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홍성강좌 가을
▲강좌가 진행되고 있다. ⓒ이대웅 기자
홍성강좌 '20세기: 세계화 시대의 그리스도교' 첫날인 14일, 배덕만 교수는 '성령과 함께 새 시대를'이라는 제목으로 지난 1백년간 지속된 오순절운동에 대해 소개했다.

배덕만 교수는 "현재 오순절운동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고 역동적으로 성장·변모하는 기독교 운동으로, 1970년 6,700만여명이던 성도가 2010년 6억 1,400만여명으로 증가했고, 2025년에는 8억여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 통계에는 고전적 오순절 성도들뿐 아니라 은사주의자나 독립교회에 속한 사람들도 포함된다. 이처럼 오순절운동도 다양하게 분화·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 교수는 "동시에 기독교의 중심축이 유럽에서 제3세계로 이동하면서, 오순절운동의 중심 무대도 같은 경로를 따라 이동했고, 지역의 문화·경제·정치·종교적 상황에 따라 각 지역 오순절운동도 매우 다양하고 독특한 문제들과 씨름하고 있다"며 "전통적 교회들이 쇠퇴하는 가운데 전 세계 기독교의 판도가 오순절운동을 통해 재편되고 있다"고 전했다.

지역별로 봤을 때, 미국의 경우 1960년대 이후 성공회, 장로교, 감리교, 루터회 등 전통적 교회들은 빠르게 쇠퇴하는 반면, 오순절 교단들인 하나님의성회와 하나님의교회(그리스도파)는 빠르게 성장해, 현재 로마가톨릭, 감리교, 남침례교를 제외하고는 가장 교세가 크다.

유럽도 세속화로 인해 기독교 자체의 영향력이 급속히 약화되고 있으나, 오순절운동은 주목할 만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유럽에서 오순절운동이 가장 활발한 국가는 포르투갈인데, 브라질 이민자들의 영향 때문이다. 영국과 우크라이나, 헝가리 등에 세워진 대형 오순절교회들은 주로 흑인교회들이다. 유럽에서 상대적으로 오순절운동의 영향력이 적은 것에 대해 그는 "세속화가 깊이 진행된 서유럽에서는 초자연적 종교체험을 강조하는 오순절운동을 미신 또는 전근대적으로 폄하되고, 국가체제의 전통도 남아있어 새로운 종교운동이 확산되는데 어려움을 겪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남미(라틴아메리카)에서의 오순절운동은 주류이던 로마가톨릭을 추월할 정도이다. 전 세계 최대 로마가톨릭 국가인 브라질과 칠레에서 주일예배에 참석하는 가톨릭 신자들 수와 오순절 성도들 수가 거의 같다고 한다. 이에 대해 도널드 데이튼(Donald W. Dayton) 교수는 "종교개혁 당시 가톨릭에서 개신교로 넘어가는 것보다 속도가 바르다"고 평가했다. 남미 오순절교회는 토착화를 통해 미국 선교사들의 영향에서 벗어나고 있으며, 사회 및 정치 운동에더 적극 참여하고 있다. 한편 콜롬비아와 멕시코에서는 삼위일체를 부정하는 '단일성 오순절운동'의 성장으로 새로운 논쟁을 불러오고 있다.

아프리카에서는 기독교, 특히 오순절교회가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케냐에서는 국민들 중 고전적 오순절주의자들이 33%, 은사주의와 독립교회를 합치면 56%에 달한다. 나이지리아 기독교인의 90%가 오순절주의이다. 다만 자생적으로 시작돼 환상과 신유, 축귀 등을 강조하는 독립교회들의 정체성 문제로 논쟁이 진행 중이다.

아시아의 경우 불교와 유교, 이슬람과 힌두교 등 기존 종교들의 영향으로 교세가 압도적이진 않지만, 오순절운동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한국과 필리핀에선 오순절운동이 주류 기독교가 됐고, 중국은 세계 최대 기독교인 국가(8천만-1억 추정)가 됐다. 태국 오순절교회인 방콕희망교회는 전 세계적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은 교세도 미약하고 오순절운동도 저조하다.

