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동계올림픽 홈페이지
▲평창동계올림픽 스타디움 모습. ⓒ평창동계올림픽 홈페이지
이제 곧 개막될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그것은 아마도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그동안 북한의 핵개발로 인해 경색되었던 국제관계가 뭔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 때문일 것이다. 기원전 776년에 시작된 올림픽은 오랫동안 인류 평화의 제전으로 자리매김해왔다. 경기가 열리는 기간 동안에는 전쟁이 중단되고 휴전이 이루어졌으며 모두 평화와 친선을 도모하고, 도시국가 간 화합이 이루어졌다.

최근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위원인 한 야당 국회의원이 평창올림픽이 '평양올림픽'으로 둔갑되어 북한 체제 선전의 장으로 이용되어선 안 된다며 국제올림픽위원회 지도부에 한반도기 입장과 남북단일팀 구성을 반대한다는 서한을 발송했다. 그러자 그를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직에서 파면해 달라는 내용의 청와대 국민청원이 봇물을 이루었고 사흘 만에 참여자가 20만 명을 넘어섰다. 그는 여당 국회의원이었던 6년 전 평창동계올림픽에 북한 선수단을 초청하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물론 상황에 따라 또는 개인의 가치관에 따라 어떤 사안에 대해 의견을 달리할 수 있다. 그러나 나라와 국민을 대표하는 자리에 있는 사람이라면 어떤 행동을 하기 전에 그것이 자신의 개인적 또는 소속 집단의 이해나 시기와 질투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진정으로 국익을 위한 것인지를 냉철히 생각해봐야 한다. 사마천의 『사기』에 등장하는 고사를 통해 시기와 질투가 어떻게 자신과 나라를 망칠 수 있는지 잘 살펴보자.

전국시대 말기에 진(秦)나라의 재상 범수는 진의 소양왕에게 능력이 탁월한 백기를 천거했다. 백기는 자신을 천거해준 범수가 고마워 자주 그를 찾았고, 어느새 두 사람은 막역지우가 되었다. 백기는 무예가 뛰어나 전공을 많이 세웠고, 점점 직위가 올라 마침내 범수보다 불과 한 단계 낮은 지위까지 올랐다. 그러자 범수는 백기가 자신의 직위를 넘어설까 봐 초조해하며 그를 정적으로 간주하기 시작했다.

서기전 260년 백기는 조나라를 상대로 벌인 장평대전에서 대승을 거두고 적군 40만여 명을 생매장한 뒤 수레에 수급을 실어 진나라 수도로 보냈다. 범수는 수백 대의 수레에 실린 수급을 보고 공포를 느꼈다. 진나라의 상벌 제도에 따르면 적군 10명을 죽일 때마다 한 단계씩 승진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백기는 도대체 몇 단계를 승진해야 한단 말인가? 범수는 백기가 자신보다 높은 제후의 자리에 오를까 봐 몹시 두려웠다. 조나라가 백기의 공격을 견디지 못하고 마침내 강화를 요청하는 사신을 급파했을 때, 범수는 소양왕에게 강화를 맺을 것을 건의했고 소양왕은 백기에게 회군 명령을 내렸다. 조나라 정복을 바로 눈앞에 두고 있었던 백기는 분통을 터뜨리며 회군할 수밖에 없었다.

소양왕은 이듬해 조나라와 강화를 맺은 것이 실수였음을 깨닫고, 다시 백기를 대장군으로 세워 조나라 정벌에 나서려 했지만, 백기는 극구 사양했다. 하는 수 없이 범수는 정안평을 대장군으로 천거했고, 정안평이 이끈 진나라 군대는 조·위·초 삼국 연합군에 대패하고 말았다. 일이 이렇게 되자 범수는 목숨을 보전하기 위해 책임을 지고 사임할 수밖에 없었다.

한편 진나라와 전쟁 상태에 있던 조나라의 경우는 달랐다. 조나라의 혜문왕이 초나라의 보물 화씨벽을 얻었다는 소식을 들은 진나라의 소양왕은 혜문왕에게 사신을 보내 15개의 성과 화씨벽을 바꾸자고 제안했다. 이때 조나라의 인상여가 진나라에 사신으로 가 기지를 발휘해 화씨벽을 빼앗기지 않고 무사히 돌아오자 혜문왕은 인상여를 치하하며 상대부에 임명했다. 그 후 진나라의 평화회담 제안으로 인해 혜문왕이 곤경에 처했을 때 인상여는 또 한 번 기지를 발휘해 조나라의 위상을 높였다. 혜문왕은 크게 기뻐하며 인상여를 대장군 염파보다 높은 자리인 상경에 임명했다.

그러자 염파는 자신의 공로가 인상여보다 크다고 여겨 그의 작위를 인정하지 않고 이렇게 호언했다. "내가 조나라의 장수로서 전쟁에서 큰 공을 세웠건만, 아무것도 한 일이 없는 인상여가 나보다 높은 자리에 올랐다. 그를 만나면 반드시 욕을 보이고 말겠다." 이 말을 전해 들은 인상여는 병을 핑계로 조정에 나가지 않으면서 염파와의 충돌을 최대한 피했다. 그러던 어느 날 외출한 인상여는 멀리서 다가오는 염파의 수레를 보고는 자신의 수레를 급히 골목으로 돌렸다. 그러한 인상여의 모습에 시종들은 불만을 터뜨렸다. 그러자 인상여가 물었다. "너희가 보기에 염파 장군과 진왕 중 누가 더 강한가?" "물론 진왕입니다." "그렇다! 천하의 제후들이 모두 진왕을 두려워하지만, 나는 그의 면전에서 그를 질책했다. 이런 내가 어찌 염파 장군을 두려워하겠는가? 강성한 진나라가 조나라를 침범하지 못하는 이유는 나와 염파 장군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 두 사람이 불화를 일으키면 진왕이 이때를 틈타 조나라를 침략하지 않겠는가? 내가 참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인상여의 말을 전해 들은 염파는 몹시 부끄러워하며 인상여의 집 앞에서 윗옷을 벗고 가시나무를 등에 짊어진 채 사죄했다.

지도자들은 자신의 자존심, 그리고 상대에 대한 시기와 질투에 앞서 마땅히 국익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부디 평창올림픽을 통해 북핵문제가 평화적으로 해결될 수 있기를 바라는 우리의 실낱같은 희망에 찬물을 끼얹고 우리들 내부에 갈등을 증폭시키는 행위들이 더 이상은 없기를 진심으로 소망한다.

- 최종옥, 북코스모스 대표

『새로운 세대를 위한 사기』 중에서
(사마천 지음 / 휴머니스트 / 296쪽 / 15,000원)<북코스모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