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에서 내년 2월 '연명의료결정법(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 시행을 앞두고, 23일부터 내년 1월 15일까지 시범사업에 들어간다고 22일 밝혔다. 소위 '존엄사'가 허용된 것이다.

이날부터 시범사업에 들어가는 10개 의료기관에서는 임종을 앞둔 환자들이 심폐소생술 등 '생명 연장을 위한 치료'를 받지 않거나 중단할 수 있게 된다. '생명 연장을 위한 치료'란 심폐소생술과 인공호흡기 착용, 혈액투석 및 항암제 투여 등의 의학적 시술을 말한다.

이러한 '연명의료'를 중단하더라도, 통증 완화를 위한 의료 행위나 영양분 공급, 수분이나 산소의 단순 공급 등은 중단할 수 없다. 대상은 회생 가능성이 없고, 치료에도 회복이 나타나지 않으며, 증상이 급속히 악화돼 사망이 임박하다는 '의학적 판단'을 받은 환자들이다.

환자들은 사전에 연명의료의향서나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하여 '연명의료를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표시를 분명히 해야 한다. 환자가 의식이 없는 상태라면, 환자 가족 2인이 모두 연명치료에 관한 환자의 의사를 밝히거나, 가족 전원이 합의하면 연명의료 중단 결정이 가능하다.

정부와 의학계는 해당 법령을 "연명치료로 고통을 계속 받는 대신, 스스로 생명을 끝낼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라며 이를 '존엄사법'이라 부른다. 물론 의사의 '능동적 행위'에 의한 도움을 받아 죽음을 선택하는 듯한 '안락사'와는 다르지만, '존엄사'라는 단어 역시 오해의 소지가 있기에 사용에 앞서 좀 더 논의 과정이 필요해 보인다.

기독교계는 일찍부터 이 법안 제정과 시행에 있어 깊은 우려를 표시했다. "죽음에 임박한 것으로 보일지라도, 그 생명은 존엄하고 의미가 있으며 그 소생과 회복을 바라는 소망이 있기 때문"이고, "생명의 존엄과 가치에 대한 중대한 훼손인 '안락사'를 용인하거나 조장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혼수상태의 환자들'을 좀 더 용이하게 병상으로부터 내보내려는 의도가 숨어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기독교계는 "''임종 과정의 환자'에 대한 모호하고 광범위한 정의와 함께, 응급의료와 만성질환을 '연명치료'에 포함시켜 치료중단과 위험한 추정, 대리판단 허용 등으로 사실상 소극적 안락사를 허용하는 위험한 요소들을 내포하고 있다"며 지난 2016년 법안 제정 당시 반대의사를 표시했다.

더구나 故 김수환 추기경의 사례에서 보듯 '의미 없는 진료'를 중단하는 것은 해당 법률을 제정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정말 임종이 가까운 환자들의 경우 법률 없이도 가족이나 의료진의 판단에 의해 연명치료를 중단할 수 있다. 지난 2008년 법원에 의해 '연명치료 중단'을 실시한 김모 할머니의 사례도 있다.

환자들과 가족들은 이 김 할머니의 사례를 보면서 좀 더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김 할머니는 연명치료를 중단한 뒤에도 201일 동안 더 '연명'했다. '가망이 없다'고 판단했던 환자에게서 어찌 보면 '기적'이 일어난 것이다. 호흡기를 떼내는 것은 인간이지만, 호흡을 주관하시는 분은 하나님이심을, 스스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김 할머니는 병상에서 증언했다.

과학기술과 현대 의학 발전으로 우리 인간은 평균수명이 늘어나고 각종 질병에서 고침받을 길이 열렸다. 그러나 그러한 과학기술과 현대 의학 발전으로 인간을 좀 더 쉽고 빠르게, 대량으로 죽일 수 있는 길도 열렸다. 과학과 의학은 그 자체로 선하고 유용한 것이 아니라, 인간이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달렸음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연명의료 중단은 주로 '경제적 논리'에서 논의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 가장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인간의 생명이 자본의 잣대로 평가되고, '중환자실 병상 숫자'라는 효율성과 채산성에 의해 좌우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며, 성경적이라거나 하나님이 원하시는 일이 아님도 명백하다.

‘주님 품 안에 안식하시길…’
▲‘존엄사’ 국내 첫 사례로 기록된 김모 할머니(78)의 빈소. ⓒ크리스천투데이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