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렬 인터뷰
▲김충렬 교수. ⓒ크리스천투데이 DB
제60장 꿈의 해석 방법(2)

꿈은 하나의 독립된 것으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동일한 주제를 갖고 연속적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런 다양한 꿈을 해석하기 위해서 분석가는 여간 고심하게 되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은 꿈을 해석하는 분석가의 태도, 그리고 꿈이 그만큼 다양하다는 성격도 있지만, 꿈을 해석함에 있어서 참고해야만 되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객체적인 정신의 내용을 분석하고 해석하는 데 있어서는 그것이 연역적인 방식을 취할 수 있게 해주는 보편타당한 꿈 이론을 아직 지니고 있지 않기 때문에 분석가가 선입견을 버려야 하는 것이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서 우리는 분석심리학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꿈-해석의 원리를 기술하고자 한다.

1. 최초의 꿈 해석

분석가는 연역적 결론을 이끌어낼 수 있을 만큼 의식에 관한 보편적인 이론도 갖고 있지 못했기에 주체적인 정신, 즉 의식의 표출은 부분적으로만 예측할 수 있게 된다. 이것은 복합적인 의식반응 또는 의식작용이 거의 자의성과 우연성을 고려해야만 한다는 것이기도 하다. 다시 말하면 무의식의 표출은 의식의 표출만큼이나 다양한 관찰방식에 의존해야 함을 의미하는 것이다.

물론 꿈-해석은 일정한 원리가 있지만, 분석가의 지식이나 견해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사실이다. 이런 점에서 융은 분석가가 직관력을 소유하는 것을 강조했을 것이다. 분석가가 직관력을 소유하면 그만큼 꿈을 해석하는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최초의 꿈(initial dream)은 분석에서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최초의 꿈은 분석이 앞으로 어떻게 진행되며, 어떤 결과를 이룰 것인지에 대해서도 말해주기 때문이다. 분석의 경험에 의하면 꿈을 전혀 꾸지 않는다고 하는 사람이라도 신기하게도 꿈을 가져오는 경우가 많다. 이들이 처음으로 가져오는 꿈이 바로 최초의 꿈인 것이다.

첫 면담을 하고 나서 환자는 분석을 받기로 했다. 그러면서 이제 꿈을 적어오라고 했더니 자기는 꿈을 꾸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때 분석가는 이제부터 꿈을 꾸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거짓말처럼 꿈을 가져왔다. 그녀가 가져온 꿈이 그야말로 '최초의 꿈'이라는 것인데 이는 다음과 같은 것이다.

"새로운 집에 이사를 갔다. 집은 조용한 풀밭을 지나서 잘 꾸며져 있었다. 그런데 주방은 이상하게도 반쯤의 지하에 잘 꾸며져 있다. 주방은 모든 것을 갖추어져 있어 내가 원하는 주방이었고, 나는 오래도록 이런 주방을 가져보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래서 무척이나 주방이 맘에 들었다. 그런데 주방이 넓고 모든 것을 갖추어서 좋기는 했지만, 약간 지하 같은 곳으로 내려가야 한다는 것에서는 특별한 점이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불편감이 있다고 생각했다."

이 꿈은 말 그대로 첫 꿈이다. 첫 꿈은 분석의 과정과 결말을 보여주거나 제시해주는 것과 같다. 그녀의 분석은 순조롭게 진행될 것을 암시한다. 새로운 집으로 이사를 한 것과 자신이 원하던 주방을 갖게 된 것이 그것을 말해준다. 이런 점에 대하여 분석을 받는 그녀도 분석이 잘 진행될 것 같다는 확신이 든다고 말하기도 했다. 더욱이 그녀는 자신이 꿈을 잘 꾸지 않는데 이상하게 꿈을 선명하게 꾸었다는 점에서 약간 흥분하기도 했다.

