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렬 인터뷰
▲김충렬 교수. ⓒ크리스천투데이 DB
제46장 분석의 특수기법(1)

분석심리학에서 분석치료의 주된 관심은 무의식에 있다. 그것은 환자의 심리현상에 드러나는 무의식적 동기나 의미를 의식화하는데 있다. 무의식을 의식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대화 이상의 깊은 차원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이런 경우 환자로부터 제시되는 의식이란 피상적으로 되기도 하고 심화되기도 한다. 이러한 작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도 있어 의식화 과정을 포기해야하는 수도 있다. 실로 의식화 과정, 즉 개성화의 과정은 분석가의 능력과 경험이 환자와 조화를 이룰 때만 효과적으로 되는 하나의 예술적 작품과도 같은 것이다. 환자의 무의식의 세계에 들어가야 하는 무의식을 위한 기법은 특수기법에 해당하며 분석자의 전문적인 기술이 요구되고 있다.  

1. 꿈-해석의 기법

꿈의 해석은 무의식을 알아내는 방법으로 알려져 있다. 꿈은 무의식의 반영이라는 점에서다. 우리가 경험한 모든 것은 기억에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무의식에 저장된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이런 무의식은 현실에서도 일정한 자극이 가해지면 의식으로 떠오르기도 하지만, 그것이 자유롭게 드러나는 것이 바로 꿈에서라는 것이다. 꿈-해석의 기법은 꿈을 분석하고 해석하여 환자의 심리를 파악하고 근본적인 치료를 시도하는 방법인 것이다. 분석심리학에서 꿈을 분석하고 해석하는 기술은 다양하지만, 여기서는 몇 가지의 원리를 들어 기법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도록 기술한다.   

1) 보상 기능의 적용

꿈은 대개 보상기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것은 현실에서 이루지 못한 것이 꿈에서는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보상기능은 대개 꿈이 현실과는 반대되는 것으로 나타나는 편이다. 우리의 말에 "꿈은 반대"라는 것은 이런 보상기능과 맥을 같이한다고 볼 수 있다.

꿈에서의 보상기능(kompensatorische Funktion)은 대개 일정한 원리에 따라 분석 및 해석되어야 한다. 그것은 환자의 의식의 태도여하, 즉 의식의 일방성, 중립, 온건 등의 측면으로 해석된다는 점에서다. 이 세 가지를 기술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는 환자의 의식의 태도가 너무 일방적일 때 꿈은 의식의 태도와는 정반대로 나타난다는 점이다. 만약 환자의 의식적 태도가 건강을 고려하지 않고 일에만 열중하고 있다면, 꿈속에서는 그는 의식적 태도나 삶과는 정반대로 편안히 휴식하는 것으로 나타날 수 있다.

둘째는 환자의 의식의 태도가 일방적이지는 않지만, 적절함에서 부족한 경우가 있다는 점이다. 이때의 꿈은 이 부족한 의식의 태도를 보충하는 형태(Komplementieren)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예컨대 환자의 의식적 삶이 건강을 위해 산책을 매일하고 있는 편이나 그것이 건강유지에 부족할 경우는, 그는 꿈속에서 등산이나 다른 운동을 하는 것으로 나타나 부족한 운동을 보충하는 형태이다.

셋째는 환자의 의식적 태도가 적절하고 바람직할 때 꿈은 의식의 태도와 일치(Unterstreichen)로 나타난다는 점이다. 이것은 꿈이 현실과 반대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현실과 일치한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물론 꿈꾼 사람의 심리적인 상태가 그다지 다르지 않게 작용한 결과로 볼 수 있는데, 이는 그 사람의 능력과 직결되는 점이기도 하다.     

2) 예시기능의 적용

꿈의 예시기능(prospektive funktion)은 미래에 일어날 일을 미리 꿈에서 알려준다는 성격이다. 꿈의 예시기능을 믿는 사람은 꿈에 따라 그날의 행동이 달라지는 편이다. 운전을 하는 사람이 사고가 난 꿈을 꾸고는 그날 운전을 삼가는 것이 그 예이다. 그러나 꿈의 예시적 기능(豫示적 機能)은 주의를 필요로 하는 부분이다. 여기에는 융이 예시적 기능과 관련시킨 꿈을 드는 것이 좋다. 그 꿈의 장본인은 융보다 몇 살 위인 동료 분석자이며, 융을 만나면 "아직도 여전히 꿈-해석을 하고 있는가?" 라고 융을 놀리곤 했었다.

