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렬 인터뷰
▲김충렬 교수. ⓒ크리스천투데이 DB
제53장 꿈의 기초이론(2)

꿈은 인간의 무의식을 반영하기 때문에 치료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물론 무의식을 알 수 있는 길이 유일하게 '꿈'뿐인 것은 아니다. 인간의 무의식은 그림에도, 말에도 어느 정도 녹아있다. 다만 그림이나 말은 어느 정도 의식이 관여된다는 점에서, 꿈이야말로 무의식이 가장 많이 반영된 수단이라 볼 수 있다. 이는 꿈이 치료 수단이면서도 분석에서 중요한 이유가 된다.

1. 분석심리학에서 꿈의 특징

꿈은 많은 상징으로 이루어져 있다. 많은 상징으로 이루어지는 꿈이기에 사람이 이해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다. 무엇보다도 꿈은 대단히 방대하다는 것이다. 그러기에 많은 꿈을 연구한 전문가라도 이를 잘 알 수 없다는 것이 꿈을 보는 융의 시각이다. 이것은 꿈을 이해하는데 한계가 있음과 함께 그 중요성을 인식시키는 것이기도 하다. 꿈은 또한 그 특성상 이해 못할 뿐 아니라 끝까지 그 의미를 알아내지 못하고 마는 경우도 얼마든지 있음을 의미한다. 이처럼 다양하고 방대한 꿈의 특성들이 여기서 모두 논의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융의 관점에 기대어 몇 가지 꿈에 대한 특징을 정리하고자 한다.

1) 무의식의 산물로서 꿈

분석심리학에서 꿈은 무의식의 산물이다. 꿈에 대하여 융은 다음과 같이 언급한다. "꿈은 무의식적이며 자연발생적으로 정신의 산물이다. ... 꿈은 꾸미지 않은 자연스런 진리를 보여준다." 이것은 꿈이 인간정신의 숨기지 않은 정신의 진실을 보여준다는 말이다. 인간이 의식하는 동안에는 자신이 생각한 것들이 어떠한 의도 때문에 표출하고 싶지 않을 수 있지만, 이런 생각이나 관념들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꿈은 때로는 망각되는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기억되거나 저장된다는 점에서다.

이는 다른 것이 아니라 우리의 정신에 이러한 표상들이 기억 및 저장되는 넓은 영역이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드러나지 않는 드넓은 정신의 영역에 대하여 우리는 '무의식의 세계'라고 부른다. 이 무의식의 세계는 꿈을 통하여 표출되기에 꿈을 보는 것은 개인의 본성, 무의식의 세계를 보는 것이 됨을 의미한다.

우리가 알듯 인간의 지각(知覺)에는 한계가 있다. 인간은 모든 것을 지각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인간이 보고, 듣고, 만지고, 맛보고 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그런 것에 대하여 인간이 얼마나 멀리 보며, 얼마나 잘 듣는지. 그의 감촉이 어느 정도 가능한지, 어느 정도를 맛볼 수 있는지의 질과 양에 대해서는 확실하지 않다. 이러한 인간의 지각한계가 바로 세계의 지각하는 일에 대해서 어떤 제동을 거는 것이다.

인간의 지각에 대해서 우리는 과학적인 기구나 도구를 사용하여 더 나은 효과를 나타낼 수는 있다. 그것은 현미경으로 더 미세한 입자를 본다거나, 더 작은 소리를 듣는 것, 쌍안경이나 망원경으로 더 먼 물체를 본다거나 등과 관련되는 것이지만, 그 이상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것은 우리가 어느 한계까지만 확실성에 이를 뿐이지만, 그 나머지는 의식된 지식이 통과할 수 없다.

실제로 정신에서 의식된 한계를 넘는 세계가 있는데,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더라도 존재하는 정신의 세계를 무의식이라 부르는 것이다. 이런 무의식의 상태는 개체마다 그 특성이 다르게 마련이지만, 대체로 꿈으로 나타나기에 꿈은 무의식 상태의 산물이며 반영인 것이다.

