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지는 황성철 박사(전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 교수)가 지난 4월 27일 서울 동광교회(담임 김희태 목사)에서 열린 예장 합동(총회장 전계헌 목사) 개혁신학대회에서 발표한 '결혼과 이혼 그리고 재혼에 대한 성경적 관점과 목회적 지침'이라는 논문을 연재합니다.

황성철
▲황성철 박사 ⓒ크리스천투데이 DB
11. 이전 배우자가 재혼을 하고 있지 않다면 이혼한 사람은 언제 재혼하는 게 좋은가?

재혼은 합당한 근거로 이혼했을 경우에 이혼한 배우자가 재혼하는 것이 허용된다. 만일 부도덕한 죄("음행")를 저지른 배우자가 이혼을 하고 회개하지 않고 있을 때 상대 그리스도인 배우자는 다른 신자와 결혼할 수 있다(마5:32;19:9 참조). 불신자인 배우자에게 버림을 받은 그리스도인도 마찬가지다(고전7:15 참조). 이러한 문제 외에 다른 근거를 가지고 이혼하는 사람들은 하나님과 배우자에 대하여 죄를 범하는 것이고 그들이 다른 사람과 재혼하는 것은 "간음"이다(막10:11-12 참조).

그렇기 때문에 바울은 신자인 여성 배우자가 합당치 않은 이유로 이혼을 했을 때 "그대로 지내든지 다시 남편과 화합하든지 하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고전7:10-11). 만약 그 배우자가 합당치 않은 이혼에 대해 회개했다면 그 회개의 참된 열매는 전 배우자와 화해하는 것이다(마5:23-24 참조). 합당치 않은 이유로 이혼을 한 남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고전7:11 참조). 그 사람이 다른 사람과 재혼할 수 있는 유일한 경우는 전 배우자가 재혼을 했거나, 불신자라는 사실이 드러났거나 또는 사망했을 때이다.

성경은 이혼한 사람과의 결혼을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주의를 환기시키고 있다. 그 이혼이 성경적인 근거를 둔 것이 아니라면 그에게는 화해를 할 책임이 여전히 있으므로 이혼한 사람과 결혼하는 사람은 간음하는 것이 된다(막10:11-12 참조).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의 실마리는 그 이혼한 사람이 합당한 이혼을 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만약 합당한 이혼이었다면 언제든지 재혼을 할 수 있지만 그것도 오직 "주 안에서"해야만 한다(고전7:39 참조).

12. 불신자였을 때 이혼한 사람이 신자가 되어 재혼을 하려고 하는데 할 수 있는가?

재혼할 수 있다. 바울은 고전7:27-28절에서 다음과 같이 명확히 말하고 있다. "네가 아내에게 매였느냐 놓이기를 구하지 말며 아내에게서 놓였느냐 아내를 구하지 말라 그러나 장가가도 죄 짓는 것이 아니요 처녀가 시집가도 죄 짓는 것이 아니로되 이런 이들은 육신에 고난이 있으리니 나는 너희를 아끼노라."

그러나 이 두 구절은 그리스도인이 되기 전에 이혼한 사람들에게만 적용되는 말씀이다. 바울은 앞서 고린도 교인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각 사람은 부르심을 받은 그 부르심 그대로 지내라"(고전7:20). 그러나 그는 곧 이어서 그들이 이혼한 상태에 있는 동안 그리스도인이 되었다고 할지라도 그 상태로 남아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들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혼을 선택한다면 그것은 죄를 짓는 일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단, 재혼을 하려면 "주안에서" 해야 한다.

13. 결백한 배우자는 합당치 않은 죄를 짓고 회개하지 않고 있는 배우자를 언제까지 기다려줘야 하는가?

회개하고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줘야 하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니다. 성경적으로 합당치 않은 죄를 짓고 회개치 않고 있는 배우자를 둔 많은 사람들이 결혼생활을 끝내고 싶어 한다. 만약 결혼생활을 더 이상 유지하지 않기로 결정한다면 하나님은 그들이 이혼하도록 허락하실 것이다. 그러나 결혼생활을 끝내기 전에 결백한 배우자가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 있다. 하나님의 궁극적인 관심은 화해에 있기 때문에 끝까지 배우자의 회개를 기다리고 용서하려고 하는 마음을 갖는 것이다.

만약 죄를 지은 배우자가 신자가 아닌 불신자라면 무죄한 배우자는 죄인들을 향한 그리스도의 사랑을 보여주려고 최선의 노력을 해야 한다. 그러나 이혼하기로 결정을 하면 결백한 배우자는 언제든지 이혼을 할 수 있다. 교회는 그 이혼을 도와주어야 한다. 그런데 죄를 지은 배우자가 신자인 경우는 좀 다르다. 그가(그녀가) 회개하고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는 게 성경적이다. 그러나 그 배우자가 회개는커녕 다른 사람과 살림을 차려 산다면 그(그녀)는 간음죄를 범한 것이 되고 하나님의 심판에 맡겨야 한다. 이때 결백한 배우자는 결혼을 하는 데 자유로울 수 있다.

14. 치료불가능한 정신병이 이혼의 사유가 되는가?

이 문제의 대답에는 여러 경우들이 있을 수 있다. 첫째, 정신병을 앓고 있는 배우자가 상대 배우자에게 결혼생활을 더 이상 이루어가기가 어렵다고 이혼을 요구하면 이혼이 허락될 수 있다. 결혼은 두 남녀가 정상적인 상태에서 육체적 정서적 그리고 영적으로 연합하여 "한 몸"을 이루는 것인데, 이 경우는 "한 몸"을 이루기 위한 충분조건, 즉 부부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조건이 충족되지 않은 상태다. 물론 이혼이 허락되기 위한 필요조건, 즉 부도덕한 죄는 없지만 두 당사자 간의 결혼현실을 감안해서 이혼을 허락하는 것이 은혜롭게 서로에게 유익이 된다고 본다.

