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손에 성경, 한 손에 기술 가진 필리핀 청년들 길러내고파”

이지희 기자 입력 : 2017.10.10 18:39

29년째 필리핀서 자비량선교 한 서샬롬 목사 인터뷰(下)

서샬롬 선교사
▲서샬롬 선교사는 “나도 몸이 아프기 때문에 제리처럼 몸이 아픈 이들을 계속 잘 돌보고 싶다. 다 하나님이 깊이 간섭하시고 사랑과 은혜로 덧입혀 주셔서 아픈 이들에게 흘러가게 하시려는 뜻이 있음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지희 기자
"선교사는 생일이 없고, 자기 나라가 없고, 결혼기념일 같은 기념일도 없다고 고집하며 살아왔습니다. 이것저것 다 따지면 언제 사역합니까? 제 나라는 한국도 되고 필리핀도 되지만, 진짜는 천국입니다. 킹덤 오브 해븐 앰배서더(Kingdom of Heaven Ambassador), 곧 천국 대사로서 천국 여권을 갖고 왔다가 잠깐 살다 가는 인생이지요."

29년간 필리핀에서 영혼구원 사역에 매달려 온 서남찬양교회 서샬롬 선교사는 자기소개를 부탁하자 "주특기는 자비량"이라고 말했고, 나이를 묻자 "선교사는 나이가 없다"고 답했다. 그는 "사실 하나님이 함께하시는 것이니 자비량이라는 말도 어폐가 있다"며 "특히 예수 믿는 사람은 '자수성가'라는 말을 사용하면 안 된다. 하나님이 도와주신 것이지 스스로 한 것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파송교회, 안정적인 후원단체 하나 없이 하나님을 의지하며 살아왔기 때문에 월세 집에서 사는 그는 인터뷰 내내 필리핀 선교에 부름 받은 자신의 사역과 정체성에 대해 당당하고 분명하게 대답했다. 하지만 "의대에 들어간 아들이 예과를 마치고 등록금을 내지 못해 본과에 진학하지 못했다. 지금은 카센터를 열고 아마추어 카레이서로 활동하고 있다"면서 아버지로서 안타까운 마음을 비치기도 했다.

서샬롬 선교사
▲필리핀 산마테오의 산등성이 마을에 세워진 서남찬양교회의 바자회 및 어린이 사역 현장. ⓒ서샬롬 선교사
-필리핀에서의 사역은 어떻게 하고 있나.

"필리핀 산마테오의 산등성이 마을에서 교회를 세워 사역하고 있다. 산마테오는 한국의 위성도시 같은 곳인데, 구로동 서남교회(윤병수 목사)에서 준 개척자금을 토대로 모든 자비를 털어 양철지붕 교회를 세웠다. 산속 마을 어린이들의 구원을 위해서는 아내 이영애 선교사가 즉석 호떡을 구워주거나 컵밥, 컵케이크 등을 만들어 먹이고, 집 없이 다리 밑에 사는 아이들에게는 볶음밥을 해 먹이며 복음을 전한다. 특히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에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을 보여주며 주일예배에까지 참여하도록 한다.

현재 주일 예배에는 오전, 오후 총 200여 명이 참석하는데, 10시 30분부터 어린이, 중∙고등학생, 대학생, 청년, 어른까지 연합예배를 드리고 무료급식을 제공한다. 청소년들만 100명 넘게 출석해 교회 일을 돕고 있다. 또 필리핀 노숙자 아이들을 데려다 가르쳐서 고등학교, 대학교까지 보내고 결혼도 시켰다.

내가 몸이 불편하다 보니 옆에 있는 아내가 고생을 많이 한다. 이영애 선교사는 한때 상류층을 대상으로 한식 레스토랑을 운영하며 사역을 함께했다. 이 레스토랑은 한국에서 기독교방송사가 찾아와 촬영하기도 하고, 미스필리핀 경연대회의 참가자 20명이 드라마 '대장금'을 콘셉트로 삼계탕을 비롯해 한식을 만든 촬영지로 유명해졌다. 마침 아내 이름이 드라마 대장금 주인공 이름과 같지 않나. 아내가 한복을 입고 경연대회 참가자들에게 한식 요리법을 알려주는데, 우리나라 VJ특공대 같은 GMA7 방송국의 'Jesica Soho'에서 이 나라 황금시간대인 주일 오후 7~10시에 전국으로 방영돼 아내가 유명인이 됐다."

서샬롬 선교사
지난 4월 말 두 번째 척추 수술을 한 제리와 서샬롬 선교사, 코리아드림팀. ⓒ서샬롬 선교사
-5년 전 척추 수술 후 새 삶을 살게 된 제리가 지난 4월 말 재수술을 받았다.

