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렬 인터뷰
▲김충렬 교수. ⓒ크리스천투데이 DB
제59장 꿈의 해석 방법(1)

꿈의 해석은 흥미로운 일이지만 그 해석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다양한 꿈을 정확하게 해석하기라 쉽지 않은데, 동일한 꿈이라도 개인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상징이 반드시 고정된 특성을 갖고 있지도 않지만, 어떤 형태로든 꿈은 해석되어야 한다. 이러한 꿈의 해석은 사실상 치료 단계에 해당하는데, 꿈의 해석을 위해서는 고려되어야 할 요소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제껏 꿈에 대한 이론들이 이 해석에 적용되기에 꿈 해석에 대한 사례도 여러 이론들을 논의 및 기술하는 과정에서 상당히 제시되었다. 그런 이유로 여기서는 이론을 바탕으로 꿈의 해석에 유의할 점들을 고찰하려 한다.

1. 꿈-해석의 전제

꿈-해석은 전문적인 치료단계의 작업이다. 우리가 꿈을 단순하게 해석하거나 분석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꿈을 해석하는 작업이란 사실상 분석자의 경험적인 측면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물론 꿈-해석의 원리가 있지만, 모든 것이 원리로 되지 않는 경우도 많은 편이다. 이런 이유로 우리가 다양한 정신기능을 내포하는 꿈을 어느 한 가지로만 해석하려 할 경우 실패하기 쉽다. 꿈에는 정신의 문제만이 아니라 때로 생물학적인 특성도 포함되어 있는데, 이런 경우에는 생물학자가 세포의 기능적 원리에 입각하여 꿈을 해석할 수도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서 우리는 꿈-해석을 위한 분석심리학적인 전제의 몇 가지를 제시하고자 한다.

1) 꿈을 대하는 분석가의 태도

꿈은 단지 그것이 해석되는 것만이 아니고, 개인이 느끼고 질문하고 그에 대한 해답을 구하고 깨닫는 정신작용을 수반한다. 그러기에 분석가가 아무리 훌륭하게 꿈을 해석한다고 해도 환자가 마음에 느끼지 못하고 깨닫지 못하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꿈을 대하는 분석가의 태도란 환자의 꿈을 의식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환자는 다양한 꿈을 꾸게 되는데, 이런 환자의 꿈에 대하여 분석가는 무엇보다도 분석에서 선입견을 갖고 대하지 말아야 한다. 그것은 꿈이 어떤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일종의 선입견을 지양해야 한다는 것이다. 분석가만 아니라 사람은 누구나 꿈에 대하여 일정한 선입견을 가지고 있다.

이 선입견은 개인이 꿈을 대하는 경험적인 것에서 비롯되는데, 사람은 몇 번의 경험을 통하여 자신의 꿈은 적어도 이런 측면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우리는 분석가의 꿈을 대하는 태도가 상당히 독특하게 자리를 잡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

꿈을 대하는 태도는 사람마다 차이를 갖는다. 물론 우리는 꿈이 예언적 기능을 가지고 있다거나 꿈이 길흉화복(吉凶禍福)을 점치는 것, 또는 억압된 욕망이나 힘에의 의지, 과거의 정신적 외상만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이런 태도는 경우에 따라 도움이 되거나 유익할 수도 있지만, 항상 분석가가 그런 태도를 갖는 것은 꿈에 대하여 오해할 여지가 많다. 꿈은 일정한 기능이나 의미를 가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태도는 꿈이 주는 다양한 의미를 알지 못하기 때문인데, 꿈은 상징을 통하여 다양한 의미를 나타내 준다는 점에서 꿈을 대하는 선입견을 일단 버려야 한다.

특히 분석가가 환자의 꿈을 대할 때 환자의 개인적인 토대를 묘사하는 생활사의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 환자의 생활사는 분석가가 꿈을 해석할 때 꿈의 상이 나타난 상징을 해석할 때 고려되어야 할 중요성이 있다. 이런 것은 동일한 상징의 상(像)이라도 환자의 과거의 생활사, 현재의 심리상태에 따라 상징이 해석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성적 상징성의 관점에서 본다면, 단순한 의미를 지니는 듯한 어떤 전형적인 꿈과 꿈의 주제들이 있을 수 있다. 이런 경우에 분석가는 꿈에서 표현된 내용이 반드시 성적 산물이라는 결론을 내리지 않고도 전술한 관찰방식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가 수많은 성애적인 은유를 지니고 있기에 성욕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 내용에도 적용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성애적 상징성은 그것을 적용하는 관심사가 성애적 성질의 것이 아닐 수도 있다. 물론 가장 중요한 본능은 성욕은 집요하게 언어에 영향을 끼치는 숱한 정감(Affekte)의 근본이고 원인이 되지만, 정감이 어떤 갈등의 상황에서 생겨나지 않는 한에서는 그것을 성욕과 동일시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런 것을 생각하면 자기 보존의 본능도 수많은 정동의 한 원천이라고 보아야 한다.

