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렬 인터뷰
▲김충렬 교수. ⓒ크리스천투데이 DB
제57장 꿈과 상징(1)

꿈은 상징의 언어로 표현된다. 이는 꿈과 상징의 관계성을 명시하는 말이다. 상징에 대한 이해는 꿈의 이해와 같다는 것이다. 무의식은 논리의 한계를 초월하는 형태로서 상징을 사용한다. 무의식의 상징은 비합리적 측면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상징은 그만큼 비합리적인 것을 표현해내는 무의식의 언어이다. 그런 이유로 상징의 특성을 이해할 수 있어야 꿈의 해석이 가능하고 꿈꾸는 자의 진정한 무의식을 인식할 수 있다. 분석자가 상징에 대한 풍부한 이해력을 갖고 있다면 꿈 해석은 그만큼 용이하게 된다.

1. 상징에 대한 기초 이해

상징(symbol)은 일반적으로 구체적인 말이나 글이 아니면서도 그 의미나 뜻을 전달하는 특성이다. 이처럼 특정 의미와 내용을 함축적으로 포함하는 특정한 표현을 우리는 보통 상징이라고 부른다. 이런 상징은 좁은 의미로는 기호(記號)를 의미하기도 하지만, 그 성질을 직접 나타내는 기호(sign)와는 달리 구체적 사물이나 추상적 사고를 연상(聯想)에 의해 표현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상징은 단순한 기호나 이미지로만 이해하는 것보다는 어떤 매개체를 통하여 연상하고, 이를 통해 다른 것들을 알게 하는 정신작용의 과정이다. 우리는 때로 이런 상징을 통하여 구체적인 언어보다도 더 많은 의미를 전달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상징에 대하여 우리는 다음의 몇 가지로 구분하여 기술 할 수 있다.

1) 상징의 정의

상징(象徵, symbol)이란 추상적인 사실이나 생각, 느낌 따위를 대표성을 띤 기호나 구체적인 사물로 나타내는 것이다. 이런 상징은 일반적으로 말과 글이 아닌 모양이나 모습으로 의미나 뜻을 전달하는 의사소통의 수단이기도 하다.

상징은 논리적인 이론이나 실증 과학적 분석이나 사실주의적인 예술기법으로서는 포착하여 표현해 낼 수 없는 실재의 깊이의 차원을 드러내 보인다. 우리는 십자가 하면 교회가 생각나고, 흰 비둘기 하면 평화를, 성모마리아상은 천주교를, 불상, 목탁, 염주 등은 불교를, 백합은 순결을, 소나무는 푸른 절개를 생각하게 되는데, 이는 상징이 관념을 전달하는 수단이라는 것이기 때문이다.

간단한 형태의 모양이나 물건의 형태로서 많은 의미를 전달하게 되지만, 상징은 다양한 의미를 내포하기 때문에 고정되어 있지 않고 유연성이나 융통성이 요구된다. 이런 상징의 특성은 동일한 형태라도 각 분야에서 활용하는 것이 있고, 특정한 영역에 따라 암묵적으로 통용되는 측면이 있기에 상징은 해당분야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는 경향이다.

이런 것을 생각하면 인간의 역사가 상당한 상징에 의존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인간의 수많은 지적 활동은 기록과 저장에 의해서 이루어졌다고 생각하지만, 그 모든 기록들도 결국 상징의 의미를 파악하지 못하면 다시 시작해야하는 과정일 뿐이라는 점에서다.

지적 능력이 아무리 발달했다 해도, 우리는 고대에 사용된 문자를 이해하지 못한다. 이것은 상징의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것이라는 점에서 보면, 이것은 기록이 인간의 지적 활동의 위대함이 아니라는 것을 반증해준다는 점에서다. 이런 것은 다른 것이 아니라 인간은 오히려 상징을 통해 지금까지의 다양한 지적 활동을 축약하고, 하나의 의미로 전달할 수 있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런 이유로 모든 것을 저장해주고 기록해주는 다양한 전자산업이  발달했다고 해도 인간의 지적 활동이 고도화 되지 않는 것 같은 막연한 불신이 느껴진다. 그것은 아마도 기록의 편리성 때문에 더 이상 상징의 활동을 만들려고 노력하지 않았던 것은 아닌지에 대해 반문해 보아야 할 것이다.     