2) 무의식의 증거로서 꿈

분석심리학에서 꿈은 무의식의 증거이다. 과학자와 철학자들이 무의식의 존재를 부정하나 심리학자들이 꿈을 통하여 무의식의 존재를 밝혀내었다. 의식과 무의식이라는 양분된 인격에 고통당하는 인간은 신경증 환자만 이 무의식의 세계를 몰라 정신적으로 고통을 당하는 것만이 아니라, 정상적인 사람도 잘 알지 못하는 무의식 때문에 고통을 당한다.

반면 의식은 인간이 알 수 있는 정신의 특성이다. 물론의식이라고 해도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경우는 있다. 그것은 인간의 인식의 기준과 방법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어쨌든 간에 의식은 역사적으로 오래도록 발전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인간이 의식을 사용한 문명의 역사는 문자를 발견된 것으로 보아 기원전 4,00년이나 된다. 이는 인간이 문명생활, 의식생활을 의미한다. 이는 곧 의식의 발전역사인 것이다.

그러나 인간의 정신이란 의식으로만 되어 있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 무의식이 있다. 우리에게 드러난 의식의 문제는 보이지 않고 알 수 없는 무의식에서 연유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적으로 일찍이 주목한 일이 없던 것이 의식의 문턱에서 머물러 있거나 이미 생겨났지만, 잠재의식 속으로 흡수되어 의식하지 못한 경우가 된다. 이는 다만 직관의 순간이나 깊은 사고과정을 통하여 인식할 수 있는 것들이다.

이런 내용에 대하여 우리가 강한 감정의 정동(情動)과 생동성을 무시하였다고 해도 때로 추억이 되어 나오는 것처럼 우리의 무의식에서 떠오르게 된다. 이에 대한 증거의 하나가 바로 꿈인 것이다. 따라서 꿈은 인간의 정신의 어떤 특성의 하나로서 의식에 떠오르지 못하고 잠재의식에 묻혀버린 심리적인 생성물이기도 하다. 이것은 무의식적인 요소로서 수면 중에 나타나고 있기에 수면 중에 나타나는 꿈이 바로 무의식의 분명한 증거인 셈이다.    

3) 무의식의 상징으로서 꿈

분석심리학에서 꿈은 무의식의 상징이다. 꿈은 무의식의 반영이기에 무의식이 꿈에 나타날 때는 합리적인 사고로서가 아니라 비합리적인 사고로서 나타난다. 이 비합리적인 사고를 나타내는 것이 상징이다. 꿈은 무의식이 비합리적인 사고로서 나타나는 상징적인 상(像)이다. 어떤 경우에 인간은 이성의 파악을 넘어서는 관념을 상징으로 나타낸다. 상징은 말이나 단어 이상의 어떤 것을 의미하는 이미지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태양은 원시사회에서는 가장 주된 종교적인 상징이었다. 이는 원시사회 뿐 아니라, 현대의 대부분의 사회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인간이 정의할 수 없는 종교적 체험을 태양으로 대신해서 상징으로 표현한 결과이다. 그런 상징성은 사회, 종교에서 더 풍부하게 사용되는 실정이다.

기독교에도 많은 상징이 있지만, 십자가는 가장 대표적인 상징의 하나이다. 기독교의 십자가에 대해서 우리는 어느 정도 정의할 수는 있을 것이지만, 그 십자가가 담고 있는 의미를 낱낱이 설명하기는 어렵다. 십자가는 그 상황에 따라 의미가 다르게 사용될 수 있기에 일거에 열거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상징으로 많은 것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기에 말이나 이미지가 직접적인 의미 이상의 어떤 것을 내포하고 있을 경우는 상징적인 것이 된다. 이와 같은 말이나 이미지에 대하여 우리가 정확하게 정의하거나 설명할 수 없는 넓은 무의식적인 측면을 상징으로 나타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4) 무의식의 상징-언어로서 꿈

꿈은 무의식의 상징-언어이다. 인간은 이해할 수 없는 의식의 한계를 넘는 개념을 표시하기 위해 상징적인 언어를 사용한다. 이 상징은 일상생활에서 귀에 익은 용어나 이름, 그림, 관습적인 것, 뿐 아니라 어떤 막연한 것, 볼 수 없거나 잘 알 수 없는 미지의 것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사용된다. 그리고 이러한 꿈이 상징으로 표현된다고 해도 이해하지 못하는 수가 있다.

