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워즈 8
▲영화 <스타 워즈 8: 라스트 제다이>.
◈기독교와 포스(Force): 시스(Sith), 신화로 재탄생한 가룟 유다


<스타 워즈>(Star Wars)의 서사에 깊게 반영돼 있는 종교혼합주의(religious syncretism)의 뿌리는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해 볼 수 있다. 하나는 조셉 캠벨(Joseph Campbell)의 비교신화학 저서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The Hero with a Thousand Faces)>이고, 다른 하나는 주후 3세기 창시된 마니교(Manichaeism)다.

캠벨의 저서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영웅들의 삶에 깊게 자리잡고 있는 비극적 요소들을 영화 속에 들여오는 데 공헌했고, 마니교는 빛과 어두움이 극명하게 나뉘는 이원론적 세계관 설정에 이바지했다.

그리스 신화의 요소들은 <스타 워즈>의 서사 내에서 존속살해로 이어지는 가족의 비극을 조장하고, 마니교적 세계관은 제자가 스승을 배신하고 살해하는 사제간의 비극(여기에는 기독론적 모티프도 관여돼 있다)을 조장한다. 이로써 존속살해와 제자의 배신은 <스타 워즈>의 서사를 이끄는 두 개의 주된 흐름으로 자리잡는다.

이런 이유로 <스타 워즈>의 서사와 분위기 전체는 기본적으로 음울하고 어두움을 지향한다. 이는 <스타 워즈> 고정팬들의 반응을 보면 확인된다. 이들은 <스타 워즈> 시리즈 가운데 서사가 어둡고 비극적인 편을 높게 평가하는 모습을 보인다.

금번 개봉한 <스타 워즈: 라스트 제다이>를 포함해, 현재까지 제작된 시리즈 총 9편 가운데 대부분의 팬들이 최고로 선정하는 편은 5편인 <제국의 역습(The Empire Strikes Back, 1980)>과 외전인 <로그 원(Rogue One, 2016)>이다. 이 두 편은 9편의 시리즈 중 가장 우울하고 어두운 분위기를 전달한다. 3편인 <시스의 복수(Revenge of the Sith)> 역시 어두운 분위기를 연출하지만, 루카스 감독의 허술한 각본 때문에 고정팬들에게 명작으로 평가되지는 못하고 있다.

불교의 가르침과 일본 사무라이 영화 및 시대극의 영향은 포스(Force)와 제다이(Jedi)를 등장시키는 가운데, 전체 서사의 출발점을 형성한다. 반면 그리스 신화와 마니교, 그리고 기독론적 모티프는 시스(Sith)라는 악의 무리를 등장시키는 가운데 전체 서사의 지향점을 결정한다. 이처럼 <스타 워즈> 시리즈 전체는 동양적 신비, 신화적 비극, 영웅적 활극, 그리고 메카닉 애니메이션 요소를 조합함으로써 오늘날 미국과 전 세계 너드/긱(nerd/geek) 문화의 최고봉을 차지하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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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스 베이더(Darth Vader)와 카일로 렌(Kylo Ren)의 마스크 이 두 캐릭터는 <스타 워즈> 내에서 오이디푸스식 존속살해의 모티프를 반영하고 있다.
◈신화와 시스: 스카이워커 가문과 오이디푸스 왕

<스타 워즈> 주인공 스카이워커(Skywalker) 가문에 깃든 비극의 원형은 <오이디푸스 왕(Oedipus Tyrannos)>에서 찾아볼 수 있다. <오이디푸스 왕>은 고대 그리스 3대 작가 중 일인인 소포클레스(Sophocles)가 호메로스(Homer)의 <오디세이아(Odysseia)>에 등장하는 오이디푸스 왕의 짧은 신화를 장편의 희곡으로 재편한 작품으로, 주전 429년에 초연됐다.

