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 역사와 만나다
성서, 역사와 만나다

야로슬라프 펠리칸 | 김경민, 양세규 역 | 비아 | 416쪽 | 20,000원

개신교회는 오직 '말씀!(성경)'만을 강조하는 종교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정경의 형성 과정'을 목회자 수련생들에게 자세히 가르치지 않을 뿐 아니라 목회 현장에서는 더더욱 성경의 존재를 성령의 신비로만 여기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결국 성경 해석과 설교에 지대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으며, 한국어 개신교 신학서적(번역 논문을 포함해)에서 '성경론'을 다루는 곳에서조차 '정경형성'에 관한 내용을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이러한 태도는 한국 개신교회가 뭔가를 숨기고 있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키게끔 만드는 대목이다(물론 정경 형성사를 자세히 공부할 경우, 그 동안 설교자들이 성경을 극단적 신비의 형성물로 여기게끔 한 부분에 수정이 필요할 것이다).

세 종교

현존하는 종교들 중 '성경'을 중심으로 하는 종교는 크게 '유대교, 그리스도교, 이슬람교'이다. 이 세 종교는 '유일신, 경전의 종교'라는 공통점 또한 공유하고 있다. 더욱이 개신교회 입장에서 로마가톨릭과 개신교회는 그리스도교 안에서도 나누어진다. 이러한 분리는 공교롭게도 '성경' 때문이다.

그러므로 앞으로 개신교회 신학이 더 건강하고 영향력 있게 성장하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그동안 16세기 종교개혁 이후와 현재 문자주의적 해석의 교리로 오해를 받고 있는 신학의 범주에만 머물러 있을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교의 형성과정 전체를 포괄하는 연구가 더 많이 병행이 되어야 할 것이다.

성경의 역사

본서는 성경의 형성과 해석의 흐름을 중심으로 교회사를 간략하게 쓰고 있다. 각 시대마다 주요한 인물과 사건을 중심으로 성경 해석의 특징과 성경을 바라보는 관점들의 변천사의 흐름을 보여준다.

개괄적 흐름이라 논쟁적 사상과 해석들을 자세히 다루지는 않지만(만약 자세한 사항들을 알고 싶다면 본서 저자의 《Christian Tradition: A History of the Development of Doctrine》을 참조하라), 흐름의 중요한 변천에 대해서는 일반 역사적 상황들을 포함하여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다.

성경에 대한 관점과 이해는 놀랍게도 2,000년 그리스도교 역사 가운데 지속적으로 변해 왔다(예수의 역사성과 이해의 변천사에 대해 본서는 다루지 않는다).

히브리인들의 경전 타낙(개신교회의 구약과 외경)의 형성, 히브리어 타낙과 헬라어 타낙(셉투아진트)으로 번역이 일으킨 변화, 그리고 신약성서의 등장과 그리스도교와 유대교와의 관계, 신구약 정경 형성 완성 이후 이슬람의 등장과 그리스도교, 유대교와의 관계와 해석의 차이, 르네상스와 종교개혁이 불러온 성경 해석과 사회적 영향, 그 이후 계몽주의와 역사비평, 칼 바르트와 에밀 브루너의 역사비평 극복, 그리고 다양한 언어로 번역된 성서의 영향과 근대의 성서의 중요성 등을 어렵지 않게 밑그림을 그려주고 있다.  

성경 십자가 용서
▲ⓒ픽사베이
사연 깊은! 그리고 오래 쓴 편지!

개신교회 모태 신앙으로 성장하고 신학교(대학원)를 졸업하고도 10여 년이 지나도록(그동안 수많은 설교들을 했었다), 성경의 정경 형성에 대해 무지했을 뿐 아니라 관심도 없었다.

물론 한국 대부분의 개신교회에서 '비평'이라는 글자만 들어가도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나는 것이 현실이지만, 덮어두고 '쉬쉬' 하는 것은 정직하지 못할 뿐 아니라 비겁하고, 이로 인해 자신의 신앙에 대해 오히려 의심만 증폭이 될 가능성이 더 높다. 그러기에 오히려 모든 것을 오픈하여 정면으로 승부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개신교회 입장에서 볼 때 화려할 뿐 아니라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루터교 목회자와 신학자로서 오랜 기간 동안 활동하다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기 얼마 전 동방정교회 평신도로 전향을 했다. 이에 대해 보는 이마다 그 해석이 달라질텐데, 즉 '변절자니까 이런 사상을 가지고 있지!', '우리가 모르는 뭔가가 있는 것인가?' 등과 같은 의문들을 낳게 한다.

그러나 저자는 현재 자신이 알고 있고, 믿고 있는 그리스도교의 역사와 신앙에 대해 정직하게 고백한다. 절대 기존 루터교나 개신교회에 유리하도록 말하지 않는다. 필자가 보기에 이것이 진짜 변증이라고 느껴진다. 또한 본서는 저자가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기 전 마지막으로 쓴 책으로서 저자의 일평생 연구의 결론부에 해당된다.  

본서를 통하여 느낄 수 있는 두 가지가 있다. 첫째, 성경이 가진 히스토리이다. 둘째, 성경을 좀 더 정직하고 정확하게 보아야 한다는 점이다. 우리는 때때로 성경을 '하나님의 편지'라고 부른다. 그렇다. 본서를 통해 우리는 성경이, 사연이 깊은!, 그리고 매우 오랜 기간을 통해 쓰여지고, 수많은 오해와 우여곡절을 겪고, 하지만 지금도 살아 역동하고 있는 편지임을 알게 된다.

강도헌 목사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위원, 제자삼는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