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신학포럼
▲주요 참석자들의 기념촬영 모습. ⓒ포럼 제공
개혁신학포럼(대표 이경섭 목사) 주최 제14차 정기세미나가 '개혁주의 윤리'를 주제로 충남 태안 안면도 예가펜션에서 16-18일 2박 3일간 개최됐다.

지난해부터 소위 '유보적 칭의론'을 비판하며 개혁주의 ‘이신칭의 교리’ 수호에 힘쓴 개혁신학포럼은 이번 포럼에서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개혁주의 진영에서 잘 다뤄지지 않는 '윤리' 문제를 정면으로 다뤄 관심을 모았다.

◈"통렬한 회개운동이 먼저"

포럼에서는 이승미 박사(전 고신대학원장)의 개강강설 '개혁주의 윤리를 말한다'를 시작으로 첫날 김현경 장로(전 숭실대 교수)의 클래식 공연과 바베큐 파티, 건강특강 등이, 이튿날에는 최더함 목사(바로선교회)의 아침 경건회 후 최덕수(현산교회) 목사의 '개혁주의 목회윤리', 신동식 목사(빛과소금교회)의 '개혁주의 정치사회윤리', 황갑수 목사(함께하는교회)의 '개혁주의 가정윤리', 신호섭 교수(고려신학교)의 특강 '한국교회의 개혁 과제' 등이, 셋째날에는 박상경 목사(합동총신학원 총장)의 아침경건회, 최덕성 총장(브니엘신학교)의 기조강연 '그리스도인의 역사의식', 종합토론, 이경섭 목사(인천반석교회)의 폐강강설 '개혁주의 윤리는 이신칭의 윤리입니다' 등이 차례로 진행됐다.

먼저 이승미 박사는 "교회가 사회를 새롭게 해야 하는 사명이 있음을 인정한다면, 세상이 요구하는 도덕적 기준보다 더 높은 삶의 모습을 보여야 함에도, 세상에서의 등불은 꺼지고 소금은 맛을 잃었음을 실망하는 이들이 많다"며 "교회가 세상의 짐을 져 주어야 하는데, 교회가 세상의 짐이 되고 있다며 탄식하는 소리도 들린다"고 언급했다.

그는 한국교회의 5가지 문제로 △헌금 강요 △파벌과 인맥 등 세력 다툼 △교회 세습 △성경의 정신보다 우위에 있는 교회의 관습과 목사의 방침 △목회자 신격화와 비판 금지 등을 꼽았다. 그러면서 "한국교회는 영성과 도덕성의 보다 구체적인 회복을 위해 종교개혁의 정신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제2의 종교개혁이 일어나려면, 믿음을 단순히 복 받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시키고 은총보다 자신의 공로에 의지하며, 성경 가르침대로 살지 않고 있는 교회와 목회자, 교인의 현실에 대한 통렬한 회개운동이 먼저 있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목회자들을 향해서는 △한국교회의 어둡고 부끄러운 문제들이 먼저 나의 책임임을 깨닫고 진실하게 회개할 것 △회개한 주의 종답게 겸손히 주 하나님을 기쁘시게 할 것 △하나님과 사람 앞에 겸손할 것 △모든 율법을 완성케 하는 사랑을 실천할 것 △청결한 마음과 선한 양심, 거짓 없는 믿음에서 나온 사랑의 실천자가 될 것 △주님을 본받아 가난한 생활로 남들을 부요케 할 것 △주 하나님 앞에서 복된 삶을 살 것 등을 권면했다.

◈목회윤리 > 개인윤리+사회윤리

최덕수 목사는 목회윤리가 '개인윤리와 사회윤리'를 포괄해야 하며, 기독교 윤리의 지향점이 '하나님의 완전성과 율법'에 있다고 설명했다.

