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수감사절은 성경에서 직접적으로 유래한 절기는 아니지만, '감사'란 그리스도인의 마땅한 자세이자 덕목이기에 한 해를 보내면서 교회 공동체가 함께 기념할 만한 가치가 있다. 더구나 성경 속 유대인이 지켰던 유월절과 맥추절, 초막절은 모두 '감사'에 대한 절기이기도 하다.

추수감사절은 널리 알려졌듯 미국에서 시작됐다. 미국 선교사들로부터 복음을 받아들인 우리나라는 그래서 초기부터 추수감사절을 지켜왔다. 한국교회는 1908년 예수교장로회 제2회 대한노회에서 양력 11월 마지막 목요일을 감사일로 정했고, 1912년 조선예수교장로회 제1회 총회에서 음력 10월 4일을 감사일로 정했다.

이후 1914년 제3회 총회에서는 선교사가 처음 한국에 도착했던 11월 셋째 주 수요일로 조정했고, 1921년 장로교·감리교 연합협의회에서 매년 11월 둘째 주일 후 수요일에 기념하기로 결의한 것을 제10회 총회에서 전국 교회가 따르기로 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야말로 '중구난방'이다. 이르게는 추석 명절부터, 10월 말과 11월 초, 11월 셋째 주일까지 제각기 소견에 옳은 대로 지키고 있다. 보통은 미국의 전통을 따라 11월 셋째 주일에 기념하고 있지만, 큰 교단들이나 큰 교회들은 대부분 목회 일정에 따라 임의로 날짜를 정한다.

한국교회는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각종 행사를 계획하고 나눠진 연합기관의 통합과 신학회들의 연합 등 '하나 됨'의 열망을 품고 있다. 그러나 진정한 '하나 됨'은 이런 작지만 외부에서 보기에 이해하지 못할 일들에서부터 시작돼야 할 것이다. 내년부터 부활절처럼, 한국교회가 동시에 추수감사절을 기념하길 기대한다.

추수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