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실대 종교개혁 500주년
▲심포지엄이 진행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숭실대 기독교학대학원 주최 종교개혁 500주년과 숭실대 개교 120주년, 기독교학대학원 설립 20주년 기념 심포지엄이 '다시 스스로 개혁하는 교회를 위하여'라는 주제로 10월 30일 오후 서울 숭실대 한경직기념관 김덕윤예배실에서 개최됐다.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특히 높은뜻광성교회(담임 이장호 목사)가 함께해 '현장 목회자와 평신도의 눈으로 보는 교회개혁의 현실'이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마르틴 루터는 '만인제사장'을 부르짖었음에도,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올해 진행된 각종 행사의 주인공은 신학자와 목회자들이었음을 감안하면 이는 의미 있는 시도이다.

먼저 목양·장년 교구 담당 부교역자인 이현미 목사(높은뜻광성교회)는 '높은 뜻으로 녹여가고 있는 교회개혁의 현실'에 대해 발표했다.

이 목사는 "교회개혁은 조직과 제도의 개혁뿐 아니라 의식 개혁을 동반해야 하기에, 높은뜻숭의교회가 지향하던 '보이지 않는 성전 건축'을 기초로 높은뜻광성교회는 '살아있는 성전'을 지향한다"며 "이를 위해 '살아있는 성전'을 위한 예배자, 가족, 사명자로 '높은뜻 사람'을 길러내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교회개혁의 긍정적 사례로 사람들이 높은뜻교회로 찾아오게 한 것은 긍정적이고,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외면하지 않고 직접적으로 돕기 위한 다양한 선교 프로젝트를 통해 성도들의 관심과 물질을 사회화한 점도 괄목할 만하다"며 "그러나 현장 목회자로서 교회의 현주소를 돌아보면서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하게 된다"고 밝혔다.

그 질문들은 '높은뜻교회를 출석하는 교인들은 높은뜻 성도 혹은 높은뜻 사람인가? 조직과 제도 개혁으로 변화를 꿈꾼 것처럼 성도들의 의식도 개혁됐는가? 교회개혁적인 높은뜻 정신처럼 교인들도 각 가정과 일터에서 개혁적인 삶을 살아가는가? 규모만큼이나 성도 한 사람을 높은뜻 사람이 되도록 훈련하고 있는가? 주일예배에 출석하는 교인 그 이상의 교회적 헌신과 사회적 사명은 어떻게 이끌고 있는가? 건강한 교회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서는 몇 명의 성도가 최대 인원인가?' 등이다.

숭실대 종교개혁 500주년
▲이현미 목사가 발표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이현미 목사는 "최근 높은뜻연합선교회 운영위원 수련회에서 오대식 목사(높은뜻정의교회)가 분립을 준비하면서 교회 이름에서 '높은뜻'을 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밝혔다"며 "교회개혁적 측면에서 높은뜻 정신을 계승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교회를 구성하는 성도가 높은뜻 정신을 삶 속에서 각자 구현하고 자기 자신을 바꿔 나갈 때 진정한 개혁이 공동체 가운데 일어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이종철 집사가 '평신도의 눈으로 보는 한국교회 개혁과 높은뜻광성교회: 마당놀이 목회에 대하여'라는 제목으로 강연했다. 그는 "종교개혁 500주년은 평양대부흥운동 100주년과 달라야 한다"며 "다양한 행사와 구호에만 머물지 말고 오늘날 필요한 종교개혁이 실천되도록, '지금! 여기! 우리가 해야 할 종교개혁'을 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집사가 평신도 입장에서 이해한 종교개혁의 의미는 다음 4가지이다. ①평신도들도 성경을 읽을 수 있게 됐다 ②예수님만이 중보자이시고 우리 모두 하나님께 직접 나가서 예배할 수 있다는 '전 신자 제사장' ③성속이원론에서 벗어나 모든 일이 성직일 수 있다는 '직업 소명론' ④오직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구속의 은혜를 통해 구원받으며, 그러므로 우리는 참 자유인이 될 수 있다.

그는 '마당놀이 목회'로 불리는 '광성마당 2.0 기획위원회'에 대해 "담임목사가 자신의 목회 방향을 정해서 발표하는 게 아니라 성도들과 함께 다음 사역의 방향성을 논의해 나가는 것으로, 무대와 객석의 벽을 허무는 것을 의미한다"며 "집사 자격으로 여기에 참여하면서 여러 중직자들과 소통하며 대화하는 귀한 시간을 가졌다. 장로님들끼리 하셔야 할 일에 젊은 집사들을 포함시켜 주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종철 집사는 "유사하게 젊은 부부 대표로 활동했던 2015년 '혹대 당회'에 참여한 경험도 있었다. 기존 당회원들 외에 연령대별·직분별 대표들이 참석해 투표권 대신 발언권을 갖는 것"이라며 "당회에서 의사결정을 하다 보면 젊은 연령대 구성원들의 의견이 잘 반영되지 않는데, 젊은 층들의 의견과 입장을 반영해 주시려 애쓰는 당회원들의 따뜻함에 감동이 됐다"고 했다.

이 집사는 마지막으로 '높은뜻 광성교회 3.0'을 기대하면서 5가지를 제안했다. 먼저 '온라인 질문 게시판, 실천사례 게시판 만들기' 등 목회자와 평신도 간의 만남이다. 이에 대해 "말씀을 전달만 하지 말고, 쌍방향으로 소통했으면 좋겠다. 말씀에 대해 질문하고 토론할 수 있게 해 주시면 좋겠다"며 "말씀을 실천하는 '사례 나눔 공간'도 만들어 주시면 좋겠다. 결국 말씀대로 살아내는 것이 핵심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말씀을 준비함에 있어 본문(텍스트)과 성도들의 삶(컨텍스트)이 더 잘 만날 수 있도록 주중 성도들과 목회자들의 만남 시간을 강화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제언했다.