영국을 방문한 인도인이 있었다. 그는 영국을 방문하고 온 후 영국인은 동물을 숭배한다고 했다. 그것은 그가 오래된 교회를 방문했는데 그 교회에 독수리, 사자, 소의 조각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융은 이에 대하여 이는 에제키엘의 환영(幻影)에서 유래하여, 이집트의 태양의 신(神) 호루스(Horus)와 그의 네 아들과 대비되는 것으로 복음서 기자들을 상징이라 하였다.

그러나 이는 실제로 많은 기독교인들조차 모르는 상징이라는 것이다. 융은 모든 종교가 상징적인 언어나 상(像)을 사용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고 한다. 바퀴나 십자가 같은 것도 때에 따라서는 대단한 상징성을 발휘하는 것이 되고, 태양이 신(神)을 상징하는 것으로 나타내는 것이 그것이다.

태양의 표상은 인간이 정의할 수 없는 종교적인 체험을 표현한다. 태양은 원시사회에서 뿐 아니라 현대사회에서 대부분의 국가에서 신(神)으로 통하는 상징-언어인 셈이다. 이 모든 것은 인간이 의식적으로 사용한 상징-언어들이지만, 꿈은 그 사용방법에서 다르다. 꿈은 인간이 의식적으로 사용하는 상징-언어와는 달리 무의식적인 상징-언어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꿈이 무의식적인 차원임을 의미한다. "꿈이 인간의 무의식에서 자연발생적으로 산출된 상징-언어"라고 말하는 융의 의도가 여기에 있다.

5) 무의식의 치료기능으로서 꿈

분석심리학에서 꿈은 무의식의 치료적인 기능을 수행한다. 이것은 무의식에서 산출된 상징이 그대로 상징-언어이기 때문인데, 이는 무의식의 세계가 정신에 있는 무의식이 상징을 산출하는 이유는 상징-언어를 통한 의식과의 소통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융은 낯선 사나이의 꿈을 예로 든다. 이 사나이는 융의 등 뒤에서 덤벼들려고 한다. 전혀 알 수 없는 사나이는 융과는 아무런 상관없는 사람이라면, 이 꿈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이 꿈은 전문적인 학문세계의 어떤 것을 나타낸다고도 할 수 있지만, 다반사로 내재하는 오해의 소지에 그다지 신경이 쓰이지 않을 정도이다. 융은 꿈의 정서적인 반응에 대해 의식적인 조절기능의 하나로 생각하기 시작했다. 꿈은 상징적인 이미지로 그에게 의식조절을 알린 것이다.

이처럼 무의식이란 대개 생각으로 생겨났으나 잠재의식 속에 흡수되어 의식에 떠오르지 못한 여러 가지 심리적인 생성물이다. 이런 생성물들은 처음에는 강한 정동과 생동성이 무시되었다고 해도 후에는 일종의 추억처럼 무의식에서 떠오르기도 한다. 이렇게 환자는 자신의 꿈에서 떠오르는 것을 통하여 의식과 무의식과의 소통을 하여 정신의 조화로운 균형을 이루는 것이다.

이러한 정신에 있는 두 주체, 의식과 무의식의 존재에 대하여 많은 학자와 철학자들이 그다지 인정하지 않는 수도 있지만, 심리학자들이 이를 가정한 것은 임상의 연구결과였다. 인간의 인격, 정신 안에서 두 존재가 양분됨으로 인하여 고통을 치른다. 그것은 단지 신경증 환자만 이런 고통을 치르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무의식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더라도 심각한 문제에 직면한 경우 어느 정도 갈등양상, 즉 정신이 갈라지는 해리(解離)현상은 있을 수 있다. 이런 것은 잠을 자는 수면 중에도 꿈으로 나타나 고통당하는 경우를 우리가 경험하게 되는데, 이런 것은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

6) 자율적인 특성으로서 꿈

분석심리학에서 꿈은 자율적인 특성을 갖고 일정한 기능을 수행한다. 인간은 정신을 의식으로 대개 통제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의식은 정신을 조절 및 통제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런다고 해도 인간이 정신에 대해서 의식으로 얼마나 통제할 수 있는가의 그 온전성에 대하여는 확신하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높은 문명의 수준에 있는 사람들이라고 해도 인간의 의식(意識)은 적절한 연속성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인간의 의식은 정신의 일부분을 고립시키는 능력, 집중력 그리고 주의력을 끄는 것 등은 잘 할 수 있지만, 정신의 일부분을 분리하여 일시적으로 억제하고자 하는 결정 등은 의도만큼 쉬운 것이 아니다.