<오이디푸스 왕>의 대략적인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오이디푸스는 그리스 도시국가 테베(Thebes)의 왕 라이오스(Laius)와 왕비 이오카스테(Jocasta) 사이에서 태어났다. 오이디푸스 탄생 직후 라이오스 왕은 델포이 신전의 신탁(Oracle of Delphi)을 받았는데, 그 내용이 충격적이었다. 오이디푸스가 아버지 라이오스 왕을 죽이고 어머니 오이카스테 왕비와 결혼할 것이라는 예언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라이오스 왕은 부하를 시켜 아이를 죽이라 하였으나, 부하는 아이를 불쌍히 여겨 죽이지 못하고 발에 구멍을 내 산 속의 나무에 거꾸로 매달아 두었다. 홀로 나무에 달려 있던 아이를 구해낸 것은 이웃 도시국가 코린토스(Corinth, 신약성서의 고린도)의 양치기였다. 이 양치기는 마침 자식이 없어 고민하던 코린토스의 왕에게 아이를 데려가고, 왕은 기뻐하며 아이를 양자로 삼는다.

지혜로운 인물로 성장한 오이디푸스는 수수께끼를 내고 사람들을 잡아먹는 괴수 스핑크스(sphinx)를 물리쳐 테베 시를 구하고 번영시키는 영웅이 된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델포이 신전의 예언대로 친아버지인 테베의 라이오스 왕을 만나 시비가 붙어 살해하게 된다. 물론 오이디푸스는 그가 자신의 친아버지인 줄 몰랐다. 그리고 오이디푸스는 테베를 구한 영웅으로 친어머니인 이오카스테와 결혼한 뒤 아들 둘과 딸 둘을 낳게 된다.

오이디푸스 왕은 선정을 베풀어 테베를 번영시켰으나, 어느 날 테베에 전염병이 돌게 된다. 오이디푸스는 이 난관을 극복할 신탁을 구하던 중, 전염병이 친아버지를 죽이고 친어머니와 결혼한 자신 때문에 발생한 것임을 알게 된다. 자초지종을 알게 된 이오카스테 왕비는 통곡하다 자살하고, 자신의 저주받은 운명과 죄를 알게 된 오이디푸스는 자신의 눈을 찔러 멀게 한 뒤 왕위를 버리고, 딸 안티고네(Antigone)와 함께 그리스 전역을 방랑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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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먼 채 그리스 전역을 방황하는 오이디푸스 왕과 딸 안티고네.
<오이디푸스 왕>은 여러 방향으로 해석될 수 있지만 <스타 워즈>와 관련해 본다면, 우선 출생의 비밀과 그에 따른 비자발적 존속살해가 중심적인 주제로 부각된다.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버려졌거나 부모와 생이별한 영웅이 성장해 우연하게 친부모와 만나고, 서로 그 정체를 알지 못한 채 대결하거나 근친상간의 관계에 빠지는 '오이디푸스식' 서사는 <스타 워즈> 프리퀄 및 클래식 트릴로지(1-6편) 전체를 이끌고 있으며, 현재 제작되고 있는 시퀄 트릴로지(7-9편) 속에서도 변형된 형태로 전개되고 있다.

프리퀄 및 클래식 트릴로지에는 아버지 아나킨(Anakin) 스카이워커가 어둠의 포스에 의존하는 시스(Sith) 편으로 돌아서면서 다스 베이더(Darth Vader)가 되고, 이로 인해 갓 태어난 쌍둥이 자녀 루크(Luke), 레아(Leia)와 생이별을 하게 된다는 설정이 반영되어 있다. 두 아이는 아버지의 정체를 모른 채 아버지가 속한 제국군에 대항하는 주요 인물로 성장한다. 루크는 광명의 포스를 따르는 제다이의 길을 따르고, 레아는 저항군의 정치지도자가 된다.

여러 전장에서 저항군의 떠오르는 영웅으로 활약하던 루크는 결국 시리즈 5편인 <제국의 역습>에서 아버지 아나킨과 목숨을 건 라이트세이버(lightsaber) 대결을 펼치고, 아나킨에 패해 한쪽 팔이 잘려나가는 상황에 처한다. 루크가 자신의 아들임을 알고 있던 아나킨은 루크를 궁지로 몰아넣은 뒤 시스 편으로 돌아서도록 설득하는데, 이 장면에서 헐리우드 영화 역사상 가장 유명한 반전 대사가 탄생한다. "내가 너의 아버지다(I am your father)."

이처럼 아버지와 아들이 서로의 정체를 모르는 채 생사를 건 대결을 펼친다는 <스타 워즈>의 프리퀄 및 클래식 트릴로지의 오이디푸스식 서사는 시퀄 트릴로지에서 변형된 방식으로 재현된다.

