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봉사단(한교봉)은 10년 전인 지난 2007년 서해안 최악의 기름유출 사고가 발생했던 충남 태안지역 기름제거 작업에 기독교계가 앞장서면서 조직돤 단체다. 당시 성도들은 너나할 것 없이 전국에서 태안으로 달려가 해안으로 밀려든 기름때를 닦아내면서 하나님 만드신 창조질서 회복에 힘을 쏟았다.

한교봉은 개교회 또는 한두 교단 차원에서 할 수 없는 큰 일들을 해낼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래서 국내 10개 교단 내 상대적으로 젊은 목회자 120명이 의욕적으로 봉사에 나서고 있던 한국교회희망연대와도 통합을 이뤄내며 '섬김 사역'의 단일 기구가 됐다.

그 한교봉이 10주년을 맞아 한국교회 사회봉사활동에 대한 국민인식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1천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우리 국민들은 기독교가 사회봉사 활동을 가장 적극적으로 하고 있지만, 거기에서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답했다. 가장 진정성·전문성 있게 사회봉사 활동을 하는 종교는 '천주교'라는 것이다.

반면 기독교의 사회봉사 활동은 호감도 못지 않게 비호감도도 높았다. 호감 이유는 '지속적으로 꾸준하게 한다', '활발하게 한다', '헌신적으로 봉사한다' 등이었고, '진정성이 느껴진다'는 10% 남짓이었다. 비호감도 이유는 '전도 수단으로 삼아서', '보여주기 식으로 활동해서', '형식적이어서' 등이 주를 이뤘다.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말이다.

기독교인들이라고 자신의 몸과 마음, 시간을 바쳐가며 하는 사회봉사에 진정성이 없진 않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천주교인들이라고 사회봉사 가운데 단 1%도 '전도'에 대한 생각이 없진 않을 것이다. 그런데 왜 국민들은 기독교인들의 '순수성'은 보지 못하고, 천주교인들의 '진정성'만 느끼고 있을까.

이날 발표에서 조흥식 교수(서울대)는 "결국 '제대로 된 사회봉사 활동'이 필요하다"며 "사회봉사 활동에 참여하는 개인도, 기관도 자신의 유익이 아니라 타인의 유익을 생각하는 '진정한' 자세가 있어야 하고, 사회봉사 활동의 목적을 잊지 않으며, 이를 가장 효과적으로 달성할 방법을 모색하는 자세도 필요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결국 사회봉사를 실천으로 옮길 때는 '구령의 열정'은 잠시 접어두고, 선한 사마리아인으로서 섬기려는 영혼에 집중하는 '섬김의 열정'으로만 무장해야 한다는 말이다, 우리가 섬기는 영혼이 예수님을 영접하고 구원을 받는지 여부는 하나님께 온전히 맡겨드려야 한다.

예수님은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남을 대접하라'고 말씀하셨다. 우리가 도움을 받을 때, 상대방에게 어떤 의도가 느껴진다면 어떤 기분일지 '역지사지'의 정신으로 한 번 생각해 볼 일이다.

뿐만 아니라 자꾸 '우리 교회'로 데려가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히다 보면 '무리수'를 두는 일이 자꾸 생길 수밖에 없다. 이는 '투자한 만큼 결실을 얻어야 한다'는 성과주의나 율법주의적 사고이다. 우리를 조건없이 용서하셨던 주님의 사랑을 기억하며, 우리도 이제까지의 모습을 점검하면서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는' 복음적인 사회봉사로 전환해야 한다.

한교봉에 대해서도 한 가지 지적하고 싶다. 지난 11월 22일 한교봉은 기아 퇴치를 위한 세계 최대 인도적 지원기구인 유엔 세계식량계획(WFP) 데이비드 비즐리(David Beasley) 사무총장 방한을 맞아 서울 한 호텔에서 조찬기도회를 개최했다.

이날 기도회는 기묘했다. 기아 퇴치를 위한 WFP 사무총장과의 만남을 호텔에서 진행하며 뷔페를 즐긴 것까지는 그럴 수 있다 치자. 그러나 '기도회'라는 이름을 내걸었으면서도, 정작 북한을 비롯한 전 세계 기아들을 위한 기도 시간이 거의 없었다는 점은 선뜻 받아들이기 힘들다.

모임의 진정한 목적이 무엇이었는지, 그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날 참석한 목회자들이, 한교봉 10주년 기념 세미나에서 국민들이 지적했던 '기독교 사회봉사 활동의 비호감 원인'들을 그대로 보여준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한국교회봉사단 10주년 세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