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치료와 영성
가족치료와 영성

프로마 워시 | 박태영, 박소영, 조성희 역 | 학지사 | 570쪽 | 20,000원

모든 분야가 그러하듯이 상담 또한 경험으로 보건대 알면 알수록(경험적으로나 지식적으로 모두) 두렵고 조심스럽다는 것을 느낀다. 더욱이 상담이라는 특징이 객관성보다는 주관성을 더 중요하게 다루는 입장이라, 같은 이슈라 할지라도 럭비공의 튕김 같이 방향을 예측하기가 매우 어렵다. 그래서 내담자의 말과 정서를 정확히 공감하고 관찰해 내는 것이 중요하다.

경험적으로 볼 때 클라이언트의 학력 수준, 경제의 수준, 나이, 성별, 종교(로마가톨릭, 불교, 기독교, 그리고 기독교 안에서도 장로교, 오순절, 신사도 등의 차이가 두드러지게 나타남)에 따라, 내담자의 정서 반응(신체 반응 포함)과 저항, 그리고 왜곡, 억압의 성향들이 다르게 나타나는 것을 경험한다.  

정신병리

나 또한 이상심리학과 정신병리학을 공부했고, 또한 공부 중에 있다. 그리고 각종 심리검사지와 심리검사 도구의 도움을 받는다. 그러나 검사 결과보다, 내담자 안에 있는 자의식의 레질리언스를 항상 먼저 신뢰해야 한다는 것이 개인적 소신이다.

분명 심리검사지가 신뢰도와 타당도에 근거해 말해주고 있지만, 결국은 참고 자료이다. 상담은 진행하면서 파악되고 정리되어 가는 것이다. 본서 또한 이러한 관점을 전제하고 있기 때문에, 영성이라는 주제를 다룰 수 있었다고 생각된다(며칠 전 종현 군의 자살은 병리학적 상담의 실패를 보여주는 대표적 단면이다).

가족관계

이 책은 부부와 가족관계에서 개종, 이교도 간의 결혼 등의 북아메리카에서 현재 극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신념과 실천의 다양성의 관점에서 종교적인 전망을 보게 해 준다. 단적인 예로 예배 참석 그리고 교리를 고수하는 것이 감소하면서 영성(더 폭넓고 개인의 더 초월적인 가치와 실천)이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다.

본서는 북아메리카 가족이 현재 직면한 상황을 그대로 느끼게 해 주고 있는데, 이들은 개인, 부부, 가족이 자신의 영적 통로를 점차 만들어 내고 있고, 자신의 삶과 관계에 맞추기 위하여 신념 내에 있거나 신념 밖에 있는 요소들을 조합하고 있다.

즉 "개인적 신념과 하나님과의 관계, 혹은 더 초자연적이 힘과의 관계 안에서, 기도와 명상 그리고 의식의 실행 안에서, 신념 공동체와 관련해서, 자연과 교류하면서, 음악과 창의적인 예술을 통하여, 그리고 타인과 환경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봉사와 사회 행동을 통한 방법이 포함되기도 한다(6쪽)."  

종교, 영성, 그리고 가족

나는 장로교 목회자 가정에서 태어나 장로교 목회자가 된 후 어려움에 처한 성도들을 돌보면서(본의 아니게 상담을 하게 됨), 결국 심리상담 공부를 하게 됐다.

그리고 솔직히 고백하건대, 심리상담 공부는 내 안에 먼저 자리잡고 있는 신학적 지식들과 충돌을 일으켰고, 복잡하게 일어나는 갈등들을 감내하며 싸우고 정리해 가야 했다. 그리고 지금은 큰 틀에서 통합이 이루어진 상태다.

'종교', '영성' 이런 단어들은 명확히 정의하기가 매우 모호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무신론자나 불가지론자라 할지라도, 그들은 무신론적 혹은 불가지론적 종교관을 가지고 있고, 또한 그들은 그러한 종교관을 바탕으로 하여 영성을 소유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들의 영성은 삶의 다양한 영역과 선택의 환경에서 작용을 하고 있는데, 그것을 본서는 '신념'이라고 정의하고 있는 것 같다.  

또한 같은 기독교를 믿고 있더라도, 남편과 아내가 믿고 (이해하고, 소속되고, 추구하는) 있는 기독교는 다르다. 같은 목사님의 설교를 듣지만, 깨닫는 바와 적용점이 다르다. 즉 자신의 신념에 따라 이해하고 적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 차이점들이 가장 극명하게 나타나고 드러나는 곳이 바로 가정이다.

물론 본서는 현재 한국의 상황과는 비교할 수 없는, 북아메리카에서 경험되는 다양한 결합과 해체, 분리돼 있는 가족 체계들을 다루면서 영적인 관점을 포함시켜야 함과 영적인 면을 어떻게 포함시켜 다루어야 할 것인지에 대해 말해주고 있다.

전문 상담가들의 유용한 참고서

아직 우리나라에서 '심리상담' 혹은 '정신과'에서 '영성'을 포함한 상담이 이루어지는 곳은 거의 없는 걸로 알고 있다. '영성'을 포함한 상담은 사실 심리상담적 관점에서 불편하게 보는 관점들이 보편적인 것이 사실이다(아직 심리와 영성은 분리된 관점으로 본다는 의미이다).

그럼에도 영성을 종교의 범위 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영성이 다양한 종교와 신념들을 포괄하고 있다는 의미로서 본서의 전제로 볼 때, 그동안 심리상담에서 보지 않았고 볼 수 없었던 점들을 볼 수 있도록 시야를 넓혀주고 있다.

총 20개의 논문들로 편집돼 있는데, 근본 심리 이론적 내용을 다루는 논문이 아니라 실천과 적용적 관점의 사례에 근거한 논문들로서 실제 상담을 하고 있는 상담가들에게 기본적이고 직접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

논문의 각 순서도 매우 논리적으로 배치돼 있어, 쭉 읽어가면서 개념을 정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실제 상담상황에서 각 논문 주제별로 참고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강도헌 목사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위원, 제자삼는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