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북스 크리스천다이제스트
▲CH북스의 세계 기독교 고전 시리즈. 위쪽은 재개정 등을 통해 디자인이 일정해진 도서들이다. ⓒ이대웅 기자
여러 기독 출판사에서 펴내는 '번뜩이는' 시리즈물들을 소개하고, 이를 통해 출판사와 기독 출판계를 돌아보고 전망하는 시리즈입니다. -편집자 주

CH북스의 '세계기독교고전' 시리즈는 말 그대로 전 세계의 '기독교 고전'들을 발간하고 있다.

존 번연의 <천로역정>이나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록> 등 익숙한 책들부터 성 버나드의 <하나님의 사랑>, 최근 나온 <무릎으로 사는 그리스도인>과 <할레스비의 기도>, <하나님의 임재 연습>까지 총 56권이 나왔다.

CH북스는 2015년 하반기부터 개정판과 신간의 디자인을 통일해 '시리즈'로서의 정체성을 명확히 하고 있다. 출판사는 총 100종 이상의 '세계기독교고전' 시리즈를 내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갖고 있다.

이에 대해 박명곤 대표는 "기독교 역사 100년을 넘어선 우리 교회와 성도들에게 더 큰 영적 성숙과 진정한 신앙을 심어주기 위해서는 가치있는 기독교 서적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영혼의 양식이 될 수 있는 훌륭한 기독교 서적들이 모든 성도들의 가정뿐 아니라 믿지 않는 가정에도 흘러 넘쳐야 한다. 이러한 취지로 2천여년의 세월이 지나는 동안 세계 각국에서 저술된 가장 뛰어난 신앙의 글과 영속적 가치가 있는 위대한 신앙의 글만을 모아 세계 기독교 고전 전집으로 편찬하고자 한다"고 발간 취지를 설명한다.

CH북스 크리스천다이제스트
▲CH북스에서 그간 발간한 도서들이 한데 모여 있다. ⓒ이대웅 기자
◈크리스챤다이제스트, CH북스가 되기까지 34년

CH북스는 '크리스챤다이제스트'로 잘 알려져 있는 출판사다. 2015년 12월 '크리스천다이제스트'로 이름을 살짝 변경했고, 2017년 8월 파주출판단지 입주를 계기로 출판사로서의 정체성을 명확히 하기 위해 '다이제스트' 대신 '크리스천(CHristian)'의 영문 앞 두 글자인 'CH'와 책을 뜻하는 '북스'를 합쳐 회사명을 새롭게 했다. 이들은 인문교양서를 중심으로 한 '현대지성'이라는 일반도서 브랜드도 운영 중인데, CH는 '크리스천'의 C와 '현대지성'의 H를 조합한 뜻이기도 하다.

CH북스는 1983년 '도서출판 소피아'라는 이름으로 창업했다가, 당시 유명했던 '리더스다이제스트'처럼 크리스천들을 위한 월간지를 만들기 위해 '크리스챤다이제스트'로 사명을 변경했다. 당시 박 대표는 두 차례 잡지를 발간했으나, 제5공화국 시절이라 쉽지 않았다고 한다.

박 대표는 총신대 학사와 장신대 대학원을 나온 후, 신앙도서와 신학도서를 함께 펴내는 일에 관심이 많았다. 이후 토마스 아 켐피스의 <그리스도를 본받아> 같은 기독교 고전 서적들을 내고 싶어, 1984년 3월 단행본을 펴내기 시작했다. 첫 책이 지금은 절판된 <성서난제백과>였고, 두 번째 나온 <데이비드 브레이너드의 일기>가 '세계기독교고전' 시리즈 첫 책이 됐다. 출간 희망 도서가 늘다 보니 월간지는 점점 미뤄졌고, 단행본만 계속 출간하게 됐다.

이후로는 번호를 매겨 '세계기독교고전' 시리즈를 계속 펴내다, 1990년대 들어 신학도서 위주로 방향을 전환했다. <이스라엘 역사>, <기독교회사> 같은 교회사 도서들부터 유명한 <벌코프 조직신학>을 비롯해 지금도 각 신학교 교재로 사용되는 도서들이 꾸준히 등장했다. 2000년 이후에는 전 21권의 '매튜 헨리 주석전집'을 펴내기 시작해 2009년 최종 완간됐다.