2015년 개봉한 시리즈 7편 <깨어난 포스(The Force Awakens)>에서는 우주 밀수꾼이면서 루크의 동료로 저항군에서 활약했던 한 솔로(Han Solo)와 그의 아들 벤 솔로(Ben Solo)의 대립이 서사의 한 축을 이룬다.

한 솔로와 레아 사이에서 태어난 벤 솔로는 삼촌인 루크 밑에서 제다이 훈련을 받았으나 시스 편으로 돌아서면서 시스의 후계자인 카일로 렌(Kylo Ren)으로 변했고, 결국 저항군에 속한 아버지 한 솔로를 라이트세이버로 살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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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루크에게 자신의 정체를 밝히며 같은 어둠의 편에 서도록 설득하는 아나킨 스카이워커. 할리우드 영화 역사상 가장 유명한 반전 대사가 나온 장면이다.
이처럼 <스타 워즈> 서사의 주축을 이루는 오이디푸스식 존속살해 신화는 <스타 워즈> 전체에 비극적 분위기와 비장미를 더하는 동시에, 가족 간 대립과 살인을 조장하는 운명의 힘을 강조하는 역할을 맡는다.

그리스 신화에서 운명이란 신들이 정해놓은 것으로, 사람의 힘으로는 극복하기가 거의 불가능한 초월적 힘으로 규정된다. 운명이란 사람이 넘볼 수 없는 신적인 힘의 존재를 증거한다.

루카스 감독은 이런 신적인 힘을 포스라는 이름으로 재해석해 <스타 워즈>의 배경을 설정했고, 영화 전반에 신화적 분위기를 연출하는 데 성공했다. <스타 워즈>가 메카닉 애니메이션의 요소를 다분하게 반영하면서도 <트랜스포머(Transformers)> 시리즈와 다르게 아동∙청소년용 영화라는 이미지를 탈피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런 신화적 비장미 덕분이라 할 수 있다.

금번 시리즈 8편 <라스트 제다이(The Last Jedi)>에 실망감을 표현하는 이들 가운데 이런 오이디푸스식 서사의 결여를 지적하는 이들이 다수 발견된다. 7편 <깨어난 포스>에서 새로운 제다이 기사 지망생으로 등장한 레이(Rey) 출생의 비밀, 그리고 시스 로드(Sith Lord)로 등장한 스노크(Snoke)의 정체는 팬들 사이 최대의 관심사 중 하나였다.

스타워즈 팬들은 이 두 등장인물의 정체를 통해 새로운 오이디푸스식 서사 전개와 반전의 묘미를 맛보기 원했으나, 8편 <라스트 제다이>에서는 이 기대감을 완전히 배신함으로써 그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겨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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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워즈> 고정팬들 가운데 상당수는 레이와 스노크를 통해 오이디푸스식 서사가 전개되기를 기대하였으나, 이런 기대는 <라스트 제다이>에서 무산되어 버린다.
◈기독교∙마니교와 시스: 동정녀 탄생과 가룟 유다의 화신(化身)인 시스

<스타 워즈>의 서사는 존속살해라는 그리스 신화의 모티프뿐 아니라, 동정녀 탄생과 사랑하는 제자의 배신이라는 기독론적 모티프가 마니교의 빛-어둠 이원론 안에서 모방되고 새롭게 재편된다. 그리고 이런 해체와 재구성의 중심에는 시스가 존재한다.

스스로를 '감리교 불자(a Methodist Buddhist)'라 자처하는 루카스 감독의 '기독교 패러디'는 <스타 워즈> 프리퀄 트릴로지 1편인 <보이지 않는 위험(The Phantom Menace)>에서 시작된다.

제다이 마스터 콰이-곤 진(Qui-Gon Jinn)은 우주선 정비를 위해 잠시 머무른 우주의 변방 타투인(Tatooine) 행성에서, 노예로 힘겨운 삶을 살아가는 쉬미(Shmi) 스카이워커와 그녀의 어린 아들 아나킨을 만난다. 아나킨에게 제다이 기사가 될 재능이 무궁무진한 것을 확인한 콰이-곤은 아나킨의 어머니 쉬미에게 아버지가 누구냐고 물어보는데, 쉬미는 다음과 같이 대답한다.