새로운 집으로 이사를 한 것도 심리적인 변화를 암시한 것이다. 그것도 조용한 풀밭을 지나서 있는 집이라는 점에서 아파트가 아닌 단독주택으로 생각되는 곳이다. 사람은 누구나 조용하고 안락한 곳에서 편안하게 살고 싶어 하는 꿈을 갖고 있다. 이것은 그녀의 심리가 좋은 방향으로 전환되어갈 것을 암시하는 것이다. 그것은 집이 더 좋은 집으로 옮긴 것은 심리적인 변화가 좋은 방향으로 되어갈 것을 보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주방이 매우 넓으면서 모든 것을 갖추어진 상태라는 것은 심리적인 상태가 좋은 방향으로 변화될 것을 암시한다. 주방은 가정생활에서 여성에게는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음식을 도맡아 하는 여성은 주방이 맘에 들어야 즐거운 마음으로 가족을 위해 음식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것은 그녀의 마음이 원하는 쪽으로 잘 정리되거나 변화되어갈 것을 암시하는 것이다. 다만 여기서 주방이 약간 아래쪽으로 내려가는 것이 문제였다. 약간 아래로 내려가는 것은 공간적으로 무의식으로 내려가는 것을 의미한다. 이제 그녀는 자신의 무의식을 불편하더라도 그것을 감수하면서 내려가야 하는 수고를 감당해야 한다. 이것은 그녀가 새로운 집에서 자신이 원하는 주방을 갖고 마음껏 생활하기 위해서 감당해야 할 전제조건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녀에게 분석을 받는 과정을 통해서 이루어진다는 것을 암시한다는 점에서 전체적인 분석과정과 결말이 상당히 긍정적인 것으로 진행된다는 것을 짐작하게 된다.

2. 개성화와 관련된 꿈의 해석

꿈에 나타난 개성화 과정의 상징이란 꿈에 등장하는 원형적 성질의 상들을 말한다. 그것은 집중화 과정, 또는 하나의 새로운 인격의 중심형성을 묘사하기 때문이다. 원형은 인격에서 바탕이 되는 성격으로서 거의 무의식적인 특성과 관련되는 것들의 인식이나 표현, 그리고 변형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러한 과정에서 나타나는 꿈이나 꿈의 상은 대개 환자의 존재에 관련된 것으로 일종의 자기 존재에 대한 인식이거나 존재가 변화되는 과정을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는 융이 어느 환자의 개성화와 관련되는 꿈을 해석한 몇 개의 예를 들어 해석하는 원리를 익히기로 한다.

1) 낯선 모자의 꿈

"꿈꾼 사람은 어떤 모임 안에 있다. 작별을 하면서 그는 자기의 모자 대신 낯선 모자를 쓴다."

모자는 머리를 가리는 것으로, 대개 머리를 차지하는 의미를 갖는다. 모자는 일종의 상우 표상과도 같이 전체인격을 감싸고 있으며, 그 인격에 자체의 의미를 전해준다. 대관식은 지배자에게 태양의 신성한 성격을 부여해주고, 박사 학위 모자는 지성인의 품위를 부여하며, 또 낯선 모자는 낯선 성격을 부여한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이 꿈은 새로운 무의식의 출현을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2) 열차에서 보는 시야의 꿈

"그는 열차에 올라타 창문 앞을 넓게 차지하고 서서 동승자들의 시야를 가로막는다. 그는 그들의 시야를 터주어야 한다."

이 꿈은 개성화의 과정이 진행되기 시작한 꿈이다. 꿈꾼 사람은 자신이 뒤에서 있는 자, 즉 그의 인격의 무의식적 요소에 빛을 차단하고 있음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그는 뒤쪽에 눈을 갖고 있지 않기에 '뒤쪽'은 보이지 않는 영역, 즉 무의식의 영역이다. 꿈꾼 사람이 창문, 즉 의식을 향한 길을 열어 놓을 때 무의식적인 내용은 의식이 될 것이다.

3) 바다에서의 꿈

"해변에서 바다는 모든 것을 삼키며 육지로 들이닥친다. 그런 후 그는 외딴 섬에 앉아 있다."

