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욱 연애는 다큐다 29
▲ⓒ사진 박민호

※본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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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분이 운영하는 식당에 가서 지인들과 이야기를 하는데, 식당을 하면서 가게에 오는 손님들을 보면 요즘 남녀의 분위기를 알 것 같다고 한다. 그곳은 소 곱창집이라 꽤 오래 앉았다 가는 편인데, 대개 할 이야기가 있어서 오는 남녀를 보면 늙으나 젊으나 여자들이 훨씬 우세하다는 것이다.

뭔가 둘 사이에 문제가 생겨서 오면 한 시간은 여자의 닦아세우는 잔소리와 책망이 이어지고, 기를 못 펴던 남자는 다 듣고 나서 그제야 더듬더듬 변명을 시작한다고 한다. 모든 커플이 그러지는 않겠지만, 그런 모습들이 이전과는 많이 다른 풍경으로 비쳐 인상적이었던 모양이다.

남녀가 평등하니 여자가 좀 우세할 수도 있고, 다투다 보면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여자가 남자를 이기는 문화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이것은 유교적 생각이 아니다.

그간 나는 약간 불공평할 정도로 여성들을 보호하고 옹호하는 글을 많이 썼다. 성경이 여성을 존중하기 때문에 그런 부분도 많이 강조했다. 그러므로 때로 여성의 역할을 제대로 말한다 해도, 그것을 남성우월주의나 여성비하 등으로 오해받지 않을 자격(?)이 있다.

솔직히 요즘 남자들을 보면 참 무기력하고, 실수도 많고, 문제도 많다. 젊은이들도 여자들이 더 깨어 있는 것 같고, 더 현명해 보일 때가 많다. 학생들의 성적은 이미 여자아이들이 앞질렀다고 하는 말도 실감난다. 강의를 나가 보면 남자아이들은 주의가 산만하고 관심도 적어 보이는데 반해, 여자 아이들은 똘똘하고 더욱 진취적인 편이다.

여자에 대해 말하면, 당신네 남자들이 변변치 못해 그런 것 아니냐고 할까봐 이렇게 미리 자진납세하고 들어간다. 맞다. 그건 변명의 여지 없이 남자들이 원인이다. 다만 모든 일을 조건부로 계산할 수는 없으므로, 상대가 잘못하는 것이 내 잘못의 핑계가 되지 않는다. 그런 차원에서 남자나 여자나 서로 원인 제공자를 따지지 말고 자기 할 도리는 해야 된다는 건전한 취지로 생각해 보면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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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남자에게서 나왔다. 여자는 남자의 일부라서 둘은 한 몸이다. 천국에 가면 결혼을 안 한다 했으니, 모두 하나님의 아들이 될지 모른다. 아무튼 성별 개념은 이 땅에서 죽기 전에 통용되는 것으로 보이는 성경 구절이 많다.

여자가 남자의 부속품이라는 의미가 아니라 남자를 머리로 두는 존재, 즉 서로 협력하는 인격체이지만 역할을 굳이 나누자면 남자는 남편(신랑), 주인의 역할이 되고, 여자는 조력자이며 사랑받는 존재로 볼 수 있다.

예수님은 구원받은 성도의 신랑이다. 성도는 신부다. 이것이 뒤바뀌어 성도가 신랑이 되고 예수님이 신부일 수 없다. 반드시 주님은 주인이자 신랑이 되어야 한다. 이와 마찬가지 원리로 남편은 아내의 머리이다.

"이는 남편이 아내의 머리 됨이 그리스도께서 교회의 머리 되심과 같기 때문이라 그분은 그 몸의 구원자시니라 (엡 5:23)".

그러면 성경은 '페미니즘이 결여돼서' 여자를 배제하는 것일까? 왜 여자는 수도 세지 않고, 남자에 예속된 존재처럼 기록하는 것일까....

누가복음의 예수님 족보를 보면, 마리아의 남편 요셉의 아버지가 마태복음과 다르게 등장한다. 요셉은 마태복음에서 야곱의 아들인데, 누가복음에는 헬리의 아들로 나온다(눅 3:23). 그러나 헬리는 요셉의 아버지가 아니라 장인이다. 여자는 족보에 오를 수 없으므로, 부득이하게 요셉의 장인 족보를 통해 모계로도 다윗의 자손임을 말한 것이다.