"(아나킨에게는) 아버지가 없었어요. 나는 (단지) 아이를 얻었고, 낳고, 길렀어요.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설명할 수가 없군요(There was no father. I carried him, I gave birth, I raised him. I can't explain what happened)."

이처럼 <스타 워즈>는 아나킨 스카이워커를 동정녀에게서 탄생한 자로 소개한다. 작중 아나킨은 우주의 변방에서 비천한 삶을 살지만 신적인 힘에 의해 선택된 인물로서, 광명과 어두움으로 나뉜 포스에 균형을 가져다 줄 것으로 예언된 인물이다. 비록 중간에 악의 편으로 돌아서긴 하지만, 그는 결국 시리즈 6편인 <제다이의 귀환(Return of the Jedi)>에서 아들인 루크를 살리기 위해 시스 로드인 팰퍼틴(Palpatine)을 처치하고 우주에 평화를 가져온다.

이처럼 <스타 워즈>는 아나킨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기독교 기독론을 모방하여 시리즈 전체에 종교적 색채를 가중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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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다이 훈련을 위해 아들 아나킨을 보내는 쉬미 스카이워커. 오랜 예언에 따라 그리스도를 수태한 마리아를 모티프로 삼은 캐릭터다.
<스타 워즈> 시리즈 내에서 이 아나킨을 포함한 다수의 제다이 마스터 및 파다완(Padawan, 영화 내에서 '제자' 혹은 '도제'라는 뜻으로 통용되는 용어)은 제다이 훈련 도중 혹은 임무 수행 중에, 마음이 어두움에 물들어 악의 무리인 시스의 편에 서게 된다. 이들이 시스의 편에 서게 될 때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사건이 바로 스승에 대한 배신이다.

영화는 빛과 어둠으로 나뉜 포스 때문에 이런 배신이 당연하게 발생된다고 가르친다. 이처럼 광명의 영과 어두움의 영의 대립이 필연적이라는 사상은 원래 페르시아 지역 고대 종교인 조로아스터교(Zoroastrianism)로부터 유래된 것이다.

우주의 역사를 선(善)과 광명의 신 아후라 마즈다(Ahura Mazda)와 악(惡)과 어둠의 신 앙그라 마이뉴(Angra Mainyu)의 대립의 역사로 본 조로아스터교의 이원론적 세계관은 주후 3세기경 페르시아 지역의 종교지도자 마니(Mani)에 의해 혼합적인 방식으로 계승된다.

주후 216년 사산조 페르시아 제국(Sasanian Empire)에서 출생한 마니는 12세 되던 해 천사로부터 계시를 받아 예언자의 소명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25세 되던 해 페르시아 지역 전통 종교인 조로아스터교 교의를 기본 바탕으로 유대교, 기독교 교의를 혼합하여 마니교를 창시한다. 이후 그는 마니교 선교를 위해 인도를 여행하면서 불교와 자이나교(Jaininsm)의 교의까지 혼합해 마니교 교의를 완성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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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마니교 전파지역. 중국 남부에서는 17세기까지도 마니교가 잔존했다고 한다. 명나라 건국에 크게 이바지했던 명교(明敎)가 바로 마니교의 일파이다. 명(明)이라는 국호도 마니교에서 유래된 것으로 전해진다.
서구에서는 주후 4-5세기 위대한 기독교 신학자 어거스틴(Augustine) 때문에 마니교가 이교적 종교 혼합주의와 이단의 대표적 형태로 각인됐다. 어거스틴은 그의 저서 <고백록(Confessionum)>에서 자신이 젊은 시절 9년 동안 마니교에 심취해 있었으며, 이 마니교에서 벗어나서야 비로소 기독교에서 가르치는 하나님을 제대로 알 수 있었다고 소회한다.

루카스 감독은 <스타 워즈>에서 광명과 어둠, 선과 악의 이원론 구도를 기본 바탕으로 여러 종교적 요소들을 혼합하는 마니의 방식을 그대로 답습한다. 그 가운데 기독교적 관점에서 주목할 대목은 바로 스승을 팔아넘기고 죽이는 제자, 즉 가룟 유다(Judas Iscariot) 모티프다.