이 꿈은 잠들 무렵의 시각적인 인상이 두드러진다. 바다는 반짝거리는 수면 아래에 알 수 없는 심연을 숨기고 있기 때문에 집단적 무의식의 상징이 된다. 그의 배후에 있는 것, 즉 그림자와 같은 무의식의 화신(化身)은 호수와도 같이 의식의 견고한 대지 속으로 침입해 들어왔다. 그러한 침입은 그에게 섬뜩한 느낌을 주는데, 불합리하고 이해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가 외딴 섬에 있다는 사실은 대인 접촉에서 문제가 있음을 시사한다. 이런 것은 때로 광야의 방랑자, 항해자, 성인들이 겪는 고독의 환상이나 환각과 비슷한 것이 생기는 수도 있다.

4) 여자 형상의 꿈

그는 수많은 여자 형상에 에워싸여 있다. 그의 내면의 목소리가 말한다. "먼저 나는 아버지를 떠나야 한다."

이것은 아버지가 그의 길을 가로막고 있는 꿈이다. 환각적 요소는 생각이 큰 소리로 이야기되는 가운데 인식되기도 하는데, "먼저 나는 아버지를 떠나야 한다"는 말은 "다음에는 무의식, 즉 여자들의 유혹에 따를 수 있다"가 될 것이다. 종교와 일반적인 세계관에서 나타나는 것처럼 전통 정신의 대변자인 아버지가 그의 길을 가로막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아버지는 꿈꾼 사람의 의식과 그것의 가치를 구속한다는 점에서다.

지성주의와 합리주의로 이루어진 전통적인 남성의 세계는 장애물로 비추어지기에 그에게 다가오는 무의식은 의식의 성향과 심각하게 대립하게 되는데, 그러한 대립에도 불구하고 꿈꾼 사람은 이미 무의식 쪽으로 훨씬 기울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5) 한 마리 뱀의 꿈

"한 마리의 뱀이 꿈꾼 사람의 주변을 돌며 원을 그리고 있다. 꿈꾼 사람은 나무처럼 바닥에 밀착된 채 서 있다."

이것은 상당히 식가적인 인상을 주는 꿈이다. 한 마리의 뱀이 원을 그리는 것은 일종의 마술적인 수단과도 같은 것이다. 이는 그가 외부에서 오는 위협적인 '영혼의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모습이다. 그리고 꿈꾼 사람이 한 가운데에 뿌리박힌 채 서 있는 것은 무의식으로부터 도망가려는, 거의 극복하기 힘든 충동의 보상작용이다.

이러한 환상을 본 후 그는 편안한 안도의 감정을 느낀다. 그것은 그가 무의식을 체험할 수 있게 될 금기구역을 만들어낼 수 있었기 때문에 그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로 인해 그는 전에는 무시무시했던 고립 사태가 이제는 의도적인 되고, 목적이 있어 공포스러운 성격을 벗게 되는 꿈이다.

6) 베일에 싸인 한 여자 형상의 꿈

"베일에 싸인 한 여자 형상이 계단 위에 앉아 있다."

이것은 다섯 번째에 직접 이어지는 꿈이다. 여기서 한 여자는 그의 여성성을 지칭하는 아니마를 가리키는 것으로 미지의 여자 모티프가 처음으로 등장한 것이다. 더욱이 그것은 아에서의 불확실한 수많은 여자 형상들과 마찬가지(꿈 4)로 되살아난 정신적 분위기가 인격화된 것이다. 인격화란 언제나 무의식의 자율적인 활동을 의미한다. 한 개인 인물이 등장하면 그것은 무의식이 활동하기 시작한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인물들의 행위는 거의 대부분 예시적인 특성을 지니게 되는데, 이는 꿈꾼 사람이 나중에 스스로 행할 행위가 선취되는 것이다. 특히 계단이나 사다리는 상승이나 승화를 의미하는 것으로 심리적인 변화과정과 급격한 고양이나 향상을 의미한다.

7) 베일에 싸인 여자의 얼굴

"베일에 싸인 여자가 얼굴을 드러낸다. 그것은 태양처럼 빛이 난다."