때로 꿈꾸는 당사자가 알거나 동의하지도 않는 것, 그리고 심지어는 당사자의 의도와는 전혀 반대로 정신이 작용하는 경우도 일어나기도 한다. 이런 경우를 가리켜 우리는 곧잘 "정신이 나갔다", "영혼을 잃었다"는 등의 표현을 사용한다. 이것은 분명히 의식의 통일성이 문제인 것을 입증하는 사례이지만, 이런 작용은 대개 우리가 알지 못하는 무의식이 작용한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실로 꿈은 의식에 통제를 받지 않는다. 무의식의 영역으로서 나의 의식과는 상관없어도 나타나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나는 이런 꿈을 꾸고 싶은 의도에서 꿈을 꾸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 때로 자신이 원하는 꿈을 꾸는 수는 있다고 해도 꿈이 무의식에 관계된 것인 이상, 본인의 의식적인 의도와는 관계가 먼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것이 의식적인 의도에 의한 결과가 아니라는 것은 분명하다는 점에서 우리는 사람이 꿈을 꾼 것이 아니라, 꿈이 사람에게 나타난 것이라 보는 것이다.

2. 꿈의 생성

꿈의 생성은 꿈의 원리에 기초하는 문제이다. 꿈이 생성되는 문제는 융의 무의식론에서 나타난다. 융은 의식과 무의식의 결합하는 과정을 설명하면서 그 특징을 말한다. 우리의 기억이 의식에서 사라졌다고 해도 그것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님을 말한다. 마치 눈에서 사라진 자동차를 다시 볼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 원리이다.

이처럼 무의식이란 일시적으로 불명확해진 관념이나 인상 또는 이미지의 중첩으로 이루어져 있으면서 의식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무의식의 영향으로 건강한 사람의 경우에도 때로 행동하면서도 무엇을 위해 움직이는지 모르는 경우가 발생한다. 그것은 무의식에 이끌린 경우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융의 입장에 기대어 꿈의 생성요인에 대해서 다음의 몇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1) 과거의 경험에서 발생하는 꿈

분석심리학에서 꿈의 생성은 과거의 경험과 관련된 것이다. 꿈은 대개 전날의 걱정거리와 관련이 있는 개인적인 경험과 관계되는 경우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꿈은 꿈꾼 사람이 과거에 경험했던 것들, 즉 본 것, 생각한 것, 여러 인상, 기분 등에 관련된 것들이다. 대체로 꿈꾸기 전날이라든가 꿈과 가까운 시간들과 관련되는 꿈이 많다는 것이 이를 입증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융은 "꿈들의 내용은 매우 다양하지만 꿈의 사례들은 우선 과거를 제시하고 잊혀지고 잃어버린 일들을 상기시켜준다"고 말한다. 만약 누가 현실에서 일어난 일과 거의 똑같은 일을 꿈꾸었다면, 어떻게 그것이 꿈에 나타났는지 궁금해 할 것이지만, 이런 일은 종종 있는 것이다. 꿈이 그 전날의 경험과 관계되고 또는 가장 빈번하게 연결되는 수가 있기 때문이다. 이는 꿈이 과거의 정신적인 경험들과 관련된다는 하나의 단면인 셈이다.

