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 기독교의 힘 연구하다 일제시대 기독교 민족주의 재발견”

이지희 기자 입력 : 2017.09.25 17:06

25일 저녁 ‘새 하나님, 새 민족’ 독서강연회 진행

한국 순교자의 소리
▲케네스 웰즈 박사는 지난 21일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박사 논문인 ‘새 하나님, 새 민족’의 내용을 소개하며, 오늘날 한국사회와 한국 기독교인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통역은 한국 순교자의 소리 회장 폴리 현숙 목사가 맡았다. ⓒ이지희 기자
'왜 조선은 이웃 나라의 속국이 될 만큼 약해졌는가. 한 나라의 장래에 대한 '영적' 비전은 무엇인가.'

약 100년 전 안창호, 조만식 선생 등 한국 초기 기독교 민족주의자들은 조선이 속국에서 벗어나 독립된 새로운 한국 문명을 창조하고 세우는 유일한 길은 '자기 개조'임을 강조했다. "각각 자기가 자기를 개조해야 비로소 우리 전체를 개조할 희망이 생긴다"는 안창호 선생의 1919년 '개조'라는 제목의 연설은 오늘의 한국사회와 한국 기독교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 초기 기독교 민족주의를 연구한 한국교회 역사가이자 목사인 케네스 웰즈 박사(Kenneth Wells)는 지난 21일 한국 순교자의 소리에서 자신의 저서 '새 하나님, 새 민족'의 새 번역본 발간 기념 기자회견을 했다. 현재 뉴질랜드아시아연구소 연구원이자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의 캔터베리대학의 역사학 명예교수인 그는 한국의 초기 개신교인들이 민족주의에 기여한 바와 이들의 민족주의 활동 기반을 연구한 논문으로 호주국립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새 하나님, 새 민족'은 그의 박사 논문을 수정해 1991년에 처음 출판됐으며, 한국 순교자의 소리가 이번에 개역증보판으로 다시 출판했다. 작가 초청 독서강연회는 25일 저녁 7시 30분 한국 순교자의 소리 사무실(02-2065-0703)에서 진행된다.

한국 초기 개신교와 민족주의의 상관관계 연구

"남한 기독교의 힘은 역사 속에 남은 수수께끼였습니다."

한국에서 수년간 유학생활을 하고, 한국인 아내를 두고 있는 웰즈 박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국어로 발표했다. 그는 "아시아 전체에서 개신교가 예외적으로 강한 남한을 보며, 일제 치하에 전개된 한국 민족주의 운동이 남한의 '기독교 강세'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궁금해졌고, 한국 개신교와 민족주의 간 관계를 연구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한 말 개신교인은 소수였고, 1945년에는 전 인구의 3%에 불과했으나 많은 개신교인이 민족주의 활동에 참여했으며, 1920년까지 개신교 민족주의자들이 지도적 역할을 감당했다.

케네스 웰즈 박사는 '그들을 민족주의자로 이끈 신학적 근거는 무엇인지, 어떤 교리로 민족주의적 신조를 만들어 갔을지' 물음을 갖고 연구를 시작했으나, 곧 난관에 부딪혔다. 윤치호 선생의 일기 같은 몇몇 확실한 자료 외 주제와 연관된 자료를 찾기 쉽지 않았고, 참조 문헌 또한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민족주의자를 인정하는 데 한국 학자들 사이의 이견이 있었는데, '기독교인은 다 친일파'로 보는 학자도 있었다.