"싱글맘 밑에서 자란 제리는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필리핀 서남찬양교회에 다녔다. 필리핀에서 가장 더운 4월에도 두꺼운 잠바를 입고 다녔는데, 알고 보니 생후 4개월부터 척추가 기형적으로 자라 등에 아기 머리 크기만한 혹이 있었다. 2012년 MRI와 CT, X-RAY 촬영 결과 더 이상 수술을 미루면 양다리를 못 쓰고 대소변을 못 가릴 것이라는 진단에 도움의 손길을 찾던 중 신촌 세브란스병원 사회사업부가 이례적으로 수술비 1억 원 가운데 9천만 원을 지원해 주었다. 건강보험공단은 제리와 제리 어머니의 비행기 티켓을 후원하고, 나머지 1천만 원은 우리가 각 교회를 다니며 모금하여 성공적으로 수술을 마쳤다. 당시 8시간에 걸친 대수술에서 제리는 제거한 등뼈를 고정하기 위해 인공 와이드를 오른쪽, 왼쪽에 기둥으로 세우고 나사로 고정했다. 수술 후엔 키가 10cm나 컸다. 이런 이야기는 아리랑TV에서 특집 다큐멘터리로 방영됐다.

그러나 제리가 올해 봄 수술 부위에 통증을 호소해서 X-RAY 촬영 결과 왼쪽 와이드 두 곳이 부러져 송곳처럼 살을 찌르고 있었다. 수술이 시급해 함께 서둘러 한국행 비행기를 탔다. 이번에도 수술비, 5일간의 입원비 등 총 1,100만 원의 치료비를 신촌 세브란스병원 사회사업부가 지원해주었다. 5시간 동안 부러진 와이드와 나사를 제거하고, 또다시 계란 크기로 튀어나온 척추뼈를 깎는 수술이었는데, 5년 전과 마찬가지로 하나님 다 하셨다. 성삼위 하나님께서 영광 받으시기 원하고, 또한 제리를 복음에 합당한 자로 사용하실 것을 믿는다.

제리는 필리핀 몬탈반 산마테오의 아태장신대 3학년생으로, 올해부터 우리 교회에서 찬양 리더이자 주일학교 전도사로 섬기고 있다. 아내와 함께 '우리 제리는 하나님의 은혜로 신촌 세브란스병원에 평생 보험을 들어놓았다'는 말을 주고받으며 웃었다. 제리에게는 '이제 아파서 한국 오지 말고 목사님이 되어 한국에 오자'고 말했다."

서샬롬 선교사
▲서남찬양교회 주일학교 교사들로 구성된 코리아드림팀이 제리의 수술비 마련을 위해 한국교회에서 순회 공연을 펼치는 모습. ⓒ서샬롬 선교사
-필리핀 서남찬양교회 주일학교 교사로 구성한 코리아드림팀 소개도 해달라.

"우리 주일학교 선생님들 중에 체력, 율동 등을 테스트하여 코리아드림팀 5명을 뽑아 제리가 수술하기 직전까지 함께 사역했다. 한국교회를 순회하며 태권무, 탬버린 댄싱, 수화찬양, 율동 등을 20~25분간 하고, 사역 및 사진, 동영상, 과거 방송 영상 등을 소개했다. 우리가 한국에 올 때마다 부천 상동 길교회(윤성중 목사)에서 선교관을 내주셔서 감사하다."

-앞으로 사역 비전은 무엇인가.

먼저 믿지 않는 사람들을 위한 찬양을 많이 부르고 싶다. 몇 년 전 하나님이 큰 감동을 주셔서 대중가요를 직접 개사하고 편곡하여 전도복음성가로 만들었다. '사랑의 미로', '고래사냥', '돌아와요 부산항', '만남' 등 국민가요를 하나님이 주신 지혜로 개사해 20곡을 녹음했다. 가사가 다 하나님의 말씀과 나의 신앙고백이라 곡조 있는 메시지로 들을 수 있다. 국민가요여서 누구도 쉽게 따라 부를 수 있고, 듣기만 해도 가사가 가슴에 심겨지고 예수님을 만나는 엄청난 역사가 일어날 수 있다. 3년 전에는 KBS, SBS, MBC 관현악단 은퇴자들과 함께 교회 새생명 축제, 총동원 전도주일에서 전도복음성가 라이브 콘서트를 해 큰 호응을 얻었다. 예수의 '예' 자도 모르고 성전 뜰만 밟는 사람들이 여러 경로를 통해 찬양을 듣고, 예수님이 나의 구세주로 믿어지기만 한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국내 유명 록그룹 등과 콘서트를 여는 것도 기도 중이다.