이런 과거적인 경험들에는 미쳐 의식으로 떠오르지 않은 관념이 망각 속에 사라진 것도 포함된다. 과거와 관련된 꿈들에서는 인격의 다른 발달 가능성이 과거의 어딘가에 파묻혀 있는 일지 종종 있지만, 그것에 관해서는 환자는 물론 어느 누구도 모르지만, 꿈은 그 자취를 들추어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융은 과거와 관련한 꿈에서는 망각에 주목한다. 과거적이라는 것은 망각된 것이어서 의식으로 떠오른 것이 있고, 상당 기간 잊혀진 채로 잠재해 버린 관념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의식은 지금은 잊혀진 상태이지만, 나중에 무엇에 의해 무의식이 작용되면 의식에 떠오르게 될 것들이다. 다시 말해서 망각된 관념들은 비록 의지로서 의식에 떠오르지는 않는다고 해도 잠재적 상태를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 망각된 관념들은 언젠가 저절로 떠오르거나 혹은 상당한 세월이 흐른 다음에 떠오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망각의 발생원인은 단순하게는 의식의 특성에 근거하는 것이다. 의식은 그 특성상 한 번에 단지 몇 개의 이미지만을 명료하게 파악할 수 있는 특성 때문에 그러한 망각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이처럼 과거의 경험들이 주로 잊혀진 것과 관련되는 것이지만, 그 당시에는 의식이 크게 주목하지 않았던 것이라고 해도 무의식은 주목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런 것은 우리가 보거나, 듣거나, 냄새나 맛을 보았던 것들이 의식의 다른 곳에 집중으로 인하여 망각되었고, 또 이에 대한 자극을 의식은 의식적인 인상을 남길 수는 없지만, 우리의 잠재적인 지각이 무의식에 남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과거적인 것들과 관련하여 자극되는 요인이 또 다른 꿈의 생성을 가능하게 하는 요소인 것이다.

2) 콤플렉스에서 발생되는 꿈

분석심리학에서 꿈의 생성은 콤플렉스와 관계된다. 꿈이 과거와 관련되는 것은 콤플렉스의 문제를 자연스럽게 연결시키는 측면이 있다. 콤플렉스는 물론 선천적으로도 어느 정도 관련이 되지만, 후천적으로 경험되는 특성이 더 많다는 점에서다.

제자와 대화하며 걷던 어느 교수의 예는 과거의 기억과 관련되는 것이면서 융의 콤플렉스와 관련되는 사례이다. 그 교수는 제자와 대화하면서 시골길을 걷고 있었다. 갑자기 그는 일련의 어린 시절의 기억들에 의해서 생각이 중단되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왜 그렇게 정신이 흐트러지는지를 몰랐다. 다만 무엇과 연관되는 것만을 어렴풋이 짐작할 정도였다. 그리고 갑자기 어린 시절의 기억이 떠오르게 된 것이 농장을 지날 때라는 것을 알아내었다.

그는 곧 제자에게 어릴 때의 기억을 하도록 만들었던 농장으로 가자고 하여 다시 그 곳으로 돌아갔다. 그 곳에선 거위의 냄새가 나는 것이었다. 그는 어린 시절의 환상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바로 이 냄새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린 시절 거위를 기르는 농장에서 살았던 그는 이 특유한 냄새와 인상이 있었던 것이다. 이것이 그 농장을 지나면서 그 냄새를 인하여 잠재적으로 인지했고 무의식에 지각이 불러일으켜진 것이다.

우리는 이쯤에서 융의 콤플렉스 이론을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 콤플렉스는 그 특성상 '감정적으로 강조된 심리적 내용'이라 하였다. 그리고 이것은 하나의 핵-요소를 이루는 특징이 있고 그것은 하나가 아니고 여럿이라는 것도 안다. 이 핵-요소는 강한 정감을 갖고 있어서 보통 때는 느끼지 않는 것이며, 인과적으로 환경에 결부된 체험으로 구성되는 조건이다. 이러한 체험이 때로 고향의 감정과 정감을 자아내기도 하는 것이다.

사람은 어린 시절 성장했던 그 때의 환경과 여건을 쉽게 잊지 못한다. 그 정감은 고향으로 돌아가고픈 회귀력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우리 한국 사람은 이러한 정감에 익숙해 있다. 이런 어린 시절의 정감은 그대로 꿈에 나타나게 하는 요소가 된다는 것이다. 고향을 그리워하는 사람이 꿈에서 고향에 간 사실은 이를 입증하는 실례에 속한다. 그러므로 콤플렉스는 우리의 무의식을 자극하여 꿈이 되게 하는 중요한 요소임을 간과할 수 없다. 이는 프로이트의 꿈의 자극요인이 대부분 무의식적인 것, 특히 성적(性的)인 꿈에 대비되는 융의 중요한 입장이라고 볼 수 있다.

