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인 과세, ‘명견만리’의 지혜가 필요합니다”

김진영 기자 입력 : 2017.09.12 18:29

[인터뷰] 한 달의 ‘침묵’ 후 돌아온 소강석 목사

소강석
▲소강석 목사. 그는 얼마 전 성대 수술을 받아 한 달간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마침내 말을 할 수 있게 된 그의 목소리는 더없이 강직하고 뚜렷했다. 마치 지난 한 달 동안 충전을 한 듯했다. 이제 그는 다시 힘차게 달리기 시작했다. ⓒ이대웅 기자

한국교회에서 요즘 가장 바쁜 사람을 꼽는다면 아마 소강석 목사(새에덴교회)가 아닐까? 대형교회를 목회하는 그는 교회 안팎을 넘나들며 동분서주하고 있다. 웬만한 교계 행사에서 그의 이름을 찾는 건 그리 어렵지 않을 정도다. 얼마 전 성대 수술을 받고 잠시 쉼표를 찍었던 그는, 다시 마침표 없는 길을 달리기 시작했다. 대체 이런 열정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식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주님과 그의 양들, 그리고 교회를 향한 사랑 때문이었다. 이번 인터뷰에서 그걸 확인할 수 있었다. 매우 확실하게.

"세금 내기 싫어 유예하자는 게 아닙니다"

-종교인 과세 시행이 불과 3개월 여 남았습니다. 그런 가운데 '2년 유예'를 골자로 한 법률안이 발의됐습니다. 목사님께서도 여러 번 유예의 필요성을 강조해 오셨습니다. 이유가 무엇입니까?

"성경 사도행전에 보면 사도 바울이 로마의 군인들과 함께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는 장면이 나옵니다. 풍세가 심해 더 가지 못하고 간신히 한 곳에 정박했을 때, 바울은 생명이 위험할 수 있으니 항해를 미루자고 권합니다. 하지만 백부장이라는 로마 군대의 지도자는 바울의 말보다 선장과 선주의 말을 더 믿었고, 배에 탔던 많은 이들도 그랬습니다. 이런 걸 포퓰리즘이라고 해도 무리가 아니겠지요.

그런데 결국 어떻게 됐습니까? 잔잔해지는 것 같던 바다는 결국 유라굴로라는 광풍을 만나고, 배는 난파합니다. 바울이 옳았던 겁니다. 그러자 이제는 모두가 바울을 의지하게 됐고, 바울의 기도로 가까스로 목숨을 구합니다.

많은 국민들이 종교인도 세금을 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동의하지 않거나, 이것이 틀렸다는 게 결코 아닙니다. 저부터도 이미 자발적으로 세금을 내고 있습니다. 저 뿐만 아닙니다. 수많은 중대형 교회들도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대로 종교인 과세를 시행하면 여러 문제가 예상되기에 유예를 주장하는 것입니다. 풍랑을 만날 걸 뻔히 알면서도 여론에 밀려 배를 띄울 순 없지 않습니까?"

-정부의 과세 지침이 미비하다는 것이지요?

"종교인 과세 시행 메뉴얼 초안이 언제 처음 나온 지 아십니까? 지난 6월 30일입니다. 그것도 종교계와의 소통을 거쳐 나온 게 아니었습니다. 마치 청구서 내밀 듯 불쑥 들고 나왔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하니 '그럼 종교계는 뭐했나?'라고 되묻는 이가 있더군요. 어느 정도 인정은 합니다만, 그렇다고 준비가 안 된걸 전부 종교계의 책임으로 돌려선 안 됩니다. 정책을 주도적으로 만들어야 할 주체는 어디까지나 정부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최근 우리나라가 어떤 시련을 겪었습니까? 알다시피 작년부터 '대통령 탄핵'이라는 몸살을 앓았습니다. 교회를 포함한 종교계는 그 속에서 상처받은 국민들을 어루만져 왔습니다. 종교인 과세를 준비할 겨를이 있기나 했겠습니까? 정부도 마찬가지였을 겁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점을 더 보완해야 하는지, 핵심적인 것만 말씀해주신다면.

"일단 종교 과세인지, 종교인 과세인지가 불분명합니다. 종교인 과세는, 익히 알려져 있듯, 목사나 스님 등 성직자들의 소득에 세금을 물리는 것이지만, 종교 과세는 종교 자체, 즉 각종 종교 활동에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이런 활동을 과세 대상으로 삼겠다는 것인데, 이것은 헌법에 맞지 않습니다. 또 종교인 과세라 하더라도 그 범위와 기준이 명확하지 않습니다.

뿐만 아니라 지금 시행령대로라면, 과도한 세무사찰로 이어질 소지도 있습니다. 교회가 불가침의 성역이거나, 목사에게 무슨 특권이 있어서 그걸 우려하는 게 아닙니다. 자칫 그것이 오용되거나 악용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교회에 불만을 가진 자가 악의적으로 신고할 수도 있는데, 교회에 전혀 문제가 없어도 '세무조사를 받는다'는 사실 자체가 도덕성에 심각한 상처를 입힙니다.