이것은 아니마의 '태양화'가 완성되는 꿈이다. 이 과정은 '조명(illumination)', 즉 규명에 해당한다. 이제 신비적 표상은 오로지 지적인 깨우침만을 이해와 통찰의 최고 형태로서 알고 있는 의식의 합리주의적인 입장과 극단적으로 대립한다. 현재 의식과 연결되기 위해서는 아득한 과거에서 연원하는 집단적 정신을 아는 데는 충분치 못하다는 사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으므로 합리적인 설명보다도 훨씬 더 조명의 특성을 띤 무의식의 규명이 분명히 이루어진다. '태양화'는 그것을 몽상적인 것이라 여기는 의식과는 한없이 동떨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8) 길을 안내하는 여자의 꿈

"양의 나라에서 미지의 여자가 길을 안내하고 있다."

여기서는 '태양화'를 이미 예견한 아니마가 길을 안내하는 영혼의 인도자로 등장하고 있다. 길은 어린이 나라에서 시작되는데, 그것은 합리적인 현재 의식이 역사적 심혼, 집단적 무의식과 아직 분리되지 않은 시기다. 분리는 피할 수 없는 것이기는 하지만, 그로 인해 아득히 먼 과거의 심리와 너무 멀어지기 때문에 본능상실의 상황이 발생한다. 이때 억압은 근원과 더욱 동떨어지게 할 뿐이기에 본능상실의 상태를 가중시켜 심혼의 상실 상태에까지 이르게 한다. 그 결과 의식은 완전히 어린이 상태에 빠져버리거나 아니면, 노장다운 냉소 속에서, 혹은 씁쓸한 체념 속에서 아무런 소득도 없으므로 끊임없이 그러한 상태를 방어해야 한다.

9) 위험한 배회의 꿈

"아버지, 어머니와 함께 수많은 사다리 위를 오르내리는 위험한 배회를 하고 있다."

미숙한 의식은 항상 아버지, 어머니와 결합되어 있으며, 결코 고립되어 있지 않다. 어린 시절로의 귀환이란 항상 아버지, 어머니에게 되돌아가는 것으로 부모가 대변하는 심리적인 비자아(Nom-Ego)와 그것의 길고도 심각한 역사를 모두 짊어지는 것이다. 이런 경우에 퇴행은 역사적이고 유전적인 주된 상상들로 분해되는 것을 뜻하는데, 엄청난 노력을 통해서만 거기에 사로잡힌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다. 정신적인 역사에서 보면 그것은 무거움의 영(靈)으로 이루어져 있어 계단과 사다리를 필요로 했다. 그것은 원래 육체나 무게가 없는 지성처럼 때에 따라서는 날아가버릴 수도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이 꿈은 마치 길을 잘못 들어 방향을 잃어버린 것과도 같은데, 그러한 상태에서는 옳은 것도 잘못된 것처럼 걱정스러워 보인다.

10) 원시림에서 턱수염을 한 사람의 꿈

"원시림 속, 코끼리 한 마리가 다소 위협적인 자세로 있다. 그리고 커다란 유인원이나 곰, 혹은 동굴에 사는 꿈꾼 사람을 덮치려고 으르고 있다. 갑자기 '뾰족한 턱수염'이 나타나 공격자를 제압해 공격자는 그곳에서 쫓겨나지만, 꿈꾼 사람은 커다란 공포에 싸여 있다. 목소리는 이렇게 말한다. '모든 것은 빛에 이해 다스려져야 한다.'"

다수의 요정들은 더욱 원시적인 성분으로 나뉘었다. 이는 심리적인 분위기의 활기가 전적으로 고양되었고, 그로 인해 동시대인들에 대한 개체의 고립이 비례적으로 심해졌다고 볼 수 있다. 증대된 고립은 무이식과의 결합이 사실상 확인되고 받아들여진다. 의식의 입장에서 볼 때 극도로 불합리한 이러한 사실은 두려움 속에서 지켜야 할 하나의 비밀을 만든다. 이런 것에 대하여 말한다면 바보로 낙인찍히게 될 것이므로 주변으로 흐르는 에너지의 유출은 제한되어 있기에 무의식 쪽에서 에너지의 과잉이 생겨난다.