2000년대에는 출판사를 대표하는 <기독교 강요> 칼빈의 최종판을 상·중·하로 나눠 2003년 펴냈고, 2006년 트렘퍼 롱맨의 <최신구약개론>도 많이 알려졌다. '스펄전 설교전집'과 '알렉산더 맥클라렌 강해설교집'도 이때부터 나오기 시작했다. 스펄전 설교전집은 35권 중 25권, 맥클라렌 강해설교는 9권, 칼빈 주석 시리즈는 5권이 현재까지 나왔다. 계속 내고 싶지만, 적자가 심해 당분간 '스톱'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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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지성 클래식 시리즈. 아래쪽이 통일성을 갖추고 새롭게 디자인된 도서들이다. ⓒ이대웅 기자
◈시리즈 디자인에 통일성 부여

'세계기독교고전' 시리즈는 한동안 나오지 않다, 2014년 영국의 청교도 윌리엄 거널이 쓴 <그리스도인의 전신갑주(51·52번)>를 계기로 다시 활발해지기 시작했다. 이듬해인 2015년부터는 제각각이던 표지 디자인에 '통일성'을 부여하기로 하고, 기존에 나온 시리즈 개정판과 신간 모두에 이를 적용하고 있다. 민음사나 열린책들처럼 일반 출판사들의 '세계문학 시리즈'처럼 표지만 봐도 시리즈라는 느낌이 들도록 바꾸고 있는 것.

2015년 7월 나온 존 번연의 <거룩한 전쟁(16번)>부터 새로운 표지 스타일을 적용하기 시작해, <천로역정(15번)>, <회개하지 않은 자에게 보내는 경고(10번)>, <기독교 강요 상·중·하(44-46번)>, <악인 씨의 삶과 죽음(18번)>, <죄인의 괴수에게 넘치는 은혜(12번)>, <겸손 하나님만 바라라(27번)>, <그리스도를 본받아(2번)>, <기독교 강요(1536년 초판, 14번)>, <하나님의 도성(26번)>, <그리스도의 영: 앤드류 머레이의 성령론(30번)>, <고백록(8번), <참된 목자(19번)>,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 해설(11번)>, <섭리의 신비(52번)>, <회심으로의 초대(53번)>, <기독교 교양(33번)>, <예수님이라면 어떻게 하실까(20번)>, <무릎으로 사는 그리스도인(54번)>, <할레스비의 기도(55번)>, <예수의 보혈의 능력(29번)>, <하나님의 임재 연습(17번)>, <스펄전의 전도(56번)> 등이 새로 나오거나 옷을 갈아입었다.

이처럼 절반 정도는 표지를 새로운 디자인으로 교체한 상황이다. 이후 <아이작 왓츠의 기도>, <매튜 헨리의 기도>, <존 뉴턴 자서전>, 앤드류 머레이의 <완전한 순종>과 <순종의 학교> 등을 계획하고 있다. 디자인의 통일은 독자들의 '소장 욕구'를 상승시키는 요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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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샤프의 교회사전집 8권 시리즈. ⓒ이대웅 기자
◈고전 시리즈, 100종 이상 출간이 목표

처음부터 시리즈를 기획한 박명곤 대표는 "30여년간 고전 시리즈를 출판하다 보니 외국 기독교 출판사에서 나온 고전 시리즈 대부분을 갖고 있는데, 공통되는 것들이 많지 않더라"며 "일반 출판계는 세계문학전집이나 세계사상전집, 그레이트북스, 펭귄클래식 등 굉장히 다양하고 종수도 많은데, '기독교 고전'은 역사가 오래된 외국 출판사들도 몇십 종을 넘지 않는다. 50종 넘는 곳이 거의 없고, 대부분 몇몇 도서들에 그치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저희가 현재 50여종 되는데, 100종을 넘기고 싶다"며 "적어도 2-3세대를 지나 50년 이상 인정받아온 책들이라면 '크리스천 클래식'으로서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예를 들어 존 번연 전집도 단행본으로는 70-80여권에 달하지만 지금까지 영미권에서 나오는 것은 10여종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더 적은 4종 정도만 소개돼 있다. 박 대표는 "아직 알려지지 않은 책들은 물론이고, 앤드류 머레이나 찰스 스펄전 등의 다양한 좋은 고전들을 소개하고 싶다"고 밝혔다.

