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이 선교사에게 주는 복

입력 : 2017.09.17 16:48

[크리스찬북뉴스 칼럼] 가족과 자녀

북뉴스
▲선교지 모습.
2005년 선교사로 파송돼, 어언 13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돌이켜 보니 결코 짧은 세월은 아니었던 것 같다.

처음 선교사로 파송되었을 때, 선교사들이 고생하고 헌신하니 하나님께서 그 자녀들을 축복해 주신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곤 했다. 당시에 나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정확히 이해할 수 없었지만, 외지에서 살아가며 선교사 자녀들이 잘 될 수밖에 없는 나름의 원리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요즘은 약간 시들해졌지만, 국내 많은 학생들이 대거 영어권 국가로 유학을 떠나던 시절이 있었다. 필리핀만 해도 몇 년 전까지 영어를 배우러 오는 학생들이 상당히 많은 편이었다.

그런데 대체로 가족 구성원 모두가 필리핀에 들어와 살기보다, 아빠는 한국에 남아 경제를 책임지는 대신 아이와 엄마만 들어와 생활하는 경우가 흔했고, 그도 아니면 양 부모는 국내에 있고 아이만 혼자 현지에 한국인들의 가정집에서 홈스테이를 하곤 했다. 이에 비해 보통 선교사 가정들은 온 가족이 현지에 머물며 함께 생활하게 된다.

필자는 여기에 아주 중요한 원리가 내재해 있다고 본다. 선교사들의 가정은 대체로 가족 구성원들끼리 매우 친밀한 경우가 많다. 머나먼 타국에서 살아가면서 주변에 믿고 의지할 사람들이 없으니, 가족 구성원들끼리 서로 똘똘 뭉쳐 하나가 될 수밖에 없다. 어려움이 생기면 가족이 아니면 달리 하소연할 데도 없으니, 부모와 자녀 간의 대화도 잦을 수밖에 없다.  

오늘날 한국의 가정들에서 가족 간의 대화가 별로 없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그도 그럴 것이 국내에는 많은 친구들이 있고 그들과 함께할 놀이문화가 발달해 있어, 반드시 부모가 아니더라도 스트레스와 고민을 해결할 곳이 많다. 그러다 보니 부모와 자녀 간에 대화는 점점 줄어들고, 결국 서로 간의 의사소통이 단절되고 만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가족 간에 불화가 형성되기도 한다.

하지만 선교사 가족의 경우 부모와 자녀 간의 단절이 그리 흔하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보통 가족 간 대화가 많이 이루어지고, 자녀는 부모와 고민을 나누며, 온 가족이 서로를 의지하는 일은 대부분의 선교사 가정에서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북뉴스
▲선교지 모습.
필자는 국내에서 생활하고 있는 목회자 자녀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잘 알고 있다. 대체로 밝고 명랑한 생활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목회자 자녀들은 늘 교인들의 눈치를 봐야 하고, 남의 이목으로 인해 원치 않는 신앙생활을 영위하거나 그 행동을 무척 조심해야 한다.

하지만 선교사 자녀들은 주변 사람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유롭게 성장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대체로 현지인들은 선교사들을 존경하고 따르며, 선교사 가정은 자신들과 좀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해주는 편이다. 이런 분위기는 선교사 자녀들로 하여금 주변 사람들을 의식하지 않고 자유롭게 성장해 갈 수 있는 밑거름이 된다.

또한, 대부분의 선교사 자녀들은 국제적 감각을 키울 수 있는 환경에서 자라게 된다. 그들은 어려서부터 영어와 현지어를 배우게 된다. 선교지가 영어를 쓰는 국가가 아닐 경우, 선교사 자녀들은 대체로 그곳의 국제학교에서 공부하게 된다. 따라서 선교사 자녀들은 거의 모두 능통하게 영어를 잘할 수밖에 없다.

지금 한국은 세계화의 바람을 타고 국제적 감각을 가진 학생들을 우대한다. 예전에는 재외국민 전형을 통해서만 국내 대학에 진학할 수 있었기 때문에 이들의 국내 대학 진학이 상당히 어려웠다. 하지만 이제는 각 대학들이 수시전형을 통해서도 학생들을 선발하게 됨으로써, 외국 고등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이 국내대학에 진학하는 일이 보다 용이해졌다.

나아가 국내에는 장학제도가 발달해 있어, 선교사 자녀들은 대체로 국가장학금을 받고 대학교를 다니는 경우가 많다. 국내 장학제도가 성적보다는 소득 중심으로 바뀌면서, 선교사 자녀들이 받을 수 있는 혜택이 그만큼 증가했다고 볼 수 있다. 선교사들 가운데 재산을 많이 갖고 있는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드물기 때문이다.

아울러 한국은 일찍부터 부모가 선교사로 헌신한 경우, 그 자녀들이 국내 대학에 입학하기가 용이한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외국에서 12학년 전 과정을 마치고 국내 대학에 입학하고자 하는 학생들은 외국인으로 인정해 모든 대학이 정원 외로 모집하게 된다. 대학들이 외국인 전형 모집인원에서 정부의 규제를 전혀 받지 않으니 웬만하면 입학을 허락하는 경우가 많아, 이 카테고리에 속하는 자녀들은 그야말로 '신의 축복'을 받은 것과 마찬가지다. 12년 전 과정을 외국에서 마친 학생의 경우 학업 능력만 인정되면 각 대학에서 서로 데려가려 한다.