물론 수많은 꿈의 상들은 성적인 측면을 지니거나 성애적인 갈등을 표현할 수 있다. 이런 것은 폭력 행위의 모티프에서 뚜렷해지는데, 침입자, 강도, 살인자, 그리고 강간 살인범의 모티프는 여성적인 꿈에 빈번하게 등장하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이런 것들은 수없이 변형되어 나타나기도 하는데, 살인무기는 창, 검, 단도, 권총, 소총, 대포, 소화전(消火栓), 물뿌리개이며, 폭력 행위는 침입, 추적, 도둑질이고, 혹은 누군가가 옷장 속이나 침대 밑에 숨어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뿐만 아니라 성적인 성질의 꿈은 때로 야생동물을 통해 위험이 구체화되기도 하는데, 예를 들어 꿈꾸는 여자를 바닥으로 내팽개치고 뒷다리로 그녀의 몸을 차는 말 또는 사장, 호랑이, 긴 코를 가진 코끼리, 그리고 끊임없이 변하는 뱀을 통해서이다. 이런 경우에 뱀이 입 속으로 기어들 때도 있고, 클레오파트라의 전설적인 뱀처럼 가슴을 무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것은 다른 것이 아니라 분석가가 자신의 편향적인 태도에 따라 꿈을 해석하지 말고, 꿈이 주는 의미를 올바로 파악해야 함을 의미한다.

2) 꿈의 목적적인 의미의 파악

꿈은 그냥 나타난 것이 아니라 그것에 대한 일정한 목적을 갖고 있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아무런 의미 없는 '개-꿈'이란 없다고 보아야 한다. 그것은 우리가 꿈의 이미를 파악하지 못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융이 꿈에서 목적적인 의미를 중요시하는 이유이다.

꿈의 목적적인 의미는 모든 것에는 목적이 있다는 생각에 기초한다. 이 세상에 있는 모든 사물, 일어나는 일들은 의미 없는 일이 없으며, 일정한 목적을 갖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고려하여 분석가는 환자의 꿈에 나타나는 목적적인 의미를 올바로 인식해야 한다. 이런 경우에 분석가는 꿈의 목적인 의미가 부분적인 여러 의미를 포함하고 있음을 인정하여 그 목적적인 것을 찾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를 위하여 분석가는 환자의 과거와 미래, 인과론과 목적론을 동시에 활용해야 한다. 또한 경우에 따라서 꿈의 목적인 의미는 꿈 자체가 지닌 과거와 외부적인 현실과의 원인, 꿈 자체가 지닌 미래지향성과 내적 현실과의 관련성 속에서 찾을 수도 있다. 이런 것은 다른 것이 아니라 분석가가 환자의 꿈에서 형상화되어 나타난 꿈의 목적적인 의미를 찾는 것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이다.

때로 환자는 자신이 꾼 꿈을 앞에 놓고 "이 꿈이 나에게 무엇을 말해 주고자 하는가?", "무슨 목적으로 이 꿈이 나타났을까?"를 분석가에게 질문할 것이다. 그것은 환자가 자신의 꿈이 무엇을 말하는지에 대해서 전혀 모르기 때문에 궁금해서이다. 물론 이런 목적적인 의미를 위해서 분석가는 꿈의 상징적 의미를 아는 일이 무엇보다도 시급하다. 상징은 꿈을 이해하는 열쇠이기 때문이다.