다시 말해 무의식적 형상의 자율성이 엄청나게 증가되어 공격과 실질적 공포가 발생하기에 이른다. 이로 인해 이전에 벌어진 무의식적인 형상의 흥겨운 버라이어티 쇼는 불쾌한 것이 되기 시작한다. 이리하여 목소리는 마침내 "모든 것은 빛에 의해 다스려져야 한다"고 설명한다. 이것은 아마도 분별 있는 의식, 즉 현실적이고 정직하게 습득된 '조명'을 의미하는 것이기에 지성의 적극적인 개입과 함께 무의식 과정에서 하나의 새로운 장이 시작된다. 그것은 의식의 미지의 여성인 아니마의 상, 미지의 남성인 그림자, 마나인격의 노현자, 그리고 자기의 상징과 대면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3. 만다라와 관련된 꿈의 해석

만다라(Mandala)는 정신적인 장애가 생기는 경우에 균형과 관련되는 편이다. 만다라는 원래 제식 혹은 마법의 원으로서 라마교와 탄트라의 요가에서도 명상의 수단으로서 사용되는 수행도구이다. 이것은 원의 사각형 만들기를 바탕으로 하며, 그 내용은 라마교의 교의론에서 유래한다. '정신적 상'의 형성에 대한 지침서인 슈리-샤크라-삼바라-탄트라(Shri-Chakra-Sam- bhara-Tantra)와 같은 원전에 '정신적 상'을 만드는 지침이 들어 있다.

이 만다라는 인간의 존재 형태의 진행을 불교관에 따라 그리고 있는 세계륜(世界輪, sidpe-korlo)과는 구분된다. 만다라의 상징은 '자아'와는 동일시 할 수 없는 하나의 정신적인 인격의 중심을 의미한다. 이런 만다라와 관련되는 꿈에 융이 직접 해석한 다음의 몇 가지를 제시하여 해석의 원리로 익히고자 한다.

1) 원을 그리는 여자의 꿈

"한 미지의 여자가 그를 뒤따른다. 그는 계속 원을 그리며 주변을 달린다."

앞의 꿈에서 나타난 뱀은 앞으로의 일을 예견한다. 그것은 무의식의 한 측면을 인격화하고 있는 하나의 형상이 주체 자신이 나중에 체험하게 되는 행동이나 고통을 미리 겪는 것이다. 뱀은 나중에 주체 자신이 휩쓸리게 될 하나의 원(圓)운동을 암시한다.

다시 말해 운동으로 여겨지는 무슨 일인가가 무의식에서 벌어지는데, 그 사건은 이제 의식 속으로 밀려들어가 주체 자신이 거기에 붙잡히게 되는 것이다. 미지의 여자 혹은 아니마는 꿈꾼 사람을 계속 압박하여 원운동에 빠져들도록 하는 무의식이다. 그러한 일을 통해 곧바로 하나의 잠재적 중심점이 주어지는데 그것은 자아와 동일하지 않는데, 자아는 그 중심적 주위를 돌기 때문이다.

2) 아니마와 시계의 꿈

"아니마는 자신에게 너무 무심하다고 그를 비난한다. 몇 시 5분 전을 나타내는 시계가 하나 있다."

상황은 앞의 꿈과 비슷하다. 무의식은 까다로운 여자와도 같이 그를 압박한다. 그러한 상황에서 시계가 생겨나는데 바늘은 원을 그리며 돌아간다. 몇 시 5분 전은 시간에 맞춰 살고 있는 모든 인간에게 모종의 긴장상태를 의미한다. 원의 상징은 항상 어떠한 긴장감과 결부되어 있기 때문이다. 5분이 지나면 그는 무엇인가를 해야만 한다. 아마 마음이 몹시 다급할 것이다.

3) 한 척의 배와 카드 한 장의 꿈

"한 척의 배, 그는 위치 측정에 관한 새로운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그는 때로는 너무 멀리 있고 때로는 너무 가까이에 있다. 올바른 지점은 한가운데에 있는 것이다. 중심점이 있는 원이 그려진 카드 한 장이 있다."

