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형사 복음서 난제를 수사하다
베테랑 형사 복음서 난제를 수사하다

J. 워너 월리스 | 장혜영 역 | 새물결플러스 | 430쪽 | 20,000원

각기 자신이 살아온 방식이 있고 가장 잘하는 것, 익숙한 것이 있기 마련이다. 다윗이 사울의 갑옷을 불편해하고 그 무기를 버거워 한 것은, 다윗에게 사울의 것이 크고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다윗에게는 그가 자신이 고른 돌들과 막대, 그리고 물매가 그 어떤 것보다 익숙하고 사용하기 편리했다. 다윗에게는 그가 가진 가장 원시적인 것이 그의 최고의 무기라 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골리앗을 물리친다는 목표가 달라진 것은 아니다. 그 목표는 같다. 단지 그 방법이 다를 뿐이다.

지나치게 자신의 형식과 틀에 묶여 다른 좋은 것에 전혀 눈돌리지 않는 것은 문제겠지만, 자신이 가장 못하는 것, 불편한 것을 첨단과 새 지식이라는 이유로 매어달리면 오히려 일을 망칠 수 있다.

시작은 자신에게 익숙한 것, 자신이 알고 있는 것에서부터 출발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거기서부터 발전해나가는 것이다. 다윗도 처음엔 물매로 골리앗을 쓰러뜨리긴 했지만, 골리앗의 목은 사울의 칼보다 더 컸을 골리앗의 칼로 베었다. 이후 다윗은 도망자로서 무기가 없을 때 골리앗의 칼을 가져가 사용하기도 했다. 그는 나이가 들면서 군인으로서도 성장했다. 처음엔 익숙한 것에서부터 출발하는 것이다.

<베테랑 형사 복음서 난제를 수사하다>의 저자 J. 워너 월리스가 그런 듯 싶다. 그는 처음 무신론자였다가 기독교에 관심을 가지면서, 기독교에 대한 의문을 풀어감에 있어 전통적인 변증이나 성경공부와는 다르게 접근해 간다. 강력계 형사로서 오래 근무했던 저자는, 살인사건을 풀어가는 방식으로 기독교에 대한 의문과 관심에 접근하고,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고 난 후에는 더 깊이 그를 알아가게 되었다.

이 책도 그런 결과물이다. 특히 그가 이제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이로서, 아직 예수 그리스도를 알지 못하거나 회의론자, 비판자들에게 그가 가장 잘 하는 방법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증거한 것이다. 마치 중식 세프가 그에게 익숙한 중화도와 웍스로 사랑하는 애인에게 일본음식을 만들어 준다 해서 틀렸다고 말할 수 없는 것과 같다. 오히려 그가 한 번도 사용해보지 않은 일식용 칼과 도구를 무리하게 쓰다가 어려움을 겪는 것보다는 좋은 결과물을 내놓기 쉬울 듯 하다.

저자는 자신에게 가장 익숙한 방법으로 예수 그리스도 사건을 미제사건, 곧 '콜드 케이스'인 양 접근한다(책의 원제가 Cold-Case Christianity이다). 그래서 책 초반에 여러 가지 수사기법과 바라보는 관점을 설명한다.

이것은 마치 형사나 탐정소설을 읽는 듯한 분위기와 재미도 제공한다. 강력계 형사였던 저자의 지식이나 경험을 전달함으로써, 독자들에게 책 읽는 재미를 제공하는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단순히 흥미 유발을 위해 이 기법을 쓰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이 지식과 경험을 통해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와 복음을 접할 때 갖기 쉬운 편견과 선입견을 깨뜨린다.

그리고 그 관점으로 성경의 관련 증거를 객관화시키고 풀어간다. 세상이 바라보는 기독교와 성경에 대한 시각,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생각을 일방적으로 무시하거나 배제시키는 것이 아니라 사건을 풀어가고 조사해가는 방식으로 그들의 문제를 지적한다. 이를 통해 이성적이고 합리적 접근 같지만 그들이 가진 주관적이거나 편견을 하나 하나 변증해 간다. 이것을 통해 독자들은 색다르지만 복음적인 방법으로 기독교에 대한 이해를 더해가게 된다.

