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지역에서 지난 15일 오후 2시 29분경 규모 5.5의 강한 지진이 발생했다. 국내서 발생한 지진들 중에서는 규모가 강한 편으로, 곳곳의 건물에 금이 가고 부상자도 발생했다.

이로 인해 하루 뒤인 16일로 예정됐던 대학수학능력시험이 1주일 뒤인 23일로 연기됐으며, 금이 간 건물에 살던 사람들은 졸지에 이재민 신세가 되어 체육관 등에 수용돼 있다. 5일 후인 20일까지 여진도 계속되고 있어 포항 지역 시민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특히 포항 지역 기독교 대학인 한동대학교에도 피해가 발생했다. 진앙지에서 불과 3km 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는 한동대는 건물 외벽의 치장 벽돌이 탈락되는 손상과, 내부 천장 텍스와 벽 파편들이 떨어지는 현상도 나타났다.

한동대는 기독교 공동체로서의 훈련을 위해 전원 기숙사 생활을 하는 학교이기 때문에, 통근하는 일반 학교와는 상황도 다르다. 학교 측은 학생들의 안전을 최우선시해 19일까지 휴강하기로 했고, 기숙사 출입은 안전모를 착용한 상태에서 제한적으로 허용했다. 학생들의 귀가를 위해 외부 버스를 긴급히 섭외하기도 했다. 한동대는 평소 지진 대비 훈련이 잘 돼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러한 가운데, 국가적 재난을 놓고 목회자를 포함한 일부 인사들이 신중치 못한 '언행'으로 구설수에 오르내리고 있다. '하늘이 문재인 정부에 주는 경고'라고 말한 정치권 인사와 더불어 기독교 내에서도 이러저러한 상황에 빗대 지진을 '하나님이 내리는 경고'라고 언급하는 일이 잦았다. 명성교회 김하나 목사의 위임예식과 지진을 관련짓거나, 문재인 정부가 추진중인 '종교인 과세'에 대한 하나님의 경고라는 식이다.

피해를 입은 한동대학교와 연관시키는 경우도 있었다. 한동대에서 동성애 관련 행사를 열기로 한 것에 대한 경고라는 사람, '창조홀'에 금이 간 것을 빗대 '창조과학에 대한 경고'라고 해석하는 사람도 있었다. 하나님이 진노하셔서 지진을 일으켰다는 것이다.

보통 친동성애 측과 창조과학은 반대 진영에 속한다는 점에서, '하나님의 진노'라는 인식은 진보와 보수를 막론한 것이기도 하지만, 이것이 상대를 공격하고 자신의 입장을 드러내기 위한 '땔감'에 불과하다는 방증이 되기도 한다. 이는 마치 '사탄이 사탄을 쫓아내면 스스로 분쟁하는 것'이라고 했던 예수님의 말씀과 같다. 결국 '하나님의 이름'을 망령되이 일컫는 행위가 되고 만다.

그리스도인들은 이 세상 모든 일들이 '그냥' 일어나지 않는다고 믿는 사람들이다. 이는 아름다운 신앙의 자세이며, 당연히 견지해야 할 성경적 가치관이다. 성경에서도 이름 없는 풀 한 포기도 하나님께서 입히신다고 기록돼 있다. 하지만 그 뒤에 나오는 구절도 같이 읽어야 한다. '너희는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는 것이다.

섣불리 하나님의 뜻을 운운하기 전에 하나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했다면, 이재민들과 지진 피해자들을 자괴감에 빠뜨리는 그런 발언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차라리 우리 각자는 이번 지진을 통해 자신의 죄된 습관들을 다시 한 번 혁파하고 오직 마음을 새롭게 하여 변화를 받아,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시고 온전하신 뜻이 무엇인지 분별하는 일에 힘써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인이라면, 포항 지진에 대한 반응으로 무엇보다 먼저 이재민들을 위한 기도와 후원이 마땅히 생각나야 할 것이다. 직접 가서 도울 수 있다면 더 좋을 것이다. ‘탓’을 하는 것은 하나님의 뜻을 구하는 자들의 올바른 자세가 아니다.

다행히도 포항 지역 교회들은 이러한 '디아코니아'를 실천하고 있다. 포항 기쁨의교회는 추워지는 날씨에 갈 곳 없는 이재민들 300여명을 수용하기로 했다. 바닥에서 한기가 올라오고 온수로 씻을 수 없었던 시설에 있던 이재민들은 반색하고 있다. 온돌 구조에 사생활을 위한 텐트까지 설치했다. 이 교회는 당장 갈 곳이 없는 한동대 외국인들도 임시 수용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섬김의 움직임이 한국교회 내에 대대적으로 일어나, 이번 지진에 대한 '하나님의 뜻'을 제대로 이 사회에 알려주길 바란다.

포항 지진
▲지진 피해 현장. ⓒ크리스천투데이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