최 목사는 "인간의 죄성으로 야기되는 각종 문제들을 교회 안에서도 발생한다. 많은 한국교회들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한 채 수적 성장에만 매달리고, 각종 범죄 사건에 목회자들이 연루되기도 했다"며 "'목회윤리'라는 단어에 얽매여 '종교' 테두리 안에서 일어나는 문제들만 취급해선 안 된다. 교회는 세상에서 이뤄져야 하는 윤리적 선택과 결정에 필요한 기준을 제시해야 하고, 성도들이 교회 안에서는 물론 일반 삶의 영역에서도 일반인들이 범접할 수 없는 높은 수준의 윤리를 따라 행하도록 가르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개인 구원만 강조하고 사회 문제에 대해 무관심하거나 심지어 부정적이기까지 한 구원관은 비성경적이다. 성경은 구원을 설명할 때 모든 측면에서의 변화와 모든 관계의 회복을 함께 말씀하기 때문"이라며 "따라서 개인의 삶은 물론, 개교회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한국 교계와 사회적인 구조와 틀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목사는 "우리는 하나님의 완전하심 같이 완전해지는 것이 삶의 목적 되도록(마 5:48) 해야 한다"며 "기독교윤리의 지향점과 관련해 빼놓을 수 없는 한 가지는 율법이다. 율법의 의식법과 시민법은 폐지됐지만, 공평과 자비와 사랑의 법은 더 분명해졌다. 율법이 은혜를 받아들이게 만들고 은혜가 율법의 요구를 이루게 한다는 점에서 볼 때, 은혜와 율법은 서로 대조되지 않는다"고 했다.

◈정의에는 순종, 불의에는 저항

신동식 목사는 '국가에 대한 그리스도인의 자세에 관하여' 발표했다. 그는 "개혁파 신학을 강조하는 이들에게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사회정치 혹은 사회참여에 대한 관심이 약하다는 것"이라며 "우리는 교회를 세우는 것이 모든 정신이 집중돼 있으나, 우리가 물려받은 개혁파 신학의 모습에는 편중이 없다.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처럼 세상에 보냄받은 신자의 삶은 세상에 있지만 세상에 속하지 않은 사람이고, 오히려 세상을 변화시키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신 목사는 "종교개혁자들은 설교로 진리를 전하고 삶으로 현장에 참여했다. 이렇게 볼 때 개혁파 전통의 사회정치는 매우 적극적이었다. 그런 측면에서 한국교회는 개혁파 신학을 통해 교회와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이 좀 더 균형잡혀야 한다"며 "이러한 가운데 국가에 대해 어떠한 자세를 갖느냐는 정부와 정치참여, 사회개혁에 있어 중요한 기준이 된다. 특히 기독교인으로서 성경의 가르침을 어떻게 이해하느냐는 현실적 국가 시민으로서 어떤 자세를 갖느냐를 가늠하는 중요한 원리"라고 했다.

그는 마르틴 루터의 '한 왕국 두 체제론'과 존 칼빈의 '절대 주권으로서의 국가', 아브라함 카이퍼의 '영역 주권으로서의 국가 이해' 등을 소개한 뒤 "국가에 대해 교회가 할 일이 무엇인지 분별력이 없으면, 국가도 망하고 교회도 망하는 길에 서는 것"이라며 "특히 교회가 국가의 자리를 차지하려 하거나, 국가가 그것이 하는 모든 일에서 전혀 아무 문제도 없다는 듯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여지는 두 경우 모두에 교회는 동일한 잘못을 저지르는 것인데, 이는 종말에 대한 신약적 해석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신 목사는 "국가가 공권력을 바로 행사하여 정의로운 사회를 이루면 교회는 국가의 공권력 행사에 순종해야 한다. 교회는 결코 국가 법질서에 치외법권자가 아니다"며 "그러나 국가의 폭정과 불의에 저항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성경의 가르침을 어기는 죄를 범하는 것이다. 자신의 이념에 빠져 국가의 불의에 눈 감는 것은 성경의 가르침과 공의를 무시하는 큰 죄를 짓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가정예배와 교회 세대간 통합예배

황갑수 목사는 "한국교회가 취약한 상태에 빠진 상당한 원인은 교회의 구조 속에서 찾아야 한다. 그동안 한국교회는 가정이라는 단위 대신, 성별·연령별로 구분해서 사역해 온 것이 현실"이라며 "많은 신자들의 가정이 영적·정서적 분리 속에서 피상적 교회생활을 하고 있다. 부모는 자녀교육의 주체가 교회라는 잘못된 의식에 함몰됐고, 그 책임을 맡은 주일학교는 영향력의 한계에 빠진지 오래"라고 지적했다.

