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여의 性적 차이, 허물어선 안 되겠지만 차별해서도...

입력 : 2018.01.03 18:20

[좌충우돌 강도헌의 책읽기] 권력과 에로스

여성 혐오를 혐오한다
여성 혐오를 혐오한다

우에노 지즈코 | 나일등 역 | 은행나무 | 344쪽 | 14,000원

대부분의 남성들은 '여성 혐오'라는 말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남자들끼리 하는 농담 중에 '나는 여자를 좋아해'라는 말이 사실 여성 혐오적 의미가 담겨져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는 것 같다.

물론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도 '여성 혐오'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어렴풋이나마 알게 된 것이 최근이다. 즉 여자들에게 이 세상은 어떤 세상인가를 이제야 겨우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다.

나는 남자로 이 세상에 태어났고 남자의 관점으로 이 세상을 바라봐 왔으며, 여자들에 대해서도 남성적 시각으로만 바라보고 여자들의 시각이 있다는 사실에 대해 무관심하게 살아왔다. 그리고 이제야 와서 여성들이 느끼는 세상에 대해 조금 알아차리기 시작한 것이다.

◈파블로프의 개

조건반사를 설명할 때 '파블로프의 개'가 대표적인 예로 설명이 된다. 파블로프가 개에게 먹이를 주기 전에 종을 친 후 먹이를 반복적으로 주자, 나중에 개는 종소리만 들어도 침을 흘렸다는 실험의 내용을 보통 '파블로프의 개'라고 부른다. 종소리와 먹이는 물리적으로 아무런 상관이 없는 관계이지만, 조건적인 반복 노출에 의해 인과관계가 형성됨을 설명한 것이다.

저자는 남자들의 성에 대해 '파블로프의 개'라고 지칭한다. 여성의 몸매가 드러나는 실루엣, 하이힐, 짧은 스커트를 보면 남자들은 파블로프의 개처럼 성적 충동을 느낀다는 것이다. 그리고 저자 우에노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 남자들은 여자에게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짧은 스커트라는 기호에 반응하는 조건 반사적 동물이라고 말한다.

저자 우에노는 과거에 자신이 구조주의자였음을 고백하고 현재는 구조주의자가 아님을 언급하면서, 남자들의 조건반사적 성충동의 원인을 추적하지는 않고 마무리짓는다. 그러면서 남성들이 얼마나 여성들에게 남성 중심적 가치관들을 강요하고 있었고, 현재도 그러하다는 사실을 설명하려 하고 있다.

즉 남성 중심적 사회구조와 제도들을 통해 여성들이 남성적 기호에 조건반사적으로 반응하도록 강요하고 있는 점을 간접적으로 말하고 있다. 이 조건반사적이고 기호적인 반응을 부추기고 있는 것이 바로 장사(광고)이고 매스컴이다. 이로 인해 여성들도 자신의 몸을 기호화시키고, 남성들은 더욱 그 기호에 대한 조건반사적 훈련이 강화되고 있는 것이다.  

◈여성의 신체

본서의 저자는 일본 사람이기에, 일본의 문학작품들을 중심으로 일본의 역사적인 여성의 인식들을 살펴간다. 그래서인지 약간은 이질감을 피할 수 없었지만, 반대로 일본의 여성 인식에 대해 공부가 되기도 한다.

본서를 통해 저자는 '호모 소셜', '호모 포비아', 그리고 '여성 혐오' 라는 큰 구조(전제) 가운데 이 글을 진행해 가고 있다. 그리고 문화인류학적 관점과 일본의 역사적·문학적·사회적 관점을 아우르면서 여성의 몸에 대한 남성의 인식들을 고발하고 있다(남성에 의해 길들여진 여성들의 인식도 함께 포함된다).

그리고 남성들이 여성들을 소유의 대상으로, 그리고 쾌락을 통한 여성 지배 욕구라는 신화적 환상이 지극히 남성적인(여성에 대해 무지한) 환상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노출시킨다(이것은 남성들만 가지고 있는 환상이 아니라, 여성들에게도 강요되고 받아들여진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쾌락을 통한 여성 지배'란 저자가 많은 비중을 두고 다루고 있는 일본 포르노 문학의 정형적인 기법인, 여성이 남성에 의해 성적 쾌락에 눈을 뜨고 그래서 남성이 그 여성을 범한 것에 대해 남성에게는 무죄가 선언되고, 모든 책임이 여자에게 전가되는 구조를 말한다.