이 꿈에서 주어진 과제는 중심점, 즉 올바른 지점을 알아내는 것이다. 그것은 한 원의 중심점인데, 실제로 그에게 올바른 목표는 한가운데에 있었다. 꿈을 기록하면서 꿈꾼 사람은 바로 전에 표적 사격에 고나한 꿈을 꾼 사실이 생각났다. 그는 때로는 너무 높게, 때로는 너무 낮게 사격을 하였다. 그에게는 두 꿈이 모두 매우 의미 있는 것으로 여겨졌다. 표적판은 중심점을 지닌 하나의 원이다. 바다에서의 위치는 지구주위를 도는 듯이 보이는 성좌에 의해 결정된다. 꿈은 하나의 객관적 중심을 구성하거나 결정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어떤 활동을 묘사한다. 그것은 주체 바깥에 위치하는 중심점이다.

4) 영원히 작동되는 추시계의 꿈

"영원히 작동되는 추시계, 그것의 무게는 줄어들지 않는다."

추시계는 바늘이 끊임없이 움직이는 시계다. 분명 마찰로 인한 손상이 생기지 않기 때문에 그것은 일종의 끝없는 작동, 하나의 영원한 원운동이다. 여기서 우리는 이제 형이상학적 속성과 마주치게 된다. 영원성이란 무의식에 의해 표현된 하나의 자질이며 어떠한 실체가 아니라는 말이다. 꿈꾼 사람의 학문적 판단력으로 보기에 꿈의 진술은 당연히 불쾌감을 유발하지만, 바로 그것이 만다라로 하여금 특별한 의미를 지니게 한다. 특히 의미 깊은 것들이 있는 배척받는 것들이 자주 있는데, 이성과 모순되는 것이 보여 그로 인해 이성이 혹독한 시련에 봉착하게 되리라는 이유 때문이다. 기계적 마찰의 손실이 없는 운동은 시계에 우주적인 아니 초자연적인 특징을 부여하는데, 이는 극복하기 힘든, 경험적 자아와의 차이가 두드러진다.

5) 정사각형의 꿈

"많은 사람들이 있다. 모두가 정사각형 안에서 왼쪽으로 돌고 있다. 꿈꾼 사람은 가운데 있지 않고 한쪽에 있다. 사람들은 긴팔원숭이가 복원될 것이라고 말한다."

정사각형은 네 사람으로 인해 원으로부터 생겨났을 것이다. 원의 정사각형 만들기, 즉 넷으로 하나를 만드는 일은 '순환'형태로 진행된 증류 내지는 승화 과정의 결과이다. 다시 말해 신혼 혹은 정신이 순수한 모습으로 걸러질 수 잇도록 증류수는 여러 가지 증류과정을 거친 것이다. 정사각형의 주변을 왼쪽으로 도는 순환적 발전(circumambulatio)은 원의 사각형 만들기가 무의시적으로 가는 길을 지나가라는 것이기에 그것은 배후에 놓여 있지만, 아직 명확히 표현할 수 없는 목표에 도달하도록 중재하는 계기상의 한 통과점이라는 것을 암시한다.

이집트인들에게 원숭이 중에 최고의 위치에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토트-헤르메스와 결합된 키노팔로스(Kynokephalos)의 예에서 우리는 그것이 신과 가깝다. 그 때문에 의식의 수준을 뛰어넘는 무의식의 부분을 표현하기에 적합하다는 것을 알았다. 인간 심리의 의식 아래쪽에 어떠한 층이 있다고 가정해도 결코 심한 거부감이 일지 않을 것이다.

6) 정사각형과 동물의 꿈

"정사각형의 공간, 그 안에서는 동물을 인간으로 변신시키려는 복잡한 의식이 거행되고 있다. 상반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 두 마리의 뱀은 곧 제거되어야 한다. 여우와 개 같은 동물들이 있다. 사람들은 다시금 정삭가형 안에서 돌고 있는데 네 모퉁이에서 매번 이 동물들에 의해 장딴지를 물려야 한다. 거기에서 달아날 경우 모든 것을 잃어버린다. 이제 더 고귀한 동물인 황소와 산양들이 생겨난다. 네 마리의 뱀은 네 모퉁이로 간다. 그런 후 회중은 밖으로 나간다. 제물을 올리는 두 제사장이 거대한 파충류를 나르고 있다. 아직 형태가 없는 동물 혹은 생명 덩어리의 이마가 그 파충류와 닿는다. 거기에서 이제 변용된 형태로 인간의 머리가 생겨난다. 한 목소리가 외친다. '그것은 생성되어가려는 노력이다.'"