한국 순교자의 소리
▲웰즈 박사는 남한 기독교의 힘을 궁금해하다 일제시대 기독교가 독립운동에 눈에 띌 만한 역할을 한 것을 알게 됐으며, 한국 개신교식 민족주의를 연구하여 ‘자기 개조 민족주의’로 이름 붙였다. ⓒ이지희 기자
또 다른 문제는 개신교인들이 일제 침입에 민족주의적 대응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는데도 불구하고 늘 수적으로 열세였던 점, 1920년 이후에는 민족주의 운동권의 주류를 차지하지 않게 된 점이었다. 그는 "따라서 태반의 한국 민족주의자들은 개신교 교리나 개신교인이 민족주의자가 되는 이유에 관심이 없었고, 자신들과 같은 이유로 개신교인들도 민족주의 저항에 동참하는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케네스 웰즈 박사는 민족주의에 동참했던 개신교인들이 그 속의 비개신교인들과 구별되는 이유를 찾기 시작했고, 몇몇 기독교인이 자신의 민족주의 활동에 개신교적 기반을 마련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개신교인들로 이뤄진 한 집단의 기록과 활동은 개신교가 적어도 자기 개조나 윤리적 민족주의와 같은 민족주의의 한 흐름의 형성 과정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을 나타낸다"고 주장했다.

또 개신교식 민족주의가 일본의 즉각적인 축출에만 초점을 맞추던 당시 주류 민족주의와 일부 부딪히면서 불가피하게 주류와 다른 전략을 갖게 됐고, 우익과 좌익 민족주의자들로부터 오해를 사게 됐다고 밝혔다. 웰즈 박사는 "개신교인 민족주의자나 운동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과거 개신교인의 생각을 알려고 하지 않고, 당대 비평가의 의견을 그대로 좇아 비판했다"며 "이는 아주 서투른 역사 연구방법"이라고 지적했다. 아이러니하게도 한국 개신교 민족주의자들의 민족주의 전략의 이유를 주의 깊게 연구하거나, 개신교식 민족주의의 존재를 알려고 연구하는 한국인은 뉴질랜드인인 그가 박사 논문을 준비할 당시 한 사람도 없었다.

개신교식 민족주의는 '자기 개조 민족주의'

그가 한국의 개신교식 민족주의를 '자기 개조 민족주의'로 이름 붙인 것은 안창호, 윤치호 선생 등의 말에서 따온 것이다. 웰즈 박사는 "안창호, 윤치호, 조만식 선생 등은 자기개조 운동에 영적 의미와 이유를 부여했는데, 보통 역사학자들은 어떤 행동의 영적 원인을 찾는 데 익숙하지 않을뿐더러 어떻게 영적 입장을 찾는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한 예로 그는 "물질적으로만 저항을 이해하면, 민족주의적 저항이 당연히 신체적이고 직접적인 정치적 행동이 되고, 상황이 허락되면 무기를 사용하는 행동으로 생각하게 된다"며 "비폭력, 혹은 영적 저항에 대해 말하면 사람들은 즉각 '그건 저항도 아니지!'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한국 민족주의 역사학자들의 비폭력 전략이 일제에의 협조의 한 형태로 오해받은 이유와도 같다.

