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숙
▲강호숙 박사. ⓒSNS 캡처
총신대학교에서 강의했던 여신학자 강호숙 박사(기독인문학연구원 책임연구원)가 성경 속 여성의 발언권과 관련, '질서와 무질서에 대한 단상'을 24일 자신의 SNS에 남겼다.

강호숙 박사는 "총신과 예장 합동 총회에서 여성들에게 강력하게 강조하는 말이 '교회에서 여자가 잠잠하는 게 남녀 질서야'다"며 "신약성경에서 질서(ταξις)라는 단어는 '차례(고전 15:23), 반차(히 7:17, 21), 규모(골 2:5)'라는 의미로 쓰이고 있다"고 전했다.

강 박사는 "그 가운데 '질서'라는 단어가 나오는 대표적 말씀은 고린도전서 14장 40절 '모든 것을 적당하게 하고 질서(ταξις)대로 하라'이다"며 "고린도전서 12-14장은 은사에 대해 말씀하는데, 14장 40절의 은사에 대한 결론에서 '질서'를 말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호숙 박사는 "'질서'라는 단어는 그냥 질서일 뿐이지, 진리는 아니다"며 "시대와 문화, 지역마다, 사람이냐 물체냐에 따라 적용되는 '질서'는 차이가 있고 변해 왔다. 그리고 누가 질서를 규정해 왔는가에 따라 그 의미는 달라지게 마련"이라고 했다.

또 "고전 12-14장을 통해 질서(ταξις)에 대해 정리해 보면 첫째, 질서라는 말이 던지는 의미는 '여러가지'가 상존해야 함을 내포한다는 것"이라며 "바울이 '다 사도겠느냐 다 선지자겠느냐(고전 12:29)'라고 했듯, 질서라는 말에는 다양한 것들의 조화가 전제돼야 한다. 이를 뒤집어 말하면, 어떤 하나가 독점하거나 획일화시키며 절대시하게 되는 게 '무질서'라는 것"이라는 평택대 김동수 교수의 견해를 인용했다.

둘째로 "질서라는 말에는 다양한 각각이 전체를 위한 부분(piece)일 뿐이고, 이는 위 아래가 없음을 알게 된다."며 "머리 부분이라 해서 우월한 게 아니라, 도리어 부족한 지체에게 존귀를 더하는 방식의 질서이다(고전 12:26). 해서 무질서란 기계체와 같이 상하 위계구조와 약육강식의 역할 구분이 분명한 게 오히려 무질서라고 할 수 있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는 "사람과 사물의 질서체계는 달라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유교에서는 '장유유서, 군신유의, 부부유별'이라는 강자·남성 중심의 질서를 말하지만, 고전 12-14장에서 말씀하는 인간관계, 특히 남녀관계의 질서는 '강자가 약자를 섬기는 질서', 즉 사랑과 섬김의 질서"라고 밝혔다.

강 박사는 "고전 12-14장을 통해 보는 남녀 질서란, 남녀 모두 각자가 서로 평등하게 어울려 적당한 지분을 차지하면서 각자의 은사에 따라 조화롭게 사랑과 섬김으로 살아가는 것"이라며 "우리가 지향해야 할 남녀 간 질서는 가부장적인 것을 지양한, 평등과 조화의 질서다. 이로써 하나님으로부터 오는 지혜와 통찰, 평화와 연합이 이뤄지리라 믿는다"고 글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