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기천
▲소기천 교수. ⓒ크리스천투데이 DB
김삼환-김하나 목사의 명성교회 사태와 관련, 소기천 교수(장신대)가 '소위 세습방지법 칼럼' 세 번째 편을 지난 24일 자신의 SNS에 게시했다. 제목은 '목사직은 장로직과는 달리 계승 전통이다'로, 성경과 역사 속 제사장 제도에 대해 살피고 있다.

소 교수는 "원래 가업(家業)을 이어가는 것이 인간 사회에서는 대체로 일상화돼 있는 현상이다. 교회의 성직도 마찬가지"라며 "목사직은 장로직과 달리 구약 시대부터 제사장직을 레위 지파와 사독 계열에게 독특하게 물려준 계승 전통에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이를 자세히 살펴보면, 모세오경에서 제사장직은 아론의 후손인 레위 지파의 특권과 의무로 대대로 계승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그러나 다윗 왕조와 솔로몬 시대를 거치면서 제사장직은 사독 계열 출신이 독차지하게 된다(삼하 15:24). 이로써 사독 계열은 기름부음을 받은 다른 직책인 예언자와 왕(시 45:16)과 더불어, 예루살렘 성전을 주도하는 제사장직을 계승하면서부터 종교 권력의 한 축을 형성하게 된다. 이들이 후에 사두개파라 불린 집단"이라며 "그러나 유대왕국이 멸망한 후 페르시아 시대에 이르러서도 종교적 자치권을 행사하던 사두개파가, 에루살렘에서 종교적으로 심히 부패한 권력을 행사하면서 제사장직도 잘못 계승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소기천 교수는 "불행하게도 이런 사독 계열에 의해 독점된 부패한 제사장직의 계승은 기원전 172년 시리아계 셀류코스 안티오크스 4세가 합법적으로 계승된 대제사장이던 오니아스 3세의 동생 야손에게 제사장직을 팔고, 곧 이어 제사장 가문 출신도 아닌 메넬라우스에게 돈을 받고 제사장직을 줌으로써 매점매석과 다를 바 없어졌다"고 했다.

또 "통치자인 안티오크스에 의해 제사장직이 사독계열이 아닌 이방 정치인에게 넘어가자 제사장직은 변질돼, 예루살렘에서는 통치자에게 충성을 약속하거나 공공연히 뇌물을 준 대가로 임명되는 사태까지 초래된다"며 "이에 더해 안티오코스는 모든 유대인에게 그리스 풍습을 강요하고, 할례 예식 철폐와 안식일 규례를 금지하는 칙령을 발표하고, 예루살렘 성전 안에 제우스 제단을 세운다"고 설명했다.

소 교수는 "그 후에 예루살렘 성전에 이방신을 가져온 셀류코스 왕조에 대항한 마카베오 항쟁이 성공한 결과, 유대를 통치하게 된 하스몬 왕가는 기원전 63년 로마에 멸망할 때까지 80년 동안 사독계열이나 다윗 왕조의 혈통이 아님에도 제사장직을 겸하는 왕족이 된다"며 "기원전 31년 악티움 해전에서 이집트 클레오파트라와 연합한 그리스의 무적함대 안토니우스를 물리친 옥타비아누스는 기원전 27년 아우구스투스란 경칭을 원로원에게서 획득한 후, 지중해 전역에 식민지배의 속국을 건설하는 이러한 급변하는 사태로 인해 다시 유대교 내에서 특정종파 사이 심한 분쟁이 야기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때 에돔의 피가 섞인 이두매 출신인 헤롯(기원전 37-주후 4년)이 아우구스투스의 총애를 받아 유대 왕이 되고, 자신을 반대한 안티고누스와 그를 지지하던 많은 사두개파를 안디옥에서 처형한 후, 유대인들에게 환심을 사기 위해 예루살렘에 제2 성전을 재건하고, 부속 건물과 주변의 요새들을 건축한다"며 "헤롯은 유대인의 환심을 사기 위해 아내인 이두매 사람과 이혼하고 하스몬 왕가의 마리암네와 결혼한 후, 장모 알렉산드라가 자신의 젊은 아들 아리스토불로 3세를 제사장으로 임명할 것을 종용한다"고 했다.

그는 "이로써 예루살렘 성전은 더 이상 하나님께서 임재하시는 종교적 상징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하게 된다. 복음서에서도 그 아름다움이 극찬될 정도로(눅 21:5; 요 2:20 참조) 빼어난 성전이지만, 헤롯이 46년을 정성들여 지은 예루살렘 성전은 완공된 지 겨우 6년 만에 최후를 맞이하게 된다"며 "주후 66-70년 일어난 유다 1차 항쟁을 진압한 로마의 디도(Titus, 79-81년 황제로 재위)에 의해 예루살렘은 '돌 위에 돌 하나'(눅 21:6)도 남지 않을 정도로 완전히 파괴되어 부패한 유대 종교는 최후를 맞이한다"고 했다.

소 교수는 "이러한 역사를 되돌아보면, 구약성경에 제사장직을 그 아들에게 계승함으로써 성공한 제사장과 실패한 제사장이 둘 다 존재한다"며 "실패한 제사장은 엘리로 제사장직을 자녀들에게 계승해 주지 못하고 불행한 최후를 맞이하고, 반대로 아론과 같이 성공적으로 제사장직을 물려준 가문이 있다"고 언급했다.

또 "아론의 후손에게 성공적으로 제사장직이 계승된 것을 언급한 구절 가운데 대표적인 출애굽기 29장 29-30절을 보면 하나님께서 최초의 제사장인 아론에게 명령하시는데, 이로써 아론의 성의는 그 후에 그 후손에게 계승되고 제사장직은 계속된다"며 "이런 전통을 보면 성직 계승은 지극히 하나님의 명령에 기초를 두고 있다는 사실이 성경적인 교훈이고, 그렇다고 아들이기 때문에 자동으로 제사장직을 계승한 것은 아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