융에게 있어서 상징(象徵, Symbol)이란 실로 다양한 의미를 갖지만, 상징이란 일차적으로 알 수 없는 미지(未知)의 어떤 의미를 전제로 한다. 실로 상징은 최선의 방법으로 아직 알려져 있지 않은 의미를 표현하고자 하지만, 그래도 설명하지 못한 의미가 남아 있는 것이 상징의 특징이다. 그래서 분석가가 상징을 남김없이 설명할 수 있다면, 그 상징은 이미 생동성을 잃을지 모른다. 그렇다고 해도 상징은 어떤 형태로든 해석되어야 한다. 상징을 이해하고 해석하는 일은 꿈-해석의 중요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꿈에 하얀 수염을 한 할아버지의 꿈을 꾸었다고 하자. 그러면 이 할아버지는 그대로 할아버지일 뿐이지만, 분석가는 그 할아버지가 상징하는 것이 무엇일까를 찾아야 한다. 그러면 이 할아버지는 아마도 꿈을 꾼 사람의 무의식 속에 있는 할아버지일 것이다. 사람은 때로 어려운 고비마다 도사 같은 할아버지가 나타나 어떤 길을 제시하거나 인도해 주는 것을 기대하는 편이다. 이런 기대는 그대로 우리의 무의식 속에 침잠되어 있다. 이런 것과 관련하여 최근에 TV에서 방영되고 있는 '전생여행'이라는 프로그램도 그런 시각에서 이해할 수 있다.

환자에게 생각하거나 들은 것에 대한 이야기는 모두 무의식에 침잠되어 있기에 최면으로 그것을 불러올리면 떠오르는 것이다. 따라서 비록 전생을 부인하는 기독교인이라고 해도 그것에 대하여 들은 적이 있고, 또한 전생에 대한 것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생각한 바가 있었을 것이다. 이런 전생에 관한 생각은 꿈으로 또는 최면으로 다시 떠오르는 것이 가능해진다. 그 생각은 개인에게서 전생으로 생각되어진 것이지, 실제로 이전의 삶을 살았다는 전생과는 무관한 것이다.

꿈이 실제적으로 경험했다는 것과는 다를 수 있다는 원리에서 우리는 꿈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꿈에 나타난 사람이나 특정한 사람의 상(像)은 개인이 생각한 무의식과 일치한다는 것이다. 이런 무의식의 상을 이해하기 위해서 분석가는 개인의 무의식, 때로는 신화나 민담에서 볼 수 있는 인류의 연상도 생각할 수 있다. 원시심성, 종교, 때로는 예술의 세계에서 존재하는 모든 인간의 집단적인 연상내용을 보는 것이다. 더 나아가서 분석가는 꿈을 꾼 환자의 다른 연상내용을 모아 다루면서 거기에 공통된 특징을 발견해야 한다. 물론 여기서는 대체적인 상징의 의미를 발견하게 될 것이지만, 분석가의 경험과 직관력이 발휘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3) 꿈에서 확충법의 원리

꿈의 확충(amplification)은 꿈의 이미지를 중심으로 집중적으로 그 이미지에 대한 개인적, 보편적 연상을 모으는 방법이다. 이것은 단순한 이미지를 해석하기 위하여 그 이미지와 관련된 것을 확충하여 가장 적합한 해석을 하고자 함이다. 이때 확충은 과거의 경험과 미래, 인과론과 목적론에 관련된 개인의 착상(着想, Einfall)을 수집하는 것이 우선적이다.

나아가 확충은 보편적으로는 그 이미지를 인류가 갖는 집단무의식적인 요소인 민담, 신화, 민간신앙, 기타 종교현상까지도 포함한다. 이런 요소는 직, 간접으로 개인의 정신에서 일정부분 작용하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꿈이 개인의 정신에서 작용한 것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확충은 그 범위에서는 제한성을 가져야 한다. 그것은 덮어놓고 확충을 해나가는 방식은 옳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확충은 꿈의 상징을 이해하는데 필요한 만큼만 시도해야 한다.

때로 환자의 꿈이 신화적이라면 반드시 신화나 민담, 원시심성, 각종 종교에 관한 지식이 동원되어야 할 것이다. 신화적인 꿈은 대개 원형상과 관련되고 있지만, 신화적이라고 해도 개인이 속한 문화적인 작용하는 것을 무시할 수 없다. 신화가 모두 동일한 것이 아니고 문화에 따라 그 의미는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환자가 용(龍)꿈을 꾸었다고 할 때, 용의 이미지는 문화마다 다른 것은 사실이다. 용은 서양과 동양의 차이가 있다. 그리스 신화나 민담에 나오는 용의 이미지와 한국, 중국, 티베트, 일본이나 인도 등의 동양에 나오는 용의 이미지와 의미에는 차이가 있다. 물론 용은 실재하는 동물은 아니지만, 동서양을 막론하고 인간의 정신에 존재한다.