이 꿈은 계속 정사각형의 공간 안에서 일어나는 일을 설명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동물이 인간으로 변신하며, 아직 형태가 없는 '생명 덩어리'는 파충류와의 마술적 접촉을 통해 신성화된 인간의 머리로 변신한다. 동물 같은 생명 덩어리는 의식과 합일되어야 하는 본래적 무의식의 전체성을 대표할 것이다. 그것은 뱀으로 추측되는 파충류가 제식에 사용되면서 생겨난다. 뱀에 의한 변신과 신생의 관념은 잘 입증된 하나의 원형이다.

그것은 신을 표현하는 치유의 뱀이다. '형태 없는 생명 덩어리'는 곧장 연금술적 혼돈, 즉 창세 이래로 신성한 생명의 싹을 품고 있는 덩어리나 무형의 재료, 혹은 혼돈을 연상시킨다. 그런데 이러한 변신이 행해지기 위해서는 순환적 발전, 즉 창조적 변환의 장소인 중앙으로의 완전한 집중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그때 우리는 동물들에 의해 '물리게' 된다. 무의식으로부터의 도피는 이 변환과정의 목적을 헛된 것으로 만들어버리기 때문에 우리는 그대로 머물러 있어야 한다.

의식과 무의식이 서로 접촉하면 이미 그때는 둘 사이의 대립도 사라지기에 꿈의 처음 부분에서 상반된 방향으로 달아나는 뱀들은 곧장 제거되어야 한다. 다시 말해 의식과 무의식 간의 갈등이 곧바로 단호하게 지양되며 의식은 순환적 발전이 되는 가운데 건강을 견뎌내지 않을 수 없게 되는데, 그렇게 해서 생겨난 마법의 원 때문에 무의식 역시 밖으로 뚫고 나올 수 없게 된다.

밖으로 뚫고 나온다면 그것은 정신병 같은 상태가 될 것이다. 뱀들이 네 모퉁이로 배열된 것은 무의식의 배열을 암시한다. 그것은 마치 미리 주어져 있는 기초 도안, 즉 일종의 피타고라스 정리의 사각형이 놓여 있는 것과도 같다. 그러한 사실로부터 십자가, 혹은 사등분된 원의 보편적 확장과 마술적 의미가 설명될 수 있을 것이다.

이 꿈의 경우에서는 동물적 본능의 포착과 배열이 문제되는 듯이 보이는데 그것은 무의식화에 빠지는 위험을 불러일으킨다. 아마도 그것은 흑암의 권세를 이기는 십자가의 경험적 토대가 될 것이다. 이 꿈에서 무의식은 위협적으로 의식 가까이에 그 내용을 접근시킴으로써 상당한 전진을 이룰 수 있었다. 꿈꾼 사람은 비밀스러운 합성의식에 크게 얽혀 들어간 듯이 보인다. 그리고 이 꿈의 중요한 기억을 의식적 삶 속으로 착오 없이 가지고 들어갈 것이다. 이런 것은 분석경험으로 볼 때 그로 인해 의식은 상당한 갈등을 겪게 된다. 의식은 항상 역설성을 진지하게 감당할 만한 이례적인 지적, 도덕적 능력을 내보일 수도 없고, 또한 그렇게 하려고 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7) 정사각형과 미지의 여자

"정사각형의 공간, 꿈꾼 사람의 맞은편에 미지의 여자가 앉아 있는데, 그는 그녀의 초상화를 그려야 한다. 그런데 그가 그리는 것은 얼굴이 아니고 붉은색, 노란색, 녹색, 그리고 푸른색의 네 가지 다양한 색깔을 지닌 세 잎 클로버 혹은 일그러진 십자가들이다."

