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준 장로.
▲이효준 장로.
"너희가 양식이 아닌 것을 위하여 은을 달아주며 배부르게 하지 못할 것을 위하여 수고하느냐 내게 듣고 들을지어다 그리하면 너희가 좋은 것을 먹을 것이며 너희 자신들이 기름진 것으로 즐거움을 얻으리라(사 55:2)".

태초에 하나님께서 아름다운 에덴의 낙원을 만드신 후 인간을 창조하셨습니다. 하나님의 모습을 쑤욱 빼닮은 인간을 만드신 후 인간에게 에덴의 낙원을 다스릴 수 있도록 막대한 권한을 부여하셨지만, 선악과만은 예외였습니다. 먹어야 할 것과 먹지 말아야 할 것을 구분하셔서 명령하신 것입니다.

하지만 아담과 하와는 에덴의 낙원에서의 막대한 권한을 유지하지 못하고, 탐심이란 무서운 죄를 범하여 인류 최초의 비극을 생산하는 단초를 제공하여, 우리 인간들은 세상 끝나는 그 날까지 슬픈 역사를 가슴에 묻은 채 살고 있습니다.

성경에는 먹는 이야기가 참 많이 나옵니다. 아브라함과 롯이 천사들에게 대접한 사건, 그리고 지쳐 쓰러진 엘리야를 까마귀를 통해 먹이시는 사건, 그리고 오병이어의 놀라운 기적과 최후의 만찬 역시 제자들과의 마무리 식사 자리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특히 이사야 55장 1절에는 "오호라 너희 모든 목마른 자들아 물로 나아오라 돈 없는 자도 오라 너희는 와서 사 먹되 돈 없이, 값없이 와서 포도주와 젖을 사라"고 말씀하시며 마지막 초대를 하십니다. 바로 이 초대에 부응하여 교회로 나온 우리도 가장 원초적이고, 때론 보잘 것 없는 먹는 문제를 잘 구분해서 행해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 신앙의 원천인 예배도 결국 최후의 만찬에서 시작됐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특히 잘 먹는다는 것은 신앙의 중요한 주제 중 하나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러기에 우리 신앙인은 바른 양심을 가지면서, 거룩하고 풍요롭게 하나님 주시는 영의 양식을 먹어야 하겠습니다.

고린도전서 11장 29절에서 바울은 "주의 몸을 분별하지 못하고 먹고 마시는 자는 자기의 죄를 먹고 마시는 것이니라"고 했습니다. 바울 사도는 주님의 몸을 분별 없이 먹고 마시는 자는 자신에 대한 심판을 먹고 마시는 것이라고 합니다. 모든 먹고 마시는 일은 그 행위에 합당하게 바른 영의 양식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고 우리에게 당부하십니다.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피조물을 깨끗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영의 양식을 끊임없이 찾고 구해야만 합니다. 세상에 있는 육적인 것을 분별없이 마구잡이로 채워 허기를 면하려 하거나, 자신의 욕심을 채우려고 먹어서는 절대로 안 될 것입니다. 이것은 극히 일부 부유한 자의 여유로운 먹거리를 두고 하는 말만은 아닙니다.

성도들은 각자 음식과 음료를 가져와 서로 나누어 먹도록 되어 있었지만, 부자들은 가난한 자들을 기다리지 않고 그들이 가져온 음식을 자기들끼리 먼저 먹고 마셨습니다. 가난한 자들은 부끄러움을 당하며 배고프게 돌아가야만 했습니다. 바울은 성찬의 의미를 상실한 이러한 행동을 한 그들을 심하게 책망합니다.

초대교회 정신은 내 것만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있는 것을 나누며 사랑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오늘날 많은 교회 안에는 서로 있는 것을 통용하기는커녕, 자신의 것을 내어놓는 것은 고사하고 오히려 남의 것을 서로 차지하려 합니다. 참으로 한심한 모습들입니다. 저들이 진정 주님의 참 제자들인가 하고 의구심마저 들 때가 있습니다.

가진 것이 좀 넉넉하다 해서 가난한 사람들을 멸시천대하며, 그 부를 통해 사람들을 억압하고 갑질을 일삼는 신앙인들이 있습니다. 이렇게 교회는 갈수록 교회다운 면모를 잃어가다 보니, 이 시대는 복음 사역도 점점 어려운 환경으로 치닫고 있는 것입니다.

이 모두가 영의 양식을 제대로 먹지 못한 데서 비롯된 것입니다. 교회 지도자들은 이 점을 면밀히 연구 검토하여, 교회 부흥은 물론이거니와 성도들에게 주님의 참 꼴을 먹이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여지껏 지나오면서 잘못 세워진 신앙관을 바로 확립하며, 창조주 하나님에 대한 나의 부족했던 사랑을 다시금 뜨거운 열정으로 피워 봅시다. 가난한 자를 포함한 모든 이의 바르고 거룩하고 풍요로운 육신과 영혼의 만찬을 위해, 오늘도 우리를 친히 찾아오시어 먹여 살리시는 하나님의 놀라운 사랑과 은총을 깊이 느껴 봅시다.

오늘도 값 없이 거저 주시는 하나님의 양식을 풍성히 받아 먹고 누리는 모든 신앙인들이 되어, 이 땅에서 서로 웃으며 행복하게 사랑을 먹고 마시는 모습을 통해 비신앙인들의 부러움을 사도록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이효준 은퇴장로(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