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와 함께한 복음서 여행
예수와 함께한 복음서 여행

데이비드 그레고리 | 포이에마 | 232쪽 | 11,000원

2015년 우연히 편혜영 작가를 알게 됐고, 그녀의 소설 <선의 법칙>을 사서 읽고는 '작가와의 만남'을 신청해서 당첨돼 참석했습니다. <선의 법칙>을 읽고 궁금했기도 했고, '작가와의 만남'은 처음이라 설레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작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책에 대한 궁금증이 풀렸고, 작가가 소설 속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를 알게 되면서 책이 더 새롭게 느껴지게 되었습니다. 이후 저는 편혜영 작가의 팬이 되어 그녀의 모든 책을 사서 읽었습니다. 편혜영 작가는 좁은 공간이나 작은 사건을 밀도있는 문장력으로 흥미있게 그려내는 탁월한 작가입니다.

뜬금없이 편혜영 작가 이야기로 서두를 연 건, 이 책이 주인공 엠마가 1세기 이스라엘, 복음서 시대로 가서 신약성경의 주체인 예수님과 대화하면서 고민을 해결해가는 방식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소위 요즘 유행하는 '타임슬립(time slip)'의 형식인 겁니다.

사실 새롭지도 않은 것이, 이런 방식은 너무도 흔하게 이용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선 성경 명화 속으로 들어가 당시의 성경 시대 속에서 주인공들이 겪는 사건을 통해 성경을 이해하게 하는 <미술관은 살아있다>가 있고, 조금 더 멀리 가자면 C. S. 루이스의 <나니아 연대기>가 있습니다.

저자는 전작 <예수와 함께한 저녁식사>로 대히트를 친 데이비드 그레고리이고, 이 책은 그의 최신작입니다. 이런 사전 정보가 없다 해도, 곳곳에서 <예수와 함께한 저녁식사>의 흔적이 너무도 짙게 묻어 나옵니다.

차이점은 <예수와 함께한 저녁식사>에선 예수님이 현대 시대로 와서 주인공의 고민을 해결해준다는 것이고, 이번 책 <예수와 함께한 복음서 여행>에서는 주인공이 복음서의 현장인 1세기 이스라엘로 가서 주인공의 고민을 해결받는다는 겁니다. 고민해 봐야 합니다. 왜 예수님이 직접 현대로 오지 않고, 주인공을 1세기 이스라엘로 불러들였는가를.

몇 가지 이유가 있을 겁니다. 우선 성경을 알려주기 위함이고, 둘째로는 복음서 시대의 알 듯 모를 듯한 예수님의 언행에 근거를 제시해주기 위함이며, 셋째로는 모든 문제의 답은 성경이라는 사실을 알게 함이고, 넷째로는 소설의 관점에서 볼 때 복음서만큼 이야기의 재미가 풍부하고 해석의 여지가 다양한 성경 속의 시대가 없기 때문일 겁니다.

그것은 제가 그냥 <선의 법칙>을 읽었을 때보다 작가의 이야기를 듣고 읽었을 때가 더 깊이 있게 와 닿는 것과 같습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전작과 다르게 가기 위함도 있습니다.

이런 여러가지 효과를 노린 작가의 전략은 장단점을 분명하게 나타냅니다. 이 책의 단점은 '지나치게 관습적'이라는 겁니다. 어쩔 수 없이 교훈적일 수밖에 없고, 어쩔 수 없이 전작과 비교당할 수 없다 해도 관습적이라는 진단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건 또한 전작에 발목에 잡힌 꼴이라 여깁니다.

프랑스의 대표적인 계몽 사상가인 볼테르는 "처음에 미인을 꽃에 비유한 사람은 천재지만, 두 번째로 같은 말을 한 사람은 바보다"라고 했습니다. 물론 해 아래 새로운 것은 없고, 독자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를 자주 활용하는 것이 잘못일 수 없겠지만, 이미 이 저자의 방식과 게임 룰을 알아버린 독자들에겐 식상함이 될 수 있습니다.

창작물에 있어 '식상함'은 죄입니다. 이 또한 어쩔 수 없습니다. 나름 전작과 달리 예수님이 아니라 주인공을 시간 이동시켰지만 전작의 흔적을 짙게 풍긴다는 건, 이 저자의 책을 처음 읽는 사람에겐 새로움이지만 읽은 독자에겐 '또야?'라는 불만이 나오게 됩니다.

하지만 이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제가 재미있게 읽은 이유는 '이야기의 힘'에 있습니다. 성경을 읽어보고 설교를 많이 들어본 독자라면 주인공의 고민에 대해 예수님께서 어떤 답을 내릴지 어느 정도 짐작이 가지만, 이야기라는 그릇에 담겨져 놓으니 '갑자기' 궁금해지고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가게 됩니다. 이야기란 그래서 좋은 무기입니다.

무엇보다 이 책은 성경에 나오지 않는 예수님의 의중을, 상상력을 허용케 하는 소설이란 장르를 통해 알려줌으로써 호기심을 갖게 하고 독자의 공감을 얻게 합니다. 그것이 사실과 다르다 하더라도, 소설이기에 면죄부를 얻게 된 겁니다.

이 책은 더욱이 저자가 전작을 통해 독자들이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가야 책을 읽게 되는지 알았다는 듯, 누구나 알 만한 복음서 사건들만을 가지고 쉬운 글로 설명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성경에 대해 더 깊이 알고자 하는 사람들이나 이제 막 교회에 나온 사람들에게 적합합니다.

책 자체에 대한 이야기를 언급하자면, 분량도 적당하게 무겁지 않은데다 문단과 문장의 간격이 적당하여 가독력 높은데다 판형도 들고 다니기 편합니다.

100% 만족하는 책은 아니지만, 그래도 기독교 문학 시장에서 이 정도 품질의 도서만이라도 꾸준히 나올 수 있다면 기독교 출판 시장을 더 크게 만들 수 있을 거라 봅니다. 잘 읽었습니다.

이성구 부장(서평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