이 꿈에 이어 꿈꾼 사람은 정사각형의 공간에 있다. 정사각형의 공간은 심리적인 균형을 위해 노력하는 가운데 일어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것과 관련시켜 생각해 본다면 알지 못하는 미지의 여자가 앉아 있는 것인데, 그녀의 초상화를 그리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은 그의 아니마가 정확하게 이해되지 않거나 인식되지 않은 상태를 의미한다고 보아야 한다. 그는 자신의 아니마에 대해서 그 상태를 어느 정도 인식할 뿐 아니라 점검해야 하는 처지에 처해 있다. 그것은 그가 그녀의 초상화를 그리는 것으로 나타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것의 형상화는 그의 정신에서 아니마의 심각한 위축으로 인해서 갈등을 겪는 것을 암시한다. 아마도 그는 남성적인 특성인 아니무스는 잘 드러나지만, 아니마의 여성적인 특성이 잘 발휘되지 못하여 문제가 되는 경우로 볼 수 있다. 다시 말하면 그는 강함은 있지만 부드러움이 부족해서 사회생활에서 그 대응이 순조롭지 못하거나 원만하지 못하여 문제를 경험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관련하여 그는 자발적으로 하나의 원을 그리는데, 그 원의 4분의 1은 위의 색깔들로 칠해져 있다. 그것은 8개의 살이 달린 바뀌다. 가운데에는 네 잎으로 된 푸른 꽃이 있다. 이제 짧은 간격을 두고 수많은 그림들이 이어지는데, 그것들은 모두 특이한 '중앙'구조를 다루고 있다. 그것은 중앙의 본질을 적합하게 표현하는 형태를 찾아 욕구에서 우러나온 것이다.

8) 직사각형의 꿈

"엄청난 긴장이 감돈다. 수많은 사람들이 중앙에 있는 하나의 커다란 직사각형과 그것의 측면에 붙어 잇는 네 개의 작은 직사각형을 에워싸고 돈다. 즉 큰 직사각형을 에워싼 순환은 왼쪽으로 이루어지며 작은 직사각형들을 에워싼 순환은 오른쪽으로 이루어진다. 중앙에는 여덟 방향으로 빛을 발하는 별이 있다. 네 개의 작은 직사각형의 중앙마다 붉은색, 노란색, 녹색, 무색의 물이 놓여 있다. 물은 왼쪽으로 회전하고 있다. 물이 충분할까 하는 불안한 의문이 생긴다."

전체적인 색깔은 다시금 이전 단계를 암시한다. 불안한 의문이란 별에 갈 수 있을 만한 물, 에너지, 리비도 등의 충분한 생명수가 있는가 하는 것이다. 중앙에는 아직 왼쪽 방향으로의 순환이기에 무의식을 향해가는 의식의 움직임이 진행되고 있다. 그러므로 중앙은 아직 충분히 규명되지 않은 상태다.

넷을 나타내는 작은 사각형들을 에워싼 순환이 오른쪽 방향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네 기능의 의식화를 암시하는 듯하다. 넷은 대개 네 가지 무지개 색깔로 특징지어져 있다. 푸른색이 빠져 있다는 사실이 여기서 눈에 띄기에 정사각형의 기본 형태도 갑자기 황량한 상태가 된다. 수평선이 수직선을 망가뜨리며 뻗치기에 여기서 문제되는 것은 흐트러진 만다라다. 독자적으로 대극성이 인식될 수 있을 정도로 아직 기능들의 대조적 배열이 의식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비판적으로 언급해야 한다. 수직선에 대한 수평선의 우세는 자아의식의 지배를 말해주는데, 이로써 높이와 깊이가 희생된다.

4. 정리

지금까지 우리는 앞장에 이어서 꿈의 해석 방법에 대하여 기술했다. 꿈은 하나의 독립된 것으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동일한 주제를 갖고 연속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이런 이유로 꿈을 해석하는 분석가의 태도, 그리고 꿈이 그만큼 다양하다는 성격도 있지만, 꿈을 해석함에 있어서 참고해야만 되는 일이 많은 편이었다. 이는 그대로 분석가가 선입견을 버려야 하는 이유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