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性) 문제에 대한 보다 깊은 근원적 해결을 꿈꾸며

입력 : 2018.02.11 18:52

[뚜벅이 목사 거리에서 길을 잃다] 남성성과 여성성

저 아이가 제 아들이에요
저 아이가 제 아들이에요

릭 존슨 | 채천석·조미숙 역 | 그리심 | 224쪽 | 15,000원

오래 전, 이전 교회에서 아버지학교를 받게 됐다(아버지 학교도 주관하는 곳이 여러 군데 있다). 자발적으로 필요를 느껴서가 아니라, 사역자가 솔선수범해야 한다는 미명 하에 어쩔 수 없이 받아야 했던 것이라 별로 내키지도 않았을 뿐더러, 우리 부부는 아버지 학교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아버지 학교에서 제시하는 여러 프로그램과 접근이 나나 나의 반쪽에게 공감을 얻지 못했다. 그 프로그램이 잘못되었다는 것이 아니라 거기서 이야기하는 전형적인 남성성과 여러 문제들이 내게 별로 해당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오해 마시라. 내가 완전한 남편상을 가지고 있다거나 실수가 없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보다는 내게는 다른 남자들보다 남성성만이 아니라 여성성이 많이 자리하고 있기에, 아버지학교에서 이야기하는 '남편이 아내에게 범하는 실수나 잘못들'이 덜 드러난다는 것이다(아마도 다른 형태나 양상으로 실수나 잘못을 많이 범할 게다).

하지만 적지 않은 성인 남자들의 경우, 기초적인 부부간 대화나 아내에 대한 이해가 결여되어 있는 것을 자주 본다. 자녀들에 대한 교육이나 대화 자세에서도 그런 모습들을 본다. 왜 이런 것을 제대로 알지 못할까 하는 안타까움이 상담이나 심방을 하다보면 느껴진다. 그런데 이런 일들은 결국 남성이 무엇인지, 남편은 어떠해야 하는지를 제대로 교육받지 못하고 훈련받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실 남성이 남성으로 바로 서지 못할 때, 그 문제는 가정에서 멈추지 않고 남자의 주변 영역에서도 여러 가지 왜곡된 형태로 나타난다. 지금 미투(#Metoo) 현상으로 드러나게 된, 사회 전반에 깊이 스며든 성폭력과 성윤리의 왜곡도 결국 같은 맥락과 확산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것은 일종의 남성성의 오해와 왜곡에서 벌어진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남성성의 문제는 성인이 되어 습득해야할 것이 아니라 어렸을 때부터 배워야 할 것이고, 그 상당한 책임은 부모에게 있다고 할 수 있다. 릭 존슨의 <저 아이가 제 아들이에요>는 그러한 부모의 역할, 특히 엄마가 아들을 양육할 때 돌아보아야할 것들을 독자들에게 알려준다.

이미 저자는 <더 좋은 반쪽이 되는 법>이란 책을 통해 부부 간에 어떻게 더 나은 서로의 반쪽이 되어가야 하는지를 잘 보여주었는데, 이 책 또한 아들을 키워 나가는 데 있어 엄마의 역할이 어떠해야 할지에 대해 독자들에게 도움을 준다. (어떤 독자에게는 이 책이 엄마에게만 아들을 키우는 책임을 떠넘기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만을 가질지 모르지만, 저자는 다른 책에서 아버지의 아들에 대한 책임도 다루고 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젠더 이슈와 성평등 문제를 거론하며, 남자와 여자의 다름을 차별처럼 인식하는 경향들이 적지 않다. 어려서부터 '공주 코스프레, 군인 코스프레' 같은 것으로 남자와 여자 아이의 역할을 규정하고 무의식적으로 각인시키는 것이라 주장하는 경우들도 있다. 그런 면이 없지 않아 있을 수 있다. 마초적 모습이 남성성은 아니고, 폭력적이고 지배적 성향이 남자의 특성을 나타낸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렇더라도 우리는 남성과 여성의 다름을 인정해야 한다. 다름(difference)은 틀림(wrong)이 아니며, 차별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여기서 부모로서의 역할은 서로의 다름을 반영해 양육하고 돌봄으로써, 남자들이 진정한 의미에서 남자다워질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특히 이렇게 아들을 남자로서 키워 나감에 있어, 남자와 여자가 다르듯 부모로서 아버지와 어머니의 역할도 다름을 이 책은 보여준다.

저자는 전작에서도 그랬지만 남성에 대한 성경적 이해가 상당히 전통적이고 보수적인 측면이 있다. 이것이 현대적 관점에서는 고리타분해 보이고 남성우월주의처럼 비쳐질 요소도 없지 않아 있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 남성과 여성으로서의 다름을 이야기하는 것이지 서열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본서는 남자가 가장으로서 가정을 이끌어가야 할 책임과 중요성을 언급하긴 하지만, 오히려 남자는 여자보다 훨씬 더 부족하고 망가질 위험성과 어리석은 면모가 많음을 설명한다. 그러기에 저자는 엄마로서 아들을 이해하고 잘 이끌고 양육해야 함을 강조한다.

이 책에서 특히 우리 사회에 큰 도움을 줄 부분은 아무래도 4장의 '소년들과 성'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것을 읽으면 왜 우리 사회에 이렇게 성폭력의 문제가 심각한지를 이해하는 하나의 단초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남성의 성 경향이 이러하다는 것이 지금 우리시대의 성 문제에 대한 면죄부를 주는 것은 결코 아니다. 단지 이러한 이해를 통해 아들을 성 문제에 있어 좀 더 견고하고 책임감이 있도록 키워 나갈 수 있을 것이고, 여성도 남성의 이런 기질과 위험성을 이해함으로써 위험한 환경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이러한 훈련과 양육이 이뤄질 때 책임감 있는 남자 어른, 건강한 아버지가 나오는 토대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사과 묘목이 이미 병들었는데 과실을 잘 맺는 사과나무로 성장할 것을 기대하는 것은, '팥 심은데 콩 나는 것'을 기대하는 것만큼 무망한 일이다.

그런 점에서 릭 존슨의 <저 아이가 제 아들이에요>는 아들을 가진 엄마만이 아니라 남자를 이해하고픈 여자들, 또 남자로서 자신을 들여다보고픈 남자들에게 모두 유익한 책이 될 것이다.

문양호 목사
함께만들어가는 교회,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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