서샬롬 선교사
▲서샬롬 선교사는 집안 형편이 어려워 대학 진학과 취업 길이 막힌 교회 청년들을 위한 기술고등학교를 세워 평신도 전문인을 양성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지희 기자
둘째, 산마테오 지역에 기술고등학교를 세우기 원한다. 3년 전까지만 해도 초등학교 6년, 고등학교 4년을 공부하면 졸업장을 받고 대학에 진학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12년제로 바뀌어 10년 공부한 후 도심지에 있는 사립 고등학교로 전학하여 2년 더 공부해야 고등학교 졸업장을 받을 수 있다. 우리 교회에 나오는 학생들은 집안 형편이 어려워 도심의 사립 고등학교로 진학을 못 한다. 10년제를 나오면 수료증만 나와 졸지에 대학 진학도 못 하고 취업도 안 돼 10명 중 8명꼴로 낙오자가 된다. 이들은 결국 동네에서 배회하다가 여학생들은 일찌감치 자기 삶을 포기하고 남자를 만나 동거하여 아기를 낳아 살아가고, 남학생들은 막노동 일을 시작한다. 그래서 구상한 것이 기술고등학교를 세워 10년제로 공부한 아이들을 2년 동안 더 공부시키면서 기술을 가르쳐 졸업장도 받고, 기술자격증도 얻게 한다는 것이다. '한 손에는 성경, 또 한 손에는 기술'을 가지고 본인도 살고, 가족도 부양하고, 사회 속에서 평신도 전도자로 살 수 있도록 교육하길 원한다.

기술고등학교의 실기 분야로는 컴퓨터, 이미용, 봉제, 가전제품 A/S, 용접, 제빵, 네일아트 및 메이크업, 실용음악, 정비 등을 생각하고 있다. 이를 위해 부지를 매입하고 대강당, 교목실, 교실, 실습실, 샤워 및 화장실, 사이버룸, 교직원실, 기숙사, 식당 등이 들어갈 학교 건물을 건축해야 하는데 이 교육사업이 꼭 실현되도록 함께 기도를 부탁한다.

마지막으로 몸이 아픈 이들을 계속 잘 돌보고 싶다. 내가 몸이 아파서 아픈 사람의 마음을 잘 안다. 다 하나님이 깊이 간섭하시고 사랑과 은혜로 덧입혀 주셔서 제리처럼 아픈 이들에게 흘러가게 하시려는 뜻이 있음을 확신한다."

제리 "내가 은혜 받았으므로, 다른 이들을 전도해 주님께 인도하겠다"

서샬롬 선교사는 거의 2시간가량 맑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인터뷰를 이어갔다. 그가 한국에 올 때마다 도움을 받는 누가선교회(이사장 김성만)에도 감사한 마음을 표현했다. 이번에도 제리와 코리아드림 팀 5명은 서울 당산 누가플러스치과에서 치과진료를 받았다. 필리핀의 많은 청년은 영양 부족과 석회수 등으로 20대 초반이면 벌써 어금니가 없는 등 치아 건강이 좋지 않다. 그래서 서 선교사 부부는 한국에서 기증받은 물건으로 매년 11월 크리스마스 바자회를 열어 지금까지 총 25명에게 임플란트를 지원하기도 했다. 최근 시력이 나빠진 한 현지인 목회자에게는 한국에서 안과 수술을 받게 하고 안경까지 맞춰 주었다.

서샬롬 선교사
▲지난 5월 서울 당산 누가플러스치과를 방문한 서샬롬 선교사와 제리를 비롯한 코리아드림팀 2기 청년들. ⓒ이지희 기자
제리는 자신을 "축복의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먼저 하나님께 영광을 돌린다. 두 번이나 수술을 받았고 하나님이 다시 저를 살려주셨다. 서 선교사님과 사모님께도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제리는 "하나님이 제게 이런 은혜를 주셨으므로, 또 다른 이들을 전도하여 주님께 인도하겠다"는 각오도 잊지 않았다. 서 선교사의 도움으로 앞니 임플란트 치료를 받은 코리아드림팀의 레아는 "이빨이 빠져서 마음껏 웃지 못했는데, 선교사님이 크리스마스 바자회 때 옷을 팔아서 이빨을 해주었다. 다시 한번 새로운 인생을 살고 있다"고 말했다. 김성만 이사장은 "서샬롬 선교사가 사도바울처럼 현지인 선교를 하는 것을 보면 다른 분보다 더 애착이 간다"며 "한국에 와서 많은 사람에게 믿음의 활력소를 주고 남다르게 선교하는 서 선교사에게 격려를 전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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