자, 이렇게 족보에도 안 올리는데 무슨 성경이 여자를 존중하는 책이냐고 할지 모른다. 하지만 가정의 대표, 가족의 머리는 남편이고 아버지다. 그것이면 충분한 거다. 대신 전쟁이 나도 다 남자가 나가서 죽지 않나? 성경에 '과부'와 '아버지 없는 자'를 잘 돌보라는 이야기가 여러 번 나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일반 성경들이 '과부'와 '고아'로 잘못 번역해서 그렇지, 그 아이들은 양부모를 잃은 고아가 아니라 전쟁과 노동에 아버지를 잃고 편모슬하에 남은 아이들이다.

자녀들이 어릴 때 아버지가 가장인 것이 너무나 당연하고, 아들딸이 자기가 대표가 되려고 할 필요가 없듯, 결혼하면 남편이 가장이고 대표인 거다. '대등한 관계인데 아내가 주도하면 어떠랴...' 하는 생각이 가정을 그르친다.

성경이 여자와 아이들을 계수하지 않은 이유는 중요하지 않아서가 아니고, 남자에게 특권을 준 것도 아니다. 그냥 원래 그런 거다. 남자만 전쟁에 나가 총알받이, 아니 화살받이가 되는 것도 차별을 둔 것이 아니라 원래 역할인 거다. 자꾸 성경을 인간의 좁은 머리로, 페미니즘이나 가부장적 시각으로 읽으면 안 된다.

요즘 보면 가정들의 상황이 말이 아니다. 남자보다 더 많은 것을 결정하는 여성들, 남자의 일을 모두 직접 확인하고 승인해야 직성이 풀리고, 뭐든 자기한테 말 안 하고 처리하면 절대 안 된다고 여기는 여성들, 남편을 자식 다루듯 하는 안하무인인 여성들, 남친이나 남편을 머슴처럼 자기 필요를 채우는 존재로 여기는 여성들, TV 리모컨을 절대 넘기지 않으려는 여성들, 밖에 나가서나 교회 사람들 앞에서는 남편을 대우하는 척하지만 모든 일에서 자기 뜻대로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여성들..., 너무나 많다.

게다가 목회자의 아내들 중 많은 이들이 아예 교회를 쥐고 흔들기도 한다. 교회를 상대로 하는 사업자들은 목회자나 당회 장로들보다 사모들을 더 신경쓴다고 한다. 마지막 결재는 사모라는 거다. 또한 요즘 교회들은 당회에서 무슨 결정이 나도 최종 승인까지 사나흘은 여유를 둔다고 한다. 목사가 며칠 동안 아무 말이 없으면 그대로 통과시키고, 뭔가 수정하거나 뒤집자고 하면 다시 논의하기 위해서라고. 그 기간은 물론 사모에게 동의를 구하거나 윤허(?)를 받는 기간이다.

대체 이렇게까지 하면서 목회를 해야 하는 것일까? '사모'는 교회의 직분이나 권한이 아니고, 단지 목사의 아내임을 규정하는 말일 뿐이다. 여성은 무시하고 가자는 게 아니라, 각자 영역이 있으니 서로 월권하지 말자는 거다.

3

남편들이 바라는 것은 순종적인 아내, 복종하는 아내다. '상명하복'의 복종이 아니고, 의논하되 정중히 남자가 의견을 말하면 조금 달라도 조언을 더하는 수준에서 따르는 것 말이다.

아내가 순종적이라고 남자가 무시할까? 그렇지 않다. 여자가 머리인 남편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남자의 독단과 과도한 권리 주장이 뒤따르게 되고, 무너진 위신을 큰 목소리와 폭력으로 제압하려다 보니 가정이 시끄러운 거다. 만일 아내의 순종을 오해하고 일방적 섬김만 받으려는 남자가 있다면 따로 책망받을 일이다. 성경은 아내의 복종이 결코 불합리한 일이 아니라고 말씀한다.

"아내들아, 너희 남편에게 복종하라 그것이 [주] 안에서 합당하니라(골 3:18)".

"아내들아, 이와 같이 너희도 너희 남편에게 복종하라. 이것은 누가 말씀에 순종하지 아니하여도 그들 또한 말 없이 아내의 행실을 통해 얻고자 함이니(벧전 3:1)".