3) 미래와 관련되어 발생되는 꿈

분석심리학에서 꿈의 생성은 미래와 관련된다. 미래와 관련되는 꿈이란 대개 미래지향적인 것과 관련되는데, 이는 꿈의 기능과 관련되는 것이기도 하다. 꿈에서 미래지향적인 기능에 대해서 분석심리학은 미래의 의식적인 성과와 무의식에 있어서 선취하는 것이며, 예비적 연습으로 본다. 꿈이 갈등적인 내용의 해결을 보여 주거나, 미리 일어날 일을 예시해 주는 기능 등은 이를 입증하는 것이다.

융이 제1차 세계대전 후 독일의 환자들이 자기에게 말한 꿈에 의해 지하의 감옥에서 뛰쳐나와 세계를 황폐화시킬 것이라는 예언과, 유럽이 피바다로 변하는 미래예시적인 꿈을 꾸었다는 말한 것은 모두 이와 관련되는 것이다. 그 후 몇 해가 지나서 히틀러는 독일의 권력을 장악하여 전쟁을 일으켰다는 일화는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미래와 관련되어 발생되는 꿈이란 개인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개인의 가족사의 문제를 꿈꾸고, 가족의 중대한 것에 해당하는 사업이나 혹은 가족 중에 누가 세상을 떠나는 꿈을 꾸는 것도 이에 해당한다. 이런 것은 이론적인 것보다 경험적인 것이기에 논란의 여지가 없는 편이며 그 입증이 어렵지도 않다. 이처럼 미래와 관련되는 것은 모두 예시적인 측면을 "꿈은 감추는 것이 아니라 가르친다"는 것이기에 지도적이고 교훈적이라는 점이 드러난다.

융은 이 때문에 꿈을 중요시하였고 실제로 꿈으로부터 많은 교훈과 가르침을 받은 장본인이지만, 여기에서 그는 한 가지를 경고한다. 그것은 우리가 모든 꿈을 미래지향적으로 보는 오류를 범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 유형에 해당하는 꿈이란 실제로 대단히 적기 때문에서다. 그의 충고는 이론이 아니라 그의 경험에 근거한 것이기도 하다. 이것은 또한 많은 사람의 꿈을 해석한 결과에도 관련되는 것이라 짐작이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는 직업에 종사하는 동안 많은 사람의 꿈을 접하고 해석하였다. 그는 분석하는 직업에 종사하는 동안 8만개의 꿈을 해석하였다는 점이 이를 시사해 주고 있다.

4) 병리적인 것에서 발생되는 꿈

꿈은 병리적인 것과 관련되어 발생된다는 것이 분석심리학의 입장이다. 병리적인 것이란 꿈을 꾸는 사람이 자신의 질병과 관련되어 꿈을 꾸고 있다는 것인데, 이는 질병이 일정한 꿈을 발생시키는 원인이 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신경증 환자의 경우에는 이상한 현상이 나타난다. 그들에게는 들으면서, 듣지 못하고 보면서도 보지 못하는 현상이 나타나는 그것이다. 이는 정신의 무의식적인 내용에 이끌려 생각이나 말, 행동이 의식적인지 아닌지를 명확하지 않은 현상이지만, 최면을 걸어보면 다르다는 점에서다.

의식장애를 일으키는 히스테리 환자의 경우 정신상태는 불확실한 것이 사실이다. 팔에 주사를 놓아도 어떤 순간에는 통증을 느끼나 어느 순간에는 전혀 느끼지 못한다. 그들은 때로 피부의 감각조차도 상실한 것 같아도 최면을 걸어보면 이 과정을 확실하게 인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혼수상태에서 병원에 실려 온 어느 부인은 다음날 의식이 회복되었을 때 자신이 있는 위치와 정황을 전혀 알지 못했지만, 융이 최면을 걸자 그 모든 과정을 모두 알아내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하여 융은 무의식의 발현이란 정신병리학의 문제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다. 무의식의 발현은 단지 신경증적인 정신상태의 사람에게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건강한 사람에게도 나타난다는 것이다. 다만 신경증적인 사람에게 더 심한 것은 정상적인 정신상태가 병적으로 확대된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5) 원형에서 발생되는 꿈

분석심리학에서 꿈은 원형과 관계되어 발생된다. 원형에서 발생되는 꿈이란 일반적인 개인경험과는 전혀 다른 것을 경험하게 되는 꿈을 의미한다. 이것은 인간의 본질에 해당하는 특성으로서 인간성의 바탕을 이루기 때문이다. 실로 원형적인 꿈이란 꿈을 꾼 당사자와는 전혀 상관없는, 이전에 본 일도 경험한 일도 없는 대체로 매우 희한한 꿈이거나 때로 무시무시한 꿈일 수 있다.

