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종교인 과세, 깨끗하게 맑게 자신있게

입력 : 2018.01.09 15:32

2018년 올해부터 '종교인 과세'가 시행된다. 국회가 2015년 12월 2일 본회의에서 종교인들도 세금을 납부하도록 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데 따른 것이다. 당시 2년을 유예하기로 해, 이번 해부터 본격 시행하게 됐다.

목회자와 승려, 신부와 수녀 등 성직자를 비롯한 종교 종사자들은 이제 의무적으로 소득세를 납부해야 한다. 세율은 현행 소득세와 같고, 막판까지 논란이 됐던 종교활동비는 일단 과세 대상에서 제외됐다. 그러나 관할 세무서에 신고하도록 했다.

종교인 특히 목회자들도 대한민국에 살면서 의무와 권리를 갖는 국민의 한 사람인 만큼, '납세'는 국민으로서의 당연한 의무에 해당한다. 이제까지는 일제와 6·25 전쟁 후 피폐해진 국민들의 삶을 위로하는 '성직자'로서의 공로와 함께, 당시에는 세금을 낼 만한 수입을 갖는 성직자들도 거의 없었을 것이므로 의무에서 제외돼 왔다.

그러나 경제가 발전하고 소득이 향상된 오늘날에는 국민 평등권 차원에서도 그렇지만, 일반 국민들의 평균 소득에 비해 현저히 적은 재정을 감수하며 땀흘리고 있는 많은 개척교회 목회자들의 '복지'를 위해서도 '종교인 과세'는 필요한 제도이다. 물론 세금 납부에도 불구하고 종교인들은 4대보험을 모두 적용받을 수 없는 등, 보완해야 할 사안이 적지 않다.

이제까지 정부는 '종교인 과세' 시행 자체에만 열을 올렸을 뿐, 시행시 어떤 문제가 있는지, 그리고 무엇 때문에 종교인들이 반대하는지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계속돼 온 잇따른 논란은 사실 정부의 준비 부족 때문이다. 세금을 낼 정도의 소득을 가진 대부분의 종교인들은 이미 자발적으로 세금을 납부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가 '종교인 과세'를 다짜고짜 밀어붙이는 이유에 대해 종교인들이 '다른 이유'가 있는 게 아닌지 하는 의구심을 가졌던 것도 사실이다.

현장의 교회 재정 담당자들도 "정부 쪽에서는 준비를 다 했다고 하는데, 세부적인 질문을 하면 하나도 대답하지 못하더라"며 "명확하게 정부 쪽에서 정리하지 못하는 부분들도 있다. 진즉 허심탄회하게 종교인 재정의 특수 부분을 청취했다면 절대 나올 수 없는 답변들"이라고 토로하고 있다.

주무관청인 기획재정부도 실무자들이 궁금해하는 부분들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답변도 준비하지 못한 채, "새해가 됐지만 현장에서 문의전화가 전혀 없다", "혼란이 많을 것이라는 주장은 빗나갔다" 등의 '언론 플레이'에만 열심인 것이 현실이다. 한 언론은 서울 강남·서초·송파 등 소위 '강남 벨트' 지역 세무서들에게만 '종교인 과세 문의전화' 여부를 물었다는데, 도대체 이것은 무슨 의도인건가.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 새해 업무 첫날부터 관할 세무서에 종교인 과세를 문의하는 교회가 있으리라 보는 것인가. 더구나 공무원들의 평소 행태를 생각할 때, 업무 첫날부터 세무서에 민원을 넣고 '좋은 소리'를 들으리라 예상하는 국민들이 없다는 것을 정부는 진정 모르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목회자들은 이왕 실시되는 '종교인 과세'인 만큼, 각 교회와 함께 치밀하게 준비하고 정확하게 납부하여 모두 '성실 납세자'가 돼야 할 것이다. 이전까지는 '교회 일이 내 일', '내 돈이 교회 돈'이라는 사명감과 주인의식으로 영수증 처리를 하지 않거나 대납 후 돌려받는 등의 관행을 사용했다면, 이제부터는 교회 일과 본인 일의 공사 구분을 명확히 해야 한다. 자칫 '탈세범'으로 몰릴 수 있기 때문이다.

교회도 이제까지 '목회활동비'라는 이름으로 목회자들에게 제공했던 각종 편의들을 좀 더 정확하게 항목별로 정리해야 한다. 모든 재정을 집행할 때 서류나 영수증 등 객관적 자료들을 확보해야 한다. 그간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이유로 소홀히 했던 부분들을 이참에 공개적으로 명확히 해야 할 것이다. 이는 교회의 사회공헌이 좀 더 알려지는 긍정적 효과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정부는 '종교인 과세'를 명분 삼아 종교활동에 개입하려 해서는 절대로 안 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정교분리의 원칙'을 헌법에 명시한 국가이다. 유럽 각국의 역사는 각종 이유로 교회에 개입했던 국가 권력이 어떠한 말로를 겪게 됐는지 증언하고 있다. 교회는 기꺼이 협력의 자세를 취하고 있는데, 정부가 '본보기를 보여주겠다'며 나설 경우 오히려 역풍을 맞을 것이다.

무엇보다, 목회자들은 '깨끗하게, 맑게, 자신있게'라는 구호를 기억했으면 한다. 소득과 각종 비용 신고에 있어 공개하기 꺼려지는 부분이 있다면, 그것은 목회자 스스로 반성해야 할 일이다. 법의 테두리와 상식의 잣대 내에서 사례비를 받고 활동비를 사용했다면, '깨끗하고 맑고 자신있게' 공개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물론 교회 바깥에까지 세세하게 공개할 필요는 없겠지만, 각 교회는 성도들의 소중한 헌금을 바르고 귀하게 사용하여, 그 어디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는 재정 기록을 남겨야 할 것이다. 교회 규모가 작아 재정 전문가가 없다면, 관련 NGO나 각 교단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부디 '종교인 과세'가 교회와 목회자들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여, 이 땅의 부흥에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는 긍정적인 제도로 자리매김하길 바란다.

종교인 과세
▲한기총 사무총장 최충하 목사(맨 오른쪽) 등이 청와대 앞에서 문재인 대통령께 드리는 글을 낭독하고 있다. ⓒ김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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