2017 홍성강좌 가을
▲배덕만 교수가 강의하고 있다. ⓒ이대웅 기자
현상적 특징도 언급했다. 먼저 복잡하고 다양하게 진화 중이다. 20세기 초반 고전적 오순절운동 출현 이후 1960년대 은사주의, 1990년대 '제3의 물결'이 연속 등장했고, 2000년대에는 논란의 '신사도운동'도 확산되고 있다. 고전적 오순절운동은 묵시적 종말론을 토대로 강렬한 신비체험과 적극적인 개인전도에 몰두해 왔으나, 방언과 신유에 대한 강조가 물질에 대한 관심을 강화시키고 번영신학으로 흐르기도 했다.

중심 무대도 발상지인 미국에서 제3세계로 이동하고 있다. 이로 인해 제3세계 자생적·독립적 오순절교회들이 미국이나 유럽으로 '역선교'를 하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오순절운동은 다원주의와 포스트모던주의가 유행하고 사회적 분화가 심화되며 초자연적 종교현상을 당연시하는 환경에서는 빠르게 성장하지만, 세속화가 심화되거나 국가교회 체제가 발전한 지역에서는 상대적으로 성장이 지체되고 있다.

배덕만 교수는 오순절운동의 배경인 존 웨슬리의 감리교와 후계자 존 플레처의 '성령세례' 강조, 미국 독립 이후 서부 개척 시대 침례교와 성결교의 부흥부터 시작해 '오순절운동의 아버지' 찰스 폭스 팔함(Charles F. Parham)과 흑인 목사 윌리엄 조셉 시무어(William Joseph Seymour), 사도 시대의 기적 재현을 뜻하는 '늦은 비 운동'과 은사주의운동, 제3의 물결 등 오순절운동의 주요 역사를 차례로 설명하기도 했다.

부작용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오순절운동이 다 좋거나 잘 한 것은 아니다. 지금도 진행 중이지만 엄청난 논쟁을 일으키고 있고, 아주 면밀한 반성적 접근이 있어야 한다"며 "정치적으로 보수우익 집단들과 친밀하고 자본주의 체제를 일방적으로 지지하는 등의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샤머니즘적 요소와 너무 강하게 연관돼 있어, 십자가만 빼면 무당 굿판과 다를 바 없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그래서 '이런 현상을 기독교라고 할 수 있는가?' 하는 질문도 제기된다"며 "복음 없이 신비체험과 기복주의로만 흐르는 것들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

기복신앙에 대해선 "가장 영적인 메시지로 시작된 오순절운동이 가장 세속적 욕구를 채워주는 형태로 바뀔 수 있다. 영적 충만을 기대하고 왔다가, 물질적 축복을 간구하게 되는 것"이라며 "오순절운동이 부흥하는 국가들 대부분이 가난하거나 독재 체제이고, 이 교회들이 대기업과 친밀해 사회 변혁이나 구원의 주체가 되는 대신 기존 세력에 대한 면죄부를 주고 있는 부분을 비판하는 이들도 있다"고 지적했다.

배 교수는 "오순절운동이 가진 성령의 강력한 에너지를 유지하면서, 이것이 엉뚱한 방향으로 흐르지 않고 예수 그리스도를 붙잡고 나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하비 콕스의 조언대로 성령에 대한 강력한 신앙에 더해, 사회적 약자들을 끌어안는 신앙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배덕만 교수는 홍성강좌에서 이날을 포함해 총 12주간 강의한다. '진보와 수구 사이에서: 복음주의', '전쟁을 통한 신학적 각성: 신정통주의', '이 세대에 세계의 복음화를 꿈꾸며: 선교운동', '세계 속의 교회, 교회 속의 세계: 에큐메니칼운동', '진리 안에서 자유와 해방을: 해방운동', '칼과 보습 사이에서: 교회와 전쟁', '문화로서 기독교: 교회와 문화', '20세기의 로마가톨릭교회', '20세기의 동방정교회', '더 이상 하나가 아니다: 기독교의 다양한 분파들', '21세기를 시작하며: 기독교의 새로운 실험들' 등을 각각 강의할 예정이다(문의: 02-333-5161(내선 600), eun@hsbook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