무하고 있다. 이들 중 1인은 당초 결의대로면 올해 은퇴하는 수석장로, 1인은 지난해 은퇴했어야 하는 차석장로와 다른 장로이다.

'은퇴 연령 70세 연장'에 반대한 장로 2인은 나머지 장로들에 의해 무차별 고소를 당했고, 이 사건 이후 사실상 당회에서 '왕따' 취급을 당하며 교육·음악 위원장에서 일방적으로 해임당한 뒤 당회 소집 연락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는 총회 헌법상의 소집 절차를 어긴 것으로 덕천교회 당회는 계속해서 불법 당회를 열어 각종 안건을 처리하고 있는 형국이다.

교회의 '허리'인 안수집사들 대부분도 지난해 일방적인 당회의 결정에 항의하고 나섰다. 이들은 "공동의회를 열어 교인들 의사를 물어달라"고 요구했지만, 당회 측은 "2009년 결의 당시에도 당회 결의만으로 했으니, 번복도 당회 결의만으로 충분하다"며 이를 일축하고 있다.

덕천교회 당회 측은 지난해 7월 제직회에서 이 안건으로 공동의회 개최를 요구했으나 이행하지 않았고, 문제가 불거진 이후 공동의회를 한 차례도 열지 않았다. 2018년 예산 역시 공동의회 없이 집행하고 있다.

◈"젊은 두 장로 때문에 질의서 보낸 것"

본지는 최초 질의서를 제출한 박모 집사에게 '자필 서명한 조기 은퇴가 정말 본인의 의사와 반한 것이었나'를 물었다. 이에 박 집사는 "이미 그렇게 결정이 돼 버렸기 때문에,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은퇴를 하고 있지 않느냐"며 "자필서명을 했든 안 했든, 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통령 선서를 했어도 헌법재판소에서 탄핵결정을 내리면 직임에서 물러나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그는 질의서 제출에 대해 "저는 분명히 노회 재판에서든 어디서든 (은퇴 연령 환원에 반대한) 두 장로 때문이라고 분명히 밝혔다"며 "그 장로들이 신성한 당회에서 선배 장로들을 무시하거나 질서를 지키지 않고, 목사님을 괴롭혀서 목사님이 우셨다는 이야기까지 들었는데, 어떻게 가만히 있겠느냐"고 말했다.

박 집사는 "늦게 신앙생활을 하면서 기독교의 절대성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데, 아직 수련도 안 된 장로 2인이 97% 찬성으로 위임받은 우리 목사님에 대해 뭐가 그리 불평불만이 많아서 저리 괴롭혀서 목회를 그만두시겠다고까지 하느냐"며 "그래서 장로 임직이 얼마 되지 않아 아직 직분에 익숙하지 않은 젊은 장로들을 선배 장로님들이 훈련도 시키고 돌봐주시고 나가시라는 마음에서 임기를 연장하려 했던 것"이라고 했다.

'결과적으로 교회가 더 시끄러워졌다'는 질문에는 "헌법을 지키라고 하면 지키면 되는 것인데, 못 지키겠다고 하는 두 장로가 문제 아니냐"며 "100% 두 장로의 책임이지, 헌법소원을 제기한 것 자체에 무슨 잘못이 있느냐"고 항변했다.

◈법정에서 밝혀지고 있는 진실

박 집사가 지목한 두 장로는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먼저 '본인 의사와 상관없는 은퇴'라는 지적에 이들은 "조기은퇴 결정이 강압이나 불시에 일방적으로 한 것이 아님은 이미 은퇴하신 장로님들의 증언을 잘 알 수 있고, 남아있는 장로 3인 중 1인도 당회 도중 '자의적으로 서명했다'고 말했다"고 반박했다.

'두 장로 때문'이라는 박 집사의 말에 대해선 "박 집사는 사태 초기 두장로를 만나 교회가 총회 헌법(70세 은퇴조항)을 어겨 자신이 오직 혼자 이 위법사항을 바로 잡고자 한 일이라고 했는데, 인터뷰에서 입장이 바뀐것 같다"고 했다. 또 "질의서 발송 당시, 박 집사가 어떻게 두 장로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 있었을까? 당회 상황을 누군가 알려줬다는 합리적 의심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저희는 (정년 70세 연장을) 못 지키겠다고 한 적이 없고, 공동의회 등 정당한 절차에 따르자고 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현재 청년들에 대한 예배방해 가처분의 최대 쟁점이 바로 이 '65세 조기 은퇴와 번복'이다. 가처분을 제기한 장로들은 그러나 2009년 '65세 조기 은퇴' 당시 자필 서명이 있는 당회록 공개를 거부하거나 자필 서명이 없는 당회록을 냈다가, 법원의 계속된 요구로 결국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피고 측이 악의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이유를 댔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들이 제출한 서류에는 자필 서명 위에 적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던 '자필 서명의 이유'가 나와 있지 않아, 진본 여부에 대한 의혹도 나오고 있다. 이에 피고 측은 재판부에 '원본 제출 요청'을 해놓은 상태다. 법원에 조작된 서류를 냈을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청구인들은 재판부를 향해 "판사님은 교회법도 잘 모르면서..." 같은 막말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덕천교회 당회의 계속된 전횡에 제동을 걸고 나선 성도들은 최근 김경년 목사의 청빙 당시 이력서 허위기재 사실에 대해 부산남노회에 고소장을 제출한 상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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