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학교 밖에선 ‘왕’이었고, 안에선 ‘찐따’였다”

이미경 기자 입력 : 2017.10.11 16:00

학교폭력 주제로 공동체대화… 피해자 위한 ‘회복적 서클’ 제안

학교폭력
▲좋은교사운동이 주최한 학교폭력을 주제로 한 공동체 대화 행사 모습. ⓒ좋은교사운동
좋은교사운동은 최근 학교폭력문제를 주제로 한 공동체대화를 개최하고 학교폭력의 피해학생, 청소년시절 학교폭력의 경험을 한 청년, 가해자 입장에 서게 된 어머니, 학교폭력을 담당하고 있는 책임교사, 학교전담 경찰관, 학교폭력 재심위원인 변호사를 이야기 손님으로 초대해서, 당사자들이 겪는 어려움과 고통에 대해서 들었다. 

공동체대화는 '학교폭력문제를 왜 당사자인 피해자를 빼놓고 행정가들끼리 모여 하느냐'라는 피해자 어머니의 호소로 시작됐다. 이 대화는 당사자들의 주관적 경험을 통해 그들의 고통을 듣고 고통에 공감하며, 당사자의 목소리에서 답을 찾고자 하는 것이다. 

고등학교 2학년인 피해자 입장의 H학생은 학교 안에서 친구들과의 관계가 어려워지면서 점심시간마다 혼자 밥을 먹어야 했다. H는 "저는 학교 밖에서는 왕이고, 학교 안에서는 찐따"라고 말했다. 학교 안에서 외롭게 지내던 H는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는데, 아르바이트에서 함께 일하는 아주머니들이 H를 좋아해주고 챙겨주고 지지해주면서 H는 마음의 위로와 힘을 받았다고 한다. 

또 다른 학생인 Y(고2)는 친구들의 은근한 따돌림으로 오랫동안 고통스러웠고, 너무 힘들어서 용기를 내 고민을 이야기했는데, 너무 예민하다며 이해받지 못했다. 힘들어도 고통을 호소할 곳이 없었다고 했다. 

중2, 고3 때 학교폭력을 경험한 S는 지금은 어린이집 교사로 일하고 있지만, 학교폭력의 상처를 극복하고 사회에 나온 지 몇 개월 되지 않았다. 중2 때 학교의 일진에게 화장실과 공장 부근에 끌려가서 면도칼과 각목으로 위협당하며 온 얼굴이 붓도록 맞았다. 

이후 30여 차례의 자살시도와 정신병동 입원을 하면서 상처를 극복하지 못한 채 학교를 중퇴하게 되었다. 고등학교는 학교폭력예방재단 산하의 대안학교에 다녔지만, 안타깝게도 고3 때 학교폭력을 또다시 경험하면서 동굴 속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이후 오랜 시간 동굴 속에서 있다 최근 다시 사회에 나오게 되었다고 한다. 그는 "옐로 카드제, 등하교 지킴이, 배움터 지킴이, 스쿨폴리스제, 학교폭력 신고포상금제, 온갖 대책이 마련되었지만 피해학생이 맘 놓고 피해사실을 알릴만한 곳이 있기나 한가요?"라고 호소했다. 

가해자 입장의 한 어머니는 "학폭위 과정에서 진술이 왜곡되었지만 아이가 소명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아 억울함과 분노가 그대로 남아 있으며 학폭 조치 이유로 학교축제 참여가 거부됐다"고 밝혔다.

서울시교육청, 지역교육청, 학교 현장에 문의를 했을 때 모두 답변이 달랐고, 억울함을 상의할 곳을 찾지 못하고, 결국 변호사를 찾게 되었는데, 변호사는 행정소송과 심판관리를 설명만 해주었다. 결국 돈으로 해결하라는 것이 아닌가라는 허탈함을 표현했다. 

아이는 학폭조치 결과가 생활기록부에 기록되면서 원했던 예술 특성화고에 입학하지 못했고 결국 일반고등학교에 입학하게 되었는데, 지금은 학교를 그만두고 싶다는 말을 자주 한다고 했다. 5년 동안 학교폭력 문제를 담당한 W책임교사는 "보통 부모들은 자녀들의 말을 믿고 자녀 편을 드는데 피해자의 부모는 가해학생이 거짓말을 한다고 주장하고 반대로 가해자의 어머니는 일부분 잘못은 했지만 진술을 강요받는다"며 억울해하며 감정싸움으로 번지게 된다고 했다. 

부모들은 부정적인 감정을 교사에게 모두 쏟아놓고, 항의 문자 메시지나 전화가 주말에도 끊이지 않는다고 했다. 학교에서 열심히 하려고 해도 항의를 많이 받고, 담당하는 교사들은 다른 업무에 비해 스트레스가 많아 기피업무가 되었으며, 학폭처리 문제로 병가를 내거나 휴직을 하는 교사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학교폭력전담 경찰은 "강한 처벌이 학교폭력을 없앨 수 없으며 자칫 선처 여지가 있는 학생들이 엄벌주의로 인해 범법자로 낙인찍히는 부작용만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경찰 입장에서 보면 경찰이 학교의 모든 일에 나서서 해결하려고 한다는 것과 학교에서도 주인인 선생님들과 학생들은 정작 가만히 있고 학교의 모든 문제를 경찰이 해결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고 했다. 

교육전문가도 아니고 상담전문가도 아닌 경찰이 선생님들의 역할을 침해하는 월권을 저지르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고도 했다. 

변호사는 "학교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학교에서 교육적 접근 방식으로 해결되어야 하는데, 현 학폭법은 학교폭력 담당교사에게 경찰관 역할을 요구하는 제도로 좋은 제도가 아니"라면서 "학교는 학생들을 교육적인 방식으로 지도하려고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하고, 능력이 부칠 때 그때 비로소 사법기관에 도움을 요청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 전문상담교사와 중재 및 화해 친화적으로 학폭법 제도를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서 갈등의 회복적 서클을 적용하고 있는 인천 신흥중학교의 사례를 안보경 교사가 발표했다. 

안 교사에 따르면 갈등이나 싸움이 발생하면 학생들은 회복적 서클을 선택할 수 있는데, 회복적 서클을 통해 학생들은 자신의 피해에 대해 언제든지 말할 수 있는 기회와 공간이 주어진다. 

그는 "회복적 서클의 과정은 학생들에게 안전한 공간을 마련해주기 때문에 자기방어적 태도를 내려놓고 솔직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말하고 상대방의 이야기를 공감으로 듣게 한다"면서 "이 과정을 통해 학생들은 상대방의 피해에 공감하고 잘못에 대한 자발적 책임을 질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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