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워즈 8
▲영화 <스타 워즈 8: 라스트 제다이>의 포스터. <스타 워즈>는 1977년 최초 개봉된 이래 40년 동안이나 흥행을 이어온 스페이스 오페라(space opera)다.
◈종교와 포스(Force): 제다이(Jedi), 종교 혼합주의의 문화적 첨병

최근 미국에서 제작된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들 가운데 다수는 다채로운 종교적-철학적 상징들을 내포하고 있다. 이런 상징들은 대개의 경우 종교혼합주의(religious syncretism)라는 최근의 문화적 성향을 반영한다. 종교혼합주의란 그 기원과 체계가 여러 모로 상이한 신화적-종교적 가르침들을 조화롭게 융합하려는 시도로서, 포스트모던 문화의 대표적 특징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종교다원주의(religious pluralism)는 기존의 여러 종교들이 내세우는 각각의 개별적 진리주장을 그대로 수긍하고, 각 종교 간 호혜적 대화와 존중을 강조한다. 종교혼합주의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여러 종교들 사이의 경계를 허물고 각각의 종교가 추구하는 최고의 진리들을 하나로 융합하려 한다.

영화 <스타 워즈> 시리즈는 이 종교 혼합주의가 막대한 상업적 성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영상 콘텐츠다. 1977년 <스타 워즈> 시리즈가 개봉하고 예상을 월등히 넘어서는 상업적 성공을 거두기 전까지, 영화계에서 종교혼합주의가 크게 각광받는 경우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미국에서 종교혼합주의가 왕성하게 대두되기 시작한 계기는 1960년대 말부터 1970년대 초반 젊은 층 사이 크게 유행했던 히피 운동(hippie movement)이다. 그러나 이 히피 운동은 영화계를 이끄는 대규모 자본의 관심을 끌지는 못했다. 히피 운동이 내세우던 종교혼합주의는 대개 비교적 소자본으로도 콘텐츠 제작이 가능한 음반업계에서 주로 볼 수 있었지, 영화계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조지 루카스(George Lucas) 감독 겸 연출가가 등장하면서, 종교혼합주의가 영상 콘텐츠에서도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됐다. <스타 워즈> 시리즈는 이미 해외 여러 문화학자, 종교철학자, 영화평론가 등이 분석한 바대로, 기독교와 불교, 도교의 요소들을 혼합해 영화의 배경을 설정하고 서사를 진행시킨다. 그 가운데 특히 불교의 요소들은 스토리의 중추를 담당하는 포스(force)와 제다이(Jedi)를 설정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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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force)를 사용해 전투를 벌이는 제다이 마스터 요다.
이는 루카스 필름(Lucas Film) 당시 제작된 에피소드 4-6(1977-1983), 1-3(1999-2005)에서는 물론이고, 루카스 필름이 디즈니(Disney)에 인수된 후 제작된 에피소드 7(2015)과 외전(外傳)격 작품인 로그 원(Rogue One, 2016)에서도 마찬가지다.

기독교적 관점에서 영화평론을 수행하는 관계로, 본 칼럼은 각 작품이 채택하고 있는 브리콜라주의 세부 요소들 가운데 기독교적 가치를 심각하게 저해하는 것들에 대해 때로 비판적 입장을 고수할 수밖에 없다.

개인적으로 안타까운 점은 최근 개봉되는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들 대부분이 비판의 각을 날카롭게 세워야 할 만큼 종교혼합주의적 성향을 보인다는 것이다. 특히 <스타 워즈>는 서사와 상징 측면에서 여러 종교적 가르침들을 적극 혼합하고 있고, 이로 인해 기독교적 비판의 대상이 되는 영화들 가운데서도 수위에 위치하는 작품으로 지목된다.

◈종교와 초현실(hyper reality): 스타 워즈의 종교적 구성요소들

<스타 워즈>에 혼합된 종교적 요소들을 살펴보기 위해서는 우선 <스타 워즈>를 탄생시킨 감독이자 연출가 조지 루카스에 대해 알아야 한다. 루카스는 1944년생으로 서던 캘리포니아대학교(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 영화학과를 졸업했다. 졸업 후 영화 <대부>의 감독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Francis Ford Coppola), 스티븐 스필버그(Steven Spielberg) 등 비슷한 연배의 거장 감독들과 합력해 영화의 감독, 연출, 제작 등에 참여했다.

