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성경 보급에도 적극 도입할 것”

김진영 기자 입력 : 2017.10.27 17:12

[인터뷰] 대한성서공회 이사장 이용호 목사

이용호 목사
▲대한성서공회 이사장 이용호 목사. 그는 “성경을 만들어 보급하는 일이야 말로 선교의 본질”이라며 “한국교회가 더욱 자랑스러워 할 수 있는 대한성서공회가 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송경호 기자
대한성서공회는 한국교회가 힘을 합해 만든 성경 보급 기관이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그 출판과 번역, 수출 등 보급의 규모에서 대한성서공회는 거의 독보적 위치를 점하고 있다. 그 만큼 하나님의 말씀을 세계 곳곳으로 전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이다. 1973년 해외 성서 보급을 시작한 이래 지난해까지 총 1억6천4백여 만 부를 제작해 보급했다.

예장 고신 측 총회장을 역임한 이용호 목사(서울영천교회 원로)는 지난 5월 열린 대한성서공회 이사회에서 신임 이사장으로 선출됐다. 지난 2011년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 이사장 선임이다. 그야말로 대한성서공회 터줏대감이다. 그런 이 목사를 최근 본지 사옥에서 만나 대한성서공회의 사역과 비전 등에 대해 들었다.

이 목사는 "아무리 시대가 변해도 주의 말씀은 영원하다"며 "이것이 끊임없이 성경을 보급해야 하는 이유이자, 대한성서공회에 주어진 역사적 사명"이라고 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다음세대 언어와 문화에 맞는 성경 번역 시도"

-다소 늦었지만 이사장이 된 소감이 어떠신지요?

"기쁘면서도 한편 무거운 책임감을 느낍니다. 성경을 만들어 보급하는 일이야 말로 선교의 본질이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이어온 역사를 잘 계승하고 또한 발전시켜, 한국교회가 더욱 자랑스러워 할 수 있는 대한성서공회가 되도록 최선을 다해볼 생각입니다."

-대한성서공회의 국내·외 사역과 위상을 간단히 말씀해 주신다면.

"전 세계의 147개 성서공회가 참여하는 유니온바이블소사이어티라는 국제기구가 있습니다. 여기서 성경을 번역하고 출판하며, 다른 나라로 수출하는 성서공회는 대한성서공회를 비롯해 불과 몇 개 되지 않습니다. 대한성서공회는 지금까지 200여 개 언어로 성경을 출판해 보급했습니다. 작년 한 해에만 111개 언어로 90여 개국에 성경을 수출했습니다. 또 성서공회가 있지만 여러 상황이 열악해 제대로 성경을 보급하지 못하는 나라들도 돕고 있습니다. 한때 우리나라 역시 미국 등으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는데, 이젠 우리가 다른 나라를 도울 수 있게 된 것입니다.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사실 성경을 전문적으로 출판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춘 나라가 그리 흔치 않습니다. 그런 점에서 한국은 매우 좋은 환경입니다. 현재 경기도 파주에 성경 출판 공장이 있어 국내에서 발행하는 거의 모든 성경을 여기서 출판하고 있습니다. 그 규모가 대단해 견학을 올 정도이죠. 국내 뿐 아니라 출판 여력이 없는 나라들이 이곳으로 직접 와서 성경을 출판해 가기도 합니다. 그렇게 한 해에 약 100개의 언어로 성경이 제작됩니다."

-그런 시설이 있다니 놀랍습니다. 향후 통일이 되면 큰 역할을 감당하겠군요.

"물론입니다. 파주라는 지리적 위치도 그런 역할을 감당하기에 안성맞춤입니다. 하나님께서 통일 한반도를 위한 선교의 도구로 쓰셨으면 좋겠습니다."

-현재 가장 집중하고 있는 사업은 무엇인가요?