어느 날 그는 우연히 거리에서 융을 만나 최근에 이상한 꿈을 꾸었다면서 꿈-이야기를 하였다. "나는 빙하로 된 가파른 높은 산을 오르고 있었네. 점차로 높이 올라가는데 너무도 좋은 날씨였다네. 내가 높이 올라가면 갈수록 내 기분은 더욱 좋았지. 마치 나는 끝없이 올라갈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을 느끼고 있었네. 내가 그 산의 정상에 올랐을 때는 행복감에 넘쳐 나는 허공으로 계속 올라갈 수 있을 것으로 느껴 공중으로 올라갔다네. 그러다가 나는 황홀경 속에서 깨어났다네"라는 내용이었다.

융은 이 꿈을 듣고 "당신은 당분간 환자와는 절대로 등산해서는 안 되며 등산을 하려거든 두 사람의 안내자를 데리고 가되 그 사람들의 말을 절대로 따라야 한다"고 진지하게 일러 주었다. 이에 그 친구의 반응은 융에게 "역시 어쩔 수 없는 사람이구먼!"하고 비웃으면서 떠났다.

그 후 2개윌이 지나서 그는 환자 등산하다가 눈사태에 뒤덮여 군부대의 순찰대에 의해 간신히 구조된 적이 있고, 그 후 3개월이 지나서는 한 젊은 친구와 등산하다가 발을 헛디뎌 높은 절벽에서 떨어져 사망했다. 예시적인 기능에 대한 해석에서는 분석자의 많은 경험, 때로 직관을 요구한다. 이를 일률적으로 해석하기 어렵지만 일반적인 해석요령을 참고하여 해석할 수는 있다.     

3) 객관적인 단계와 주관적인 단계의 적용

꿈을 해석하는 데에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 단순한 꿈을 해석하는  것과 복잡한 구조의 꿈을 해석하는 데에는 그 방법이 달라야 한다. 단순한 꿈은 그 주제가 간단하게 드러나는 것이라면, 복잡한 꿈은 여러 가지를 고려해서 해석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복잡한 꿈을 해석하기 위해서 일정한 원리를 사용할 수 있다.

이런 시각에서 환자의 꿈이 미래예시적인 관련을 위하여 분석가는 일단 환자의 개인적인 자아상태를 유의해야 한다. 꿈-해석은 꿈에 나타난 내용의 의미를 특히 꿈-자아와의 관계에서 보는 것이다. 환자의 지금의 현실과 관련해 주관적인 단계와 객관적인 단계로 구분하여 해석해야 한다. 가령 환자의 꿈속에서 현실적으로 아는 사람과의 어떤 관계나 현실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꿈이라면, 그것은 우선 환자의 실제적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반면 환자의 내적 심리적 현실, 즉 무의식적 경향, 감정, 생각 등의 상징적 표현일 수 있다. 전자를 객관단계의 의미라고 한다면, 후자는 주관단계의 의미라고 한다. 객관단계의 의미는 융이 말한 객관단계의 해석(Objekt stufe Interpretation)을 통해 주관단계의 의미는 주관단계의 해석(Subjekt stufe Interpretation)을 통해 드러난다.

주관단계의 해석은 모든 꿈의 이해에 필수적인데 반해, 객관단계의 해석은 부모, 자식, 부부 등 환자와 일상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과 관계된다. 객관단계의 해석은 환자의 꿈에 나타난 그대로를 보는 것이기 때문에 꿈꾼 사람의 연상이 필요 없는 경우이다. 반면 주관단계의 해석은 연상이 필요하다.

