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학술원
▲포럼이 진행되고 있다. ⓒ기독교학술원
기독교학술원(원장 김영한 박사)이 3일 오후 양재 온누리교회에서 '종교개혁이 남긴 영향'이라는 주제로 제29회 영성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포럼은 학술원장 김영한 박사의 개회사에 이은 김균진(연세대)·이은선(안양대)·김성봉(성서대) 교수의 발표와 백충현(장신대)·김주한(한신대)·라영환(총신대) 교수의 논평 순서로 진행됐다. 발표에 앞서 드린 예배에선 이상직 목사(호서대학교 명예교수)가 설교했다.

먼저 '종교개혁은 교회개혁을 넘어서 서구 역사의 동력으로 서구 근대화와 사회변혁을 가져왔다'라는 제목으로 개회사를 전한 김영한 박사는 "루터의 종교개혁은 중세의 봉건사회를 근대시민사회로 이끄는 개혁운동이었고, 학문과 문화 영역에서 세계관 변혁을 야기한 운동이었다"고 했다.

김 박사는 "종교개혁은 오늘날 서구가 계몽주의를 거쳐 근대화를 가져오는 자유와 양심, 학문과 문화 예술, 경제 복지 분야에서 바른 인간 이성과 양심의 사용, 그리고 청지기 정신을 주었다"며 "그러나 서구의 근대화가 이성 중심으로 발전하고 하나님의 주권성을 상실하여 프랑스 혁명의 영향을 받은 세속주의로 발전함으로써 인간이 역사와 자연과 자신의 주인이 되고자 함으로써 오늘날 서구사회는 젠더 이데올로기의 범람으로 인하여 동성애와 성차별 철폐운동 등으로 내면적으로 그 창조력이 무너지고 있다"고 했다.

그는 "근대주의가 주장하는 인간 자유와 평등, 정의는 그 한계성을 인정하는 운전대와 제동장치인 하나님 주권 존중, 신본주의에 근거해야 한다"면서"종교개혁은 근대정신과 더불어 인간의 청지기 정신(guardianship)을 물려주었다. 청지기 정신이란 인간의 자유, 평등, 양심, 정의의 절대적 주체가 아니라 하나님이 주신 가치의 청지기라는 것이다. 현대사회는 이 정신을 회복해야 한다"고 했다.

첫 발표자로 나선 김균진 교수는 '루터의 종교개혁의 정치, 사회적 영향'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했다. 김 교수는 "루터는 사제직과 교황직을 부인하지 않는다. 그러나 신자들이 곧 교회이기 때문에, 사제, 주교, 교황은 특별한 권위를 가진 계급이 아니라, 신자들에 의해 세워져서 신자들의 권한을 대행하는 인물에 불과하게 된다"며 "이것은 교황의 특별한 권위를 완전히 부인하는 것이라 하겠다. 곧 당시 신성 로마 제국 안에서 가장 강한 종교, 정치적 권위의 해체라고 말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만인 사제직, 곧 '모든 신자들의 사제직'이라 할 때, 우리는 '모든 신자들'을 교회에 다니는 그리스도인을 가리키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중세기 신성 로마제국의 교회는 국가교회였다"며 "그러므로 모든 국민들이 법적으로 기독교를 자신의 종교로 가진 그리스도인, 곧 신자들이었다. 따라서 '모든 신자들의 사제직'이란 말은 당시의 상황에서 '모든 국민들의 사제직'이라 말할 수도 있다. 모든 국민이 사제들과 동등한 영적 신분에 속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루터의 '만인 사제직'은 신성 로마제국을 지배하는 가장 강한 종교적, 정치적 세 력으로부터 모든 사람을 해방하는 해방의 사건, 정치적 사건이라 말할 수 있다"고 했다.

김 교수는 "신성 로마제국에서 가장 큰 힘을 가지고 있었던 교황의 종교-정치적 권력에 대한 개혁자들의 저항은, 세속의 통치자들의 정치적 권력에 대한 저항의 시작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며 "이리하여 30년 전쟁(1618~1648)과 함께 마무리 된 종교개혁 후에 세속의 통치자에 대한 저항과 자유의 운동이 끊임없이 일어나게 된다. 바로 여기에 종교개혁의 사회, 정치적 영향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루터의 종교개혁은 근대 '자유의 역사'의 시작이었다. 프랑스 혁명도 종교개혁이 선포했던 '자유의 정신'의 한 열매라고 하겠다"고 했다.

이어 '종교개혁자들의 경제관과 사회복지'라는 제목으로 발표한 이은선 교수는 "루터가 경제적인 측면에서 가장 중요한 기여를 한 것은 만인제사장의 원리에 입각한 직명소명설의 확립"이라며 "중세에는 사제들의 직업은 거룩한 소명이자 직분이었고 일반적인 직업은 속된 일이었다. 그리하여 성직자들과 일반인들이 신분적으로 다른 성속으로 구별되어 있었다"고 했다.

이 교수는 "그러나 루터는 모든 사람들이 믿음으로 구원을 받으므로, 그들은 하나님 앞에서 성도로서 신분상의 차별이 없다는 만인제사장설을 주장하여 성속 사이의 신분적인 구별과 차별을 무너뜨렸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성직자들의 직분만이 하나님께 부름받는 소명이 아니고, 고린도전서 7장 20절에 근거하여 세상의 일반적인 직업들도 하나님께 부름받은 직업이라고 이해했다"고 했다.

특히 그는 "칼빈의 사상에서 자본주의적인 요소와 기독교사회주의 요소가 함께 작동하고 있는데, 이러한 두 가지 방책들이 함께 사용되었던 것은 재산공유를 주장하던 재세례파의 급진적인 주장을 비판 하면서 동시에 밀려드는 피난민을 포함한 가난한 자들의 복지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던 기독교적인 공동체 건설의 목표가 있었다"며 "종교개혁자들은 경제와 복지의 문제도 기본적으로는 하나님의 섭리와 일반은총의 입장에서 해결하면서도 근본적으로는 오직 성경의 신앙적인 원리 하에서 해결하고자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교회도 경제문제와 관련해 한편에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측면과 함께 한국사회 전체의 부의 불균형을 시정하여 좀 더 한국사회에서 정의와 형평성이 구현된다는 의식이 성장하고 경제적·문화적으로 소외된 사람들에게 건강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복지가 제공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끝으로 '종교개혁이 문화와 예술에 끼친 영향'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한 김성봉 교수는 "문화와 예술에 대한 종교개혁의 기여로는 먼저 문화와 예술로 하여금 종교와 교회로부터 자유하도록 한 것과, 다음으로 교회 밖에서의 예술 활동의 가능성을 인정하고 그에 대하여 긍정적인 가치를 부여한 것, 그리고 삶의 전 영역에 대하여 긍정적인 가치를 부여한 것 등을 말할 수 있겠다"고 했다.

그러나 그러한 자유 가운데 주의해야 할 것으로 김 교수는 △종교개혁을 통하여 모처럼 얻은 문화와 예술 분야에서의 자유가 방종에로 떨어지지 않게 살펴야 하겠다 △다음으로, 신교 안에 자리하고 있는 신비주의의 영향을 배제하여야 하겠다 △맹목적인 예술 추구를 조심하여야 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