황 목사는 "초창기 한국교회 상황이 부부나 자녀들 중 홀로 출석하는 신자들이 많아 그러한 면이 있었지만, 이제 시대가 변했음을 자각하고 우리 개혁교회부터 먼저 '가정을 세우는 교회'로서의 가치관 정립과 교육적 구조를 갖춰야 한다"며 "오늘날은 개개인이 아니라 가정을 돌아보는 교회가 개인 영혼을 구원하는 일에 좀 더 효율적이고, 따라서 더 풍성한 열매를 거두게 될 것이라 감히 기대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그는 "현 상황에서 그리스도인 부부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아내의 순종은 남편의 충분한 사랑과 그 사랑으로 인한 남편에 대한 신뢰 위에서만 구현되고, 남편의 아내 사랑은 예수님의 모범을 따른 자기 희생의 기초 위에서만 가능하다(엡 5:22-23)'는 말씀이 바르게 적용되지 못하는 데서 야기된 문제, 즉 서로를 통해 위로를 받는 기초인 '친밀감의 부재'일 것"이라며 "이러한 상황으로부터 어떻게 변화되고 친밀한 부부관계가 성장해야 하는지를 '개혁된 교회'가 가르치고 훈련할 때, 교회는 세상에 소망을 주는 구원의 방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자녀양육을 위해선 '가정예배'를 추천했다. 그는 "개혁교회가 물려준 귀중한 유산이자 전통인 '가정예배'야말로 오늘날 한국교회가 믿음의 가정들을 위해 반드시 정착시켜야 할 일"이라며 "가정을 세우는 교회로 구조적 개혁의 일환으로 가족 구성원 전체가 함께하는 '통합예배'도 좋을 것"이라고 했다.

개혁신학포럼
▲신호섭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크리스천투데이 DB
◈큰 집회, 큰 모임, 큰 교회가 부흥인가?

신호섭 교수는 "교회는 실패한 그 자리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 한국교회는 실패한 그 자리에서 다시 영광스러운 교회의 모습을 회복해야만 한다"며 "왜냐하면 우리 주님께서 그것을 명하시기 때문이다. 위기가 곧 기회다. 우리는 바로 이런 한국교회 현실에서 개혁신학을 지향하는 교회들로 자리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 교수는 "개혁 교단 또는 보수 신앙이란, 옛날로 돌아가자는 것이 아니라 가장 성경적인 신앙과 교회행정의 원형으로 돌아가자는 것"이라며 "보수는 문자적으로 보존하고 지키는 것, 개혁은 바르게 고치는 것이다. 그러므로 성경적으로는 하나님 말씀 제일주의, 신학적으로는 웨스트민스터 문서를 신앙하는 장로교주의, 역사적으로는 신사참배 반대의 항거정신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대표적으로 "어정쩡한 보수가 아닌, 진짜 보수가 돼야 한다(마 21:12-13)"고 했다. 그는 "비성경적·반성경적인 것은 과감하게 뿌리뽑아야 한다. 진짜 보수를 하려면 개혁 신학과 정신을 구현해야 한다. 개혁 정신(Re-formed spirit)은 성경을 기준으로 발생했을지 모르는, 앞으로 발생할지 모르는 신앙과 행정상 오류를 고치고 갱신하는 신앙 정신"이라며 "그러므로 치리회뿐 아니라 성도들 간의 말씀을 중심으로 한 일상의 권징이 필요하다. 하나님보다 교인을 더 무서워해선 안 된다. 어떠한 희생이 뒤따르더라도 개혁을 이뤄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교수는 "큰 집회, 큰 모임, 큰 교회가 곧 부흥이요 힘이라는 잘못된 생각을 버려야 한다. 교회의 존재 이유는 사회를 도덕적으로 개선하거나 선한 사람을 만드는 데 있지 않고, 새 사람을 창조하는 데 있다"며 "교회는 하나님을 경험하게 하고 자신의 엄청난 죄악을 발견하게 하고 그 결과 자신에게 소망이 없음을 깨달아 절망하게 만들어, 오직 구주 예수 그리스도께로 사람들을 인도하는데 최선의 목적을 기울여야 한다. 그런 그가 계속해서 예수 그리스도의 정신으로 교회가 되어 세상 속에서 빛과 소금이 돼야 한다. 성도들의 삶은 바로 이것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