감독 및 연출가로서 조지 루카스의 능력은 처참할 정도로 낮게 평가되지만, 흥행을 이끌만한 스토리 설정과 영상 CG 기술에 대한 전망, 그리고 사업가적 역량은 출중한 것으로 평가된다. 루카스 감독은 <스타 워즈>와 <인디애나 존스(Indiana Jones)> 시리즈의 스토리 설정을 담당했고, 이 두 시리즈만으로 대단한 재산을 획득했다.

그는 2012년 자신이 소유하고 있던 <스타 워즈>와 <인디애나 존스> 판권을 4조 원에 디즈니에 매각했고, 이 매각대금 전액을 사회에 환원하기로 약속했다. 루카스는 현재도 그 약속을 서서히 지키고 있는 중이다. 2016년 말 언론보도에 의하면 현재 영화계 재산순위 1위는 조지 루카스로, 전체 재산이 한화로 약 5.5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타 워즈>의 설정에 있어 루카스 감독 자신은 크게 세 가지의 종교적 요소들에 영향을 받았다고 밝힌다. 첫째는 어린 시절 기독교 집안에서 자라나면서 받은 영향이다. 그는 미국 감리교 집안에서 자라났다. 집안의 기독교적 가풍은 어린 시절부터 루카스가 영성과 종교에 관심을 갖게 되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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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영화계 최고의 거부(巨富), 조지 루카스 감독.
두 번째 종교적 요소는 비교신화학이다. 루카스는 미국의 신화학자 조셉 캠벨(Joseph Campbell)이 저술한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The Hero with a Thousand Faces)>을 참조해 <스타 워즈>의 캐릭터를 구상했다고 밝혔다. 이 책은 기독교, 불교 등 고등종교와 그리스 신화를 비롯한 각종 고대 신화에 등장하는 영웅들에 대한 분석을 담아낸 책으로, <스타 워즈>에 적용된 종교 혼합주의의 기원이 된 저서라 할 수 있다.

세 번째 종교적 요소는 티벳불교 및 일본의 선불교(禪佛敎)다. 미국에서 루카스의 연배에 속한 이들 가운데는 인도, 티벳, 일본의 불교 문화에 영향을 받은 이들이 많은데, 이는 1960년대 말과 1970년대 초반 미국에서 크게 유행했던 히피 운동의 영향인 것으로 추정된다.

루카스와 함께 이런 유에 속하는 대표적인 인물로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Steve Jobs)를 지목할 수 있다. 젊은 시절 인도를 여행하며 선불교에 심취했던 스티브 잡스는 루카스의 <스타 워즈> 특수효과 팀을 인수해 픽사(Pixar)의 CG팀으로 활용한 인물이다.

루카스는 <스타 워즈> 시리즈 성공 후 캘리포니아 마린 카운티(Marin County)에 위치한 농장을 인수했다. 그는 이 농장에 <스타 워즈>의 주인공 스카이워커(Skywalker)의 이름을 붙였다. 이후 그는 영화의 스토리 설정과 관련된 작업을 할 때 항상 이 스카이워커 농장에서 생활하는데, 이는 마린 카운티 전체가 미국 전역에서 유독 불교 사원이 많이 몰려 있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스스로를 '감리교 불자(a Methodist Buddhist)'라고 부르는 루카스는 개인의 종교적 수양을 위해, 그리고 영화와 관련된 영감을 얻기 위해 마린 카운티의 불교 사원을 자주 방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외에 정확히 종교적 요소라고 짚어 말하기는 어렵지만, <스타 워즈> 설정에 지대한 영향을 준 문화적 요소로 일본의 사무라이 영화 및 시대극을 지목할 수 있다. 널리 알려진 바대로, 루카스는 일본의 전설적 사무라이 및 시대극 영화 감독 구로사와 아키라(Kurosawa Akira)의 열성적인 팬이었다. 루카스는 그의 영화를 통해서 일본의 무사도(Bushido)와 검술 등에 깊게 감화됐고, 이는 <스타 워즈>의 제다이를 설정하는 결정적인 계기로 작용했다.

일설에 의하면 제다이(Jedi)라는 이름 자체도 한자어 '시대극'(時代劇)을 뜻하는 일본어 지다이게키(jidaigeki)에서 유래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타 워즈>가 슈퍼히어로 콘텐츠와 함께 미국에서 너드/긱(nerd/geek) 문화의 중심에 서게 된 것에는 이런 오타쿠(otaku)적 문화요소가 상당한 역할을 담당하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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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워즈>의 설정에 큰 영향을 준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대표작, <7인의 사무라이(Seven Samurais)>.
일부 문화평론가들은 <스타 워즈>가 이런 요소들 외에도 1970년대 미국에서 크게 유행했던 뉴에이지 운동(New Age movement)의 범신론적(pantheistic) 교설에 크게 영향을 받았다고 분석하기도 한다.