그는 이 책이 두 가지 이유에서 오늘날 한국사회와 한국 기독교에 도움과 도전을 줄 것으로 확신했다. 먼저 "오늘날 남한의 개신교회는 긍정적이고 개인 및 사회를 변화시키는 신앙으로서의 한국 기독교를 세운 초기 기독교인들의 신념과 삶 및 태도로부터 멀어졌기 때문"이라며 "안창호 선생과 그의 동료들은 자신들이 갖게 된 새 신앙의 교리와 영적 본질을 이해하고, 이를 개인과 사회에 반영하고자 진정으로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초기 기독교 민족주의자들은 조선이 왜 일본 외에도 중국이나 러시아의 지배를 받았을 정도로 이웃 나라의 속국이 될 만큼 약해졌는지 영적으로 깊이 이해했고, 조선인에 영적 회복이 필요하며, 그 영적 회복은 각 개인의 회복, 혹은 개조에서 시작된다는 강한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웰즈 박사는 또 "이들은 물질주의자가 아니었다"며 "안창호, 조만식 선생이 지금의 한국사회를 보면 자신들이 그토록 이루고자 했던 그 한국이 아니라 하고, 자기 이익과 건강, 좋은 미래를 위해 하나님이 존재하는 것처럼 행동하는 오늘날 많은 개신교인을 불만스럽게 생각하고 자기 개조 운동이 필요하다고 여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 책이 현시점에 필요하다고 믿는 두 번째 이유로 "초대 개신교 민족주의자들의 생각과 신념을 올바로 이해하게 된다면 오늘날 한국 문제를 다룰 방법이 떠오를 것이기 때문"이라며 "그때 그 시절 모든 개인, 사회, 경제, 정치 상황을 자신이 믿는 신앙의 핵심 교리와 결부시키려 노력했던 이들을 통해 고무적 시각을 얻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국 순교자의 소리
▲한국 순교자의 소리 CEO 에릭 폴리 목사(좌측)는 ‘새 하나님, 새 민족’은 모든 한국 기독교인이 읽어야 할 책이라고 강조했다. ⓒ이지희 기자
안창호 선생이 말한 자기 개조의 방법에 대해 "생각, 태도, 행동 등 보편적 개조에 대해 언급했는데, 자기 삶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고 사회적 위치와 관계없이 남을 대접하며, 지역주의 등에서 벗어나야 한국 사람들이 단결하고 속국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며 "개인을 개조하지 않으면 절대 사회를 개조할 수 없기 때문에 나를 각각 돌아보고 이웃을 각각 돌아봐야 한다고 했다"고 간략히 소개했다. 그는 "길선주 목사도 1916년 '만사성취'라는 책을 통해 한국 사람들의 결핍을 지적하고, 어떻게 고쳐야 할지 썼다"며 "그 내용은 게으르지 않고 술 취하지 않으며, 계층과 비관주의를 없애고 실력을 양성하는 것인데, 역시 자기 개조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 순교자의 소리 CEO 에릭 폴리 목사는 "케네스 웰즈 박사의 글은 학문적 업적 이상의 의미가 있다"라며 "학자들만 이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모든 한국 기독교인이 읽기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 순교자의 소리 회장 폴리 현숙 목사도 "새롭게 번역된 '새 하나님, 새 민족'을 출판하게 되어 큰 영광"이라며 "한국의 모든 교회 지도자와 신학생들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고, 모든 신학대학원과 대학교 도서관에 있어야 할 책"이라고 강조했다.

'새 하나님, 새 민족'은 후원금(15,000원)으로 받아볼 수 있으며, 신학대학원과 대학교 도서관에 진열하거나 수업 지도에 사용할 경우 문의(02-2065-0703, gkim@vomkorea.kr) 후 무료로 받아볼 수 있다.

◈케네스 웰즈 박사=1912부터 1934년까지 중국내지선교회(CIM, OMF 전신) 파송 중국선교사였던 외조부, 외조모로부터 중국에 관해 들으며 성장했고, ICYE(International Christian Youth Exchange)라는 크리스천 교환학생 프로그램에 지원해 고등학교 3학년이던 1971년, 11개월간 한국 가정에서 지냈다. 1972년 뉴질랜드로 돌아가 대학에 입학했는데, 한국어 과목이 없어 일본어와 아시아 역사를 공부했고, 석사과정 논문은 한국어와 일본어를 모두 활용할 수 있는 한국의 독립운동을 연구했다. 교환학생 시절 이미 한국에서 강세인 기독교에 의문을 가지고 있던 그는 호주국립대학 박사과정에서 한국 개신교와 민족주의 간 관계를 연구하기로 하고 1980년 3월 다시 한국에 와서 20개월간 연세대 국학연구원에서 연구하고, 1985년 '일제 식민지 시대 한국의 개신교와 민족주의'를 주제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미국 인디애나대학, 호주국립대학에서 강의했으며, 1994년 호주국립대학교 한국학연구소와 1995년 대양주한국학회를 설립했다. 2008년부터 2011년까지는 UC버클리대학에서 역사를 가르쳤다. 한국의 근대 민족주의, 종교, 이념, 여권(女權) 운동에 대한 많은 글을 썼으며 학술 저서는 '새 하나님, 새 민족: 1896~1937년 한국 개신교와 자기 개조 민족주의에 대한 고찰'(순교자의 소리, 2017 개역증보판), 'South Korea's Minjung Movement: the Culture and Politics of Dissent', 'Korea: Outline of a Civilisation'(Brill, 2015)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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