"사라가 아브라함을 주(主)라 부르며 그에게 순종한 것 같이 너희가 잘 행하고 어떤 놀라운 일에도 두려워하지 아니하면 그녀의 딸들이 되느니라(벧전 3:6)".

"아내들아, 너희 남편에게 복종하기를 [주]께 하듯 하라(엡 5:22)".

여성들이여, 성경을 읽다가 이 부분이 나오면 건너뛰고 싶은 마음이 드는가? "나는 봐도 못 봤다" 하면서 형광펜이 아닌 검정 유성매직으로 칠하고 싶은가? 이것은 2천 년 전의 권면이니 지금은 시대가 바뀌었다고 애써 외면하고 싶은가? 바울과 베드로의 개인적 생각에 지나지 않는다고 보는가?

남자들이여..., 누굴 탓하랴! 그저 돈도 풍족히 잘 벌고, 아내보다 지식도 믿음도 월등하고, 아이들과 친구처럼 잘 놀아주되 때론 과묵하고 진중하며, 실수도 하지 않는 존경받는 슈퍼 울트라 아이언맨(?)이 되었더라면 좋았을 것을!

자기도 여자에게서 나왔으면서, 어머니와 누이가 있으면서도 여성을 비하하고, 괴롭히고, 조롱하며, 여자도 군대에 보내자고 청원이나 하는 못나 빠진 남자들 때문에 질서가 깨어지고, 여성들의 반발로 오늘날 모든 것이 뒤죽박죽 돼버렸다.

그러나 성경의 모든 명령은 남이 내게 잘해서 흡족할 때만 지키는 것은 아니다.

"남편들아, 너희 아내를 사랑하고 모질게 대하지 말라(골 3:19)".

"남편들아, 이와 같이 너희도 지식에 따라 그들과 동거하고 아내를 더 약한 그릇이요 또 생명의 은혜를 함께 상속받을 자로 여기고 존중하라 그리하여야 너희 기도가 방해를 받지 아니하리라(벧전 3:7)".

"남편들아, 너희 아내 사랑하기를 그리스도께서 교회를 사랑하사 교회를 위하여 자신을 주신 것 같이 하라(엡 5:25)".

이런 말씀 역시 여자가 아무리 잘못해도 남편이 목숨 바쳐 지켜야 할 덕목인 것처럼 조건부로 성경을 대해선 안 되는 것이다. 그러면 지킬 것이 아무것도 없다.

세상이 역행하고 말세가 다가오면, 모든 것은 성경과 반대가 된다. 남편들은 사랑의 부족함을 돌아보아야 하고, 아내들은 존경심의 부족함을 돌아보아야 한다.

우리는 주님의 각 지체이며, 예수님은 머리가 되신다. 그분이 신랑이다. 그와 같이 가정의 머리가 남편인데, 나중에 주님 앞에 가서 "나는 땅에서 여왕 대접을 받고 남편이 나를 섬기며 떠받들었으니 머리인 예수님도 저를 섬기십시오" 할 것인가?

그럴 리가 있겠느냐고? 그럴 리가 있다. 남편을 무시하고 그 위에 군림하고자 하는 여성은 어떤 의미에서 현재 기독교의 원리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며, 바른 신앙을 지녔다 할 수 없다. 남자에 대한 태도를 돌이키고 자제해야 한다. 그것을 통해 하나님은 예수님을 향한 마음을 읽으신다.

자..., 주제가 그래서 여성들에 관해 쓴소리를 했지만 당연히 남녀는 서로 섬기며 자기 할 도리를 해야 한다.

"... 너희 각 사람이 자기를 사랑하듯 개별적으로 자기 아내를 사랑하고 아내도 주의하여 자기 남편을 존경할지니라(엡 5:33)".

이 땅의 삶이 전부가 아니다. 그리스도인은 천국의 삶을 이어서 살아갈 자들이다. 여기서는 이렇게 살지만 올라가는 순간 돌변해서 신랑 예수님께는 잘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모순이 아닐까...? 부디 여성 독자들의 오해가 없기를 바라면서,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글을 맺는다.

김재욱 작가

사랑은 다큐다(헤르몬)
연애는 다큐다(국제제자훈련원)
내가 왜 믿어야 하죠?, 나는 아빠입니다(생명의말씀사)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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