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예배컨퍼런스
▲이화여자대학교(예배학) 안선희 교수가 ‘장례예식: 삶을 성찰하는 자리’를 주제로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김신의 기자
'초상집에 가는 것이 잔칫집에 가는 것보다 나으니 모든 사람의 결국이 이와 같이 됨이라 산 자가 이것에 유심하리로다'(전7:2)

한국 예배학회에 소속된 개신교 교단과 신학교가 2월 5일부터 7일까지 연합해 첫 컨퍼런스를 개최한 가운데, ‘장례’와 ‘죽음’에 대한 선택특강이 눈길을 끌었다. ‘장례예식: 삶을 성찰하는 자리’라는 제목으로 진행된 선택특강은 이화여자대학교(예배학) 안선희 교수가 맡았다.

기독교의 장례예식

먼저 안선희 교수는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 ‘생각’과 ‘예식’의 긴밀한 관계를 이야기하며 예식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이유와 예식의 중요성을 전했다.

이어 갑작스럽게 아버지와 이별하게 된 가족들에게, 가족의 애달픔을 모른 척 하고 부활의 확신만을 강요한 자리에 마음이 상했던 아버지의 장례식 때를 회상했다.

“장례예식이 삶과 생명을 너무 가볍게 여기고 있는 것이 아닌가, 애도의 순간을 만들어 주지 않는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이에 안 교수는 ‘지금 세상에서 죽는 것을 배우면, 그리스도와 함께 살기 시작할 것이다(토마스 아 켐피스의 ‘그리스도를 본받아’ 23장 죽음에 대한 성찰 中)’라는 글귀를 인용해 장례를 통해 예수의 죽음과 우리의 죽음을 직면해 성찰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대한 필요성으로 한 종교학자에 의해 국내 대학생 대상으로 ‘죽음’에 관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도 덧붙여 말했다. 크리스천이라고 해서 기독교적인 죽음에 대한 인식을 갖고 있지 않았던 결과였다. 안 교수 역시 교회에 다니는 동안 ‘죽음’에 대해 진지한 성찰을 가질 기회가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장례예식을 “산 사람이 자기의 죽음을 예견하고 진지한 고민을 하면서 자신의 삶을 성찰하는 자리”라고 요약해 설명했다.

추모. 국화. ⓒpixabay
‘기독교의 장례’에 대해서는 번역된 서적을 비롯해 예배학자들이 공통적으로 생각하는 특징을 살폈다. ‘기독교의 장례’란 교파와 인종, 역사, 문화의 다양성 속에서 드러나는 ‘복음 이야기’이며, 반면에 ‘장례예식’은 당시 사회문화적 관습을 따라오던 것이기에 “하나의 이상적인 기독교 장례예식 형태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 토마스 롱을 비롯한 학자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기독교의 죽음’은 “전인적 죽음”이라고 말했다. 즉 전인적으로 죽었다는 것을 알게 하기 위해 시신과 관을 가지고 와서 장례를 치른다는 결론이다. 반면 ‘육체는 죽고 영혼은 불멸한 채 하나님 앞으로 간다’는 사고는 인간의 육체를 부정하다고 보는 플라톤주의에서 비롯된 것이며, 이는 “주검 없이 장례를 치른다고 보면 된다”고 덧붙여 말했다.

또한 개인이 살다 죽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하나님 앞에 가는 것이기에 주검에 대해 그리스도 안에서 그의 동반자로 그 길을 함께 걸어주는 것에 대한 중요성, 즉 공동체의 적극적이고 가시적인 참여가 필수적이라고 했다.

이 때 하나의 설교로 모든 장례를 치르려는 것은 비인격적이게 될 수 있으므로 장례 설교는 성경적이면서 교인에 따른 상황적인 말씀이어야 한다고 했다.

한국의 기독교 장례예식의 문제와 변화의 방향성

한국의 기독교 장례예식 문제와 변화의 방향성에 대해서도 모색했다.

안선희 교수는 앞서 언급한 아버지의 장례식장처럼 물리적 죽음은 배제하고 부활만을 강조하는 것을 기독교 장례예식의 문제점으로 지적했고, 이는 장례예식뿐 아니라 교회 설교에서도 ‘죽음’에 대한 언급이 배제되는 것으로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이에 안 교수는 필립 아리에스(Philippe Ariès) 등의 의견을 바탕으로 “죽음의 교육이 잘 이루어져야 한다”고 다시 한 번 죽음을 직면하고 성찰하는 것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통과의례적 성격이 없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통과의례란 일상과 분리되는 것이며 리미널(liminal)한 특성을 지니는데 상업화된 위생시설과 관련업체가 제공하는 서비스, 편리성, 편의성 등으로 인해 장례 의식조차 일상적 차원과 차이가 없게 됐단 것이다.

장례식 ⓒPixabay
안 교수는 “장례 전문업체가 장례기간 동안에도 편리성과 일상성을 유지하게 하고 빠르게 일상으로 복귀하도록 모든 일을 처리하는 것은 죽음과 주검의 처리과정을 번거롭고 귀찮은 일, 곧 일상을 어지럽히는 혼란으로 이해하기 때문”이라며 “죽음이 전 사회적 차원의 무게로 받아들여졌던 전통사회와 달리 현대사회는 종교 외에 어떤 사회체계도 죽음을 중심과제로 이해 못할 뿐 아니라 죽음을 총체적으로 이해하지 못한다. 장례를 상조회사나 장례식장의 고유의 일로 간주하거나 죽음과 관련된 모든 일을 개인이 결정할 사안으로 쉽게 넘겨주면 안 된다”며 장례의 사사화가 극복돼야 한다고 했다.

이에 더해 이전의 삶으로 돌아가는 것은 죽음을 직면한 신도들에게 적절한 응답이 아니며, 기독교의 장례는 통과의례적 효과를 넘어 그 이상의 것, 차별화된 통합의례가 돼야 한다고 했다.

안 교수는 “개신교의 장례는 슬픔에 잠긴 유족들을 위로하는 인간적 친절을 넘는 기독교 장례가 돼야 한다. 바로 하나님과 대면하는 장”이라며 인간은 언제 하나님의 부름을 받고 죽을지 모르는 유한한 존재이자 심판과 종말을 생각하게 하는 장이라고 했다.

이 같은 여러 문제의 해결을 위해 설교 외의 의례적 장치로 죽은 사람의 이름을 부르는 호명 의식과 성찬을 통해 삶과 죽음을 극명하게 구분하는 행위, 장례예식의 비인격화 위험을 벗어나기 위해 약력보고와 조사를 설교 이전에 배치하는 것 등에 대해 소개하고 함께 생각해볼 시간을 가졌다.

마지막으로 안 교수는 베네딕도 수도규칙 4장 47조(죽음을 날마다 눈 앞에 환히 두라)와 함께 “기독교 장례는 부활의 소망이 지금 슬프고 아픈 죽음의 현실 너머에 있다는 진리도 선포해야 하지만, 한번 죽는 것은 사람에게 정해진 것(히9:27)이라는 죽음의 현실성을 정직하게 대면하고 목도하는 진지함을 먼저 일깨울 필요가 있다”고 하고 강의를 마쳤다.

한편 2018 예배 컨퍼런스는 한국 예배학회 소속의 개신교 교단과 신학교 연합으로 2월 5일부터 7일까지 신촌교회와 종교교회에서 진행됐다. 교회력에 따른 일곱 번의 예배, 그리스도의 생애 주기를 따라 교회의 리듬과 생기가 형성되는 것을 의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