둘째, 정신병을 앓고 있는 배우자의 상대 배우자가 이혼을 요구할 수 있는지의 여부가 또한 문제될 수 있다. 이 경우 상대 배우자는 이혼을 요구할 수 없다. 두 사람이 "한 몸"으로서 친밀감을 누리지 못하는 아픔은 있지만 오히려 이 아픔을 감사로 승화시킬 수 있는 믿음을 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마치 태의 문을 열어주지 않아서 두 부부가 평생을 자녀 없이 지내야 하는 것과 같은 맥락에서 하나님의 섭리를 살펴보아야 한다.

15. 잠자리 거부가 이혼사유가 되는가?

이혼 사유가 될 수 없다. 일반적으로 잠자리 거부는 육체적인 게 원인이 아니라 심적인 게 원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결혼 후 인간관계 속에서 마음에 많은 상처를 입었다든가 또는 부부관계에서 만족감을 얻지 못했다든가 더 나아가서는 서로에 대한 매력을 잃었다든가 등등 그 원인은 다양할 것이다. 이런 문제는 근본적으로 상담이나 의사처방으로 얼마든지 회복가능하다. 문제는 두 사람이 이런 것을 치료하고 회복하려는 노력이 있느냐의 여부이다. 이럴 경우 두 사람은 우선 교회지도자든지 전문 상담자를 찾아가서 상담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이것도 두 사람의 마음이 맞아야 할 수 있는 일이다. 결론적으로 그럼에도 이 경우는 성경이 이혼을 허락지 않는 문제다.

16. 합당치 못한 부도덕한 죄를 범해 이혼을 당한 사람은 재혼할 수 있는가?

우선은 자신의 죄를 회개하고 상대 배우자에게 용서를 빌고 화해를 시도해야 한다. 그래서 두 사람이 화해해서 재결합하는 게 최선이다. 그러나 상대 배우자가 화해하기를 거부하면서 이혼을 요구할 때 이혼을 허락해 주어야 한다. 그래서 상대 배우자가 다른 사람과 자유롭게 재혼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

그러면 이혼을 당한 사람은 어떤가? 재혼할 수 있다. 그러나 일단 이혼을 당했기 때문에 신앙양심에 따라 하나님 앞에 자숙하는 시간을 갖는 게 필요하다. 철저히 부도덕하게 저지른 죄를 참회하고 변화된 새 마음을 가져야 한다. 그러면 그 자숙의 시간은 얼마나 길어야 하는가? 현실적으로 상대 배우자가 결혼을 할 때까지라고 보는 것이 마음 편할 것이다. 그런데 만일 상대 배우자가 평생 결혼을 안 하고 지낸다면 이혼을 당한 사람도 그렇게 따라야 하는가? 그런 사실이 객관적으로 확인될 경우 거기에 꼭 묶일 필요는 없다. 그러나 여기에 대한 것은 교회지도자에게 지혜를 구해서 판단하는 게 더 현명하다고 생각된다.

17. 결혼하지 않고 동거하다가 헤어졌을 때 이를 이혼이라고 볼 수 있는가?

이혼이라고 볼 수 없다. 이 경우는 간음죄를 범한 것이다. 두 사람 모두 하나님 앞에 깊이 회개하고 할 수만 있는 대로 빠른 시일 안에 두 사람은 결혼을 해야 한다.

싱글 여성 남성 결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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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독신'으로 지내기를 원하는 청년이 자문을 구해 왔을 때 어떻게 말해 주어야 하는가?

'독신'으로 지내는 것은 성경적이 아니다. 그러니까 최선을 다해서 하나님이 예정해 놓으신 짝을 찾아서 결혼하도록 권면해야 한다. 이 문제에 대해 예수님은 아주 명확하게 답변을 주신 일이 있다. 한번은 예수님이 이혼에 대해 논할 때 음행이 믿는 자들에게 이혼할 수 있는 유일한 이유라고 지적하셨을 때(마19:3-9) 그 말을 들은 제자들은 이렇게 반문했다. "장가들지 않는 것이 좋겠나이다"(마19:4). 이 대답은 결혼이 그렇게 영구적이라면 잘못 만나 결혼하느니 차라리 혼자 사는 편이 더 낫겠다는 의미이다. 이런 대답을 들은 예수님은 "사람마다 이 말을 받지 못하고 오직 타고난 자라야 할지니라"(마19:11)고 하셨는데 이 말씀은 예수님이 창2:18,24에서 주신 결혼의 규칙에 예외가 있음을 분명하게 인정하신 것이다.

물론 성경은 독신의 은사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독신의 은사에는 하나님 나라의 특별한 일을 위하여 부르심을 받고 헌신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예수님의 다음 말씀에서 알 수 있다. "어미의 태로부터 된 고자도 있고 사람이 만든 고자도 있고 천국을 위하여 스스로 된 고자도 있도다"(마19:12). 그러시면서 "이 말을 받을 만한 자는 받을지어다"고 결론을 내려주셨다.

결론적으로 만일 그 청년이 예수님이 지적하신 대로 독신의 은사를 받은 확신이 있다면 목회자는 말릴 이유가 하등에 없다. 그가 그런 은사를 받았는지를 우선 살펴서 대답을 주는 게 좋을 것이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