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 받을까 밋밋한 사랑 원한 것 아니라면… 이별도 있을 수 있어

입력 : 2018.02.11 18:52

[김재욱의 ‘연애는 다큐다’ 48] 이별을 잘하는 방법이 있을까

김재욱 연애는 다큐다
▲ⓒ박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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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사람들로부터 이별에 관한 이야기도 쓰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원치 않는 이별을 하게 됐을 때, 잘 헤어지는 법도 사랑에 서툰 사람들이 알 필요가 있다는 것이었다.

이런 제안은 처음 연애 관련 책을 냈던 때부터 들었던 이야기다. 하지만 이별이라는 주제에 대해 생각해 봐도 글을 쓰기는 왠지 어려웠다. 적당한 조언으로 제공할 만한 노하우가 내게 없었기도 하고, 이별한 사람에게 어떤 말인들 위로나 도움이 될까 싶었기 때문이다.

버려진 사람보다 더 슬픈 사람은 잊힌 사람이라는 말처럼, 우리는 사랑했던 이의 기억에서 지워지고 존재가 사라지는 것을 무척 두려워하기 때문에 발을 동동 구르며 안타까워한다.

그래서 연인의 마음 속에서 죽어갈 때 그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이들도 있다. 그것으로 자기 마음을 항변하는 것이다. 사랑하는 이가 그의 모든 것이었다면 그 세계에서 죽는 것은 이 세계에서의 죽음과 다르지 않다. 우리는 죽어도 사라지지 않는 존재지만 그것을 모르는 이들이 많고, 이 땅에서 느끼는 존재란 육신의 있고 없음을 거의 전부로 느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는 말은, 사랑하는 사람이라도 자주 보지 않으면 그 관계를 장담할 수 없다는 의미다. 즉 아무리 사랑한 사이라도 헤어져서 가까이 있지 않으면 서서히 마음에서 흐릿해지고 소멸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특히 여성은 남성에 비해 다른 사랑을 찾거나 이별한 연인과 관련 없는 자신의 생활이 생기면 거의 깨끗이 잊는다고도 한다. 남자와 달리, 여자의 새로운 삶이란 이전의 아픔과 기억을 잊는 것이 전제가 되어야만 비로소 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좋은 기억의 사랑이라면 애틋함까지는 잊지 않고 오래 추억하는 여자도 보았지만, 남자가 생각하는 그런 정도나 방식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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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구나 자신을 떠난 연인이 언제까지나 자기를 그리워하길 바랄 것이다. 그리고 나를 버렸다면 십리도 못 가 발병이 나서 내게 돌아오든지, 그렇게 되지 못할 바에는 죽도록 고생이라도 했으면 하고 바라기도 한다. 그리고 심지어는, 나랑 끝까지 가지 못할 바에는 차라리 죽어버렸으면 하는 마음도 있을 수 있다. 좋은 사람 만나 잘 살라는 노랫말들, 얼마나 진실일까....

하지만 질투와 아쉬움과 서운함으로 점철된 그 마음의 폭풍이 잠잠해지면, 상대방의 사정도 이해하고 자신의 부족함도 떠올리게 되어 그 사람이 정말 아프지 말고 잘 살기를 바라는 마음이 될 것이다. 연애를 떠나 사람과 사람, 뜨겁게 사랑한 두 영혼으로서 그 사람의 축복을 바라게 될 것이다. 그래서 '엽기적인 그녀(왁스)'라는 이 노래는, 버림받은 사람의 복잡한 심경을 잘 드러내준다.

사랑했는데 믿었었는데 영원하기를 바랐었는데
어떡하라고 난 어떡하라고 그대 없이 난 어떡하라고

내가 싫다고 날 뿌리치고 떠난 그대가
하는 일마다 다 잘못된다면
나를 버려서 잘못된 거라 후회하겠지.
다시 만나자고 돌아올지 몰라.

안 되길 바래. 안 되길 바래. 하는 일마다 안 되길 바래.
나를 떠나서 나를 울려서 죄 받은 거라 생각하면 돼.

내가 싫다고 날 뿌리치고 떠난 그대가
하는 일마다 다 잘못된다면
나를 버려서 잘못된 거라 후회하겠지.
다시 만나자고 돌아올지도 모르지.
너무나 미안하다고, 나만을 사랑한다고 용서를 빌겠지.

내가 싫다고 날 뿌리치고 떠난 그대가
하는 일마다 너무 잘된다면
나를 버려서 다 잘된 거라 생각하겠지.
그러면 내가 비참해지잖아.