루카스는 자신의 실제 종교 성향에 따라 위에 나열한 여러 종교적-신화적-문화적 요소들을 혼합하여 스토리를 구상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가졌고, <스타 워즈> 시리즈는 이런 루카스의 능력을 바탕으로 거대한 상업적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특히 루카스는 <스타 워즈>에 적용된 독특한 종교 혼합주의를 통해, 이른바 초현실(hyperreality)에 속하는 신화적 공간을 창출해냈다.

이처럼 기존 종교의 해체(deconstruction)와 패러디(parody)를 통해 새로운 신화적-종교적 체계를 확립하는 시도는 포스트모던 문화의 대표적 특성 가운데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종교와 제다이: 우주판 불교 승려들

시리즈 전체가 강렬하게 내비치는 불교적 분위기 및 성향 때문에, <스타 워즈>는 미국 종교철학계 및 불교학계에서 대중문화 콘텐츠를 분석할 때 자주 논제로 채택된다. 비교적 최근 수행된 연구로는 2014년 오스트리아 그라츠 대학교(the University of Graz) 소속 종교학자 크리스찬 페이팅어(Christian Feichtinger)가 수행한 '우주의 불교: 스타 워즈에 채택된 불교적 모티프(Space Buddhism: The Adoption of Buddhist Motifs in Star Wars)'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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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워즈>에 자주 등장하는 제다이 기사들의 명상 장면.
페이팅어에 의하면 <스타 워즈>에 적용된 불교적 요소는 크게 네 가지다. 첫째, 등장인물들의 이름과 검투술에 엿보이는 동양적 풍미다. 콰이-곤 진(Qui-Gon Jinn), 오비-완 케노비(Obi-Wan Kenobi), 파드메 아미달라(Padmé Amidala), 다고바(Dagobah), 요다(Yoda) 등 스타워즈 주요 캐릭터들의 이름, 특히 제다이 측 인물들의 이름 대부분은 일본과 인도의 이름을 묘하게 혼합한 듯한 인상을 준다.

전투 장면에서도 동양적 색채는 강하게 드러난다. <스타 워즈>의 전투 장면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뉘어 있는데, 첫째는 태평양전쟁 미-일 항공모함 공중전을 연상시키는 엑스-윙(X-Wing)과 타이 파이터(TIE fighter) 간의 전투다. 다음으로는 제다이와 그 반대편 시스 기사단(Sith Order) 사이에 펼쳐지는 고전적 라이트세이버 검술 대결이다.

이 중 <스타 워즈> 전투 장면의 백미인 라이트세이버(lightsaber) 대결은 정확히 말해 불교적 요소라고까지 말할 수는 없으나, 일본의 사무라이 영화 및 시대극의 영향을 십분 반영하고 있다.

두 번째 불교적 요소로는 명상(mindfulness)을 통한 마음의 수행이 있다. 영화 속 제다이 기사들은 모두 명상 수행에 힘쓰는데, 그 자세와 사상 전체는 인도 혹은 일본의 불교로부터 유래된 것이다. 특히 작중 콰이-곤이나 요다와 같이 수양이 깊은 제다이들은 명상 수행을 통해 모든 번뇌, 집착, 욕망, 분노, 그리고 두려움으로부터 마음을 해방시키는 데 힘쓰라는 가르침을 여러 차례 전한다.