"한국교회의 미래인 다음세대를 위해 그들의 언어와 문화, 심성에 맞는 성경 번역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지금 청소년들의 언어가 기성세대와는 많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성경 원어의 뜻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그 표현에 현대적 감각을 입히고자 합니다. 또 디지털 시대인 만큼 그에 맞는 다양한 플랫폼도 구상하고 있어요. 이미 모바일 성경을 개발해 각종 서비스를 하고 있습니다. 요즘 한국을 포함해 세계는 4차 산업혁명의 길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선교도 예외일 수 없다고 봅니다. 성경을 보다 효과적으로 보급하기 위해 그런 기술과 문화를 적극 활용할 것입니다.

또 앞서 짧게 언급했지만, 통일을 대비한 성경 보급도 놓칠 수 없는 과제입니다. 우선 북한 주민들이 쓰는 말과 언어가 우리와 많이 다르기에 그런 북한 사정에 맞는 성경을 출판해야 할 것입니다."

"성경에 대한 공격 막아야... 개역개정판, 잘 뿌리내린 듯"

이용호 목사
▲이용호 목사는 “소위 안티 세력이 성경의 문맥이나 문자를 트집 잡아 항의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면서 “단지 항의 차원에서 그치지 않고 그것을 SNS 등을 통해 유포해 호도하기도 한다. 이것을 제대로 방어하지 못하면 결국 성경에 대한 불신이 생기고, 이는 다시 기독교 선교를 위협할 것”이라고 했다. ⓒ송경호 기자
-수년 동안 성경을 번역하고 보급하는 알에 앞장서 오셨습니다. 보람도 크셨겠지만 힘든 일도 적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힘든 일도 물론 많았지만 그보다 걱정스러운 게 한 가지 있습니다. 바로 성경, 곧 하나님의 말씀이 공격받는 것입니다. 소위 안티 세력이 성경의 문맥이나 문자를 트집 잡아 항의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단지 항의 차원에서 그치지 않고 그것을 SNS 등을 통해 유포해 호도하기도 합니다. 이런 일련의 적대적인 공격을 경험하면서 이것을 제대로 방어하지 못하면 결국 성경에 대한 불신이 생기고, 이는 다시 기독교 선교를 위협할 것이라는 염려가 앞섭니다.

다행히 대한성서공회에는 이런 것에 대응할 수 있는 전문 인력과 인프라가 구축돼 있습니다. 초교파적으로 모인 최고의 언어학자들이 원어연구소에서 성경을 번역하고 있습니다. 감수도 매우 철저하게 합니다. 만약 번역이 잘못됐다거나 한글 성경에 오류가 있다는 등의 지적이 있으면 그 즉시 원어연구소에 의뢰해 언어·성서신학·역사적으로 그 타당성을 검증합니다. 지금까지 이런 식으로 이의가 제기된 것들 중에 실제 받아들여진 것은 약 5%에 불과합니다. 그것도 대부분 국어적 표현과 관련된 것들이어서, 문맥을 고칠만한 번역상의 오류는 없었습니다."

-대한성서공회는 지난 1998년 기존 개역한글판을 대체하는 개역개정판 성경을 출판했습니다. 이후 국내 여러 교단이 그것을 공식 강단용으로 쓰기로 하면서 널리 보급됐습니다. 그러나 일부 번역이 잘못됐다는 등 문제 제기도 간혹 있었습니다. 개역개정판에 대한 평가는 어떤가요?

"말씀하신 대로 10년 전 국내 16개 교단이 개역개정판 성경을 공식 강단용으로 승인했습니다. 이후 이렇다 할 불만이 제기된 적이 없는 걸 보면, 한국교회가 개역개정판 성경에 어느 정도 적응을 했다는 얘기겠지요. 다만 부분적으로 아직 어색해 하는 내용이 있긴 합니다. 대표적인 예가 삭개오 이야기에 등장하는 '뽕나무'에요. 개혁개정판은 이것을 '돌무화과 나무'로 번역했습니다. 그랬더니 오랫동안 개역한글판에 익숙했던 분들이, 잘못 바꾼 것 아니냐고 지적하셨어요. 그런데 실제 뽕나무는 사람이 오를 정도로 크지 않습니다. 하지만 돌무화과 나무는 충분히 오를만 해요. 그런 돌무화과 나무가 팔레스타인에 많이 있습니다. 원어도 뽕나무보다는 돌무화과 나무에 더 가깝고요. 이런 비슷한 예가 몇 가지 더 있지만, 그야말로 적응의 문제여서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해결될 거라 봅니다."