한 가지, 짚고 넘어가고 싶은 게 있습니다. 바로 대한민국 헌법은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헌금은, 그런 자유에 따라 성도가 신앙 양심에 근거해 교회에 자발적으로 낸 것입니다. 원칙적으로 이것을 정부가 간섭해선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담임목사 등이 교횟돈을 횡령했거나 빼돌렸다면, 그것은 지금의 실정법으로도 얼마든지 다스릴 수 있습니다.

따라서 세무조사라는 외부의 힘을 가하기보다 종교 내부에서 자발적으로 할 수 있게 법을 만들면 좋겠습니다. 가령 탈세 신고가 들어오면, 우선은 그걸 해당 교단이나 종단에 알려 스스로 고치게 하는 식입니다. 그래도 안 될 경우라면 불가피하게 조사를 해야겠지요. 그 정도는 종교도 수용할 수 있다고 봅니다."

소강석
▲소강석 목사는 “우리 사회에 이런 '명견만리'(明見萬理)의 지혜가 어느 때보다 절실히 요청된다”며 “그러자면 당장의 감정이나 생각보다,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며 보다 멀리 내다보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라고 했다. ⓒ이대웅 기자
-목사님처럼 이렇게 유예를 주장하면 '세금을 내기 싫어서 그런 게 아니냐'는 싸늘한 시선이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언론의 책임이 크다고 봅니다. 종교인들이 왜 유예를 원하는지, 현재 종교인 과세 시행령과 메뉴얼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등 그 실체적 진실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습니다. 이제부터라도 언론이 사실을 바로 직시하고 정론직필하길 바랍니다.

여러 번 강조하지만, 종교인 과세를 유예하자는 것이 결코 세금을 내지 않겠다는 뜻이 아닙니다. 일단 유예를 시켜놓고 과세법 자체를 폐기하려는 의도는 더더욱 아닙니다. 그저 정부와 종교가 불필요한 마찰을 빚게 될까봐, 그걸 걱정하는 겁니다. 국민들이 우리의 이런 진심을 이해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요즘 '명견만리'라는 책이 문재인 대통령의 추천으로 유명해 졌다고 합니다. 우리 사회에 이런 '명견만리'(明見萬理, 만리 앞을 내다본다는 뜻으로, 사리를 분별하는 판단력이 매우 정확하고 뛰어남을 뜻하는 말이다-편집자 주)의 지혜가 어느 때보다 절실한 까닭이겠지요. 그러자면 당장의 감정이나 생각보다,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며 보다 멀리 내다보는 자세가 필요할 것입니다."

"차별금지법 막았다, 그런데..."

-화제를 전환해, 동성애 문제를 여쭙고자 합니다. 그 동안 대형교회 목회자들 중에선 드물게 동성애 반대 운동을 전면에서 해오셨는데, 나름대로 공과를 성찰하신다면?

"차별금지법을 막은 것이 가장 큰 성과라면 성과겠지요. 오해가 있을 수 있는데, 차별금지법을 반대했던 건, 차별을 없애자는 법의 정신이 싫었기 때문이 아닙니다. 가령 '성적지향'처럼 그 법률안에 독소조항이 있었기에 그랬던 것입니다. 아무튼 기독교계와 여러 시민사회단체들의 노력으로 동성애를 합법화 하려는 시도에 제동을 걸었습니다. 이것은 분명히 평가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지나치게 과격한 모습을 보인 부분도 있었는데, 개인적으로 이것은 전략상 좋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친동성애자들의 전략 중 하나가, 자신들은 핍박받는 소수자라는 인식을 은연중에 사회에 심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차별금지'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것이지요. 그러자면 역설적으로 자신들을 핍박하고 반대하는 세력이 필요하게 됩니다. 여기에 반대운동이 걸려들지 않았나 하는 거죠. 너무 강하게 나간 나머지 마치 인권 자체를 반대하는 것처럼 비춰진 부분도 있었을 겁니다. 자성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는 이런 점에 주의하면서 보다 지혜롭게 반대운동을 펼쳐가야 할 것입니다. 때론 기독교를 너무 앞세우지 않는 것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건전한 시민사회단체들은 물론 언론과도 함께 가면서 범국민적인 운동을 만들어 가야 할 것입니다. 아울러 동성애 반대와 함께 '동성애 치유'도 강조하면서 국민들의 성원을 받으며 갔으면 좋겠습니다."

-개헌 문제도 논란입니다. '양성 평등'(헌법 제36조)을 '성평등'으로 바꾼다거나 차별금지의 사유를 나열한 뒤, 그 끝에 '등'이라는 말을 넣겠다는 등 동성애를 우려하는 이들로선 받아들일 수 없는 내용 때문인데, 어떻게 보십니까?