작중 제다이의 대스승으로 등장하는 요다는 이런 불교적 가르침을 대표하는 캐릭터다. 루카스 감독은 1977년 <스타 워즈> 4편 대성공 후 1979년 티벳 다람살라를 방문해 달라이 라마의 스승이었던 고승 텐자브 세르콩 린포체(Tsenzhab Serkong Rinpoche)를 만났다. 그의 가르침에 매료된 그는 1980년 개봉된 <스타 워즈> 5편 제작 시 고승 린포체를 모티프삼은 캐릭터 요다를 창안해 등장시켰다. 이후 요다가 제다이들을 가르칠 때 표현한 사상들은 모두 린포체의 가르침을 반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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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다이 마스터 요다의 모티프가 된 실존인물이자 달라이 라마의 스승이었던 티벳 고승 린포제.
세 번째 불교적 요소는 '만물일여(萬物一如)' 사상이다. 모든 만물이 하나됨을 의미하는 이 불교 사상은 영화 내부에서 '포스'라는 우주적 힘 설정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 포스는 단지 가치중립적이기만 한 힘이 아니라, 이 힘을 사용하는 이의 의지에 따라 선한 쪽으로도, 악한 쪽으로도 사용될 수 있다. 이로 보건대 포스라는 힘의 설정에는 불교사상만 아니라 도가적 음양이론까지 반영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네 번째 불교적 요소는 '색즉시공 공즉시색(色卽是空 空卽是色)' 사상이다. 만상(萬象), 즉 천변만화하는 온갖 종류의 감각적 현상에 현혹되지 말고, 그 이면에 자리잡고 있는 공(空)을 깨달으라는 것이 핵심이다. <스타 워즈> 속 제다이 훈련 과정 가운데, 시각을 차단하고 레이저 공격을 막는 장면은 바로 이 색즉시공의 사상을 반영하고 있다.

◈종교의 혼합: 해체되고 도용되는 종교들

이처럼 다양한 불교적 요소가 반영된 이유로, <스타 워즈> 시리즈는 미국인이 보기에 이국적이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곳곳에서 연출하고 있고, 이것이 흥행 성공의 결정적 요소가 됐다. 그런데 <스타 워즈>에 반영된 동양-불교 요소들은 포스트모던 성향의 해체와 패러디를 통해 원본으로부터 크게 변형된 모습을 내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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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다이 캐릭터는 일본의 사무라이 문화와 인도-티벳-일본의 불교 문화가 혼합되어 창안됐다.
이는 기독교적 종교관과 불교적 종교관의 혼합, 서구와 동양 대중문화의 혼합을 위해 루카스 감독이 고안해 낸 흥행 전략이다. 이 전략은 영화 전체에 적용된 화이트워싱(whitewashing)과 오리엔탈리즘(orientalism)에 의해 실현되고 있다.

화이트워싱이란 동양의 문화 콘텐츠나 캐릭터를 헐리우드가 차용할 때, 배역을 동양인이 아닌 서구 백인들에게 배정하는 것을 말한다. 최근에는 이것이 인종차별적 행태로 인식돼서 영화의 흥행에까지 영향을 미칠 정도로 기피되지만, 루카스 감독이 <스타 워즈>를 처음 제작하던 1970-80년대에는 당연하게 받아들여졌던 일이다.

오리엔탈리즘에는 여러 의미가 담겨있지만, 여기서는 문화평론가 에드워드 사이드(Edward W. Said)가 규정한 개념을 지칭한다. 이는 서구인이 동양적인 것에 대해 갖고 있는 비하적·차별적 인식을 의미한다. 이 경우 대개 동양적인 것은 신비하고 흥미롭지만, 서구의 발전된 문명에 비해 저급한 것으로 취급되곤 한다.

다행스러운 점은 동양, 그리고 불교에 대해 여러 방면으로 조작되고 왜곡된 서사를 전개하다 보니, <스타 워즈> 시리즈가 유독 한국에서는 흥행에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과 유럽, 일본에서의 인기에 비해, 한국에서 <스타 워즈>에 대한 호응은 지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아시아 국가들 가운데 유독 일본에서는 <스타 워즈>가 상당한 인기를 얻고 있다. 이는 루카스 감독이 워낙 일본 대중문화에 심취해 있고, 그로 인해 영화 속에 일본 전통문화의 영향이 깊게 반영된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더해 특유의 매니아적 오타쿠 팬심이 형성돼 있다는 점도, 일본에서 <스타 워즈> 시리즈가 많은 인기를 얻는 데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본을 제외한 대부분의 아시아 국가들에서는 <스타 워즈> 시리즈가 비교적 큰 인기를 끌지 못한다. 이는 해당 국가 관객들에게 친숙한 불교 문화를 서구식으로 왜곡한 것이 적절해 보이지 않는데다, 왜색 문화에 그리 호의적이지 않은 아시아 각국의 정치적 정서까지 작용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사료된다.

참고로 아시아 국가들에서 최고의 인기를 끄는 불교 대중문화 콘텐츠는 <서유기(西遊記)>다. 잊을 만하면 어김없이 드라마, 영화로 반복 제작되는 이 고전 소설은 동아시아 대승불교 및 중국 샤머니즘의 원형을 십분 반영하고 있다.

