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빈 자격으로 1박 2일간 한국을 방문하고 돌아갔다. 그간 트럼프 대통령은 가볍고 즉흥적인 언행으로 미국과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언론들의 비판을 받았으나, 한국에서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우리 국민들의 호감을 샀다.

특히 일정 말미의 국회 연설은 그 백미였다. 우리나라 국회의원들 앞에서 35여분간 연설한 트럼프 대통령은 전체 내용의 약 2/3 정도를 북한 체제를 비판하는 데 할애했다. 그가 북한에 대해 언급한 시간은 24분에 달했다.

무엇보다 북한 핵무기나 잇딴 미사일 실험을 성토하기에 앞서, 북한 주민들의 열악한 인권 상태에 대해 정면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선택해 반세기 만에 번영을 이뤄낸 우리나라와 비교함으로써, '인권 국가'로서 자국의 면모를 드러냄과 동시에 전 세계인들의 공감과 공분을 불러 일으켰다.

우리의 눈에 가장 띤 것은 북한의 종교자유와 기독교인 핍박에 대해 언급한 부분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은 전쟁 전 기독교의 근거지였던 곳이었지만, 이제는 기독교인들과 다른 기타 종교인들 중 기도를 하거나 종교서적을 보유했다가 적발될 경우 억류와 고문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처형까지도 감수해야 하는 곳이 됐다"며 "북한은 그 누구도 가서는 안 되는 지옥"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연설 말미 "하나님께서 여러분들과 한국 국민들에게 복 주시기를 기원한다(God bless you, God bless the Korean people)"라고 말함으로써 신앙인의 면모도 드러냈다.

북한 주민들은 70년이 다 되도록 정권에 의해 억압과 핍박을 당한 채 가장 기본적인 의식주 문제조차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도저히 참을 수 없어 북한을 탈출한 이들이 수십만 명에 달하고, 그 중 3만명 이상이 자유 대한민국, 바로 우리 곁에 살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 국민들, 그리고 한국 그리스도인들은 이러한 팩트에 대해 너무 무심한 것이 아닌가. 그들을 위해 기도하고 그것에 대해 안타까워하지만, 너무 많은 시간이 흘러 무덤덤해져 버린 것은 아닌가.

한국교회는 트럼프 방한을 맞아, 그리고 북한의 핵실험 등 잇따른 위협에 대해 곳곳에서 기도회를 가졌다. 쌀쌀한 날씨 가운데 2시간 넘게 북핵 위기에서 건져내 달라고 기도하기도 했다. 그리고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기도회를 여는 곳도 있다.

시도는 물론 좋다.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그곳의 많은 기도제목들 가운데 가장 절실한, 북한 주민 2천만명의 자유와 생명을 위한 기도는 그리 많이 들리지 않았다. 그저 나와 우리, 교회와 남한의 안위를 위한 기도에 그쳤다. 10년 전 시작돼 전국 교회를 울렸던 '통곡기도회'도 어느 새인가 시들해졌다. 북한 주민들을 위한 기도는 매주 각 지역 광장에서 열리는 '통일광장기도회'만이 명맥을 잇고 있는 실정이다.

각자의 사정에 따라 많은 기도제목들이 있겠지만, 한국교회 전체로서는 그 무엇보다 가장 앞서 '북한 주민들을 위한 기도'부터 해야 할 것이다. 아직까지 통일이 되지 않고 북한 주민들이 자유를 얻지 못한 이유가 무엇인가. 우리가 합심해서 끝까지 기도하지 않았기 때문 아니겠는가. 하나님은, 그리고 북한 주민들은 분명 우리에게 그 책임을 물을 것이다.

덧붙여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이 한없이 부러웠던 것은, 이것이 대한민국의 대통령과 정치인들에게서는 여태껏 들을 수 없었던 연설이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헌법상 북한은 우리의 영토요, 그곳 주민들은 우리의 국민들이다. 정치인들이라면 '지지층'의 눈치만을 보지 않고, 하나님과 역사의 심판을 두려워하는 자세를 보이길 바란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방한 국회연설 ⓒYT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