2) 자연적인 상징과 문화적인 상징

일반적으로 상징에는 자연적인 상징과 문화적인 상징이 있다. 자연적인 상징이란 오랜 기록이나 미개사회부터 발견되는 관념 혹은 이미지이기에 과학자들의 관심이 되고 있다. 자연적인 상징은 자연물이 인간에게 부여하는 보편적인 의미를 띤 상징물을 일컫는다. 예를 들어, '해'는 희망으로, '어둠'이나 '밤'은 절망적인 것으로, '장미'는 아름다운 여인을, '백합, 처녀'는 순결을, '가을'은 쇠락(衰落)과 결실을, '비둘기'는 평화를 상징하는 것들이 이에 속한다.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산 넘어 산 넘어서 어둠을 살라 먹고, 산 넘어서 밤새도록 어둠을 살라 먹고, 이글이글 애띤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달밤이 싫어, 달밤이 싫어, 눈물 같은 골짜기에 달밤이 싫어, 아무도 없는 뜰에 달밤이 나는 싫어..."는 박두진(朴斗鎭)의 시 '해' 중 일부분이다.

이 시(詩)는 일제 강점기를 벗어난 조국이 보다 밝은 내일을 맞을 것과 평화와 광명의 희구를 노래한 의지를 드러낸다. 여기에서 '해'는 희망과 광명의 상징이며, 어두운 시대를 밝히는 새로운 역사의 빛을 의미하기도 한다. 또 '달밤'은 신비스럽고 낭만적인 시간이 아니라 '골짜기'의 음습한 분위기와 연결되어 어두운 현실, 즉 일제 강점기를 상징한다.

상징은 의학심리학자가 관심을 갖는 것으로 무의식적인 정신에서 유래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신화의 경우 인류학자들은 자연과 같은 외부적인 요인에서 유래한다는 주장을 하지만, 의학심리학은 이를 정신현상의 투사로 보고 원형을 인간의 정신구조에서 모색하는 편이다.

이런 경우 신화는 조상들의 생활 속에 반복되는 체험의 원초적 심상(primordial image), 정신적 잔재가 그 원형인데, 이것이 집단무의식 속에서 유전되어 개인적 체험의 선험적 결정자가 되어 삶 속에 나타나는 것으로 본다. 이는 근원적인 원형의 상을 다양한 모습으로 드러내는 특성을 갖는다. 여기에는 고태적인 기원이 그 특징을 이룬다. 고태적인 기원이란 가장 오래된 기록이나 원시사회에서 볼 수 있는 관념과 이미지를 추적해보면 오래전부터 가지고 있는 관념의 상들이다.

반면 문화적 상징이란 '영원한 진리'를 표현하기 위해서 사용해 온 주로 종교적인 것과 관련된다. 다시 말하면 문화적인 상징이란 영원한 진리를 위한 것, 종교처럼 인간의 변용과 발전으로 문명사회에 수용되면서 만들어낸 관념 혹은 이미지라고 볼 수 있다. 그것은 문화가 지적 정신적 심미적 능력을 계발하는 일반적 과정이거나 한 인간이나 한 시대 또는 한 집단의 특정한 생활방식, 그리고 지적 산물이나 지적 행위, 특히 예술활동이기 때문이다.

문화적 상징은 비(非)추리적이고 긴장의 상징이면서도 전후 문맥 속에서 필연적으로 어떤 의미를 암시하게 되지만, 그 의미는 개인의 수용하는 각도나 정도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는 모호성을 가진 것이다.

이 문화적 상징에는 창조적 상징이라는 개인적 상징(personal symbol), 사회적 상징이라는 관습적 상징(public symbol), 그리고 원형적 상징(archetypal symbol)이 있다. 개인적 상징은 어떤 하나의 작품에만 있는 단일한 상징 또는 개인이 여러 작품 속에서 특수한 의미로 즐겨 사용하는 상징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상징이 심화되면 난해한 시가 된다.

관습적 상징이란 타인과 공유할 수 있는 보편적인 상징(universal sym- bol), 인습적 상징(십자가), 제도적 상징(태극기), 자연의 상징(매화), 알레고리성 상징, 문학적 전통의 상징(흥부, 심청) 등으로 객관성을 띠는 경향이 있다. 그 반면에 원형적 상징이란 신화, 종교, 역사 등에 반복적으로 나타나 인류가 공유하는 의식의 표상으로 형성된 의미와 관련된 것들이다.

원형은 역사, 문학, 종교, 풍습 등에서 수없이 반복된 이미지, 화소(話素, motif), 테마이다. 그리고 이 원형은 시간과 공간을 통해서 인류 사회에 같거나 유사한 의미를 지니는데, 이런 반복성과 동일성이 이 원형 상징의 본질적인 속성이기도 하다.

문화적 상징들은 많은 의식적인 발단을 이루는 변환을 거치고 장구(長久)한 과정을 지나 오늘의 문명사회에서 수용하게 된 이미지들이다. 특히 문화적 상징은 아직도 종교의 영역에서 사용하는 특성들로서 본래의 신성력 또는 마력의 상당부분을 간직하고 있다. 이는 합리적인 시각으로 보면 정신적인 편견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정도로 정동을 유발할 수 있는 특성이다. 따라서 여기서는 꿈과 관련성을 갖는 자연적 상징을 중심적으로 다루려고 한다.     