4) 개인연상법과 집단연상법의 적용

꿈은 다양한 상징으로 표현된다. 이러한 상징은 한 가지를 두고도 다양한 해석이 가능해진다. 예를 들어 십자가란 고난, 희생, 치유, 안전, 죽음 등으로 해석되는 것과 같다. 이런 경우에 해석에서는 꿈꾼 사람이 연상이 중요하다. 여러 가지의 상징으로 나타난 것에는 꿈꾼 사람의 연상이 가장 가깝게 적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이러한 연상법에는 꿈의 내용에 따라 개인연상법과 집단연상법이 있다. 가령 잘 아는 친구가 나타났다면, 그 친구에 대한 환자의 연상을 묻게 된다. 그러나 꿈에서 용(龍)이나 기타 전혀 이상한 어떤 것이 나타났다면, 환자가 현실적으로 경험한 바가 없기 때문에 개인연상이 불가능하다. 이 경우 분석가의 심리학적 지식으로 신화나 전설 그리고 민담 등에서 표현되고 있는 용의 역할과 기능 등을 통해 상징의 의미를 발견해야 한다. 이 상징은 원형에 관계된 것으로 환자에 속하면서 동시에 모든 사람에게 공통으로 내재하고 있는 집단무의식의 심상이다.

집단연상을 위해서는 분석자에게 전설, 신화, 종교 등의 이해가 요구된다. 개인연상법은 이미 프로이트에 의해 사용되었던 방법이지만, 프로이트의 자유연상법은 환원적인(reduktiv) 의미를 갖고 있는데 반해, 융의 연상법은 합성적인(synthetisch) 의미를 갖는다. 프로이트의 자유연상법은 연상의 목적이 원인을 밝히는데 있다면, 융의 연상법은 모든 연상을 통해 그 속에서 우러나는 합성적 의미를 밝히는데 그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융의 연상법을 확충방법이라고 부르고 있다. 이런 확충방법에 대해서는 꿈과 상징의 장(章)을 응용할 수 있고, 실제적인 해석기술을 위해 후술하게 될 꿈의 부분에서 더 자세하게 다루게 될 것이다.   

2. 그림분석의 기법

그림분석은 점차 심리 및 정신치료로 활용되고 있다. 그것은 미술치료의 확장으로 더 발전하게 되었다는 점에서 더 많이 치료적인 영역을 넓혀가는 추세이다. 분석심리학에서도 그림을 활용하여 환자의 무의식을 분석하는 것뿐 아니라 하나의 치료기법으로 자리한다.

1) 그림분석의 효과

그림분석의 기법은 분석심리학적 분석에서 독특한 방법이다. 환자로 하여금 그림을 그리게 하여 이를 분석하는 기법은 환자의 무의식을 발견하기 위함이다. 분석심리학은 환자의 무의식을 파악하기 위해서 그림을 그리게 함은 물론 그림으로 치료하기도 한다. 분석심리학에서 꿈은 무의식의 반영이라는 점이 중요시된다. 무의식의 반영이라는 점에서는 그림분석의 기법도 동일하지만, 이 둘의 차이는 무의식이 드러나는 방법에 있다고 해야 한다. 꿈이 비교적 자유롭게 무의식이 드러나면 것이라면, 그림은 환자의 의도가 개입되어 제한적으로 무의식이 드러난다는 점이다.

그림기법은 두 가지 장점을 갖고 있다. 그림기법은 한편으로는 그림을 통해 나타나는 환자의 무의식의 내용을 읽을 수 있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그림을 그림으로써 환자 자신의 감정기능과 무의식의 창조적 기능을 자극이 되어 의식화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그림을 그릴 때는 분석자는 환자가 무의식을 가능한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구체적인 대상을 그리게 하는 작업위주가 아니라, 환상이나 꿈같은 환자의 무의식의 내용을 그리게 한다. 환자의 임의대로 그리는 것이 중요하다. 때로는 예술적 가치를 가진 그림이라 해도 본래의 목적은 예술성을 위한 그림을 그리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분석치료에서 그림그리기의 활용은 반드시 실시되는 것은 아니다. 보통 환자의 무의식에서 그러한 필요성이 제시되었을 때 실시한다. 환자로 하여금 그림을 그리도록 하는 문제는 환자의 꿈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보통이다. 환자의 감정이 심하게 억압되었거나 감정기능이 어려워진 상태에서이다. 이때 분석자는 환자의 무의식으로부터의 어떤 요청을 기다리기보다는 그림을 그리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 외의 경우 환자가 스스로 그리도록 그림을 그리도록 권하는 것이 좋지만, 강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분석자가 환자에게 그림을 그리도록 권하면 대개는 처음이거나 익숙하지 않아서, 그리고 그릴 줄 몰라서 부끄럽다고 선뜻 응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림을 그리지 못하는 사람도 일단 자기내면의 세계를 주시하고 그것을 표현하여 들면 그림을 그릴 줄 아는 사람보다도 더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다. 오히려 그림을 그릴 줄 아는 사람은 미적 견지에서 그림을 그리려고 하기 때문에 순수한 무의식의 표현을 저해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그림에 대한 해석은 직접 자세히 설명해 주는 일은 거의 없는 편이다. 중요한 것은 그 그림에 대한 환자의 감정적 반응과 그림에 나타난 내용에 대한 연상을 묻는 것에 따라 분석자편에서도 감정적 반응과 환자의 연상을 통한 의미반응으로 나타날 수 있다.