영화 내에서 제다이 편에 속했다가 시스 편으로 돌아선 이는 모두 자신의 스승과 동료들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남기는 배신 행위를 일삼는다. 요다의 파다완이었던 두쿠 백작(Count Dooku), 오비-완의 파다완이었던 아나킨, 루크의 파다완이었던 벤 솔로 모두 자신이 속했던 제다이 기사단에 궤멸적인 피해를 입히고, 결국은 자신의 스승에게 라이트세이버를 겨눈다.

금번 개봉한 <라스트 제다이>도 이 공식을 피하지 못한다. 카일로 렌으로 변신한 벤 솔로는 결국 루크 스카이워커를 죽음으로 몰아가고, 루크는 물질로 이루어진 몸이 사라지고 포스의 영으로 변화되는 운명을 맞이하게 된다.

제자가 스승을 배신해 죽음에 이르게 하고, 죽은 스승은 육신이 이 땅에서 사라지는 대신 영체(靈體)로 존속하게 된다는 설정은 신약성서에 수록된 그리스도와 가룟 유다의 기사(記事)로부터 유래된 것이라 볼 수 있다. 가룟 유다는 스승인 예수 그리스도를 배신해 죽음에 이르게 한다. 그리스도는 부활 후 승천하셔서 이 세상을 떠나 계시지만 성령을 통해 그를 믿는 자들과 함께 계신다.

<스타 워즈>는 시스 편으로 돌아서는 배신자들과 이들의 스승 사이에 벌어지는 비극을 묘사하는 가운데, 신약성서의 증언을 변형해서 모방한다. 전편에서 언급한 바 있듯, 종교적 내러티브에 대한 이런 해체적 재해석은 포스트모더니즘이 제시하는 궁극적인 종교적 지향점, 즉 종교 혼합주의의 대표적 특성 중 하나이다.

신화와 종교를 절묘하게 혼합한 <스타 워즈>의 가룟 유다 패러디는 영화 내에서 어떤 효과를 연출하는가? 우선 제자가 스승을 배신하게 되는 이유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한다. 그리고 이 궁금증의 해소는 배신한 제자에 대한 공감과 동정을 불러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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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워즈> 시퀄 트릴로지에서 오이디푸스와 가룟 유다 모티프가 동시에 반영된 악역, 카일로 렌.
이는 특별히 아나킨의 캐릭터 묘사에서 두드러지는 특징이다. 지극히 사랑하던 어머니 쉬미의 죽음을 막지 못한 죄책감, 그리고 사랑하는 아내인 파드메 아미달라(Padmé Amidala)의 죽음을 막을 수 있는 부활의 힘에 대한 갈망은, 아나킨으로 하여금 어둠의 포스에 관심을 갖게 하였다. 그리고 결국 자신의 감정을 제어하지 못한 아나킨의 서글픈 추락과 스승 오비-완 케노비와의 생사대결은 그가 악의 화신 다스 베이더로 재탄생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아나킨이 타락해 가는 과정을 지켜본 관객들은 아나킨의 변화를 바라보며 점차 그의 입장을 이해하고 거기에 공감하는데, 이렇게 관객의 심리를 유도해 가는 <스타 워즈>의 여러 영화적 장치들은 사실 기독교인들의 눈에는 전혀 바람직하지 못한 것으로 비쳐진다.

이런 영화적 장치들은 제자의 배신에 충분히 납득할 만한 이유가 있다는 논리를 은연중에 내세운다. 이런 논리대로라면 예수 그리스도를 배신한 가룟 유다에 대해서도 재해석의 여지를 남겨두어야 한다. 이는 순전한 신앙이라는 관점에서 용납하기 어려운 처사다.

전편에서 살폈듯, <스타 워즈>는 인도, 티벳, 일본 불교의 가르침과 일본 사무라이 문화를 해체적으로 재구성하고 혼합함으로써, 기존 고등종교의 원본성을 파괴하고 새로운 초현실(hyperreality)을 창조하는 종교 혼합주의의 상업적 모범을 제시했다.