폴리스 라인 수사 범죄
앞서 언급했듯이 저자는 자신에게 가장 익숙한 강력계 형사의 경험과 지식으로 기독교에 다가갔고, 그 체험을 다른 이들에게 예수 그리스도를 변증하고 증거한다. 마치 C. S. 루이스나 J. R. R. 톨킨이 문학적 방법을 통해 예수 그리스도를 증거하거나 쟈끄 엘룰이 법학자로서의 지식을 동원해 성경과 기독교를 변증했던 것과 같다. 또 음악가나 미술가들도 그런 자신의 만남을 음악과 미술로서 나타내기도 한다.

그러한 표현들은 곧 그가 추구하는 방식만이 옳다는 것이 아니라 그에게 하나님이 주신 재능과 달란트를 가장 잘 활용해 하나님을 나타내고 증거함이다. 종종 자신이 만난 방식만이 옳다고 주장해서 남들에게 강요하는 이들이 있다. 그들이 부분적으로는 옳을지 모르지만 전체를 무시하는 편협성을 가짐이다.

사실 저자는 처음에 예수 그리스도를 형사로서의 경험과 지식의 방법을 통해 만났지만, 거기서 멈추지 않고 더욱 깊이를 더해 신학을 공부하고 배움을 통해 그의 깊이를 더해갔다. 그 산물이 바로 이 책이다.

저자가 독특한 방식으로 독자를 사로잡긴 하지만 그 내용이 그저 기발하거나 가볍지는 않다. 오히려 기독교를 변증하는 데 있어 중요한 이슈들을 다루고, 사람들이 갖기 쉬운 의문이나 변론에 관해 다양한 자료와 신학적 관점으로 접근해 간다는 측면에서, 이 책은 재미있지만 가볍다고만 말할 수는 없다.

이것은 앞서 언급한 C. S. 루이스나 쟈끄 엘룰도 마찬가지이다. 그들은 목회자는 아니지만 문학가나 법학자로서, 신학을 대하는 아마추어리즘을 떠나 공부하고 연구함으로써 신학으로서도 그들의 성취를 드러내었다.

모든 사람들이 다 이들과 같을 수는 없지만 이러한 노력이 어느 정도 있어야 한다. 성경을 배워나가고 묵상하고 좋은 신앙서적과 신학서적을 읽고 연구함을 통해 신앙의 깊이를 더해가야 한다. 초기에는 물매를 사용할 수 있지만, 노년까지 그것을 붙들고 왕을 할 수는 없는 것이다.

하지만 종종 자신들이 살아온 인생과 직업, 특별한 학식을 통해 만난 이들이 아직 제대로 공부하지도 않은 신학을 전문가인 양 쉽게 이야기하고 남에게 가르치는 모습들이 있는데, 이것은 본인에게나 그 주변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특히 공동체나 교계에서 이름 있는 위치에 있는 경우는 더더욱 그렇다. 자신의 학식에 교만해 성경을 알아가거나 배우는 데 게으른 이들이 있다.

반대로 신학적으로 탁월성을 가진 신학자나 목회자가, 피상적으로 알고 있는 과학이나 정치 등 다른 영역을 너무 쉽게 판단하고 이야기하며 그것이 진리인 양 강하게 이야기하는 경우들도 본다. 이런 이들은 다양한 책들을 읽고 겸손히 배워야 한다. 그쪽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면 말할 수 없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책의 저자처럼 그 증거를 찾아가고 자신이 모자라고 부족한 부분을 인정하고 배워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이 책은 재미있다. 변증을 함에 있어 색다른 시각과 관점으로, 새롭게 복음과 성경을 바라보는 눈을 제공한다. 저자가 말하는 모든 것에 다 동의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색다르게 복음에 다가간다는 측면에서 유익하다. 우리도 각기 경험과 지식을 동원해 믿음과 신앙에 다가가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듯 하다.

문양호 목사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위원, 함께만들어가는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