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지난 2일 제77차 임시 전국대의원대회에서 '우리에겐 페미니즘 교육이 필요합니다'라는 제목의 특별결의문을 발표했다.

전교조는 결의문에서 "개인의 신체적 권리를 중심으로 하는 성교육을 넘어서는 성별 정체성과 성적 지향을 담는 성평등-페미니즘 교육이 필요하다"며 "남자다움과 여자다움 안에 학생들을 가둬놓을 수는 없다"고 밝혔다.

또 "성별 위계로 비롯되는 혐오와 폭력을 이야기해야 한다. 정상과 비정상으로, 표준과 표준 아님으로 인간을 나누는 기준에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며 "어떤 성별이든, 어떤 성적 지향을 갖고 있든 모든 학생들은 학교에서 안전하고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다. 자신의 개성을 마음껏 발휘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와 국회는 차이가 차별로 그리고 증오로 변질돼 소수자를 공격하는 무기가 되지 않도록 차별금지법을 즉각 제정하라 △교육부는 성평등이 우리 사회의 시급한 과제임을 인식하고 학교 성평등 정책 전담 부서를 설치하고 관련 정책을 마련하라 △전교조는 연구, 수업, 정책 제안 등을 통해 학교와 교실의 성평등 진전을 위해 노력하겠다 등의 요구사항을 내밀었다.

결의문은 생물학적 '양성평등'이 아닌 사회적 성(gender) 용어 '성평등'과 동성애자 등을 뜻하는 '성별 정체성, 성적 지향' 등을 노골적으로 사용하면서, 전통적 '남여' 성 구분을 거부하고 있다. 남여의 성별 차이를 '혐오와 폭력'으로 규정하고, 동성애자 등 그들이 말하는 '성소수자들'도 사회 구성원으로서 떳떳하고 자랑스럽게 살아가야 한다고 천명한 것이다.

이러한 결의문이 발표된 것은 소위 '페미니스트 교사들'의 학교현장 교육이 논란을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6학년 영어 수업 도중 지난 6월 '퀴어축제' 관련 영상을 틀었다. 대구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5학년 학생들에게 "섹슈얼리티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교사가 되도록 노력한다", "커밍아웃할 수 있는 학급이 되도록 계기를 마련한다"고 발언했다.

당장 학부모 단체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논란과 갈등만 조장하고, 한창 성장하는 과정 가운데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들에게 자칫 왜곡된 성 의식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교사들은 '순수한 우정'으로 평생 지속될 수 있는 학생들 간의 관계를 '육체적 사랑'으로 변질시켜 파국을 맞게 하고 싶은 것인가. 왜곡된 성교육으로 학생들이 잘못된 성 의식을 갖는다면, 해당 교사들이 학생들의 나머지 인생을 책임져줄 것인가.

사정이 이러함에도, 전교조는 이를 지적하는 보도들에 대해 반박에만 열중하고 있다. 이들은 '초등 6학년 어린이의 성의식 및 성교육 실태 설문조사'를 실시하는 등 최근 성 관련 이슈에 몰두하고 있다. '페미니스트 교사들'에 대한 비방·공격 중단 촉구와 법적 대응 발표를 위한 기자회견도 광화문 세월호 광장에서 개최했다.

전교조가 진정 학생들을 위한 성교육을 하겠다면, 동성애 등 LGBTQ를 선택한 사람들이 겪고 있는 일들에 대해서도 가감없이 전해야 할 것이다. 동성애와 에이즈가 연관이 없다는 편향적 정보만이 아니라, 속속 드러나고 있는 둘의 상관관계에 대한 국내외 연구 결과도 함께 가르쳐야 할 것이다. 동성애자들보다 더 열악한 인권 상황인 탈동성애자들에 대한 사연도 교육할 수 있다. '참교육'을 지향하는 전교조라면 능히 그렇게 하리라 믿는다.

더불어 교육 당국도 "동성애를 막지 않으면 에이즈가 늘어난다"는 진실을 주장했던 교사들에게 내려졌던 조치를, 교육 당국의 지침에 반해 동성애 교육을 감행한 교사들에게도 시행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교육 현장에 잘못된 신호를 보낼 수 있다. 대통령은 "동성애에 반대한다"고 했지만, 인권위를 비롯한 정부와 교원단체가 이에 반기를 드는 상황도 이 참에 정리해야 할 것이다.

덧붙여 '반동성애 영상'을 자원봉사차 방문한 초등학생들에게 틀었다는 한 대구 어린이집 교사에 대해 방송한 SBS '궁금한 이야기 Y' 측에도, 퀴어축제 영상을 학생들에게 보여준 '페미니스트 교사'에 대한 탐사보도 계획이 없는지 묻고 싶다.

전교조
▲지난 7일 전교조에서 ‘페미니스트 교사들에 대한 공격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광화문 세월호 광장에서 열고 있다. ⓒ전교조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