그리고 이런 행태는 다수의 기독교적 가르침을 해체하고 재구성하는 일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동정녀 탄생, 빛과 어둠의 화해를 가져올 예언된 자, 스승에 대한 제자의 독한 배신행위 등에 대한 <스타 워즈>의 초현실적 패러디는 '순전한' 성서적 기독론에 대한 도전이자 위협이다.

금번 개봉한 <라스트 제다이>에 대한 혹평 가운데, 바로 이 가룟 유다 모티프가 제대로 표현되지 못한 불만이 자주 확인된다. <스타 워즈> 고정팬들은 아나킨, 즉 다스 베이더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독랄한 배신행위를 서슴지 않으면서도, 그렇게 추락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극악한 운명에 농락되는 비극적 인물상을 기대했다. 오이디푸스만큼, 그리고 가룟 유다만큼 공감과 동정심을 불러일으키는 악역의 존재는 <스타 워즈> 시리즈의 활력을 유지하는 원동력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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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일로 렌은 다스 베이더만큼 충격적인 패륜과 배신을 보여주지 못함으로써 점차 팬들로부터 외면받는 캐릭터가 되고 있다. 이런 반응은 오이디푸스와 가룟 유다의 이미지가 <스타 워즈> 시리즈의 비장미를 유발하는 원동력이라는 증거로 제시될 수 있다.
<라스트 제다이>를 비롯한 <스타 워즈> 시퀄 트릴로지는 레이와 카일로 렌을 통해 이 원동력을 공급하려 하지만 아직까지 기대만큼의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루크 스카이워커의 비극적 노년이 <라스트 제다이>의 서사를 힘겹게 이끌어가는 정도다.

<스타 워즈> 시퀄 트릴로지에 고정팬들이 전하는 실망감과 혹평은, <스타 워즈> 시리즈의 서사가 얼마나 종교혼합주의와 오이디푸스, 가룟 유다 모티프에 깊게 의존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증거다. 루카스 감독은 영화를 통해 신화적, 신비적, 비극적 카타르시스를 선사하기 위해 기독론의 원본성을 훼손하고 반기독교적 인물상의 매력을 부각시켰고, 시퀄 트릴로지를 연출하는 감독들은 이 방식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이런 마니교식 종교 혼합주의가 '영성을 추구하는 자(a spiritual)'를 자처하는 루카스 감독 자신에게 과연 합당한 처사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박욱주
▲박욱주 박사.
박욱주 박사(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겸임교수)

연세대학교에서 신학을 전공했으며, 동 대학원에서 조직신학 석사 학위(Th.M.)와 종교철학 박사 학위(Ph.D.)를, 침례신학대학교에서 목회신학 박사(교회사) 학위(Th.D.)를 받았다. 현재 서울에서 목회자로 섬기는 가운데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겸임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기독교와 문화의 관계를 신학사 및 철학사의 맥락 안에서 조명하는 강의를 하는 중이다.

필자는 오늘날 포스트모던 문화가 일상이 된 현실에서 교회가 보존해온 복음의 역사적 유산들을 현실적 삶의 경험 속에서 현상학과 해석학의 관점으로 재평가하고, 이로부터 적실한 기독교적 존재 이해를 획득하려는 연구에 전념하고 있다. 최근 집필한 논문으로는 '종교경험의 가능근거인 표상을 향한 정향성(Conversio ad Phantasma) 연구', '상상력, 다의성, 그리스도교 신앙', '선험적 상상력과 그리스도교 신앙', '그리스도교적 삶의 경험과 케리그마에 대한 후설-하이데거의 현상학적 이해방법' 등이 있다.

브리콜라주 인 더 무비(Bricolage in the Movie)란

브리콜라주(bricolage)란 프랑스어로 '여러가지 일에 손대기'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이 용어는 특정한 예술기법을 가리키는 용어로 자주 사용된다.

브리콜라주 기법의 쉬운 예를 들어보자. 내가 중·고등학교에 다니던 학창시절에는 두꺼운 골판지로 필통을 직접 만든 뒤, 그 위에 각자의 관심사를 이루는 온갖 조각 사진들(날렵한 스포츠카, 미인 여배우, 스타 스포츠 선수 등)을 덧붙여 사용하는 유행이 있었다. 1990년대에 학창시절을 보내신 분들은 쉽게 공감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