불교 문화의 대중적 친화력을 대표하는 <서유기>와 여기에 연관된 문화 콘텐츠를 풍성하게 확보하고 있는 아시아 각국에서 아류, 그것도 서구인 시각으로 왜곡된 아류 불교 문화를 반영하고 있는 <스타 워즈> 시리즈가 각광을 받기는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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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기: 선리기연>의 한 장면. 미국에서는 <스타 워즈>가, 아시아 각국에서는 <서유기>가 대표적인 불교적 대중문화 콘텐츠로 각광받는다.
그렇더라도 <스타 워즈>가 미국에서 인도 소승불교, 티벳 라마교, 그리고 일본 선불교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한껏 높여준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스타 워즈>는 대중문화 속 종교가 갖는 가치를 재차 확인시켜 주는 점에서 종교철학적으로 상당한 의의를 갖는 작품이다.

그러나 <스타 워즈>가 내세우는 종교적 가치의 상당부분은 원형에서 멀어진 기형적 형태의 불교적 요소들을 옹호하는 데서 나오고, 이는 기독교인이나 불교 신자 모두에게 그리 달갑지 않은 처사임에 분명하다.

국내 불교 언론 다수는 <스타 워즈>가 불교적 요소들을 다수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 상당히 고무적인 반응을 보이지만, 이는 포스트모던 문화가 추구하는 궁극의 종교적 지향점, 즉 종교 혼합주의에 대한 경계심을 결여한 반응으로 판단된다.

<스타 워즈>가 단지 불교적 요소를 다분하게 반영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기독교적 관점에서 부정적 평가를 내릴 당위성은 없을 것이다. 다만 이 영화가 불교적 요소들을 해체하고 패러디하는 방식이 오늘날 주류 대중문화가 종교를 대하는 태도를 여실하게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런 태도는 이 영화 속에 반영된 기독교적 요소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되기 때문이다.

사실 <스타 워즈> 시리즈 중 다수(4, 5편, 로그 원 제외)는 그간 루카스 감독의 극악한 연출력, 그리고 디즈니의 허술한 확장 세계관에 대한 실망감 때문에 다수의 매니아들에게 혹평을 받아왔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전설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것은 영화의 설정들을 지배하는 종교적 요소들의 매력 때문이다. 그리고 이 매력은 종교혼합주의에 의해 지지되고 있다.

작금의 대중문화 속에서 종교적 가르침이란 '믿고 지켜야 할 것'이 아니라 '조작하고 희화화할 것'으로 격하되어 있으며, 이런 사태를 주도적으로 조장하는 영화가 바로 <스타 워즈> 시리즈다. <계속>

박욱주
▲박욱주 박사.
박욱주 박사(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겸임교수)

연세대학교에서 신학을 전공했으며, 동 대학원에서 조직신학 석사 학위(Th.M.)와 종교철학 박사 학위(Ph.D.)를, 침례신학대학교에서 목회신학 박사(교회사) 학위(Th.D.)를 받았다. 현재 서울에서 목회자로 섬기는 가운데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겸임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기독교와 문화의 관계를 신학사 및 철학사의 맥락 안에서 조명하는 강의를 하는 중이다.

필자는 오늘날 포스트모던 문화가 일상이 된 현실에서 교회가 보존해온 복음의 역사적 유산들을 현실적 삶의 경험 속에서 현상학과 해석학의 관점으로 재평가하고, 이로부터 적실한 기독교적 존재 이해를 획득하려는 연구에 전념하고 있다. 최근 집필한 논문으로는 '종교경험의 가능근거인 표상을 향한 정향성(Conversio ad Phantasma) 연구', '상상력, 다의성, 그리스도교 신앙', '선험적 상상력과 그리스도교 신앙', '그리스도교적 삶의 경험과 케리그마에 대한 후설-하이데거의 현상학적 이해방법' 등이 있다.

브리콜라주 인 더 무비(Bricolage in the Movie)란

브리콜라주(bricolage)란 프랑스어로 '여러가지 일에 손대기'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이 용어는 특정한 예술기법을 가리키는 용어로 자주 사용된다.

브리콜라주 기법의 쉬운 예를 들어보자. 내가 중·고등학교에 다니던 학창시절에는 두꺼운 골판지로 필통을 직접 만든 뒤, 그 위에 각자의 관심사를 이루는 온갖 조각 사진들(날렵한 스포츠카, 미인 여배우, 스타 스포츠 선수 등)을 덧붙여 사용하는 유행이 있었다. 1990년대에 학창시절을 보내신 분들은 쉽게 공감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