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생은 타락 후에 급조된 응급처방이 아닙니다

입력 : 2017.12.07 17:40

[이경섭 칼럼] 영생은 영원 전의 약속입니다

이경섭
▲이경섭 목사. ⓒ크리스천투데이 DB
태초의 무죄했던 아담은 '산 영(a living soul)'이었습니다. "첫 사람 아담은 산 영이 되었다 함과 같이 마지막 아담은 살려 주는 영이 되었나니(고전 15:45, 창 2:7)." 첫 사람 아담을 '산 영'이라 했으니, 그의 생명이 완전한 것처럼 보이나, '죽음'의 가능성을 가진 '산 영'이었습니다. 실제로 이후, 아담은 뱀의 미혹을 받아 범죄 하여 죽으므로(고전 15:22), '산 영'의 허상을 보여주었습니다.

실제로 아담이 하나님과 맺었던 "먹으면 정녕 죽으리라"는 행위 언약 역시, 죽음이 가정적(假定的) 조건으로 제시됐습니다. '산 영'이 죽음이 배제된 완전한 생명이었다면, 죽음이 조건으로 따라 붙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 "먹으면 정녕 죽으리라"는 율법은, 후에 시내산에서 주어진, "행하면 살리라(레 18:5, 롬 10:5)"는 율법의 변용이었습니다.

후자가 죽음을 명시하지 않고, 오직 '사는 것(살리라)'고 말했지만, 사실 전자처럼 이면에 죽음이 전제됐습니다. 영원히 살 수 있을 만큼(to live) 율법을 완벽하게 지킬 자가 없기 때문입니다. 비록 무죄한 '산 영'일지라도, 율법 아래 있는 한 언제든 정죄에 떨어질 수 있습니다. 100년간 율법을 지켜왔어도 오늘 어떨지 장담할 수 없는 것이 율법 아래 있는 자의 운명입니다. 율법은 사는 길을 예비한 것 같으나 사실은 죽음을 예비한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죽음이 조건화 된 '산 영(a living soul)'은, 진정한 축복이라 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아담에게는 더 나은 생명, 곧 죽지 않는 영원한 생명이 필요했고, 하나님은 이미 타락 전부터 그것을 준비하셨습니다. 흔히 생각하듯 '영생'은 인간의 타락 후 그를 멸망에서 건지기 위해 비로소 고안된 응급처방이 아니었습니다. 만일 그랬다면 타락 전 '산 영'으로 회복시키면 되지, 구태어 '영생'을 입힐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영생은 창세전부터 하나님의 의도하신 바였습니다.

"이 영생은 거짓이 없으신 하나님이 영원한 때 전부터 약속하신 것인데 자기 때에 자기의 말씀을 전도로 나타내셨으니(딛 1:2,3)". 영생이 타락 후 입혀졌기에, 사람들은 그것이 타락 후의 응급조치인양 오해합니다. 영생이 구속자 그리스도 안에서 입혀지도록 경륜됐기에(요일 5:11), 순서상 타락 후에 존치된 것 뿐입니다. 성경은 곳곳에서 어떤 조건이나 전제없이 영생이 하나님의 명령이고 뜻임을 선포합니다.

"나는 그의 명령이 영생인줄 아노라(요 12:50)", "헐몬의 이슬이 시온의 산들에 내림 같도다 거기서 여호와께서 복을 명하셨나니 곧 영생이로다(시 133:3)", "내가 하나님의 아들의 이름을 믿는 너희에게 이것을 쓴 것은 너희로 하여금 너희에게 영생이 있음을 알게 하려 함이라(요일 5:13)", "내 아버지의 뜻은 아들을 보고 믿는 자마다 영생을 얻는 이것이니 마지막 날에 내가 이를 다시 살리리라 하시니라(요 6:40)".

오늘 우리가 희구하는 구원 역시 단지 태초의 무죄했던 '산 영'의 상태로 회복하는 것이 아니라, '영생'을 지향합니다(요 3:16). 그러나 언급했듯 영생을 타락 후의 응급조치쯤으로 여기는 이들은, 죄인에게 지옥만 면케 해주어도 감지덕지인데 영생까지 준다니 언감생심 너무 과분해 잘 못 받아들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영생'을 단지 특권으로서가 아니라, 하나님의 뜻(요 6:40)과 명령으로 알고(시 133:3, 요 12:50) 순종의 태도로 취해야 합니다.

그리고 영생은 '살려주는 영(고전 15:45)'인 그리스도의 구속을 통해 입혀지도록 했습니다(롬 5:21, 6:23). 따라서 영생을 얻으려면 무죄한 '산 영'으로 남아있어서는 안 되고, 그리스도의 구속을 필요로 하는 죄인이 돼야 합니다.

이는 하나님이 아담의 타락을 허용하시고, 죄인이 그리스도를 믿어 영생 얻게 하신 경륜에서도(요 3:16, 딤전 1:16) 밝히 드러났습니다. 율법의 정죄를 받아야만 그리스도께로 가서 믿음의 의(義)를 입을 수 있게 한, 율법의 몽학선생(갈 3:24) 원리와 흡사합니다.

