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승
▲권혁승 교수 ⓒ권혁승 교수 블로그
하솔 왕 야빈이 주도하였던 북부지역 연합군에는 당시 원주민이었던 여섯 종족이 포함되어 있다(수 11:3). 이들은 가나안 족속, 아모리 족속, 헷 족속, 브리스 족속, 여부스 족속, 히위 족속들이다. 여호수아서 다른 곳에서도 이들은 이스라엘과 대항하여 싸운 종족들로 언급되어 있다(수 9:1). 팔레스타인의 원주민이었던 이들은 어떤 사람들이었을까?

(1) 가나안 족속과 아모리 족속: 성경에서 가나안인과 아모리인은 자주 혼용되어 사용된다. 그렇다고 이들 두 종족 사이에 구분이 없는 것은 아니다. 가나안인은 무엇보다도 가나안 땅과 관련이 있다. 가나안땅은 요단 동편을 제외한 서부 팔레스타인을 비롯하여 뵈니게 지방(오늘날의 레바논)과 시리아의 남부 지역을 지칭하였다. 그런 점에서 당시 가나안인은 지중해 해안지대와 이스르엘계곡 및 요단계곡 등지에 밀집하여 살았던 서북셈족을 의미했다. 이들은 산지 쪽으로는 관심이 없었던 것 같다. 반면에 '서부인'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는 아모리인은 상부 메소포타미아 지방과 시리아 지역에 살고 있던 서북셈족을 가리키는 명칭이었다. 이들은 주전 2000년대 초 유랑하는 유목민 형태로 팔레스타인 지역으로 이주해와 주로 산간지역에 정착하였다. 후에 이들은 요단동편 고원지역으로 영역을 확대하여 그곳에 아모리 왕국을 세우기도 하였다. 성경이 아모리인들은 주로 산지에 사는 사람들로, 가나안인들은 해안가에 사는 사람들로 구분하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민 13:29; 신 1:7). 그러나 아모리인들은 여러 세기를 거쳐 그 땅에 살면서 가나안의 언어와 사회와 문화에 잘 동화되어 엄격하게 이 두 종족을 구별할 필요가 없을 정도가 되었다.

(2) 헷 족속: 헷 족속은 오늘날의 터키 중부지역에서 주전 17세기부터 이집트제국과 세력을 겨룰 만큼 강대한 히타이트제국을 건설한 사람들이다. 그러나 주전 13세기 이후로는 세력이 약화되었고, 그러한 상황은 에게해 주변의 해양민족들이 이들 지역으로 유입되면서 더욱 악화되었다. 헷 족속들은 히타이트 제국시대부터 시리아와 팔레스타인지역으로 이주하면서 광범위한 지역에 분포하여 살았다. 그런 종족의 이동은 히타이트 제국의 붕괴 이후 더욱 가속화될 수밖에 없었다. 아브라함 당시 헤브론 지역에 살던 사람들도 이들 헷 족속들이었다(창 23:10; 25:9). 여호수아 당시 북부지역에도 이들이 살고 있었다는 것은 헷 족속의 생활영역이 널리 분포되어 있었음을 보여준다.

(3) 브리스 족속: 브리스 족속에 관하여는 역사적 자료가 빈약하여 그들의 기원이나 역사를 정확하게 재구성하는 것이 어렵다. 그러나 이들은 족장시대 이전부터 팔레스타인에 거주하였던 가나안의 원주민임이 분명하다(창 13:7; 15:20; 34:30). 일부 학자들의 주장에 따르면, 이들은 중앙아시아에서 이주하여온 아모리족의 한 분파로서 가나안의 산간지역에 주로 거주하며 살았다. '브리스'라는 명칭은 히브리어로 '산골'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4) 여브스 족속: 여브스족은 함의 아들이었던 가나안의 후손들로서 팔레스타인에 거주하였던 소수민족이다(창 10:16). 이들의 중심지는 예루살렘이었기 때문에 여브스는 예루살렘의 별칭이 되기도 하였다(삿 19:10, 11; 대상 11:4, 5). 그런 점에서 여부스 족속은 남부지역의 아모리 연합군 결성을 주도하였을 뿐 아니라 하솔의 야빈이 주도하였던 북부지역의 연합군에도 적극적으로 가담한 셈이다.

(5) 히위 족속: 히위 족속과 호리 족속은 같은 종족일 가능성이 높다. 성경 자체도 그런 점을 증거하고 주고 있다. 히위사람 시브온(창 36:2)이 바로 뒤에서는 호리사람 시브온(창 36:20)으로 지칭되고 있기 때문이다. 히브리어로 서로 비슷한 두 이름은 칠십인역에서 혼용되기도 한다(창 34:2; 수 9:7). 당시 팔레스타인에는 많은 호리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그것은 이집트인들이 팔레스타인을 '후루' 곧 호리사람들의 지역이라고 지칭한 것에서 잘 나타난다. 히위족들은 팔레스타인 내의 여러 지역에 분포되어 살았음이 분명하다. 기브온과 세겜, 레바논을 비롯하여 여러 지역이 히위족들과 연관되어 있다(창 34:2; 수 9:7; 11:3; 삿 3:3).

권혁승 교수(서울신대 구약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