시리즈 도서 중 교체된 경우도 있다. 어거스틴의 신국론 요약본인 <신앙 핸드북(10번)>과 <칼빈의 경건(12번)>, 허드슨 테일러의 <연합과 친교(18번)>는 너무 얇아서 다른 고전들로 대체 신간을 출간했다. 칼빈 자신이 교육용으로 썼던 <기독교 강요 요약(11번)>도 분량 문제로 바꿨다.

박 대표는 "찰스 피니의 로마서 강해집인 <승리의 원리(16번)>도 단순한 설교인데다 아르미니우스주의적 요소가 있어, 시리즈에 넣긴 부담스러워 제외시켰다"며 "<톨스토이의 참회록>도 기독교 고전으로 넣기엔 안 맞다고 판단해 제외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숨겨진 명작'에 대해 박 대표는 <악인 씨의 삶과 죽음(18번)>을 꼽으면서 "존 번연의 <천로역정>과 비슷하지만, 정반대로 지옥으로 가는 여정을 담은 작품"이라며 "기독교 소설이 많지 않은 가운데, <천로역정>을 감명 깊게 읽은 분이라면 재미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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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기독교 고전’ 시리즈를 비롯한 마르틴 루터 관련 도서들. ⓒ이대웅 기자
◈종교개혁 관련 도서들, 여타 시리즈들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마르틴 루터와 종교개혁 관련 도서들이 봇물을 이루고 있는데, CH북스는 마르틴 루터 관련 도서들도 '세계기독교고전' 시리즈를 통해 이미 출간돼 있다. 최근 출간된 도서들이 '종교개혁 또는 루터의 재해석과 오늘날 적용'에 방점이 있다면, 원 '텍스트'를 만날 수 있는 것.

존 딜렌버거가 편집한 <루터 선집(35번)>은 유명한 루터 선집으로, '그리스도인의 자유', '교회의 바벨론 포로', '독일 민족의 그리스도인 귀족에게 고함' 등 루터의 종교개혁 3대 논문은 물론, '두 종류의 의', '95개조 논제', '하이델베르크 논제', '세속 권세에 어느 정도까지 복종해야 하는가' 등의 전문이 실려 있다. 또 '노예의지론', '갈라디아서 주석', '루터의 라틴어 저작 전집 서문', '로마서 서문', '야고보서와 유다서 서문' 등이 담겼다.

또 <루터의 로마서 주석(41번)>은 루터가 '이신칭의'를 깨닫게 된 로마서를 주해한 글이라는 점에서, '하나님의 말씀에 관하여', '세상의 본질에 관하여', '율법과 복음에 관하여', '적그리스도에 관하여', '공의회들에 관하여', '결혼과 독신에 관하여', '유대인들에 관하여', '터키인들에 관하여', '직업과 소명에 관하여' 등이 들어있는 <탁상담화(49번)>는 루터가 평소 대화하고 설교한 내용이 가감없이 담겨 있다는 점에서 사료적 가치를 지닌다.

마르틴 루터의 고전 시리즈 외에도 베른하르트 로제(Bernhard Lohse)가 쓴 루터 입문서 <루터 연구 입문(Martin Luther: An Introduction to His Life and Work)>, 루터 연구 권위자인 파울 알트하우스(Paul Althaus)가 마르틴 루터의 전체 사상을 포괄적이고 체계적으로 개관해 루터의 조직신학에 대해 분석한 <마르틴 루터의 신학(Die Theologie Martin Luthers)>이 각각 출간돼 있다.

루터 외 종교개혁 관련 도서로는 우르시누스의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 해설(11번)>, 필립 멜란히톤의 <신학총론(39번)>, 초판과 최종판이 모두 나온 <기독교 강요> 등이 있다.

이 외에도 필립 샤프의 <교회사 전집(전 8권)>가 있다. 출판사를 대표하는 시리즈로, 2004년 완간됐으며 교회사 도서 중 국내에서는 가장 분량이 많다. 아더 핑크 클래식도 4권 나왔고, 톰 라이트의 '기독교의 기원과 하나님의 문제' 시리즈도 5종 출간되었다. 이 시리즈는 10년 전쯤 <예수와 하나님의 승리>, <신약성서와 하나님의 백성> , <하나님의 아들의 부활> 등 3권이 나온 후, 2015년 <바울과 하나님의 신실하심> 상·하권이 각각 900·1,300쪽 분량으로 출간됐다.

CH북스는 이 시대에 더 빛을 발할 수 있는 다양한 고전들을 독자들에게 소개하기 위해, 당분간 '세계기독교고전' 시리즈 출간에 매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