필자는 2002년 단기선교를 위해 필리핀에 1년간 체류한 적이 있었는데, 이런 제도가 있다는 것을 미리 알았다면 그 몇 년간의 텀을 두지 않고 곧바로 장기 선교사로 전환했을 것이다. 그렇게 했다면, 우리 두 아이들도 그만큼 덜 고생하고 이런 혜택을 받아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지 않았을까 싶다.

국내 대학이 아닌 외국 소재 대학에 입학한 선교사 자녀들의 경우에도, 현지에서 누구보다 적응을 잘할 뿐 아니라 성적도 우수한 편으로 알려져 있다. 선교사 자녀들은 이미 외국 문화와 영어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문화적 충격이 거의 없는 편이다. 국내에서 곧바로 외국 대학에 입학한 학생들보다 훨씬 뛰어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선교사 자녀들은 외국 대학에서 장학혜택도 많이 부여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

선교사 자녀들은 대체로 사회적응도 잘 한다. 화목한 가정 분위기에서 자란 덕분에 대체로 성격이 원만할 뿐 아니라, 대부분 낙후된 환경 속에서 자라기 때문에 어려운 문제들을 뚫고 나아갈 수 있는 근성과 용기를 갖추고 있다. 일부 선교사 자녀의 경우 현지인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소심해지는 일이 있으나, 그것은 일반적이지 않다.

북뉴스
▲선교지 모습.
필자는 주변에서 선교사 자녀들로서 잘 된 경우들을 많이 본다. 특히 일찍부터 선교에 헌신한 선교사 가정은 더 많은 축복을 받고 있다. 물론 이 원리를 모든 선교사들에게 동일하게 적용할 수는 없지만, 선교사 자녀들이 국내 목회자 자녀들보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례가 월등히 높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런 이야기들을 열거하는 이유는, 국내 목회자들이 더 많이 선교사로 헌신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기 때문이다. 국내는 이미 목회자가 포화 상태여서 전임 사역자로 정착하기 쉽지 않은 환경이다. 그렇기 때문에 시간이 갈수록 비즈니스를 겸하는 목회자들이 국내에 점점 더 많이 파생되는 걸로 알고 있다.

이전 칼럼에서도 언급했지만, 우리 목회자들은 가능하다면 하나님의 일을 우선해서 하는 것으로 소명을 받은 사람들이다. 목사로서 온전히 교회를 섬기는 일만 할 수 있다면, 이는 목사에게 있어 축복인 것이다. 만약 목회자가 국내 사역자로서 교회에서 전임사역을 할 수 없다면, 해외 사역자로서 눈을 돌려 볼 필요가 있다.

선교를 너무 어려운 것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다. 다른 나라와 문화 속에서 살아가는 것을 그리 두려워할 필요도 없다. 어디든 사람 사는 세상은 똑같다. 여기서 사나 거기서 사나,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사는 삶이란 거의 유사한 것이다.

하지만 선교사로 파송되고자 할 때 유념할 사항이 있다. 알다시피, 선교사의 삶은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못하다. 후원에 의존해서 사는 삶이란 언제든지 흔들릴 수 있는 불안 요소를 안고 있다. 그렇지만 고생을 낙으로 알고 내 삶이 하나님께 드려진 것임을 믿는다면, 하루 하루 하나님께 감사하는 법을 배우게 될 것이다. 선교사의 삶이란 자족하는 것이며, 오늘 공급해 주시는 그 양식으로 기뻐하는 삶이라고 할 수 있다.

채천석 크리스찬북뉴스 대표
▲채천석 목사.
만약 선교사 가정이 경제적으로 어려워 도저히 견딜 수 없는 상태에 이르게 된다면, 그때는 다시 국내로 돌아가면 된다. 또 다시 새로운 삶이 펼쳐질 뿐이다. 그동안 선교사 가정은 광야 생활의 고귀한 훈련을 경험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선교사로 파송되었다면, 할 수만 있다면 평생을 헌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곳에 뼈를 묻으리라는 각오를 갖고 출발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생존 문제에 부딪혀 고국으로 돌아가야 할 형편이라면,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한 가지 귀띔할 것이 있다. 만약 고등학생 자녀가 있다면, 하숙을 시키는 한이 있더라도 현지에 두고 오라. 상급학교에 다니다 국내로 돌아온 자녀들은 학교에서 적응하기 어렵다. 그런 경우는 자녀에게 복이 되는 것이 아니라 화가 될 수도 있다.

하나님께서는 선교사들의 가정에 복을 주신다. 목사들이여, 선교사를 꿈꾸라. 세계 방방곡곡에 나가서 복음의 나팔을 불라. 하나님의 복음의 좋은 소식을 전하는 사람들의 발은 얼마나 아름다운고! "많은 사람을 옳은 데로 돌아오게 한 자는 하늘의 별과 같이 영원토록 빛나리라(단 12:3)".

채천석 목사
크리스찬북뉴스 대표, 필리핀 선교사

<저작권자 ⓒ '종교 신문 1위' 크리스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