일반적으로 꿈은 주로 개인에 관계된 것 꿈을 꾸는 것이 보통이다. 개인의 주변 환경에서 발생한 일들, 현재 사귀는 사람들, 옛날에 만났거나 알던 사람, 지금 어떤 일에 관계되거나 집중하는 것들 등 주로 개인의 경험세계와 관련되는 것이다.

원형과 관계된 꿈이란 개인경험과는 전혀 다른 측면을 성격을 띤다. 이제 까지 전혀 본적이 없는 곳, 전혀 모르는 어떤 사람, 전혀 뜻밖의 광경, 무시무시한 괴물 등 자신의 현실생활과 관련성이 먼 원시성 내지 고태성을 띠는 것들이다. 이런 경우 "신령한 꿈을 꾸었다", "아주 이상한 꿈을 꾸었다"는 등 놀라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 꿈은 대개 개인의 경험을 넘어서는 대단히 감동적인 신령한 꿈인가 하면 완전히 다른 세계에 관한 것이기도 하다. 이것은 마치 조상의 계시라해야 할 그런 것들이다. 이런 꿈을 대개는 사람들이 큰 꿈을 꾸었다고 말한다. 이런 꿈을 꾸게 되는 것은 심리학적으로는 주로 자아가 무의식의 혼란에 대처하지 못한 경우로서 대개 원형과 관계된다고 본다.

일반적으로 꿈-분석을 받는 치료 중에 있는 환자는 그런 꿈을 꾸는 수가 있다. 이것은 상징이 억압된 욕구의 위장된 표현이라는 프로이트의 견해에 반대되는 융의 견해이다. 이런 꿈은 인격의 발전을 가능하게 하는 원형론과 관계된다. 우리는 이미 인격발전과 관련된 집단무의식적인 요소들, 페르조나, 그림자, 아니마와 아니무스, 그리고 자기 등의 원형론을 알았다. 원형과 관련된 꿈은 나타난 측면을 개성화하는 과정을 통하여 그것들을 통합시키려는 무의식의 의도이다. 그것은 조화된 전체, 즉 자기 자신을 이루기 위한 자아를 향한 무의식의 시도인 것이다.

3. 정리

이상에서 우리는 분석심리학이 꿈에 대해 이해하는 것에 대하여 다루었다. 이것은 우리가 알아두어야 할 꿈의 정체와 그 중요성, 그리고 꿈의 생성에 대한 것이었다. 꿈의 언어는 상징이라고 할 때 상징에 대한 이해는 꿈을 이해하는 것과 일치한다는 점에서 상징은 꿈의 목적과 표현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요건이었다.

꿈은 그 목적을 위해 가장 입수하기 쉬운 기본적인 소재가 되지만, 융은 꿈을 다루는데 기본적인 두 가지 문제를 제시했는데, 하나는 꿈은 하나의 사실로서 취급되는 것이었다. 꿈이 의미를 갖고 있다는 것 이외에 어떠한 전제도 가져서는 안 된다는 점에서였다.

다른 하나는 꿈은 무의식의 일종의 고유한 표현이라는 점이다. 여러 가지가 중요하지만 이 두 가지는 가장 기초적인 것이라 강조하는 것이다. 이런 태도에서 꿈에 대한 이해는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 분석심리학의 꿈에 대한 입장이 될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분석심리학이 보는 꿈의 기초이론에 대하여 기술했다. 우리는 이제 꿈에 대하여 분석심리학이 어떻게 다루는지를 접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꿈은 분석심리학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데, 꿈이 환자의 치료를 위하여 중요시되는 치료과제의 하나이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꿈을 정확하게 이해한다는 것은 치료의 방법과 목표에 그만큼 진전을 이룰 수 있는 도구를 마련하는 것이 된다. 꿈은 의식이 전혀 문제시하지하지 않았거나 갈등하는 것으로 여기지 않았던 현재의 사실들을 지적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분석치료에서 반드시 알아야 할 꿈의 원리에 대해서 우리는 몇 가지로 구분하여 기술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