"흔히 성평등을 양성 평등의 줄임말 정도로 인식하곤 하는데, 두 말은 비슷하게 보이지만 전혀 다른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양성 평등의 성은 생물학적 성을 뜻하는 '섹스'(sex)를 의미하지만, 성평등의 성은 사회적 성, 곧 '젠더'(gender)를 나타냅니다. 사회학적 성이라는 게 무엇입니까? 남자의 몸을 가졌지만 스스로 여자라고 느낀다면, 그 사람의 성은 여성이라는 것입니다. 이것 말고도 성에 대한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이 이 성평등이라는 말 안에 들어 있습니다. 동성애는 두말할 나위도 없습니다. 이것을 헌법으로 보장하겠다니 정말이지 위험한 발상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 밖에도 이번 개헌 논의에서 우려할 만한 여러 문제가 눈에 띄는데, 기본권의 주체를 '국민'에서 '사람'으로 변경하는 안도 그 중 하나입니다. 인류애를 실천하자는 취지에는 십분 공감하지만, 한 국가의 헌법을 이런 식으로 고치게 되면 정작 보호받아야 할 국민이 보호받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을 정부와 국회는 명심해야 합니다. 이슬람의 확장도 걱정되는 게 사실입니다. 국가가 존재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국민을 보호하기 위함이 아닙니까? 인류애의 실천과 자국민에 대한 헌법적 지위를 부여하는 것은 엄연히 다른 차원의 문제입니다."

소강석
▲“그 동안 정신없이 달려오다 잠시 멈춰 주위를 둘러보니 풀잎 하나, 나뭇잎 하나에도 하나님이 계셔서 말씀하고 계셨다”는 그는 “제게 주신 삶과 사명이 이렇게도 소중하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적당한 시간이 흐르면 제 진심이 전해지리라 믿고 있다”고 했다. ⓒ이대웅 기자
"한국교회 지도자로 섬기고 싶습니다!"

-장로교 총회가 곧 시작됩니다. 바라시는 점이 있다면.

"교단 중심주의에서 벗어나 한국교회 전체를 좀 생각할 수 있는 그런 총회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목회 생태계'라는 말을 자주 쓰는데, 생태계라는 게 일종의 유기체 아닙니까? 마치 하나의 몸처럼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의미죠. 아무리 내 교회, 우리 교단이 잘 된다고 해도 목회 생태계가 무너지면 결국 함께 내리막길을 걷게 될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총회 때는 각 교단의 살림살이를 챙기고 정체성을 공고히 하는 것과 함께, 어떻게 하면 목회 생태계를 파괴하는 내·외적 요인에 공동으로 대응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성찰했으면 합니다. 그 동안 교단 안팎에서 지적돼 왔던 소위 '교권 싸움'을 이제는 내려놓고, 한국교회 미래를 보다 진지하게 생각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한국교회연합(한교연)과 한국교회교단장회의가 서로 통합해 한국기독교연합(한기연)을 창립했습니다. 곧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와도 하나 돼 명실상부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연합기관이 되겠다는 계획입니다.

"이번에는 부디 잘 되길 바랍니다. 사실 이전에도 이런 시도는 여러 번 있었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그런 걸 봐와서인지 조금은 지쳤다고 해야 할까요? 그래도 이 번 만큼은 기대를 걸어보고 싶습니다. 그래서 저 같은 목회자들은 이제 후방으로 물러나 목회에 전념하고, 이런 연합기관이 전방에 나서 한국교회를 지켰으면 좋겠습니다."

-힘이 드시나 봅니다. 후방으로 물러나고 싶다고 하신 걸 보면...

"인간적으로 그런 부분이 없진 않습니다. 단순 비판을 넘어 비난도 많이 받고....... 그러나 적당한 시간이 흐르면 제 진심이 전해지리라 믿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보다 제가 가진 리더십과 영적 힘이 더 커지면 제 목소리도 더 잘 전달되겠지요. 그런 때가 온다면 한국교회 지도자가 꼭 한 번 되어보고 싶습니다. 단체의 장이 되겠다는 게 아니라 그런 영향력을 끼치고 싶다는 뜻입니다. '한때 오해도 받았지만, 그 때 소강석 목사가 옳았어'라고 인정받는, 그런 영적 감화를 주는 지도자가 되고 싶다는 말입니다."

-최근 성대 수술을 받아 약 한 달 간 말을 못하셨지요? 어떤 시간이었습니까?

"하나님과 깊이 대화했던 참 소중한 기간이었습니다. 그 동안 정신없이 달려오다 잠시 멈춰 주위를 둘러보니 풀잎 하나, 나뭇잎 하나에도 하나님이 계셔서 말씀하고 계시더군요. 제게 주신 삶과 사명이 이렇게도 소중하다는 걸 새삼 깨달았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하도 욕을 많이 먹으니 하나님께서 잠시 절 피신시켜 주신 게 아닌가...(웃음). 원래는 두 달은 말을 하면 안 되는데, 한 달만 안 했지요. 그 한 달 동안 주고받은 문자만 하루 많게는 300통 가까이 됐습니다. 대부분 한국교회와 관련된 것들이죠. 도저히 한 달 이상 입을 닫고 있을 수가 없겠더군요. 그러나 이것도 제게 주신 은혜입니다. 참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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