잘되길 바래. 잘되길 바래. 그래도 니가 잘되길 바래.
나를 떠나서 더 좋아진다면 속상하지만 나는 행복해.

내가 없는 곳에서 불행을 맞아 내게 돌아올 수 있다면 그것을 바랄 수도 있지만, 이미 내 품을 떠났다면 이제 더는 아프지 말고 잘 살기를 바라는 것이 헤어진 연인의 마음일 것이다. <엽기적인 그녀(2001)> 영화와 관련 없이 그 스토리만 모티브로 만든 노래인 것 같은데, 영화에서 주인공을 떠난 여자처럼 홀연히 가버린 사람의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

어느 날 갑자기 삶의 무대에 등장해 모든 것을 채웠다가 스스로를 견디지 못해 떠나버린 사람.... 사실 버려진 사람에게는 변심한 연인의 마음처럼 낯설고 엽기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없을 것 같다.

서로 원하지만 여러 가지 여건을 극복하지 못하고 결국 헤어지는 경우에도, 그 모든 여건을 극복하기를, 내가 아닌 모든 이유는 포기하면서라도 상대가 나를 놓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기 때문에 서운함이 남는다. 그래서 선뜻 상대방의 행복을 당장 빌어주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상대가 나 이후로 불행해지는 것과 행복해지는 것 둘 중 하나를 굳이 택한다면 행복을 택할 수밖에 없다.

누구나 자신이 상대방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이기를 원한다. 그것은 이별 뒤에도 마찬가지다. 아주 잊어주기를 바랄 정도로 나쁘게 헤어지지 않았다면, 자신을 중요한 사람으로 기억해주길 바랄 것이다. 흔히 '좋은 사람 만나 행복하게 지내라'는 덕담은, 어차피 내가 가질 수 없고 누군가 꼭 만나야 한다면 여러 번 방황하지 말고 꼭 한 사람에게만 정착하라는 뜻일 수도 있다.

친구로 관계를 전환하든 서서히 멀어지든 단칼에 자르든, 이별을 잘하는 방법은 저마다 다를 것이다. 하지만 어떤 방법이든 상대방이 내가 없으면 힘들어져서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기 바라는 것은 나쁜 태도다. 오히려 정말 상대가 덜 아프길 바란다면 나 없어도 잘 견딜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 이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은 정말 좋은 사람이다. 그런 사람과 이별했다면 당신은 바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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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그리 대단하지 않다. 일년 내내 화려한 꽃은 없다. 그런 속성을 알면서도 활짝 피었을 때의 아름다움을 보고, 마치 영원히 꽃잎이 지지 않을 것처럼 여겨 꿈을 꾸는 것이 사랑이다. 떠나간 사람은 떨어진 꽃잎을 쓸어버리고, 남아 있는 사람은 그 자리에 한창 때의 모습을 닮은 조화를 만들어 둔다.

그러나 사라진 그 아름답던 꽃을 되살려 가슴으로 옮겨 심고, 만들어 두었던 조화를 치워버릴 때, 사랑은 비로소 힘든 한 페이지를 넘긴다. 그때까지는 자신이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공허함, 마음이 머물 곳 없어 죽을 것 같은 고통을 참아내야 한다. 그런 고통은 화려했던 꽃이 지닌 가시와도 같은 것이다.

이별을 잘 해내는 방법이 따로 있을까? 그런 것은 어디에도 없는 것 같다. 그저 이별을 잘한다는 것은, 그 힘겹고 무거운 한 페이지를 넘기는 과정들을 바보 같은 짓으로 채우지 않고 잘 참아내는 것이 아닐까. 그것은 즐겁고 행복했던 순간들에 대한 대가이며 자신이 누렸던 기쁨이 지닌 양면의 날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누구의 삶도 평균을 내면 똑같은 회색이 되듯, 눈부신 사랑일수록 그 이면에는 이별이라는 치명적인 위험을 함께 지니고 있다. 상처에 대비해 밋밋한 사랑을 원한 것이 아니라면 기쁘게 받아들여야 할 아픔이다. 너무 행복해 그것이 깨질까 두려웠던 일들이 현실이 되어 찾아온 것이 이별일 뿐이다. 그런 만큼 사랑이란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님을 기억하면서, 어두운 밤이 끝나기를 잠잠히 기다려 보라.

김재욱 작가

사랑은 다큐다(헤르몬)
연애는 다큐다(국제제자훈련원)
내가 왜 믿어야 하죠?, 나는 아빠입니다(생명의말씀사) 외 30여 종
www.woogy68.blo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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