2) 형식적 측면의 해석

형식적 측면은 환자가 선택한 그림도구와 환자의 심리상태와 관련된다. 화실(畵室, atelier)에서 환자가 그림을 그리는 도구, 도화지의 선택, 그리고 그리는 방법 등을 통하여 환자의 심리상태를 파악하는 방법이다. 이 형식적 측면은 다음의 세 가지로 구분된다.

(1) 도화지의 사용과 심리의 문제

도화지 사용은 환자의 심리와 관계가 있다. 분석자는 환자가 선택한 도화지의 크기 및 질과 도화지의 긴 쪽을 세로로 혹은 가로로 하여 그림을 그렸는지를 관찰해야 한다. 도화지는 보통 환자의 마음과 관계가 있어 그 사용여부에 따라 환자의 심리가 노출되는 것으로 본다. 그 다음 환자가 어떤 그림도구를 사용하였나를 관찰해야 한다.

도화지의 크기는 일반적으로 자기 가치감을 표현하고 있다. 만약 환자가 큰 도화지를 사용했다면, 분석자는 그림을 통하여 환자의 자기애적, 자기만족적, 과대적 경향과 타인에게 인상을 주고자 하는 경향, 적응곤란을 느끼고 있는 일상생활로 부터의 도피 등을 읽을 수 있다. 이에 반해 만약 환자가 작은 도화지를 사용했다면, 환자의 불안한 성격, 겸손, 복종, 의무감, 조심성 및 내향적 경향을 읽을 수 있게 된다.

환자의 도화지에 대한 좋고 나쁜 질의 선택은 환자의 가치부여와 관계가 있다. 질의 선택은 일반적으로 환자가 그 그림에다 어떤 심리적 내용을 나타내어 가치를 부여하는가를 보여준다. 만약 환자가 질이 좋은 도화지를 선택한 경우라면, 대체로 그 그림에 표현된 심리적 내용물에 보다 큰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 반면에 질이 나쁜 도화지를 선택한 경우라면, 환자 자신의 심리에 대한 비하, 또는 분석에 대한 저항을 나타내는 것으로 볼 수 있다.

(2) 그림도구의 선택과 심리상태의 문제

그림도구의 선택은 환자의 감정과 심리상태와 관련된다. 화실(畵室, atelier)에는 그림도구로 사용할 연필, 볼펜, 색연필, 크레용이나 크레파스, 그림물감, 물통, 붓, 각종 크기의 도화지, 그 밖에 그림에 사용하는 도구들이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이것은 환자가 자신의 맘에 드는 도구를 선택하여 사용하기 위함이다.

그 외에 자신의 손가락을 사용해서 그리는 방법(finger painting)도 있다. 그림도구의 선택과 사용은 그대로 환자의 심리적 상태가 반영과 관계된다. 환자의 연필 사용은 환자의 차가운 감정, 참여에 대한 조심성, 결정하는 어려움, 강박신경증적 경향이나 섬세하고 분화된 심리와 관계되지만, 분석자는 개인의 상황에 따라 적절한 판단을 할 수 있는 감각이 필요하다.

