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구 장애인 특수학교 설립 논란이 있는 가운데, 오는 23일(토) 오후 4시 강동구 동남로 강동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있는 모습 그대로” 함께하는 사회의 작은 축소판 같은 공연 ‘동쪽하늘 무지개’가 열린다.

지난 2015년 시작된 ‘동쪽하늘 무지개’는 강동 온누리교회의 발달장애인 합창단 ‘사랑부합창단’과 전문음악인으로 구성된 연주단체 ‘깐따피아(Cantapia)’가 함께하는 공연으로, 이번 회 차로 두 번째를 맞았다.

‘동쪽하늘 무지개’는 성경구절 로마서5장 2절과 창세기 9장 11절부터 15절을 주제 삼고 ‘서울 동쪽 하늘 아래 하나님의 긍휼과 보호의 언약의 상징인 무지개를 바라보며 발달장애인들이 나아간다’는 뜻을 가진다. 약자로 ‘동무’라는 의미도 담고 있다.

합창부 내 발달장애 아이들의 연령은 7살부터 20대 중 후반까지. 사실, 모여서 공연을 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고 한다. 지휘를 맡은 바리톤 임창한은 “빚진 마음으로, ‘찬양하는 감동이 전해졌으면 좋겠다’해서 시작하게 됐다”며 사랑부합창단과의 인연을 회상했다.

“살면서 죽기 전에, 한 가지만큼은 남을 위해서 살아보자는 꿈을 꾸고 있었는데 기회가 됐죠. 교회에서 장애인 부서를 만들고 싶은데, 음악을 가르쳐주고 싶다고 하신 겁니다. 제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 도와드리겠다 했죠”

임창한
▲지휘자를 맡고 있는 바리톤 임창한. ⓒ김신의 기자
강동구에는 특수학교가 위치해 다른 지역에 비해 장애인이 비교적 많은 편이다. 그저 감정을 느끼는 것, 표현하는 것도 둔한 이들에게 찬양의 감동을 전하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매주 한 시간을 모이기 시작했다.

이후 2년간 아이들이 변화되는 과정을 본 임창한은 “1년 간 가만히 있던 아이가 어느 날 갑자기 흥얼거리기 시작합니다. 노래합니다. 변화해요. 정말 다 변하죠. 저는 그 모습을 보며 기쁨과 즐거움을 느끼고 있죠. 교사 분들 중에 삼성에스디에스에 다니시는 분이 계신데, 그분은 지하철 타고 출근하고 일하고 일상에서는 웃을 수가 없는데, 여기에 오면 웃는 아이들이 너무 많대요. 웃음이 전염되듯, 이 아이들과 하는 시간은 항상 웃을 수 있다고 얘기하셨는데, 인상이 깊었어요”라고 고백했다.

합창단이지만 ‘음악’만으로 가르치는 것은 안 된다. 경험 없이 시작했고, 정말 많은 다양한 아이들이 있는 만큼 지금도 ‘뒤죽박죽’이라고 한다.

“사회 규범을 배우고 자리를 찾아가는 거죠. 노래를 부르고 음정 잡아주는 것뿐 아니라, 자기 악보가 있고, 자신의 자리가 있는 것들을 다 배워요. 7명의 교사 분이 계시는데 아이들을 챙기고, 밖에 잠시 나가는 것도 다 도와주시죠. 부모님들은 밖에서 기도해주시고, 2년 간 지내면서 엄청 많이 변했습니다.

장소를 성가대 연습실을 쓰고 있는데, 사실 제가 무식해서 시작한 거에요. 부모님들께 여쭤보니 이렇게 한 자리에 많고 다양한 발달장애인들을 앉혀두지 않는데요. 지금도 제자리에서 뛰고 소리지르고 도망가는 아이들도 있죠. 그런데 어느 순간 바뀌어 있어요. 점점 바뀌는 건 아닌데, 아이들이 상황인지를 못하는 게 아니라 몇 달치를 자신 안에 쌓아두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다가 어느 순간 하고 싶을 때 꺼내 쓰는 거예요. 이런 얘기가 있어요. ‘감동 받았다’는 얘기를 할 때도, 아무리 유명한 지휘자가 와도 몇 시간 내내 감동을 받은 건 아니거든요. 어떤 순간의 감동이 있죠. 제가 앞으로 몇 년을 할지는 모르겠지만, 그 짧은 순간들을 기다리고 있어요.

또 다른 어떤 것보다도 겸손해지는 것 같아요. 일반 사람이라면 지휘자가 진정한 찬양이 아니더라도 어떻게든 모양은 만들 수 있거든요. 그런데 현실적으로 입도 떼지 않는 아이들을 물리적인 힘과 노력으로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보니, 하나님께 믿고 맡기는 경우가 많아요. 나쁜 모습을 보고 나쁜 모습을 배우듯, 사랑을 계속 주면 그 모습을 봤기에 사랑을 줄 수밖에 없을 거예요. 시간이 지나면서 아이들이 몸도 자라고, 배우면서 정신도 자라요. 많이 좋아졌죠. 6개월이 걸릴지 1년이 걸릴지 저희는 알 수가 없지만 믿음이 있는 거예요. 더 사랑을 많이 줄수록 더 많이 사랑을 받아들이게 되고 이것이 흘러 넘치게 되더라고요.”