용이 서양에서는 파충류에서 이상한 괴물의 하나이지만, 동양에서는 신비한 영감을 지닌 동물로써 추앙된다. 우리의 경우에는 용-꿈은 대단히 좋은 길몽(吉夢)의 대표적인 것으로 자리한다. 더욱이 용은 일반적인 것보다는 원형상과 관련되는 측면이 있다. 따라서 여러 가지 원형상들을 통속적인 현실의 인물이나 사상에 결부시키면 그 깊은 뜻을 보지 못하게 될 것이다.

4) 꿈-해석에서 두 가지의 단계

꿈의 원리에서는 동일한 꿈이라도 개인에 따라서는 같을 수 없다. 꿈의 상과 그 의미도 다르고, 그 꿈의 상이 일회적으로 등장하는가 하면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수도 있다. 특히 신화적인 꿈에서는 환자가 거의 생각하지도 못한 이상하고도 기괴한 내용이 등장하기도 한다. 이런 경우 꿈의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집단적인 연상의 자료가 중요한데, 이는 환자의 자아의식과 개인 안에 들어 있는 객체정신(客體精神, Objektpsyche)이 동원되어야 한다는 점에서다.  

때로 분석가는 환자의 연상이 없이도 신화적인 자료로 해석이 가능하지만, 그 꿈을 꾼 환자가 처한 현실도 감안해야 한다. 이는 꿈의 내용을 바깥 현실이나 의식의 상황과의 관계와 꿈의 요소가 갖는 의미를 중심으로 보는 것이다. 이런 시각에서 융은 두 가지 측면을 중요시한다. 그 가운에서 객관 단계(客觀段階, Objektstufe)와 주관 단계(主觀段階, Subjektstufe)의 해석을 중요시한다. 이런 객관단계와 주관단계의 해석은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현실에 근거를 둔 것인지, 아니면 주체의 내면에서 만들어진 것인지에 대한 것을 고려하려는 것이다.

객관 단계는 환자의 꿈에 아는 사람이나 현실과 관계있는 사건이 나타났을 때, 꿈을 꾼 환자의 실제적인 현실과의 관련성을 갖는 것이다. 이는 분석가가 꿈꾼 환자의 현실적인 태도를 바꾸는 것을 생각하기 위한 것이다. 환자의 꿈이 현실적 관계의 어떤 것을 수정하고 있는가, 밖의 대상에 대하여 의식에서 느끼고 판단하고 있는 것을 어떻게 고쳐나가고 있는가를 살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살피므로 환자는 현실적인 의식의 태도를 바꾸어 나갈 수 있다.

반면에 주관 단계의 해석은 꿈꾼 환자의 심리적인 요소들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것을 생각하는 경향이다. 꿈에 등장하는 여러 대상은 비록 현실과 관계가 있다고 해도 꿈꾼 사람의 심리적인 무의식적인 경향, 감정, 생각 등의 표현으로 보는 것이다. 이는 꿈이 당사자의 의식에 동화시킴으로써 의식의 시야를 넓히는 방식이다.

물론 이 두 가지 중에서 융은 주관 단계를 중요시한다. 어떤 대상이 꿈에 등장한다고 해도 개인의 심리가 반영되는 것으로 보고 개인의 심리와 연결하여 생각하고 해석하는 것에 비중을 두는 측면이다. 다만 해석의 정확성을 위하여 객관단계를 거치는 것이 도움이 된다.

2. 정리

지금까지 우리는 꿈의 해석 방법에 대해서 기술했다. 꿈의 해석은 흥미로운 일이지만 그 해석에는 어려움이 따른다고 했다. 다양한 꿈을 정확하게 해석하기라 쉽지 않으며, 동일한 꿈이라도 개인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었다. 꿈에서 나타나는 상징은 반드시 고정된 특성을 갖고 있지도 않지만, 어떤 형태로든 꿈은 해석되어야 했다.

이러한 꿈의 해석은 사실상 치료의 단계에 해당하는데, 꿈의 해석을 위해서는 고려되어야 할 요소들이 많기 때문이었다. 이제껏 꿈에 대한 이론들이 이 해석에 적용됨은 물론이지만, 꿈 해석에 대한 사례도 여러 이론들을 논의 및 기술하는 과정에서 상당히 제시되었다. 그런 이유로 여기서는 다만 그 이론을 바탕으로 꿈의 해석에 유의해야 할 점들을 고찰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