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임목사직 세습, 신학적으로 정당화될 수 없어”

이대웅 기자 입력 : 2018.02.10 00:46

명성교회 세습철회와 교회개혁 위한 신학포럼 및 연합기도회

명성교회
▲명성교회. ⓒ크리스천투데이 DB
'명성교회 세습철회와 교회개혁을 위한 신학포럼 및 연합기도회'가 8일 오후 서울 광장동 장로회신학대학교 여전도회기념음악관 지하1층 연주실에서 개최됐다.

'명성교회 세습철회와 교회개혁을 위한 장신대 교수모임' 주최로 열린 기도회에서는 현요한 교수(장신대)가 '교회 담임목사직 세습의 문제점들', 홍지훈 교수(호남신대)가 '역사와 신앙의 관점에서 본 담임목사직 세습'을 각각 발표했다.

현요한 교수는 "지난 10여년 간 한국교회 안에서는 담임목사직의 대물림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많은 대형교회들이 너도나도 세습을 감행하고, 그것을 정당화하고 있다"며 "이제 담임목사직 세습이 대형교회들뿐 아니라 중소형교회들에 번지고 있다. 일부 교단들에서 세습금지법이 제정됐지만, 법망을 교묘히 피하거나 심지어 법질서를 어기고 파괴하면서까지 세습이 이뤄지고, 조직적으로 담임목사직 세습을 옹호하는 주장들도 시도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교회가 하나님의 권속이요 하나님의 백성이라면 교회의 주(主)는 하나님이시며, 교회가 그리스도의 몸이라면 교회의 머리는 그리스도이시다. 우리는 그리스도에 의하여 '값으로 산 것(고전 6:20)'이 된 존재들"이라며 "그렇다면 오늘날 문제가 되는 담임목사직 세습은 교회에 대한 주님의 주권을 부정하거나 심각하게 훼손하는 일이 된다. 왜냐하면 담임목사직을 세습하는 것은 특정 목회자와 그 가문이 교회의 주권을 차지하려는 시도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현요한 교수는 "이러한 담임목사직 세습은 흔히 카리스마적인 목회자가 이끌어 온 대형교회들에서 일어난다. 그러한 교회들의 모습은 하나의 유기적 공동체이기보다 하나의 거대한 자발적 결사(結社) 혹은 하나의 거대한 사설 기업체처럼 보이기도 한다"며 "담임목사직 세습은 니케아-콘스탄티노플 신조에서 고백하는 교회의 네 가지 표징(marks), 일치성과 거룩성, 보편성과 사도성을 훼손한다"고 밝혔다.

현 교수는 "세습에 대한 비판론에, 청빙(부르심), 즉 소명의 관점에서 봐야 한다는 논리가 있다. 칼뱅은 목사가 세움받는 데 있어 각 사람이 하나님 존전에서 의식하고 있는 하나님의 비밀스러운 소명, 즉 내적 소명(inner calling)과 신자의 자질과 자격을 보아 선택하는 외적 소명(outer calling) 두 가지 요소를 말했다"며 "그러나 담임목사직을 세습하는 교회의 모든 목사들이 과연 그 부친이 사역하던 바로 그 교회를 향한 진실한 '내적 소명'을 받았는가? 그리고 아들 목사가 원로목사 부친의 후원을 받고 있는데 '외적 소명'에 대한 공정한 심사가 가능할까"라고 반문했다.

그는 "제사장직 세습을 담임목사직 세습의 근거로 드는 경우도 있는데, 신약 시대에는 특정한 계급의 사람들만이 아닌 모든 신자들이 왕 같은 제사장들(벧전 2:9)로 부름받았다"며 "그리고 구약 시대에도 제사장 가문은 생업의 기반인 토지를 기업으로 소유하지 못했다. 즉 그들이 대를 이은 것은 권력과 이익이 아닌, 희생과 헌신"이라고 꼬집었다.

현 교수는 "담임목사직 세습은 신학적으로 정당화될 수 없다. 또한 이렇게 신학적으로 고찰하기 전에 이미 사회인들이 상식 이하의 일이라 생각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계속 세습을 감행한다면, 그것은 한국교회의 사회적 신뢰성을 더욱 실추시키는 일이요,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복음 전파를 더욱 어렵게 하고 교회로 하여금 사회에서 소금과 빛이 되는 변혁적 능력을 상실케 하는 일이 될 것"이라고 정리했다.

이어 홍지훈 교수는 "담임목사직 세습을 좀 더 넓은 관점에서 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2천년 교회 역사를 '예수의 신앙'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세습 문제도 '교회론'의 문제로 다루어야 한다"며 "세습이 문제가 되기까지, 더 많은 교회론의 문제가 누적돼 왔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교회는 예수의 정신을 본질로 삼고 2천년 역사를 이끌어 왔는지 되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대물림의 수용이나 거부의 기준이 자기 사랑(amor sui)이었다면, 교회는 하나님 사랑(amor Dei)을 잊은 것"이라며 "예수의 신앙이 작동하면 하기 싫은 것도 하게 되고, 하고 싶은 것도 안 하게 된다. 복음이 우리 안에 들어와 그렇게 만든다. 그 복음이 생물학적 대물림의 법칙을 바꾸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담임목사직 대물림이 문제가 되는 것은, 직분을 신분으로 둔갑시키는 '악한 욕망'이기 때문"이라며 "'공동체의 결정에 따른 직분선출 과정을 거쳤다'는 반론을 제기할 수 있지만, 그런 주장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2천년 기독교 역사를 제대로 공부한 적이 없다는 반증이다. 대물림이란, 심지어 프로테스탄트 운동과 개혁신학이 걸었던 목숨 값을 가벼이 여기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홍 교수는 "한국교회는 이제 개별교회 중심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 노회와 총회라는 상위 기구는 프로테스탄트 교회 공공성의 상징"이라며 "교회의 공적 역할이 강조되는 이 시기에 노회와 총회의 감독과 치리가 공적이지 못하면, 교회는 역사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못하고 퇴보하고 말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프로테스탄티즘이 성직자 중심주의의 벽을 허물었다면, 개혁교회의 정치구조는 철저하게 대의 민주적 협의체를 구성하게 만들었다. 만일 개별 교회의 결정이 우선한다면, 역사는 거꾸로 흘러가는 셈"이라며 "담임목사직 대물림이라는 오늘 한국교회의 문제는 2천년 기독교 역사와 신앙의 근본을 뒤흔드는 문제라는 인식이 절실하다. 하나님의 뜻과 인간의 욕심이 충돌하는 신앙의 현장 속에서, 생물학적 유전인 '악한 욕망'이 이끄는 대로 끌려가지 않고 복음이 이끄는 '역설적 선택'을 하는 역사적 비판정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제언했다. 발표 후에는 기도회가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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