사랑부합창단
▲강동 온누리교회 사랑부합창단 단원들. ⓒ사랑부합창단
공연 때에도 흔히 말하는 ‘에이스’만을 세우지 않는다. 노래하지 않는 아이도 있고, 뛰어 다니는 아이도 있고, 지병이 있는 건 아닌데 긴장해서 쓰러지는 아이도 있다고 한다. 그래서 걱정도 하지만 그렇기에 더 큰 눈물과 감동이 있다.

“저희는 하나 같지 않은 하나랄까요. 나이 별로, 실력 별로 나눠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말도 많았어요. 부모님들 사이에서 쓰는 말인데, ‘상태’가 다 달라요. 어떤 공연은 괜찮은 아이들을 추리기도 하고 그렇지만, 그렇다고 해서 저는 아이들을 구분 짓고 싶지 않았어요. 있는 모습 그대로를 보여주고 또 이 아이들이 받아들여졌으면 좋겠어요. 실력은 형편없다고 해도 세상이 실력만으로, 1등만 존재해야 하는 세상은 아니잖아요. 그렇게 생각합니다.

공연 중에 아이들이 돌아다니고 어떤 친구는 긴장해서 쓰러지고, 노래 안 부르고 가만히 있다가 나가는 아이도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 같이 노래하고 감동하고 눈물 흘리시고, 우리가 살 수 있는 인생을 축소해서 다 보여주는 것 같아요. 잘 정제된 공연이 아니라 있는 모습 그대로 다 보여주는 것 같아요. 애들이 너무 예뻐요. 백만 불짜리 웃음도 있고 그래요(웃음).”

임창한
▲지휘자를 맡고 있는 바리톤 임창한. ⓒ김신의 기자
지난 첫 공연 때에는 ‘꿈꾸지 않으면’이라는 노래가 있었다. 발달장애 아이들도 꿈을 꾸고 살길 원하는 마음을 담았던 것이다. 이번 공연은 1회와의 연장선에서 ‘꿈’을 이야기 한다.

“장애 종류에 따라 대통령, 의사, 과학자 될 수 없는 현실이 있잖아요. ‘큰 꿈은 없습니다’라는 찬양이 있어요. 찬양을 통해 느낀 것이 꿈 자체가, 꿈을 꾸고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 수 있게 노력해야 하지 않는가… 저희가 나갈 방향을 아직 잘 모르겠지만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섞여 사는 단체가, 그리고 우리 사회가 됐으면 좋겠어요.”

큰 꿈은 없습니다 눈물로 뿌린 씨앗들 세상을 뒤덮지 않아도 여전히 충분합니다.
큰 꿈은 없습니다 맡겨 주신 영혼들 그들을 사랑하고 섬기면 그것 만으로 난 충분합니다.
큰 꿈은 없습니다 눈물로 뿌린 씨앗들 세상을 뒤덮지 않아도 여전히 충분합니다.
그래도 한 꿈은 있습니다 생명의 말씀을 안고 푸른 들판을 사는 이들 그 안에 꿈을 봅니다.
한 꿈은 있습니다 하늘 보좌 버리고 낮아져 이 땅에 오신 주님 주님만이 나의 꿈이십니다.
주님만이 내 사랑입니다 세상을 내려 놓고 엎드리오니 그런 나를 사용하시는 주님만이 나의 꿈이십니다.
-‘큰 꿈은 없습니다’ 찬양가사 중에

사랑부합창단
▲사랑부합창단과 깐따피아가 함께 공연하는 모습. ⓒ사랑부합창단
사랑부합창단과 함께하는 연주단체 ‘깐따피아’는 이태리어로 노래하다(Cantare)’라는 동사와 유토피아(Utopia)에서 pia를 합성한 것으로 ‘노래하는 세상’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임창한은 “전 그저 감사하죠. 기존 음악회에서 느끼지 못하는 감동이 있기도 하지만, 사례 하나 없음에도 불구하고 하고 올해 공연도 흔쾌히 참여해주신다 하셨죠.”라며 깐따피아 단체에 감사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한편 지난 공연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아이들이 무대에 오래 서서 무리되지 않도록 공연은 1부와 2부 순서로 나뉘게 된다. 2부에서는 깐따피아가 섬길 예정이다. 공연에 참여하는 사랑부합창단 단원 인원은 발달장애아이들 23명, 비장애아이들2명, 교사7명으로 총 32명이 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