숭실대 종교개혁 500주년
▲이종철 집사가 강연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이 외에도 ②마당 강화 전략: 사역 마당 공모전 ③비전 공유 전략: 비전의 이미지화와 성취 점검 시스템 갖추기 ④대안적 공동체 형성 전략: 협동조합과 같은 조직 되기 ⑤교회 분립 전략: 리더십 재생산 등을 제안했다.

마지막으로 최진호 청년은 '한국 청년교회의 방향에 관한 소고: 높은뜻광성교회 청년부 자율운영 논의 사례를 중심으로'를 통해 교회 내 자율운영 논의 과정을 소개하면서 "청년부 독립 혹은 자율 운영은 청년의 관점에서 볼 때 종교개혁 정신을 구현할 수 있는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신학의 눈으로 보는 교회개혁을 위한 제언

앞서 1부 '신학의 눈으로 보는 교회개혁을 위한 제언'에서는 김회권 교수(숭실대)가 '광야교회로 돌아가라: 호세아의 종교개혁 강령', 이용주 교수(숭실대)가 '신앙으로부터 행위에로: 루터 신학에 나타나는 신앙과 실천의 관계에 대한 연구'를 각각 강의했다.

김회권 교수는 "호세아의 메시지가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는 한국교회에 주는 도전과 영감은 4가지로, 먼저 풍요와 다산의 신인 바알-아세라 신을 야훼와 겸하여 섬기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라며 "호세아 당시 이스라엘은 야훼를 정면으로 부인하고 배반한 것이 아니라 바알과 아세라를 겸하여 섬겼다. 우리 시대의 바알은 바로 돈이며 권력"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둘째로 야훼 하나님, 즉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와 바알-아세라를 혼동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라며 "야훼 하나님을 돈으로 섬기려고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항존직분을 얻기 위해, 총회장이나 교회 여러 기관장이 되기 위해 선거자금을 유용하는 것은 야훼를 바알 숭배하듯 숭배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셋째로 바알-아세라 풍요제의를 초극하고, 야훼와의 신혼 시절의 밀월을 회복하기 위해 가난의 영성, 광야 영성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점"이라며 "헌금하지 못하지만 진실로 하나님의 의와 위로에 굶주린 사람들을 찾아 나서는 교회가 광야교회이고, 거점성소 중심의 종교, 구원 중심의 종교제의가 아니라 가난한 자들을 돌보고 부서진 이웃을 부축해 언약공동체를 치유하는 것이 교회의 본문"이라고 강조했다.

또 "마지막으로 하나님을 아는 지식으로 추동된 '참된 예배'를 통해 공공사회에서 공평과 정의를 행함으로써 공동체 자체의 붕괴를 막고 견인해야 한다"며 "하나님을 아는 지식은 공평과 정의를 행하는 것(렘 22:15-16)으로, 한국교회는 광야교회로 되돌아가 하나님이 지으시고 경영하시는 성을 찾을 때까지 순례하는 공동체가 돼야 한다"고 했다.

숭실대 종교개혁 500주년
▲질문을 듣고 있는 김회권·이용주 교수. ⓒ이대웅 기자
이용주 교수는 "종교개혁의 이신칭의 교리 자체가 한국교회의 실천 부재의 근본 원인이라고 지적하는 경우가 최근 부쩍 늘어나고 있으나, 루터의 은총론과 신앙론을 재점검함으로써 '오직 은총'과 '오직 신앙'을 통해 비로소 우리는 세속적인 방식으로 이뤄지는 이웃 섬김을 회복할 수 있다"며 "한국교회 패러다임이 신앙으로부터 실천에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에 반해 '신앙으로부터 행위에로'의 이행이 이미 루터 신학 가운데 신앙의 필수불가결한 모습으로 제시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종교개혁 칭의론에 대한 일련의 비판 동기는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하지만 그러한 실천 부족의 원인을 종교개혁 칭의론 자체에 있는 것으로 간주하는 것은 거꾸로 종교개혁 당시 가톨릭교회의 행위 중심적 신앙으로부터 자유를 쟁취했던 종교개혁과 개신교회의 근간 자체를 뒤흔들고, 오히려 구원을 인간 행위의 결과로 간주하는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며 "종교개혁 혹은 루터의 칭의론이 문제가 아니라 루터의 은총론과 신앙론이 제대로 이해되지 않는 것이 문제이고, 이는 실천이 부족한 한국교회뿐 아니라 실천을 강조하기 위해 칭의론을 비판하는 이들에게도 고스란히 해당된다"고 했다.

그는 "루터에게 있어 이웃을 섬기기 위해 자기 자신을 내어주는 행위는 그리스도인 안에 신앙이 생동적으로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유일한 자리"라며 "그 신앙의 실천을 종교적 행위들 가운데서가 아니라 극히 인간적인 섬김 행위들 가운데 있는 것으로 제시하는 루터의 시도는, 오늘날 한국교회 상황에 비춰볼 때 지나칠 정도로 '세속적'인 것으로 보이기까지 한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오직 은총'과 '오직 신앙' 가운데 드러난 인간의 수동성에 대한 자각만이 인간으로 하여금 자기 자신이라는 감옥을 벗어나 그리스도 안에서 이웃을 구체적으로 섬기는 능동적 실천에 나서게 한다"며 "오직 은총에 대한 신앙을 바탕으로 하는 세속적 실천에 대한 관심의 회복이야말로,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우리가 재발견해야 할 종교개혁의 유산"이라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