"정의 세워야... 꽃길보다 바른 길 중요"
"마음을 찌르는 메시지 선포하고 있나?"

-화제를 전환해, 최근 교계의 관심사 중 하나인 종교인 과세에 대해 여쭙고자 합니다. 교단은 물론 한기총이나 한장총 등 연합기관에서도 오랫동안 지도자로 활동하신 경험이 있으신데, 이에 대한 견해는 어떠신지요?

"과세 당국의 준비와 홍보가 미흡한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교계도 그 부작용만 걱정하기보다 적응해 가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종교인 과세의 순기능도 분명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현재 교계 연합기관들의 난맥상을 어떻게 보십니까?

"지금도 그렇지만 한때 연합활동에 적극 참여했던 입장에서 마음이 굉장히 무겁습니다. 왜 한국교회 연합기관들이 신뢰를 잃고 영향력을 상실했는가? 여러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저는 무엇보다 정의를 잃어버린 것이 가장 큰 원인이 아닐까 합니다. 미가서 6장 8절을 보면,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원하시는 것은, 공의를 행하고 인자를 사랑하며 겸손히 하나님과 동행하는 것입니다. 공의, 즉 정의가 가장 먼저 나옵니다. 미가서 뿐만 아닙니다. 성경 여러 곳에서 하나님은 사랑보다 정의를 먼저 요구하십니다. 요즘 꽃길이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꽃길을 걷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바른 길을 가는 것입니다. 설사 그 길이 꽃길이 아닐지라도 말입니다.

지금 연합기관들을 보면 비록 표면적일지언정 화평이 있습니다. 그들 나름대로 연합도 합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정의가 빠져 있습니다. 하나님을 우선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저마다 사익을 추구하다보니 하나님의 정의를 놓치고 말았습니다. 기구 통합 이야기도 들리는데, 제가 볼땐 그리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기관이라는 것이 일단 생겨나면 크든 작든 기득권이라는 게 생기기 때문입니다. 제 마음이 무거운 건, 저 역시 이런 잘못에서 자유롭지 못한 까닭입니다."

이용호 목사
▲이 목사는 “요즘 꽃길이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꽃길을 걷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바른 길을 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경호 기자
-우리 모두가 회개해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노파심일지 모르지만, 이 회개라는 것도 그저 구호에만 머물러선 안 될 것입니다. 최근 한 회개집회에 간 적이 있습니다. 모두가 눈물로 뜨겁게 기도했습니다. 그런데 어딘가 모르게 제 마음 한 구석이 허전했어요. 왜 그럴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마음에 찔림이 없어서였던 것 같습니다. 사도행전에서 베드로가 유대인들을 향해 설교했을 때, 그들의 마음이 찔렸다는 표현이 나옵니다. 베드로의 말이 마음, 즉 심장을 관통했다는 뜻입니다. 그 때 회개가 터져나왔습니다. 그렇습니다. 진정한 회개란 마음에 찔림이 있을 때라야 비로소 가능합니다. 오늘날 강단의 설교가 과연 우리의 마음을 찌르고 있는가? 그저 귓가만 스치고 지나가지는 않는가? 한국교회가 이 점을 깊이 돌아봤으면 합니다."

-끝으로 못다한 말씀이 있으시다면?

"한국교회가 위기라고들 합니다. 실제 그런 부분이 없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소망을 놓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건 하나님의 말씀만 붙드는 '오직 성경'의 신앙일 것입니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은 이 때, 우리 모두가 이를 기억했으면 합니다. 대한성서공회도 저도 한국교회의 회복을 위해 묵묵히 주어진 사역을 감당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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