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뽀모에게 ‘소리 깎는 장인’이라는 별명이 붙은 이유는 자신만의 콘텐츠를 지속해서 개발하기 때문이다. “이 세상 모든 소재와 물건은 각자의 매력이 있어서 잘 사용한다면 모두 팅글 반응을 이끌 수 있다”고 뽀모는 강조한다. ⓒDrew Patrick Miller on Unsplash
"쓱싹쓱싹", "소고소고", "휘이이잉." 긁는 소리, 머리 빗는 소리, 물건을 구기는 소리, 음식을 씹는 소리, 두드리는 소리, 바람 부는 소리, 연필 사각거리는 소리, 속삭이는 소리. 이름도 낯선 ASMR 콘텐츠의 대표적인 소리다. ASMR(Autonomous Sensory Meridian Response)이란 우리말로는 '자율감각쾌락반응'이라고도 한다. 이 같은 소리는 심리적 안정감을 주고 기분을 좋게 하는 것이 매력이다. 이 생소한 분야에서 크리에이터 뽀모(PPOMO)는 한국ASMR의 대명사처럼 불린다. 원래 본업이 일러스트레이터로 크리에이터 활동은 부업이다. 하지만 꾸준히 활동해 300여 개의 ASMR 콘텐츠를 만들었고, 유튜브 구독자 약 69만 명을 확보했다. 자신만의 콘텐츠를 끊임없이 연구해 '소리 깎는 장인'이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다.

▲ 힐링을 원하는 현대인의 니즈를 파고들다

그는 원래 자신의 게임 플레이를 보여주는 게임 크리에이터였다. 다른 게임 크리에이터와 달리 게임을 잘하지 못해 데드씬(캐릭터가 죽는 장면) 찍기 전문이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게임 방송으로 성공하려면 게임을 잘해야 하는데, 그에게 게임은 그저 취미 수준이었다. 그런데, 이때 관계를 맺은 지인들이 ASMR 분야를 추천해 그 콘텐츠에 빠지게 되었다.

뽀모는 ASMR의 매력으로 '잔잔하게 힐링되는 느낌을 받는다는 점'을 꼽았다. "스트레스와 경쟁, 과도한 업무, 인간관계, 공부 등으로 힘든 하루하루를 보내는 현대인이 잔잔한 음악을 들으며 안정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좋은 소리로 지친 마음을 차분하게 하고, 위안을 받고, 잠자기 전 마음을 가라앉힘으로써 푹 자고 내일을 위한 힘을 얻을 수 있다" 실제로 이 콘텐츠를 찾는 이용자는 힐링을 원한다. "쉽게 잠들 수 없는 분들, 잠이 안 오는 분들이 불면증 완화를 목적으로 가장 많이 찾는다" 그에 따르면 마음에 안정감을 주는 "백색소음"을 활용해 공부하거나 일할 때 집중력을 높이려고 찾는 경우도 적지 않다. 뽀모는 단순히 귀가 허전하신 분들이나 재미로 듣는 이용자도 있다고 덧붙였다. ASMR 크리에이터는 아티스트라고 불리기도 한다. 일반적인 유튜브 콘텐츠보다 소리 하나하나를 섬세하게 담아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순간적으로 기분 좋게 소름이 돋는 느낌인 팅글(tingle)을 만들어내는 것이 관건이다. 팅글을 만들려면 사운드를 통해 거리감이나 공간감을 주는 디테일을 잘 살려야 한다. 뽀모는 "같은 소리라도 천천히 소리를 내다가 속도를 다르게 한다거나 멀리서 가깝게 옮길 때 더 조심스럽게 소리를 내는 식의 방법을 사용한다"고 말했다.

▲ 편안한 소리 찾아 삼만 리

어떤 콘텐츠를 주로 만들까? 뽀모는 초창기 때 만화, 게임, 영화에 나올 만한 개성 있는 캐릭터로 상황극 연기를 시도했다. 예를 들어달라고 하자 "스토커처럼 집착하는 캐릭터를 선보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개성이 강한 만큼 많은 독자가 공감하기 어려웠고 호불호가 갈린다는 평을 들었다. 이후부터는 좀 더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게 점점 대중적인 소재를 선택해 만들게 되었다고 한다. "최선이라고 생각해 만들어 선보였다가 반응이 좋았던 콘텐츠에 대한 감각을 살려 다음에도 참고한다" 뽀모는 시행착오를 거쳐 치킨 샐러드, 샌드위치 같은 음식 먹방을 소리로 담거나 귀 청소, 귀 마사지, 두피 마사지 같은 콘텐츠를 주로 만들고 있다. "물론 잠들 수 있게 최대한 편안한 소리를 내는 데 주력한다."

가장 인기가 많았던 콘텐츠가 무엇인지 묻자 뽀모는 "귀 마사지나 귀 청소, 입소리 콘텐츠가 반응이 가장 좋은 편"이라고 대답했다. 귀를 직접 마사지하거나 귀를 파주는 형식, 입소리(입으로 쩝쩝대거나 음식을 씹는 등의 소리)처럼 강한 종류의 소리가 ASMR의 바이노럴 사운드(입체음향)와 팅글을 느끼기 쉽기 때문에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뽀모에게 '소리 깎는 장인'이라는 별명이 붙은 이유는 자신만의 콘텐츠를 지속해서 개발하기 때문이다. "이 세상 모든 소재와 물건은 각자의 매력이 있어서 잘 사용한다면 모두 팅글 반응을 이끌 수 있다"고 뽀모는 강조한다. 그는 각종 애니메이션과 게임 OST를 자장가처럼 부르는 등 실험적인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최근 화제가 된 것은 '심장 소리 ASMR'이다. 마이크를 가슴에 대서 자신의 심장 소리를 담은 ASMR을 만들었다. "사람에게 안긴 느낌이나 마치 어머니의 배 속 태아의 기분을 느끼게 해드리고 싶었다." 숨을 쉴 때마다 공기가 폐 안으로 들어갔다 나오는 소리, 생명을 상징하는 심장박동은 목소리 다음으로 인간이 낼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소리라고 뽀모는 생각한다. 기존에는 없던 형식이라 창의적이라며 사람들로부터 많은 칭찬을 받았다.

또한 뽀모는 글로벌 전략을 효과적으로 실행에 옮긴 대표적인 크리에이터 중 하나다. 다양한 언어로 자막을 만들어 해외 이용자를 늘린 것이다. 뽀모는 ASMR 분야가 국내보다는 외국에서 더 대중적인 콘텐츠여서 자연스럽게 외국 팬이 늘어났고, 외국어로 콘텐츠를 만들어 달라는 요청이 늘고 있다고 밝혔다. 2015년 6월부터 영어 자막을 넣기 시작했고, 일본어 자막도 자주 넣는다. 여기에 스페인어, 러시아어, 중국어 등 7개 언어로 콘텐츠를 만든다. 뽀모는 외국인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자막뿐만 아니라 영어, 일본어, 스페인어를 말하는 콘텐츠도 만들고 있다.

- 『MCN 비즈니스와 콘텐츠 에볼루션』 중에서
(금준경 지음 / 북카라반 / 264쪽 / 14,000원)<북코스모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