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못 이루는 밤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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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못 이루는 밤을 위하여

칼 힐티 | 송영택 역 | 문예출판사 | 280쪽 | 12,000원

이 책의 저자 칼 힐티(Carl Hilty, 1833-1909)는 스위스의 저명한 사상가이자 법률가로 스위스 베르덴베르크에서 의사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는 《행복론》, 《독서와 연설》, 《예의에 대하여》, 《병든 정신》, 《영원한 생명》, 《힘의 비밀》등 수많은 저술을 남겼다. 《그리스도의 복음》과 《잠 못 이루는 밤을 위하여》는 사후에 출판되었다.

책의 서문에서 저자는 '잠 못 이루는 밤은 견딜 수 없는 고통'이라고 말한다. 불면이 어디서 유래하는지 그 모든 경우를 일률적으로 말할 수는 없다. 불면은 대개 병, 근심, 불안한 생각에서 온다. 그러나 때로는 과도한 휴식이나 너무 편안한 생활, 또는 여러 종류의 과로 또는 낮잠 등으로 생긴다고 저자는 말한다.

칼 힐티는 불면의 시간에 양서가 좋은 처방이라고 생각한다. "양서의 짧은 한 구절만이라도 좋다. 그것은 사고를 자극하고, 괴로운 생각으로부터 정신을 돌려주고, 또 정신을 바른 위안의 샘으로 향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이 방면에서 최선은 아무래도 구약성서의 <시편>. 신약성서 중 그리스도의 말씀, 교회의 찬송가 가운데 몇몇 등이다. 찬송가 중 가장 아름다운 것은, 이를테면 보헤미아 형제단의 찬송가집에 실려 있다고 저자는 언급한다.

이 책은 독자가 숙면의 밤을 보내는데 도움을 주고자 한다. 저자는 잠자기 전 깊은 사색을 요하는 극히 진지한 일, 무슨 일이든 밤늦게까지 하는 것, 또는 계산이나 그에 준하는 일 등은 취침 직전에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취침에 좋지 못한 것은 과음, 과식, 또 대부분 부질없는 다변이 따르는 사고나 연극 관람 등이다. 이러한 것들은 뇌를 지나치게 흥분시키기 쉽기 때문이다."

그러면 편안한 수면을 취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칼 힐티에 따르면 "수면에는 착한 행위, 확실하고 좋은 의도, 다른 사람과의 화해, 장래의 생활에 대한 명확한 결의 등이 최선이다." 그리고 "언제나 하나님 가운데서 눈뜨고 있는 한 끊임없이 무엇인가 착한 일을 하고, 의로운 일을 하며, 어떠한 상황에서도 굳게 하나님을 믿는 것 이것이 인간 완성, 그리고 건강해지는 유일하고 확실한 길이다." 젊었을 때부터 이 길을 똑바로 당당하게 걷는 자는 더욱 빨리 위대한 완성의 경지에 도달한다고 저자는 역설한다.

이 책에는 저자의 사색과 경험에서 비롯되지 않은 사상이 하나도 없다. 저자는 이 글들을 잠 못 이루 는 밤이나 몹시 괴로운 날에 읽으라고 권한다. 1년 동안 매일 읽을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는데, 글의 분량은 다양하다.

예를 들면 1월 1일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언제나 위대한 사상을 품고 살며 말초적인 것을 경시하도록 노력하라. 이것은 인생의 많은 괴로움과 슬픔을 가장 쉽게 극복하는 길이다. 사람은 자기가 정화되고 싶은 정도나 방법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 그러나 순금 같은 성품은 강력하고 반복적인 정화로만 나타나는 것임을 명확히 알아야 한다. 바르게 이해하고 잘만 이용한다면 병은 정화에 도달하는 가장 쉬운 방법이다."

2월 17일에는 이런 권면이 있다. "남에게 부당한 일을 당했을 때 그것을 깊이 생각하는 것은 언제나 해로우며, 이로울 것도 없다. 가장 좋은 것은 그 생각을 빨리 떨쳐버리고 그 때문에 기운을 잃지 않는 것이다. 진실로 정직한 사람들은 그들이 언제나 가치 이상으로 존중받고, 그들이 응당 받아야 할 괴로움을 받지 않는다는 것을 은근히 고백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몇 군데를 더 인용해 보려고 한다. "어떠한 고통이라 할지라도 거기에 죄악이 섞여 있지  않다면 견뎌낼 수 있다(2월 22일)." "언제나 바르고 착한 사람이 되도록 하라. 세상은 분명 그런 사람을 알아줄 것이다. 세상은 결코 보는 눈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오해받는 자는 실제로 그런 사람이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며, 그 외의 오해받는 자도 오해가 영원히 계속되지는 않는다. 언제까지나 오해를 받는 일은 없다. 적어도 나는 역사적으로 그러한 실례를 보지 못했다. 또 살아오면서 아직 그러한 예를 본 적이 없다(3월 5일)."

"위대한 사상은 커다란 고통으로 깊이 파헤쳐진 마음의 바닥에서만 생긴다. 그것이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던 곳에는 천박함과 범용함이 남는다. 디딤돌에 올라가서 아무리 발돋움을 해보아도 소용없다. 설령 그것이 종교나 과학이나 철학적인 방법이라 하더라도, 또는 인간적인 방법이나 성질이라 하더라도. 그러나 어느 누가 수확은 많지만 무서운 이 길에 스스로 뛰어들 용기를 가지겠는가? 또 하나님의 인도 없이 어느 누가 머리카락만큼이나 좁은 이 심연의 변두리를 지나갈 것인가(4월 1일)?"

<잠 못 이루는 밤을 위하여>는 성경을 인용하면서도, 구구절절 보편적인 진리를 담고 있다. 이 진리는 작자가 자신의 삶을 통찰하여 얻은 것으로, 그것을 다시 성경의 구절을 통해 나타내고 있다. 말하자면 작자의 주관적 사색에서 얻은 진리를 성경을 통해 객관적 진리로 승화시켰다고 할 수 있다. 독자는 하루 한 편씩 읽으며 깊은 통찰과 사색을 통해 내면의 행복을 찾아갈 수 있다.

송광택 목사(한국교회독서문화연구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