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리와 자유의 역사 그리스도와 법
기독교 역사 속 법학 또는 법사상의 관계를 이야기하는 책들은 이미 여러 권 나와 있다. 대표적으로 2015년 나란히 나온 2권의 책을 살펴본다.

권리와 자유의 역사
존 위티 주니어 | 정두메 역 | IVP | 592쪽 | 29,000원

'칼뱅에서 애덤스까지 인권과 종교 자유를 향한 진보'라는 부제 아래, 칼뱅과 그의 신봉자들이 어떻게 인권에 대한 그들만의 독특한 신학과 법학 이론을 발전시켰으며, 또 어떻게 이런 권리에 대한 가르침을 근대 초기 유럽과 미국에서 영구적인 제도적·헌법적 형태로 만들어냈는지 살피고 있다.

근대 초기 칼뱅주의자들에게 절실했던 '종교의 권리(자유)'는 신자 개개인이 누릴 수 있는 '양심의 자유(liberty of conscience)'와 '종교행위의 자유(free exercise of religion)', 종교단체가 누릴 수 있는 '예배의 자유(freedom of worship)와 자율통치(autonomy of governance)' 등을 의미했다.

이들은 박해 가운데 있었기에, 자신들의 종교 자유를 정당하게 보호받기 위해 개개인의 양심과 종교행위에 대한 권리들, 즉 집회, 표현, 예배, 전도, 교육, 자녀양육, 여행 등 신앙의 기초가 되는 모든 것에 대한 권리의 보호가 필요했다.

또 교회 정치의 일환으로서 종교단체는 예배와 자치에 대한 권리가 필요했고, 이에 상응하는 법인설립, 공동재산, 집단 예배, 조직적 구제사업, 종교교육, 출판의 자유, 계약의 자유, 결사의 자유 등이 있어야 했다. 그들의 종교 자유를 얻기 위한 노력은, 곧 인류 전체를 위한 권리 즉 인권을 위한 투쟁이 된 것이다.

종교의 권리는 근대 초기 헌법에 들어간 주요 사상들을 태동시키기도 했다. 칼뱅주의자들은 종교 권리와 그 외 인권들에 대한 뜻과 기준을 제공하는 헌법 구조와 절차 없이 이런 권리들이 사회에서 큰 의미가 없음을 경험으로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은 법의 지배와 모든 평화적인 신자들의 기본권 및 자유의 보호에 주안점을 둔 인권 문화와 헌법 구조를 점진적으로 발전시켜 나갔다.

하버드대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고 에모리대 법과종교연구센터 소장으로서 '법 역사와 결혼, 인권, 종교 자유' 분야의 최고 학자로 불리는 저자는 이 책에서 장 칼뱅이 쓴 글들을 통해 이런 권리들이 발전할 수 있었던 기초들을 뽑아내고, 그의 후예들이 네덜란드와 스코틀랜드, 잉글랜드, 한참 뒤 미국 등에서 16-18세기 중 정치적 언약과 기본권에 대한 주장들을 발전시켜 온 과정들을 짚는다.

이를 통해 인권의 역사가 18세기부터 시작된 서구 계몽주의의 산물이라는 통념에 도전한다. 이 책에서도 <법으로 읽는 유럽사>에 나오는 고대 로마법과 중세 캐논법, 그라티아누스 등의 용어를 발견할 수 있다.

영화 로마서 8:37

저자는 특히 개신교가 서구의 권리 논의에 기여한 공로로 △가정과 교회와 국가가 서로에 대해, 그 구성원들에 대해 어떠한 성질과 권한을 갖는지 재정립하기 위해 성경을 자세히 조사한 점 △프로테스탄트 개혁가들이 권리를 십계명 및 그 외 성경의 도덕적 가르침들에 근거하게 한 점 등을 꼽는다.

논의를 종합하면서 저자는 "오늘날 인권계는 인권을 배양하고 도입하는 과정에서 종교가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하는 것에 매우 반대한다.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절망'으로부터 전 세계에서 동시에 쏟아진 권리혁명에 기독교와 기타 종교 공동체들이 활발하게 산파적인 역할을 했다"며 "그러나 처음에 종교단체와 그들의 종교권리에 관심을 보였던 권리혁명 지도자들이 점점 더 그것을 중요하지 않게 생각하기 시작하면서, 많은 권리들이 그 근원을 잃게 되고 인권제도가 무제한적으로 확장되며 국가에 인권 보장의 과장된 역할을 주는 왜곡현상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가 현 세기에 직면한 도전은 이런 종교 공동체들을 산파에서 '어머니'로 변화시키는 것"이라며 "즉 다른 곳에서 생성된 권리 규범들이 탄생하는 것을 돕는 대리인 역할이 아니라, 인권의 규범과 실천들에 대해 고유하게 기여할 수 있는 점들을 낳고 키울 수 있는 연합들의 역할로 변화해 세속적 법 체계의 모델이 되거나 보완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리스도와 법
로버크 코크란 외 | 이일 역 | IVP | 304쪽 | 16,000원

'하나님의 정의는 국가의 법을 통해 어떻게 실현되는가'라는 부제로 법에 대한 기독교의 관점을 여러가지로 제시하고 있다.

리처드 니버가 <그리스도와 문화>에서 제시한 것처럼, 법과 화해하는 그리스도(종합주의자), 법을 변혁하는 그리스도(변혁주의자), 법에 대항하는 그리스도(분리주의자), 법과 긴장관계에 있는 그리스도(이원주의자) 등 4가지 관점으로 가톨릭, 칼뱅주의, 재침례파, 루터회 등의 입장에서 저자들이 쓴 글을 모았다.

이 네 가지의 전통적 관점은 '세속의 법에 얼마나 가치를 두는가', '그리스도인은 법이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한 특별한 통찰을 가졌는가' 등의 질문을 통해 각각 분리된다.

서론을 쓴 로버크 코크란 박사는 "그리스도인으로서 법과 문화에 적합하게 반응하는 것은 소명의 문제"라며 "하나님은 같은 문화에서도 다윗과 선지자 나단처럼 각 사람을 다른 역할로 부르시는 분"이라고 말한다.

그는 "하나님은 종합주의자를 불러 주변 문화와 기독교 사이의 공통 기반을 찾게 하시고, 변혁주의자를 불러 기독교적 개혁을 통해 문화가 나아지게 하시며, 분리주의자를 불러 문화 바깥에서 타인들을 그리스도께 이끌 공동체를 세우게 하시고, 이원주의자를 불러 현존 문화의 틀 안에서 일하게 하신다"며 "니버가 제안한 것처럼, 문화가 제기하는 질문에 대해 그리스도는 '그분에 대한 모든 해석자들의 지혜를 초월하지만, 그들의 부분적 통찰과 부득이한 차이들도 사용하신다'"고 정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