환자의 그림물감의 사용은 감정이 자유롭게 표현되고 있음과 내면의 심리적 현실 및 발달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본다. 만약 환자가 그림물감을 손가락에 찍어 그린 경우라면, 환자 자신의 감정을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것으로서 마음속에 품은 분노나 공격성을 표출하는데 도움이 된다.

손가락 방법은 대개 어린이들에서 볼 수 있는 영아적이고 원시적인 미분화된 상태로 본다. 그런 이유로 지적인 환자에게는 강한 저항감을 일으킬 수 있는 방법이다. 그러나 감정표현이 어려운 지적 환자나 매우 엄격한 가정에서 자란 환자에게는 큰 도움을 주거나 정화의 효과도 있다. 그림도구 외에 흙을 갖다 놓고 빗는 작업도 가능할 수 있다. 손과 물질을 직접 접촉한다는 점에서 창조적인 자극효과도 있으나 번거로움이 있어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은 아니다.  

(3) 화실 운영과 심리적인 문제

화실의 운영은 환자에게 영향을 미친다. 화실의 분위기와 화실 담당자는 환자의 심리에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다. 이런 점을 고려하여 화실은 일정한 원칙에 따라 자유롭게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화실 담당자는 분석자로부터 환자가 그림을 좋은 것이 좋다는 통보를 받으면, 자연스럽게 화실로 초대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이때 화실 담당자는 강제나 억지적인 방법이 아니라 환자로 하여금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분위기로 유도해야 한다.

이때 화실 담당자는 그림을 그리는데 간섭을 하는 것은 옳지 않고, 환자가 그림을 그리는데 방해가 되는 어떤 심리적인 요소를 가해도 자극해서도 안 된다. 만약 화실에 아름다운 수채화나 멋진 완성품의 그림이 걸려 있다면, 환자에게 부담이 될 수도 있다. 화실의 분위기는 너무 밝거나 어둡게 하는 것은 피하고, 가급적이면 자연스럽고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하도록 해야 한다. 그뿐 아니라 환자가 무엇을 그리든지 상관하지 말아야 하고, 화실담당자는 참여적 관찰자(participant observant)가 되어야 한다.

이런 것은 화실 담당자는 단순히 지켜보는 것이 아니라 함께 자신도 무엇인가 그리는 자세를 취하므로 환자를 간접적으로 도와야 한다. 이런 점에서 화실 담당자는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일 필요는 없지만, 적어도 그림을 사랑하는 사람일 필요가 있다. 환자가 그림을 마쳤을 경우엔 화실담당자는 환자를 보낸 후, 그림에 이름, 날짜, 등을 적고 화실에서 특별히 눈에 띄는 행동이나 그림에 대한 해설 같은 것을 적어두어야 한다.

그리고 그림그리기를 끝마친 그림에 대해서는 어떻게 그렸든지 간에 관심과 호기심을 표현하는 자세는 분석자나 화실담당자에게 모두 필요하다. 때로 화실담당자는 환자의 해설들을 자연스럽게 물어 기록해 둠으로써 분석자를 도울 수 있다. 집에서 다니는 환자의 경우에는 집에서 혼자 그리기 때문에 어려운 점이 있기에 가족이 필요한 경우에는 가족이 화실담당자와 같은 보조 역할을 할 수 있다.

3. 정리

지금까지 우리는 분석의 특수기법에 대하여 기술했다. 분석심리학에서 분석치료의 주된 관심은 무의식에 있다고 했다. 그것은 환자의 심리현상에 드러나는 무의식적 동기나 의미를 의식화하는데 있기 때문이다. 무의식을 의식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대화 이상의 깊은 차원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이런 경우 환자로부터 제시되는 의식이란 피상적으로 되기도 하고 심화되기도 한다는 점에서다. 이러한 작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도 있어 의식화 과정을 포기해야 하는 수도 있다.

실로 의식화 과정, 즉 개성화의 과정은 분석가의 능력과 경험이 환자와 조화를 이룰 때만 효과적으로 되는 하나의 예술적 작품과도 같은 것이었다. 환자의 무의식의 세계에 들어가야 하는 무의식을 위한 기법은 특수기법에 해당하며 분석자의 전문적인 기술이 요구되는 점을 고려하여 기술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