그리스도를 '살려주는 영(a quickening spirit)'이라 칭한 것 역시 그리스도의 구속과 영생이 죄로 죽은 자를 위한 것임을 시사합니다. "건강한 자에게는 의원이 쓸데없고 병든 자에게라야 쓸데 있다(마 9:12)"는 성경 말씀이나, "망가져야만 새로 고친다"는 일반의 속담과도 일맥상통합니다. 죄로 죽지 않은 자에 대해서는 "살려주는 영" 그리스도가 할 일이 없습니다.

그리고 그리스도가 죄인을 살려내신 방법은, 그가 자기 목숨을 대속물로 내어주심으로서이고, 죄인은 그리스도의 대속적 죽음을 자기 죄값으로 받아들여, 그리스도와 함께 죽으므로 그리스도와 함께 살아나게 했습니다(롬 6:3-4, 세례의 의미), 이때 살아난 생명은 그리스도의 생명과 동일한 영생입니다.

'살려주는 영' 그리스도는, 그의 목숨을 우리 죄값으로 내어주는 대속(redemption)을 통해 우리에게 그의 영원한 생명을 입히셨습니다.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자는 영생을 가졌고(요 6:54)."

마지막으로, 무죄했던 처음의 '산 영'과 타락 후 '영생으로 살림을 받는 것'의 관계에서 야기될 수 있는 두 가지 문제를 언급하고자 합니다.

첫째, 태초에 무죄했던 아담 '산 영'보다, 죄로 타락하여 살림을 받은 생명을 더 탁월하게 하신 점입니다. 가나 혼인잔치에서, 처음 나온 포도주보다 뒤에 나온 포도주가 더 맛있었듯(요 2:10), 처음보다 나중을 더 좋게 하시는 하나님의 경륜이 엿보입니다.

실제로 하나님이 태초의 무흠한 '산 영'을 창조하신 후 "보시기에 심히 좋았다"고 했으면서, 그리스도가 그의 피로 살린 성도(교회)를 향해서는 "너는 내 살 중의 살이요 내 뼈 중의 뼈(고전 12:27, 엡 5:23, 창 2:23)"라고 했습니다. '산 영' 아담이 창조된 재료가 흙과 생기였고, 살림을 받은 재료는 점없고 흠 없는 어린 양 같은 그리스도의 피와 성령이었다는 것을(요 3:5, 벧전 1:3) 염두에 둘 때, 둘의 차이는 당연해 보입니다.

'산 영'이 범죄하여 잃어진 것과 '살려주는 영'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얻어진 것의 차이 역시 비교불가입니다. 아담의 원죄가 죽음과 저주를 유전했다면, '살려주는 영' 그리스도는 의(롬 4:24), 양자됨(갈 3:26), 영생(요11:25), 천국(눅 23:42-43)을 갖다 주었습니다.

후자의 축복은 전자의 모든 저주를 상쇄하고도 남았습니다. "이 은사는 그 범죄와 같지 아니하니 곧 한 사람의 범죄를 인하여 많은 사람이 죽었은즉 더욱 하나님의 은혜와 또는 한 사람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로 말미암은 선물이 많은 사람에게 넘쳤으리라(롬 5:15)".

둘째, 어떻게 나쁜 것을 통해 좋은 것을 얻게 하셨는가 라는 윤리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역시 "선을 악으로 만드시는(창 50:20)" 것이 하나님의 보편적 경륜임을 이해한다면 수용 못할 것이 없습니다. 하나님은 유대인들이 십자가에 달아 죽인 예수를 주와 그리스도가 되게 했고(행 2:36; 5:30-31), 요셉을 해하려한 그 형들의 악을 하나님은 선으로 바꾸사, 만민의 생명을 구원하게 하셨습니다(창 45:4-5; 50:20).

이러한 경륜은 죄인에게 영원히 갚을 수 없는 큰 은혜를 입혀, 하나님께 빚진 자로 만들어, 그의 은혜의 영광을 영원히 찬미토록 하기 위함입니다(엡 1:6). 선을 악으로 바꾸시는 하나님의 은혜의 경륜(창 50:20)을 잘 드러낸 말씀이 다음 두 구절이 아닌가 합니다.

"율법이 가입한 것은 범죄를 더하게 하려 함이라 그러나 죄가 더한 곳에 은혜가 더욱 넘쳤나니(롬 5:20)", "그러나 성경이 모든 것을 죄 아래 가두었으니 이는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말미암은 약속을 믿는 자들에게 주려 함이니라(갈 3;22)". 할렐루야!

이경섭 목사(인천반석교회, 개혁신학포럼 대표, byterian@hanmail.net)
저·역서: <개혁주의 신학과 신앙(CLC)>, <현대 칭의론 논쟁(CLC, 공저)>, <개혁주의 교육학(CLC)>, <신학의 역사(CLC)>, <개혁주의 영성체험(도서출판 예루살렘)>, <쉽게 풀어 쓴 이신칭의(CLC), 근간)>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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