이것은 아직 우리나라 법에서 여성이 성폭행을 당했음에도 그 여자가 성적인 쾌감을 느꼈느냐를 따지고, 만약 느꼈다고 보여지는 정황이 설명되면 성폭행을 한 남성에게 감형이 주어지는 인식구조로 남아 있다.

이렇듯 남성들은 여성에 대해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여성의 몸에 대해 반응하며, 여성의 몸에 쾌락을 줄 수 있어야만 스스로 남성다움이라는 정체성을 소유한다는 은밀한 부분의 베일을 벗긴다.  

◈섹슈얼리티

'섹스'와 '젠더'에 비해 '섹슈얼리티'는 그 의미를 정의하기가 매우 어려운 단어이다. 아직 나는 이 단어의 의미를 정확하게 설명할 수 없다. 물론 우에노도 이 단어를 쓰지만, 그 의미를 명확하게 설명하고 있지는 않다.

다만 우에노는 지금의 여성(상)의 정체성은 근대(산업혁명 이후)가 만들어진 산물이며, 남성적 '호모 소셜'에 가입하지 못하는 여성들의 현실의 결과물이며, 남성들의 권력(남성의 성적 능력, 재력, 권력은 여성을 소유하고 만족시키기 위한 동의어이다)이 에로스화로 나타나면서 여성들은 능력 있는 남성의 선택을 받기 위해 더욱 자신의 신체(외모)를 통한 여성성에 집착할 수밖에 없는 것의 이유라고 설명하고 있다.

지금은 페미니즘에 반발하는 남성들이 많은 것으로 안다. 이미 기성 세대이고 가부장적 삶을 살아온 나 같은 중년들은, 페미니즘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다. 그러나 현재 젊은 남성들의 경우 여성들의 목소리가 커지는 것이 불이익을 당하듯 느껴진다는 면을 어렴풋이 이해하는 것 같다.

그것이 심하게 되면 여성혐오로 이어지는 것도 사실이다(물론 본서가 말하는 여성혐오는 관점이 조금 다르다). 다만 저자가 가끔씩 언급하고 있는, 남자들이 살아가면서 한 번쯤 떠오르는 "내가 여자로 태어나지 않아서 다행이다"는 생각과, 여자가 "나도 남자로 태어났다면..." 하는 생각을 살아가면서 보편적으로 하게 되는 사회는, 분명 남자와 여자에게 공정한 사회가 아니라는 점이다.

우리는 성에 대한 '차이'와 성에 대한 '불평등' 사이에서 여전히 혼란스러운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그동안 이러한 혼란이 없었던 것은 소위 (남성중심적) 가부장 제도라는 것이 무비판적으로 수용돼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여성과 남성이 동등한 인격체라는 것과, 그동안의 문화와 인식이 그것을 바르게 담아내지 못했다는 문제점들에 대한 지적은, 지금 우리가 숙고해야 할 부분이다.

저자가 말하고 있듯, 그동안 여성은 남성의 남성성을 세워주었다(이 부분은 저자의 매우 독특하고 재미있는 분석이다). 이제 남성들이 여성들에 대해 공부하면서, 여성들의 여성성을 세워주는(남성에게 종속된 혹은 남성의 보조역할이 아닌) 남성들로 성장해야 할 것이다.

더욱이 그동안 남성중심적 교육과 소셜에 길들여진 또 다른 파블로프의 개(여성이 여성을 혐오하는)인 여성들도, 다시 남성중심적 여성에서 참다운 여성으로의 가치를 발견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남성과 여성의 성적 차이를 허물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러나 남성과 여성이라는 이유로 신분적 차별(아내는 남편에게 복종, 여자는 세 남자(아버지, 남편, 아들)의 말을 들어야 한다)를 용인해서도 안 될 것이다.

더욱이 남성이 여성을 소유(결혼)한다는 식의 섹슈얼리티와 가부장적 섹슈얼리티에 대해 진지한 반성이 필요한 시점에 와 있다.

강도헌 목사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위원, 제자삼는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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