3) 꿈의 언어로서 상징

상징은 꿈의 언어라고 볼 수 있다. 꿈은 상징을 통하여 표현되고 의식에 전달된다는 점에서다. 이것은 꿈이 갖는 본질을 나타내는 것이기도 하다. 꿈은 무의식의 소산(所産)이거나 반영이기에 논리성을 초월한 것이기에 구체적인 언어로 표현되는데 한계성을 갖는다는 말이다. 이는 꿈이 비논리적이고, 그 본질적인 내용은 상징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꿈이란 대개 의식과 의지가 대부분 소실되어 있을 때 나타나는 편이기에 이것은 자연의 산물이며, 건강하지 못한 삶뿐 아니라 건강한 사람들에게서도 나타난다. 그러면서도 꿈은 상징을 통하여 무엇을 알려준다는 의미에서는 일종의 논리성과 의도성이라는 인상을 우리에게 주고 있다.

이런 경우 상징을 통한 표현이란 꿈은 논리를 뛰어넘는 비합리적인 언어인 상징을 사용한다는 말이다. 무의식을 표현하는데 의식의 언어로서는 불가능한 이유에서이다. 상징이란 비단 표현에 있어서 비합리적이라는 단순성에 머무르지 않는다. 이런 점에서 융은 정신을 이루는 중요한 구성 요소이며, 인간사회를 구축하는 원동력으로 본다.

상징은 단순한 표현 이상의 의미, 그리고 그 이상의 기능이 있음을 암시하는 말이다. 상징이 정신에서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은 상징이 갖는 에너지 때문이다. 상징이 에너지를 갖고 있다는 것은 상징이 갖는 힘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러기에 상징은 정신에서 힘을 발휘한다. 만일 정신에서 이 상징이 억압되거나 부정되면 고유의 에너지는 무의식 속으로 사라지고 다른 여러 예측할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그것은 상징은 상실되는 것이 아니라 무의식 속에 '최우선자'로서 잠재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상징이 무의식에 잠재해 있는 이유가 무의식과 관계될 뿐 아니라 의식과도 관련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상징은 표현할 기회를 잃었거나 의식에 제약을 받아 그 존재의 허용이 인정받지 못한 상태이다. 그러나 상징은 언제나 무엇을 강화시키고 되살리는 기능을 갖고 있다. 상징이 갖는 표현력과 에너지로 정신에서 큰 힘을 발휘하는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상징의 정체성이다.

꿈이 상징적이라는 사실은 우리의 전반적인 의식적인 사고에서 찾을 수 있다. 우리의 사고를 자세히 관찰, 즉 어떤 난해한 문제의 해결 같은 하나의 집중적인 생각의 흐름을 추적한다면,  우리가 단어를 통해 생각한다는 것을 갑자기 깨달 수 있다. 이때 우리는 완전히 집중적인 사고를 할 때 우리 자신에게 말하기 시작하며, 때로는 아주 정확성을 기하기 위해서 문제를 기록하거나 표시하기도 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오랜 시간 외국에서 살아온 사람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후 자신이 그 나라의 언어로 생각하기 시작한다는 사실에 주목하는 것이다.

매우 강렬한 사고의 흐름은 어느 정도이든 간에 언어의 형태 속에서 이루어지는데, 이는 마치 사람들이 그 사고를 말하고 가르치거나 혹은 누군가가 그것을 납득시키는 것과도 같다. 이것은 우리가 현실에 적응하는 사고이지만, 현실에서 우리가 객관적이고 실제적인 것들의 순서를 모방하는 현상이다. 그래서 우리의 머릿속에 있는 상들이 머리 밖에서 일어나는 사건과 똑같이 엄격하게 인과적인 순서로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 된다.

2. 정리

지금까지 우리는 꿈과 상징에 대해서 기술했다. 꿈은 상징의 언어로 표현된다는 것은 꿈과 상징의 관계성을 명시하는 말이라고 했다. 상징에 대한 이해는 꿈의 이해와 같다는 점에서였다. 꿈은 무의식을 반영하는 것으로서 논리의 한계를 초월하는 형태로서 상징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무의식의 상징은 비합리적인 측면을 지니고 있다고 했다.

상징은 그만큼 비합리적인 것을 표현해내는 무의식의 언어이기에 꿈-분석가는 상징의 특성을 이해할 수 있어야 꿈의 해석이 가능하고, 꿈꾸는 자의 진정한 무의식을 인식할 수 있어야 했다. 분석자가 상징에 대한 풍부한 이해력을 갖고 있다면 꿈 해석은 그만큼 용이하게 된다는 점에서 우리는 상징에 대한 기초적인 이해를 몇 가지로 구분하여 기술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