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사
▲한 가정의 제사 모습. ⓒ유튜브 캡처
명절이면 기독교인들, 특히 비기독교 가정에서 나오는 성도들은 고민에 빠진다. '제사' 때문이다.

목회자와 신학자 등은 이전부터 이 문제에 대해 다양한 조언을 전한 바 있다. 기독교인들 가정의 경우 보통 '(절하지 않는) 추모예배'를 통해 조상들의 뜻을 기리고 있다.

이와 관련, 지난 2011년에는 기독교인이라는 이유로 제사 참석을 거부한 한 여성이 불교를 믿는 남편으로부터 이혼 및 자녀 양육권 소송을 당해 패소한 사건도 있었다. 1980-1990년대만 해도 '불신자 가정' 성도들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가 바로 '명절 제사'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핵가족화와 가정 문화의 변화, 유교적 전통관을 가진 선친들의 별세 등으로 자체적으로 제사를 폐지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21세기 최첨단 과학 시대에 '귀신'을 전제한 제사가 말이 되느냐는 것이다. 특히 무신론자들의 '제사'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이은선 교수(안양대)는 지난 2014년 한 세미나에서 "유교 문화에서 발전된 '죽은 부모에 대한 효의 실천으로서의 제사'는 복음 전파 과정에서 새로운 과제를 던져줬는데, 천주교는 제사 제도와 죽은 자에 대한 절 허용으로 토착화했고, 기독교는 추도예배를 드리되 절을 금지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며 "그러나 추모예배는 제사가 가지는 가족중심주의를 만족시키지 못하고, 절하지 않는 것에 대한 부족함이 느껴진다는 한계와 비판을 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WCC의 '하나님의 선교' 신학과 천주교의 제사 허용에 따라, 기독교 진보 진영에서는 절을 하거나 상을 차리고 조상들에게 기도하는 경우도 있다"며 "그러나 한국의 제사는 샤머니즘의 영향으로 복을 비는 성격이 강하고 기독교도 그러한 요소가 많다는 비판을 받는 상황에서, 절까지 허용한다면 신학적으로나 한국문화 전통으로 볼 때 결코 바람직한 결과를 가져올 수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은선 교수는 "교회는 추모예배의 성격을 잘 가르쳐, 건전한 신앙과 함께 조상을 공경하는 마음을 갖도록 해야 한다"며 "제사의 우상숭배적 요소를 제거하더라도, 제사가 가진 효도와 조상 기림, 가족공동체 유지 등의 미풍양속을 어떻게 지속할지는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한 가지 대안 또는 중간 단계로, 그는 "전도의 초기 단계에서 일부 가족들은 믿고 일부는 믿지 않을 때, 추모예배와 제사를 병행하는 단계를 거쳐가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만신 1주기 추모예배
▲박태희 목사와 김선도 목사(가운데)가 헌화하고 있다. 그 왼쪽은 유동선 총회장. ⓒ이대웅 기자
지난 2011년 사건 당시, 한복협 회장 김명혁 목사(강변교회 원로)는 "제사 문제는 기독교 초기부터 가정과 사회에서 심각한 문제가 돼 왔다"며 "종교다원적 사회에서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 것인가하는 것은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신앙의 선배들은 많은 불이익을 감수하면서, 때론 생명을 걸어서까지 신앙의 절개를 지켜왔다. 신앙의 절개를 지키기 위해 불이익을 당하는 걸 원망할 필요는 없다"면서도 "종교간 갈등을 대결로 푸는 건 옳지 않고, 제사를 드리지 말자고 하면서 다른 종교의 풍습을 '마귀적'이라 몰아세우는 등의 투쟁적 방법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제사상을 차릴 수도 있고 제사음식을 만들 수도 있다. 바울도 제사음식을 먹을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절만 못하겠다고 하면 된다. 본질이 아닌 부분을 양보하면, 상대방도 이해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윤실을 창립한 손봉호 교수는 "요즘 크리스천 가운데 제사를 우상 숭배나 조상신 숭배로 여기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라며 "한국교회 지도자들은 속으로는 제사를 우상숭배로 여기지 않으면서 겉으로는 말하지 못하는 딜레마에 빠져 있는데, 전통 제사를 무시하지 않으면서도 성경의 가르침을 따르는 새로운 추모예배 보급이 시급하다"고 했다.

강경한 입장도 있다. 최요한 목사(남서울비전교회)는 지난 2008년 본지 칼럼을 통해 "제사는 우상숭배로, 크리스천이라면 제사를 드려서는 안 된다"며 "제사로 효도할 생각 말고, 살아계실 때 섬김을 다해야 한다. 사실, 우리 기독교는 어느 종교보다 부모님을 공경하는 '효의 종교'"라고 주장했다.

결국 할 수 있는 한 평화로운 방법으로 제사는 피하는 것이 좋고, 피할 수 없는 경우 '절'을 하지 않는 방법이 최선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